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일로 인도의 남부 도시 두 곳을 다녀왔다.
내가 있는 뉴델리와 구르가온은 인도의 북부중앙도시로
북쪽접경과 300여킬로 밖에 안되지만 위도가 낮고 내륙이라서
여름엔 지독히 무덥고 겨울엔 최저 5도까지 내려간다는데,
인도의 남쪽은 적도 근방이라서 연중 상하의 지역이지만,
기온은 늘 30~35도의 전형적인 열대기후라고 한다.
오랫동안 신제품 개발시 금형 개발 업무로 함께하며 친구가 되었던
싱가폴 본사의 노친구가 역시 이곳의 신제품개발 관련 방문하였기에
함께 인도의 금형 업체를 둘러보고 인도에서의 금형 제작 가능성을 보고자
회사 가까운 곳에 두 곳, 그리고 뭄바이와 첸나이에 각각 한곳씩
네 곳을 방문 예정으로 계획을 세우고 먼저 회사 가까운 곳을 방문하고
이틀 계획 출장으로 여행 삼아 다녀왔다.
인도행을 처음 제안 받고 제일먼저 전화를 해서 상의했던 노 친구는
인도의 열악한 환경을 얘기해주며 큰 맘먹고 다녀오라더니,
오랜만에 인도를 출장 오면서 호텔을 마다하고 내 아파트로 숙소를 정하고는
주변 환경부터 아파트내부를 속속들이 둘러보고, 관리비와 제반 조건을 듣고
하룻밤을 지내고 나더니 모든게 파격적인 조건이라며 흐뭇해 한다.
두 밤을 함께 지내고 셋째 날 아침 일찍, 모든 일정을 준비하고 계획한
구매부장을 대동하고 공항으로 출발하였다.
델리의 국내선 공항은 역시 입구부터 무질서하고 바글거리는데,
예약된 항공사가 늘 마시던 인도 로컬 맥주회사인 킹피셔항공이다.
맥주회사가 만든 항공회사가 과연 제대로 할까 걱정했는데,
데스크의 서비스도 좋고, 잘 조직되어 있는 것 같았다.
국내선은 탑승용 브릿지도 없이 버스를 타고 가는 모습이
오래 전 김포공항 모습과 다를 바 없는데,
비행기는 아주 깨끗하고 새 비행기에 서비스도 탁월하다.
인도에 국내선 항공사가 일곱개나 있다는데,
국영 에어인디아는 겨우 넷째 손가락에 들 정도로
인도의 경제는 변하고 있고,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중상층과 하층의 세상이 다른 이곳 인도에서는
중상층을 위한 서비스는 한국보다도 더 낫다는 느낌이다.
인도 최대의 상업도시인 뭄바이는 델리 서남쪽 해안에 위치해 있어
항공거리 1050킬로미터에 약 2시간거리로 서울에서 동경쯤 되나 보다.
모든 기내 서비스도 서울-동경노선이랑 비슷한데,
기내식은 채식과 육식으로 구분하여 채식은 또 메뉴선택이 가능한 게
오래 전 우리나라 항공사의 모습과 비슷하다.
(지금은 원가절감 한다고 많이 부실해졌지만 가격은 여전히 젤 비싸다)
뭄바이에서 첸나이까지 또 약 1050킬로를 날아가고,
첸나이에서 델리로 직접 오는 거리가 1650킬로인데,
세 번의 비행료가 320불 정도이니 국내선치고는 비싼 가격인데
(제주도 왕복항공료의 두 배는 되는 것 같다)
중형 항공기를 가득 채우고 가는 걸 보면
인도의 중상층이 매우 많고, 그들을 위한 서비스는 아주 특별한 모양이다.
인구 1800만 명의 뭄바이는 인도 최대 상업 도시답게 국내선 공항이 국제선 수준인데,
그 넓은 공항 외곽을 빼곡히 빈민가가 둘러 쌓여 있어 볼썽 사납다.
공항에서 렌트한 냉방이 잘되는 승용차를 타고 가면서 바라보는
시내를 가로지르는 8차선 고속도로는 낡기도 하였지만,
길가에는 곧 쓰러질 것 같은 낡은 주택들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고
시내 도로의 길가는 지저분하고 무질서하고, 각종 치부들이 그대로 보인다.
간간이 서있는 비교적 낮은 아파트들은 수십 년 된 것처럼 외벽이 낡아있고,
도로의 사람들은 더위와 가난에 찌든 모습이 묻어난다.
그래도 인도 거대재벌은 대부분 뭄바이에 산다고 한다.
한 시간여를 달려 도착한 시내 외곽에 위치한 금형 업체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제법 기술력과 장비가 있어 보이는데,
인도 특유의 여유(=게으름)와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전형적인 모습으로
중국업체와 경쟁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보였다.
세시간정도 업체를 실사하고 다시 공항으로 돌아와 라운지에서 쉬고
오후 5시 넘어 비행기를 타고 또 1050킬로를 날아서
인도에서 네 번째로 큰 동남부 해안에 위치한 첸나이라는 도시에 도착하였다.
두 번째로 큰 콜커타(인구 1700만명), 델리(1500만명)에 이어
인구 1400만 명의 첸나이는 가까운 거리에 있는 뱅갈로와 함께
대표적 IT산업도시라고 하는데, 공항은 뭄바이만 못하고,
예약된 택시(Prepaid Taxi)는 에어컨도 안 되는 최악의 탈것이었다.
(그래도 사이클릭샤나 창문도 없는 오토릭샤 보다는 고급이라니..)
한여름 밤에 에어컨도 안 되는 택시를 타고 시내를 달리는 것이 얼마나 고역인지,
각종 매연, 흙먼지, 역한 냄새, 특히 물웅덩이를 지날 때 나는 인분냄새…
생전 처음 경험하는 지독한 경험에 몸서리를 치며,
인도를 배낭여행 할려는 사람들이나 혹은 개인 여행할려는 사람들은
특히 여름철엔 절대로 인도여행을 삼가라고 강력히 권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인도 북부 빼고는 연중 여름이니 어쩔 수 없기는 하다)
본 네트에 붙어있는 벤쯔 엠블렘이 사실이라면 아마도 1940년대 제작되었을
까만색 벤쯔 택시를 타고 한 시간여를 달려 도착한 호텔은 그래도
최고급 특급호텔이어서 안심하며, 짐만 풀고 다시 모여
시원한 맥주로 더위에 지친 심신을 식힌다.
호텔 라운지랑 붙어있는 야외테라스에서 시내를 구경하며 마시는 맥주는
남국 해안도시의 한밤의 열기를 식혀주기에 충분 하였다.
인터넷을 시간당 5천원씩 주고 연결하여 겨우 회사 메일 받고는
아침 9시에 여유 있게 뷔페로 식사를 하고 호텔을 나서니
예약된 택시가 왔는데 냉방이 잘되는 도요타 코롤라이다.
흐미, 냉방이 잘되는 차 안에서 바라보는 도시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간밤에 보았던 그 더럽고 고약했던 도시 모습은 느낄 수 없고
수십 년된 아름드리 가로수가 고풍스럽고, 적나라한 도시의 속살이 정겹다.
시내를 가로질러 도시 외곽으로 나가니 시골도로가 나오고
오래된 초가지붕들, 군데군데 야자수와 바나나 나무들이 남국의 정취를 풍긴다.
새로 지정된 공단에 위치한 금형 업체는 최신식의 설계실부터
잘 정리된 공장내 각종 설비들과 잘 조직된 작업현장이 인상적이고
인도업체로선 드물게 진취적이고 열성적이었다.
근처에 있는 사출공장에서는 30킬로 떨어져 있는 현대자동차에 납품한다는
자동차 내부 각종 플라스틱부품들을 생산하느라 여념이 없다.
돌아오는 길은 간 길의 지름길로 돌아 1600여 킬로미터를 날아 왔으니
한국에서 중국 중심부정도의 거리를 다녀온 셈이다.
여전히 킹피셔 항공기는 서비스도 좋고, 여 승무원들도 예쁘고,
두 시간반정도의 비행시간이 즐거운 여행이었다.
기념으로 즉석에서 멤버쉽 신청서를 제출하고,
인도에 있는 동안 애용하리라 인사를 하며 짧은 남부 여행을 마무리 했다.
급격하게 변하는 인도의 남쪽에도 변화의 바람은 불고 있지만,
거대한 나라의 속속들이 그 변화가 느껴지기에는 한참 멀었다는 생각을 하며
그 변화의 가운데에서 함께 하기로 한 2년의 시간을 가늠해본다.
2년 뒤에는 내 발자취에 변화의 선구자라는 느낌표를 붙여놓고 돌아갈 예정이다.
첫댓글 건강하게 무사히 잘다녀와 후기까지 올려줘서 고마워 마치내가 여행을 한것같네 늘 건강하게 지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