9월23일부터 시행되는 개인회생제는 구제대상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던 3억원 이상 고액 채무자와 사채를 얻어쓴 채무자도 신용회복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는게 가장 큰 특징이다.
법원에서 이미 1998년부터 개인파산제를 운영하고 있었지만 이용률이 극히 미미한데다 파산을 신청해서 수용이 된다고 하더라도 ‘경제적 식물인간’을 면할 수 없었다는 점에서 ‘회생’을 전제로 한 진일보한 제도라는 평가다.
이번에 도입한 개인회생제는 1938년 완성된 미국의 도산법 제13장(개인회생절차)을 수용한 것으로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앞선 2001년 4월부터 제도를 시행중에 있다.
◇누가 유리하나=개인회생제를 이용할 수 있는 대상은 4인가족 최저생계비인 월 105만원 이상을 벌어들이는 능력이 있는 봉급생활자 또는 개인사업자로 한정됐다.
담보채무 10억원 이하 및 무담보 채무 5억원 이하 등 최대 15억원까지 빚진 이도 신청이 가능하고 하한선은 정해져 있지않다. 기존 구제제도중 구제한도가 가장 큰 개인워크아웃이 3억원까지로 제한한 것과 비교하면 최대 5배까지 구제범위가 늘어난 셈이다.
따라서 금융기관과 사채를 포함해 3억원 이상 빚을 지고 있는 샐러리맨, 변호사, 의사, 공인회계사 등이 상대적으로 고소득 직업군이 이 제도를 이용하면 유리하다.
파산자가 되면 대부분 곧바로 직장을 잃거나 자격(면허)을 상실하게 되지만 개인회생제를 인가받을 경우에는 기존 직장이나 자격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공무원이나 변호사, 공인회계사, 변리사, 의사, 건축사, 관세사 등 전문직은 파산 신청을 하면 자격이 취소돼 파산제도에 대한 기피가 심했다. 결과적으로 현재 신분을 유지하면서 최장 8년까지 법원에서 정해준 기간동안 내핍생활을 하면 경제적 ‘부활’이 가능하도록 했다.
반대로 많은 빚을 지고 있더라도 소득이 없거나 불확실한 이들은 개인회생제 보다는 개인파산제도를 이용해야만 한다. 소액채무자는 기존 개인워크아웃이나 배드뱅크 등을 활용하는게 바람직하다.
대법원에 따르면 현재 3억원 이상 고액채무자 통계는 정확하게 집계되지 않으나 지난해 말 현재 신용불량자 중 1억원 이상 채무자 비율은 5.2%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3억원 이상은 훨씬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며 대략 현재 신용불량자가 370만명이니 비율을 2% 정도 잡으면 7만여명 정도가 혜택을 볼 것으로 추정된다.
◇제도적 의미=개인파산에서 거쳐야 하는 ‘파산선고’ 없이 사법부에 의해 채무조정이 이뤄지는 첫 제도라는데 의의가 있다.
실제 파산자는 면책이 확정돼 복권될때까지 공.사법상 신분상 제약은 물론 파산자라는 ‘낙인’이 본적지에도 통보되는 불이익을 당해왔다. 이 때문에 90%에 가까운 면책률을 기록하고 있음에도 지난해 파산신청이 3800여건에 머무른 주요 이유가 됐다. 같은 기간 미국은 162만건, 일본은 26만건의 파산신청을 기록했다.
이런 연장선에서 개인회생제 실무작업을 벌였던 김형두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직업이나 자격이 확실한 공무원, 변호사, 공인회계사, 변리사, 공증인, 교원, 의사, 약사, 세무사 등에서 개인적 빚을 졌거나 보증 채무를 떠안은 이들의 신청이 몰려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법원은 개인회생제를 통해 채권자와 채무자 모두 ‘공동선’을 추구할 수 있다는 점도 주요 의의로 내세운다. 파산이 이뤄지면 일체의 채무변제 의무가 없어지지만 개인회생제는 채권자도 일정부분 빌려준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
이를 위해 채무자가 파산하는 경우 채권자들이 배당받을 총액보다 변제계획에 따른 총변제액이 많을 때만 개인회생 인가를 내준다는 ‘조건’도 달아놨다.
◇ 이용절차
개인회생제 절차는 상당히 까다롭다. 워크아웃제도는 5만원의 수수료를 내고 상담원의 조언에 따르기만 하면 되지만 이 제도는 신청자 본인이 많은 발품을 팔아야만 한다.
신청자가 법원직원이나 변호사.법무사 등의 도움을 얻어 변제계획안을 작성한뒤 인지대 및 송달료와 함께 법원에 개인회생 신청을 하는 것으로 절차는 시작된다.
14일 이내에 신청안이 수용되면 법원은 개인회생위원을 선임하고 곧바로 보전처분중지명령을 내린다. 개인회생위원은 신청자의 개인사정을 감안해 매월 갚아야 하는 금액인 가용소득을 산정한다. 만약 변제계획안 신청이 기각되면 5년 이내에 재신청을 할 수 없다.
이어서 신청일로부터 한달 이내 기간에 개시결정이 뒤따르고 채권자들을 위해 최대 2개월간 채권이의기간을 가진다. 이 과정에서 채권자가 이의를 제기할 경우에는 채권조사확정재판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후에는 채권자집회를 거쳐야한다. 채권자집회에서는 경매배당방식으로 채권자별로 돌아갈 금액을 정하게 된다. 그렇다고 채권자의 동의가 필수요소는 아니고 법원의 직권조정이 가능하다.
이런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변제계획이 인가되면 신용불량등록이 해제되면서 개인회생위원의 감독하에 정해진 기간동안 변제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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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08-31 12:00 여한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