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6년 나폴레옹과의 전쟁에서 패한 프로이센이 위기에 처하자 철학자 J.G.피히테가 적군의 점령하에 있는 베를린학사원 강당에서 행한 우국 대강연.
지금까지는 일반적으로 감각의 세계가 참다운 실재(實在) 세계로서 여겨지고, 그것이 우선
교육의 객체로서 학생들에게 제시되어 왔었다. 학생들은 우선 감각의 세계에서 출발하여
사유(思惟)로 이끌렸다.
새로운 교육에 있어서는 사유에 의해서 파악된 세계만이 참다운 실재이다. 새로운 교육은 모
든 사람들 속에서 정신만을 살리어 그것을 지도하도록 해야 한다.
나는 먼저 견실한 정신만이 질서 정연한 국가의 유일한 기반이 된다고 했는데, 참으로 그 정
신을 모든 사람들 속에서 이룩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로써 생겨나는 정신만이 고매한 조국애를 나 자신 속에 심어 준다.
그래서 그 사람으로부터 용감한 조국의 수호자로서 충실하게 법을 지키는 공민이 태어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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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세대에 호소한다.
여러분은 젊다. 젊은 만큼 빛나는 예지와 비상한 능력을 갖고 순수하고 뛰어난 감성을 갖고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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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여러분의 그 고귀한 젊음이 순진성과 자연적인 감정에서 멀어지지 않았음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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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석한 사유로 여러분은 만년 청년이 될 수도 있다. 육체가 늙고 무릎이 휘청거리더라도
여러분의 정신은 끊임없는 신선함을 가지고 되살아나고, 여러분의 개성은 확고 부동하여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여러분에게 기회가 닥쳐오면 즉각 단단히 붙잡아라.
여러분이 반성해야 될 점을 과제에서 똑똑히 가려내라. 이것이 명백해지면 다른 모든 점도
역시 저절로 밝혀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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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말기(末期)이기를 원하는가,
아니면 시조(始祖)이기를 원하는가."
그것은 여러분에게 달려 있다.
말기란 여러분이 존경을 못받을 뿐 아니라
후세로부터 부당하게 멸시를 당하는 세대의 최후자임을 말한다.
또 그 세대의 역사에 있어서 이제부터 시작하는 야만시대가 있다고 하면
여러분의 자손은 여러분이 말기가 되는 것을 기뻐하고
또 그렇게 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그 운명을 찬양할 것이다.
시조란 여러분의 모든 관념을 초월하는
빛나는 시대의 새로운 전개점(展開點)이고
또 자손이 이제부터 그 축복의 연대를 헤어보는 세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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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선택해야 하는 여러 조건들을 마음속에 떠올려 봐라. 여러분이 계속 침체되고 버림받은 상태에 있는다면, 노예 상태에서 생겨나는 모든 불행, 즉 결핍과 굴욕, 그리고 정복자의 우롱과 오만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여러분은 어디에서나 잘못 되었고 방해가 되기 때문에 궁지에 몰리고 약탈당할 것이다. 결국에 가서는 그 국민성과 국어를 희생시켰을 뿐, 얻은 것이라고는 보잘것없고 하찮은 자리에 불과하고, 그런 식으로 해서 하나의 민족으로서 차츰 사라져 갈 것이다. 이와 반대로 만일 여러분이 분발해서 씩씩하게 행동한다면, 꽤 괜찮고 명예로운 상태에 살게 될 것이며, 여러분 중에서 그리고 여러분 주위에서 여러분과 독일인들의 이름을 아주 빛나게 해 줄 것을 약속하는 한 세대가 자라나는 있음을 보게 될 것이다. 여러분은 이 세대에 의해 독일의 이름이 모든 민족 중에서 가장 영광스럽게 부상하는 것을 머리 속으로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여러분은 우리 민족이 세계를 부흥시키고 재창조하는 것을 볼 것이다. 여러분이 맨 꼴찌가 되어, 존경받을 가치도 없고 또 분명 후손들로부터 부당하게 멸시당할 세대의 마지막 주자가 될지 어떨지는 여러분에게 달렸다. …… 여러분은 여러분이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영광스러운 새 시대의 첫 주자가 되어, 그 후손들이 여러분의 세대부터 구원의 연대를 헤아리게 될 수도 있다. 여러분은 이 중대한 선택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최후의 세대라는 사실을 깊이 명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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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자리에서 바로 결심해야 한다.
머지 않아서 자연적으로 개선이 될 테니까
그때까지 우리는 잠시 동안 휴식을 취하자든가,
잠깐 잠이나 자고 꿈이나 꾸자고 말해서는 안 된다.
개선은 결코 자연적으로 일어나지 않는다.
깊은 생각을 하기 위해서
보다 보람 있는 시간을 보냈을는지도 모르는
‘어제’를 무위도식하고
오늘도 여전히 결심을 하지 못하는 자가
내일 이것을 할 수 있을 것인가.
- J.G. 피히테의 《독일국민에게 고함》 중에서 -
철학자 J.G. 피히테가 프랑스군(軍) 점령하의 베를린에서 감행한 강연. 1807년 12월 13일부터 1808년 3월까지 베를린학사원(學士院) 강당에서 매주 일요일 저녁, 총 14회 강연하였다. 그는 이 강연에서 프랑스문화에 대한 독일국민문화의 우수성을 설명하고 이것을 국민전체에게 알려 국민정신을 함양하는 것이 독일재건의 길이라고 역설하였다. 그의 주장에 들어 있는 민주주의적·공화주의적 요소 때문에 이 강연은 오랫동안 재판(再版)이 금지되었지만, 예나의 패전에 이은 틸지트(지금의 소베츠크)의 굴욕적인 강화로 나폴레옹의 지배하에 놓였던 당시의 프로이센과 독일의 상황에서는 오히려 국민정신을 앙양하여 반격을 준비하는 데 정신적으로 커다란 힘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