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둘째 손자가 태어났습니다. 첫손자 때는 코로나 때문에 사진과 영상으로만 만날 수 있었는데, 둘째는 하루 세 번 면회도 가능해서 시간 될 때마다 가보며, 하루가 다르게 이목구비가 또렷해져가는 모습을 보는 즐거움, 뿌듯함이 컸습니다. 산모가 병원에 이어 조리원에 입원해 있으니 첫손자를 돌보는 과업이 사돈댁과 우리에게도 주어졌습니다. 지난 주말 이틀은 우리가 봐야하는데, 딸이 고모 역할을 톡톡히 해주어 아내와 제가 편했습니다. 첫날은 키즈카페에, 이튿날은 동물원에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구미에 키즈카페가 그리 많은 줄은 처음 알았습니다. 50여개나 되더군요. 동물원이 있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찾은, 봉곡동에 있는 키즈카페는 규모도 엄청나게 컸고 다양한 놀이시설, 쉼터가 마련되어 아이들은 놀고 보호자들은 휴식을 취하며 음료, 간단한 식사까지 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18개월 된 큰손자는 잠시도 가만있지 못하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노는데, 모서리 등 다칠 위험이 조금이라도 있는 곳은 모두 충격방지대를 덧대 놓아서 안전하게 놀 수 있는 공간이라 안심이 되었습니다. 딸과 제가 번갈아 천방지축 손자를 따라다니는데, 얼마나 재바른지, 등으로 땀이 흘러내릴 정도였습니다. 어른들 휴식 공간 쪽은 테이블과 의자가 여럿 배열되어 있는데, 모서리마다 골무처럼 충격방지대가 끼워져 있었습니다. 큰손자가 그쪽 테이블 가까이로 뛰어가니 앉아있던 아주머니 한 분이 반사적으로 모서리를 손으로 가리더군요. 엄마의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참 고마운 마음의 발로에 고맙다는 목례를 했습니다. 이런 마음이 모인다면 이 세상은 한결 살기 좋은 곳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기분이 더욱 좋아졌습니다.
그동안 잠시잠깐 손자를 봐주고 함께 다니기는 했지만 이번처럼 장시간 함께 하며 봐주는 건 처음이라, 힘도 들었으나 내내 행복했습니다. 나의 분신들이 이렇게 자라고 있구나, 이제는 둘만 낳아도 다둥이가족으로 분류될 정도로 저출산, 인구절벽이 심각한데, 우리 아이들은 자기 할 도리를 다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뿌듯했습니다. 손자들 봐주기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일하고 건강도 챙겨야겠다 싶었습니다. 서로 자신 몫의 짐을 많이 지려는 가족처럼, 모서리를 막아주던 그 엄마의 마음처럼, 우리 각자도 그리 살았으면 참 좋겠습니다. 요즘 더욱 혼탁해진 정치판의 정치꾼들에게까지 이런 걸 바라는 건 헛된 소망일까요?
건강을 챙기는 데 자연을 벗 삼는 것만큼 도움 되는 일도 많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틈만 나면, 틈을 만들어 쏘다닙니다. 특히 이 짧은 가을엔...
도동서원과 다산의 은행나무, 오는 가을의 걸음이 더딥니다.
https://blog.naver.com/bornfreelee/223259564650
대구수목원엔 가을이 풍성하고, 팔공산 단풍은 아직이었습니다.(11월 6일 기준)
https://blog.naver.com/bornfreelee/223257543653
이삭 줍듯 주변에서 가을 담기
https://blog.naver.com/bornfreelee/223260472784
오늘은 가족의 의미를 함축하여 표현한 글을 모셔왔습니다.
가족이란... (모셔온 글)==============
우리는 시장에서 쌀, 기름, 설탕, 채소, 학용품 등을 사서 각자의 배낭에 넣었다.
배낭에 무엇을 넣을지는 각자 알아서 정했는데, 서로 미루려고 하기보다 좀 더 많이 넣으려고 했다.
내가 덜 지면 다른 가족이 더 많이 져야 했기 때문이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만들어가는 가족이라는 공동체는 이런 게 아닐까?
서로 자신의 몫의 짐을 많이 지려고 나서는 것 말이다.
-----이성근의《오늘 행복해야 내일 더 행복한 아이가 된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