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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장 만황천하(卍皇天下)
①
"만화무대의 주인이라던 그자의 서열이 십왕벌의 구위(九位)라 했으니, 청룡성승의 말을 빌면 그자도 꽤나 한 가락 하는 인물이라는 뜻이 되는군."
역사이래 단 두 번 열렸고, 열릴 때마다 미중유의 난세를 일으켰으며, 또 종식시켰던 그 가공할 피의 연석회의 십왕벌!
헌데 주희빈은 만화예사 사희빈이라는 이름으로 십팔만사천백와마루에 입주, 단 십이 년만에 십왕벌의 일 인이 되는 신화를 창조했으니 그 어찌 또한 엄청난 일이 아니랴.
"훗! 난세십승은 전국시대의 난세를 종식시킨 후 이국십보를 남기고 각각 본국으로 돌아갔다고 알려져 있었거늘, 알고 보니 십왕벌에 도전했던 것이었군. 역시 전설이란 믿을 만한 것이 못돼."
자천릉은 담담히 뇌까리며 다시 한 장의 철편을 넘겼다. 거기에는 난세십승이 이국십보의 열 가지 장점을 취해 만들었다는 백마불참십극도술의 요결이 빽빽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 백마불참십극도술(百魔佛斬十戟刀術).
제일술(第一術) 철유경.
아계탁란(餓鷄琢卵) 비비단풍(飛匕斷風).
<굶주린 수닭이 부리를 세우고 먹이를 쪼니, 백마도극의 날은 비비(飛匕)로 화하여 바람을 가르도다.>
제이술(第二術) 설상루.
설상란주(雪象亂走) 검환쇄빙(檢幻碎氷).
<눈 속의 흰 코끼리가 길을 잃고 헤매어 달리니, 백마도극의 날이 한 자루 검으로 바뀌어 빙벽을 꿰뚫도다.>
제삼술(第三術) 팔타단창.
금타도막(金駝到漠) 예창파선(銳槍破旋).
<금빛 낙타가 물을 찾아 사막을 헤치니, 백마도극의 예봉이 창날로 바뀌어 용권풍을 잠재우도다.>
제사술(第四術) 소소오각.
흑추번야(黑雛飜野)쌍퇴굉악(雙腿轟嶽).
<검은 오추마가 황야에서 발굽을 구르니, 백마도극의 날이 두 자루 철퇴로 화하여 산악을 부수도다.>
제오술(第五術) 자린벽슬.
자린조양(紫麟爪洋) 벽파붕도(碧琶崩濤).
<자주빛 기린이 발톱을 세우고 바다를 헤치니, 백마도극이 비파로 변환하여 파도를 깨도다.>
제팔술(第八術) 백자공후.
백서개황(白鼠蓋荒) 만환폐우(萬丸閉雨).
<하얀 쥐떼가 황금들판을 엄습하니, 백마도극은 철환으로 화하여 폭우를 되 치도다.>
제구술(第九術) 천뢰금부와 벽은월.
호사병탐(虎獅竝眈) 부월격포(斧鉞擊布).
<초원의 사자와 밀림의 호랑이가 먹이를 노리니, 백마도극이 두 자루의 도끼로 바뀌며 폭포를 산산조각 내도다.>
제십술(第十術) 청룡소.
청룡뇌승(靑龍雷昇) 섬영극예(閃影戟刈).
<푸른 용이 천둥을 타고 하늘에 오르니, 백마도극이 극(戟)으로 바뀌며 번개의 그림자를 베도다.>
무슨 깊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백마참감을 읽기를 끝낸 자천릉이 긴 흑발을 연신 물 속에 담궜다 꺼내고 있었다.
"난세십승이 합심해서 창안한 백마착섬불극도의 운용무예는 내가 본 무학 중 가장 강했다. 그 어떤 무학보다도. 이 무예를 완벽히 연성한다면 십왕 중 사 인을 벨 수 있다고 호언한 청룡성승의 말이 충분히 이해가 간다."
자천릉은 다시 탐스런 머리칼을 물 속에 담그며 계속 나직이 뇌까리고 있었다.
"허나 청룡성승의 생각은 매우 짧았다. 난세십승이 백마의 가공함을 알았듯 백마 또한 난세십승의 무서움을 경각했을 것임은 분명한 사실. 해서 십왕 중 일 인이 직접 난세십승과 부딪쳤던 것이 아닌가? 허나 결과는 난세십승의 참담한 패배로 끝났다. 그것도 단 일 인에 의해."
자천릉은 다시 한 번 흑발을 꺼내들며 뽀얀 수증기 너머를 가볍게 응시했다.
"십왕 중 일 인이 비록 난세십승에게 당했지만 그가 죽어 가면서 남긴 승패의 결과는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십팔만사천백와마루의 모든 사람들과 그 싸움을 알고 있는 몇몇의 천하인들에게 난세십승의 무학수위를 정확히 전해 준 것이다"
문득 자천릉이 수증기 속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또한 난세십승은 그들의 열 가지 절예의 장점만을 따서 백도불참십극도술을 창안했다고 했지만, 백마와 십왕 등 십팔만사천백와마루의 수뇌진들도 두 손과 머리를 묶어 두고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당연히 그들도 끝없이 새로운 무학을 연구하고 창안하며 자신들의 무학을 발전시켜 왔을 것임에 분명하다."
그렇다. 무릇 무학이란 창조하는 자가 있기에 생겨나고 연구하는 자가 있기에 발전하는 것이 아닌가.
또한 무학을 창조하며 연구하는 것은 무인들의 공통된 속성이니 아무리 난세십승이 십팔만사천백와마루를 표적으로 백마불참십극도술을 창안해 냈다고는 하나 백마와 십왕인들 어찌 발전이 없을 수 있을 것인가. 자천릉은 그 발상의 허점을 냉철하게 꿰뚫어 보고 있는 것이었다.
"그 증거는 십팔만사천백와마루가 세워지고 삼천 년이 지난 오늘, 아니 난세십승이 대장정을 연 지 일천 오백 년이 지난 오늘, 난세십승의 후예들은 한 번도 천하에 이름을 떨친 적이 없음에도 십왕을 포함한 백마의 후예들은 여전히 천하에 위세도 당당하게 군림하고 있는 데서 찾을 수 있다. 내가 이 십팔만사천백와마루에서 무공을 익히고 있을 만큼!"
자천릉은 뒷짐을 진 채 서가가 있는 쪽으로 걸음을 옮기며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또 하나, 백마가 가장 무서운 점은 십팔만사천백와마루의 수뇌들의 최후 비전절학이라는 백마십팔만사천합마전, 곧 십왕을 포함한 일백 마인들이 모두 연합하여 펼친다는 그 거창한 전진(戰陣)을 삼천 년 동안 천하 그 누구도 목격조차 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있는 것이다."
- 백마십팔만사천합마전(百魔十八萬四千合魔戰).
십왕을 포함한 백마가 연합하여 펼치는 최후의 전투진(戰鬪陣)이 존재하고 또한 세인들은 삼천 년 동안 그 누구도 목격조차 하지 못했단 말인가?
이때 자천릉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흠, 어쨌든 이 모든 사실들을 종합하여 판단할 때 백마를 죽이고 십팔만사천백와마루를 없앨 수 있는 길은 단 하나군."
자천릉의 맑디맑은 두 눈에서 보이지 않는 살기가 차갑게 피어났다.
"길은... 서열 일천 위 내에 있는 대곤륜일천무성조라고 불리는 핵심인물들을 하나하나 각개격파하는 것 뿐이다. 물론 나는 죽지 않겠지만!"
문득 자천릉은 묘한 미소를 떠올리며 고개를 절래절래 가로 저었다.
"후후, 할아범들은 나에게 너무 귀찮은 짐을 맡겼어. 이 일백 명의 마인, 아니 일천 명의 마인들을 모조리 각개격파로 없애려면 적어도 오 년의 세월을 소비하게 될 것 같으니."
정녕 광오하지 않은가? 천 오백 년 전 난세십승은 열 명이 모도 합공하여 셋이 죽고 일곱이 만신창이가 된 끝에 겨우 십왕 중 단 일 인을 벨 수 있었지 않은가?
헌데 그 열 명의 십왕 모두를 포함한 백마와 일천 명의 대곤륜일천무성좌를 제거하는데 겨우 오 년의 기한을 잡고 있다니.
이때 어느덧 서가 앞에 이른 자천릉이 두툼한 가죽책자들이 그득 쌓인 곳에서 한 장의 낡디 낡은 호피를 집어들고 있었다.
"공공천급(空空天 )... 이곳을 세운 개파대조인 십만세세 곤륜천자 공공황이라는 노인이 남겨 놓은 것이라 했지."
바랠대로 바래 원래의 적황빛이 아예 시커멓게 변해 버린 얄팍한 호피책자의 위에는 역시 황금글씨로 <공공천급> 이라는 네 글자가 박혀 있었다.
- 공공천급.
이 땅에 위대한 십팔만사천백와마루의 역사를 연 희세의 기인 십만세세 곤룡천자 공공황의 친필로 쓰여진 통천가공할 절대의 무서.
이곳의 인물들에게는 하나의 성전(聖典)처럼 숭앙되는 전설과도 같은 그 한 권의 책자가 지금 자천릉의 손에 들려지고 있는 것이었다.
"어쨌든 할아범들의 부탁을 들어주려면 이 사람의 무서, 또한 완벽히 알아두는 것이 좋겠지. 그럴수록 십왕과 백마, 그리고 대곤륜일천무성좌를 죽이는 길이 그만큼 빨라질 테니까."
자천릉은 흡사 사 년 전, 십 이 세 소년이던 시절의 정신연령이 하나도 발달하고 있지 않기라도 하듯이 무서운 말들을 거침없이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고 있었다.
호피가죽 안은 대나무를 수 없이 발라 말린 듯 지독히도 얇은 퇴색된 종이 몇 장이 엮어져 있었고 거기에서 한 편의 서찰은 시작되고 있었다.
<노부는 이름 없는 한 무인의 가문에서 태어났다. 해서 내가 겨우 철이 들 무렵부터는 수많은 무인들을 지켜보며 자라 왔다. 모든 가족과 식솔들이 무공을 익히고 닦는 그런 집안이었다. 허나 나는 한 가지 불행한 사실을 목격하면서 성장해야 했다.
치졸하기까지 한 가문 대(對) 가문의 싸움에서부터 일세의 전란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수많은 싸움들이 시작되고 또 끝날 때마다 내가 알고 내가 사랑하던 나의 자랑스런 가족들이 한 명 한 명 죽어 가고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는 코흘리개 벗에 이르기까지 죽음에는 예외가 없었다. 당연한 것처럼 싸움과 전란 속에 참여하고 또 당연한 것처럼 이른 바 난세라고 말하는 그 크고 작은 병화에 희생되는 것이 난세에 태어난 보잘 것 없는 무가의 숙명이었다.>
"난세에 희생당하기만 하는 무인의 가문이라...."
자천릉은 왠지 호기심이 동함을 느끼며 계속해서 퇴색된 죽지(竹紙)를 넘겨 갔다.
<전란과 전란만이 거듭되는 난세에 나의 형제와 부모, 그리고 친구들은 이슬처럼 죽어 갔지만 난세는 결코 아무 것도 약속해 주지 않았다. 평화의 시대도, 황금도, 사랑도, 우정도, 그리고 지켜야 할 최후의 한 조각 진실까지도, 다만 난세가 약속해 주는 것은 오로지 죽음뿐이었다.>
<마침내 나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난세와 평화의 수레바퀴가 역사의 순리라고는 하나 평화가 오기까지 희생되어야 하는 사람들의 삶은 너무도 아픈 것, 무명의 꽃잎처럼 그저 스러지기에는 전사(戰士)들의 청춘이 너무도 꽃다우며, 그들의 무덤 앞에 한 잔 술로 그리움을 달래기에는 산 자들의 가슴이 너무도 고통스러운 것이었다.
그렇다. 차라리 이 땅에서 영원히 난세라는 이름의 불가사리를 죽여 버릴 수만 있다면, 그때야말로 이 땅의 평범한 사람들의 행복이 가장 값진 보배가 될 시대가 도래하지 않겠는가.>
"다시 말해 난세를 없애면 된다는 이야기로군. 말은 되는구나. 하지만 어떻게?"
그 물음에 대한 공공황의 대답은 죽지 속에 기록되어 있었다.
<난세는 없어져야 한다. 그리고 난세를 없애려면 먼저 천하에서 가장 강한 무인이 되어야 한다. 그런 연후 천하에서 가장 강한 무인인 나에게 굴복하는 기라성같은 무인들을 규합하여 천하에서 가장 강한 단체를 만드는 것이다.
내가 내린 결론, 우습게도 그것은 힘이었다. 난세를 없애는 최선의 결론은 힘이었다.>
<해서 나는 우선 나 자신을 가장 강한 자로 만들기 위해 천하를 유랑하기 시작했다. 유랑하며 무예를 참오하던 면벽의 기간이 사십 칠 년 오 개월, 유랑하며 싸우고 또 패배시킨 천하마인들의 수가 일만, 그리고 세인들이 흔히 말하는 기연(奇緣)이라는 이름의 인연을 겪고 또 거친 것이 이십여 차례.
두 개의 귀와 한쪽 눈, 그리고 일천 개의 흉터를 세월처럼 잃고 또 남기고서야 마침내 나는 최강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여 불가능을 쌓는 건축사라 불리는 벗의 도움을 받으며 나는 마침내 대곤륜의 만년설 속에 하나의 단체를 세웠다.
나에게 패배한 천하의 모든 강자들을 불러 모음으로써 이룩된 지상최강의 단체 십팔만사천백와마루의 위대한 신화가 탄생한 것이다.
십팔만사천백와마루가 존재하는 한 이제 더 이상의 난세는 없으리라. 하얀 눈 속에 웅크린 십팔만사천개의 흰 기와를 바라보며 평화시대를 염원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
십만세세 곤륜천자 공공황 절필.>
비로소 밝혀지는 십팔만사천백와마루의 위대한 기원(紀元)이었다.
난세에 희생당하기만 하는 가문에 태어난 한 소년과 그 소년의 성장 속에서 얻어진 처절한 깨달음으로부터 시작되는 무림사상 가장 강하고 위대한 한 단체의 신화가 이렇게 밝혀지고 있는 것이었다.
이때 자천릉은 공공황의 친필서명을 담담히 내려다 보며 씁쓸한 미소를 머금었다.
"훗, 의도는 좋으나 이 사람도 한 가지를 모르고 있었군. 난세를 없애기 위해 십팔만사천백와마루를 세웠다고 했지만, 그것이 괴물이 되어 더욱 강해진 힘으로 버티고 있는데도 난세는 아직 계속되고 있지 않은가?"
그의 눈에는 언뜻 질책의 빛이 떠올랐다.
"힘으로 힘을 제압한다면 결국 더 큰 힘의 반발을 초래할 수 밖에 없다는 가장 평범한 진리를 이 사람은 깨닫지 못했다. 허면 과연 난세라는 것을 역사의 한 과정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그것이 아니라면 난세를 없애기 위해서는 어떤 행동을 취함이 옳은가?"
자천릉은 스스로에게 묻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상관할 필요는 없지. 나는 이 사람이 남긴 무공이나 열심히 읽어두면 되니까."
천천히 죽지를 넘기는 자천릉의 시선 속에 한 줄기 기이한 글귀가 빠르게 쏘아들었다.
<검의 길은 너무도 지루하고 멀다. 허나 그 길의 끝에는 천하무적이 있기에 나는 그 길을 간다. >
그것은 마치 하나의 좌우명처럼 제시된 공공황의 무론(武論)의 시작이었다.
"천하무적이라... 제법 마음에 드는 구절이군."
자천릉은 검의 무론을 천천히 읽어내려 갔다.
<노부가 일백여 년 동안 천하를 떠돌며 터득한 검법, 두 개의 검을 양손에 들고 펼치는 일월쌍검공공검도(日月雙劍空空劍道)를 여기 남긴다.
... 중략....
한 자루 창을 숙달시키는데는 삼 년, 한 자루 도를 터득하는 데는 십 년이 소요된다. 허나 한 자루 검을 익히는데 필요한 세월은 일백 년, 그것도 명사와 명검과 기재라는 세 조건이 충족될 때 한해 최소한으로 잡은 세월이다.
그에 비해 인간의 수명은 길다 해야 고작 백 년을 넘지 못하며 따라서 예로부터 무인들은 좀처럼 검의 길에 들어서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기억하라!
검의 길에 들어섬이란 흡사 평생을 걸어도 헤어나올 수 없는 미로 속으로 뛰어듦과 마찬가지라 할 것이나 일단 검으로 대성한다면 그는 능히 천하무적이라 불릴 자격이 있는 사람임을.>
"이 사람은 알고 보니 굉장한 무재(武才)였군!"
자천릉의 눈에 놀람의 빛이 떠오르고 있었다.
"검의 길이 험난함을 알기에, 검조(劍祖)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 곤오풍우를 더욱 무서워하는 것이라고 까마귀 할아범이 말했다. 헌데 오천 년 무림사가 낳은 사상 최강의 초마인이라는 검조 만세제일신마 곤오풍우도 한 자루의 검을 쓴다고 했거늘... 이 사람은 쌍검을... 그것도 독학으로 천하를 떠돌며 익혔다니, 타고난 강자이자 초유의 무재라 아니할 수 없겠군."
진심 어린 감탄이 처음으로 자천릉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검의 길은 자식을 열 둘이나 둔 사람이 매일 마다 끼니걱정을 하면서 보내는 일백 평생보다도 어렵고 고달픈 것이라고 누군가가 말했다. 헌데 공공황은 그 어렵다는 검의 길에서 한 단계 더욱 올라선 두 자루 검의 절대경지를 향유하고 있었단 말인가?
<쌍검을 쓰려면 우선 우수와 좌수간에 한 치의 차이도 있어서는 아니된다. 그것은 형체의 균형을 말함이 아니라 기의 배분을 가리키는 말이니, 신(神)과 정(情)과 기(氣)가 일단 안정된 경지에 오른 이후의 검도는 오직 느낌의 차이만으로 우열을 논할 수 있음이다.
하여 우수의 뜻이 따르는 대로 좌수의 검이 움직일 수 있어야 함은 물론 우수가 취하는 검리(劍理)를 좌수가 모르게 해야 할 경우도 겪어야 하는 터, 이는 쌍검기예의 가장 처음이자 마지막....>
<일월쌍검공공검도는 크게 세 단락의 검도로 나뉜다. 하나는 지상에서 가장 강력한 공격을 위함이요, 또 하나는 하늘 아래 가장 완벽한 수비를 위함이며, 마지막 하나는 모든 것이 불가능할 때 상대와 함께 죽음을 맞기 위함이니,
그 세 가지 단락을 노부는 빛의 공격초식 건곤섬선(乾坤閃線)과 암흑의 방어초식 천지장막(天地帳幕), 그리고 삶과 죽음을 같이하는 일월양붕(日月兩崩)이라 명명했다.>
"놀랍다. 과연 인간으로서 두 개의 손을 이렇듯 완벽하게 사용할 수 있단 말인가?"
자천릉이 감탄한 듯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뇌까리고 있었다.
"그렇군. 이 검법은 어쩌면 그 멀고 험한 검의 길의 마지막일지도 모른다."
- 빛의 공격초식, 광(光) 건곤섬선.
<한 줄기 빛이 하늘과 땅을 가르니 그 빛이 두 줄기가 되매 하늘과 땅에 빛만이 가득 하도다.>
- 암흑의 방어초식, 암(暗) 천지장막.
<한 줄기 어둠이 하늘과 땅을 감싸니 그 어둠 두 줄기가 되매하늘과 땅이 어둠으로 화하도다.>
- 삶과 죽음의 초식, 생사(生死) 일월양붕.
<빛과 어둠이 하늘과 땅에 갈라서니 하늘과 땅이 함께 무너지도다.>
자천릉에게 처음으로 탄성을 터뜨리게 한 일월쌍검공공검도!
그것은 난세의 영원한 종식을 집요하게 추구하던 한 인간의 집념이 낳은 지상에서 가장 위대한 검법이었다.
첫댓글 즐독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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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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