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생각해도 신기한 것은
지금까지 한 번도 결혼하고 싶은 적이 제게 없었다는 점입니다
여자를 싫어한 것도 아니고 연애를 싫어한 것도 아닌데,
다시 말해서 연애는 하고 싶었는데 결혼은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수도 생활을 제가 원했기에 결혼하고 싶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지만
결혼 자체를 제가 그리 원하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고,
그러니까 수도자가 되지 않았어도 저는 결혼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렇게 생각하니 수도자도 안 되고 결혼도 안 하는 요즘 젊은이들과 제가
별반 다르지 않고 그러니 그들을 비판하는 것은 사돈 남 말하는 격입니다.
그런데도 저는 저의 수도 생활이 저의 선택이 아니라
하느님의 부르심이라고 지금은 굳게 믿고 있습니다.
아시는 분이 그리 많지 않은데 저는 한때 수도원을 떠났었습니다.
입회한 지 십 년 됐는데도 프란치스칸 수도자로서 너무도 부족한
저에게 절망했고 이런 놈이 그 위대한 프란치스코를 따르는 것은
너무너무 부당하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제가 포기하고 나니까 하느님께서 그때 저를 부르셨습니다.
아니, 그때 부르신 것이 아니라 그때 느꼈던 것입니다.
저의 수도원 입회가 저의 선택이 아니라 하느님의 부르심이었다는 것을.
그래서 이런 저를 예로 들면서 여러분에게도 같은 얘기를 합니다.
여러분의 결혼생활도 성소라고 말입니다.
처음에 연애하고 결혼할 때는 내가 좋아서 선택한 것이라고 생각했어도
오늘 주님께서 말씀하시듯 실은 하느님께서 짝지어주신 것이라고.
그래서 한때 저처럼 갈라서려고도 했지만 이제 그래서는 안 되고,
하느님께서 짝지어주신 뜻이 무엇인지를 찾아야 한다고 말입니다.
하느님의 뜻은 내가 짝지어줬으니 싫어도 억지로 살라는 것이 아니라
이 결혼생활 안에서 행복하고,
이 결혼생활이라는 사다리를 통해 마침내
하늘나라에 동반 입장하라는 뜻일 겁니다.
“하느님께서 맺어 주신 것을 사람이 갈라놓아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