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세이버 - 조희
유리창에서는 죽은 새의 냄새가 난다
그 아래에 쌓이는 얼룩을 보다가 반사되는 마지막 얼룩
네가 등을 돌릴 때 어디를 가는 거냐고 물으면 흥건하게 엎질러지는 바다
너는 빛처럼 왔다가 유리처럼 깨지는 존재 같았다 아파트 버드세이버 아래에서도 그랬다 유리는 바다 안에서 경험되어지는 것들과는 거리가 멀다
나뭇잎들이 버드세이버 안과 밖으로 파도소리를 밀어넣고 초록문장을 모래알처럼 쏟아놓을 때 유리는 유리답게 반짝였다
눈이 부셔서 눈을 깜박이는 사이 머리 위에서 쿵 소리가 났고 멧새가 우리 발밑에 떨어졌다
초점이 모아지는 곳에 죽은 새가 있었다
부러진 날개는 조각 난 유리조각 새의 눈동자는 얼어붙은 섬 차마 눈을 감지 못한 눈 속에서 착란의 쇳덩이소리가 났다 거짓과 진실 사이에서 죽음의 냄새가 진동을 했다
너의 손바닥 위에 죽은 새를 가만히 올려놓자 뭉쳤던 나의 피 반쪽이 돌았다 내 날개가 부러진 것도 아닌데 버드세이버 속으로 피 흘리는 노을이 스며든다
ㅡ계간 《시와문화》(2024, 가을호) ***************************************************************************************** 큰길 가의 버드세이버는 본래 조류 보호를 위해 설치한 시설인데요 실제로 버드세이버에 부딪혀 죽어가는 조류가 생각보다 훨씬 더 많다고 하네요 운전자의 전방 주시를 방해한다고 설치한 것이 조류에게는 아주 위험한 게 되어버렸듯이 '다수결'과 '안전수칙'이 오히려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안전을 해치는 경우도 있네요 도처에 거짓과 진실이 뒤섞여 있습니다 요즘은 버드세이버와 방음벽이 곳곳에 설치되고 있습니다 엊그제는 낚싯배에 잠자리떼가 몇 톤씩 날아들어 사람을 깨물기 까지 했다더군요 유리벽을 통해서도 진위를 가리지 못하는 세상사가 오직 근시안 때문일까요? 다수결 정치가 사람을 불안하게 마들고 안전사고가 목숨을 위협하는 현장도 불안합니다 피 흘리는 것 같은 노을이 아침 저녁을 가리지 않고 어제도 오늘도 스며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