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말 나이를 잡수시는걸까?
14시 55분 광주송정행 KTX를 타기 위해 토요일 아침부터 여유를 탐하였다.
일찌감치 일어나 꽃샘추위 물린 구파발 산책로를 운동삼고,
간밤의 불면(不眠)을 달래기 위하여 동네 목욕탕까지 다녀왔으니 이것만으로도
토요일 어느 누구 못지 않는 행복한 사내이다.
이미 개강을 하였음에도 휴일 알바전으로 눈코 뜰 새 없는 아들내미!
여러분, 사내는 군대에 보내야 합니다.^^ 갈팡질팡 제 꿈을 찾지 못하던
아이는 상병 무렵 다니던 제 학과를 포기하더니 전역과 동시에 쉐프가 되기
위한 새로운 학교, 새로운 학과를 선택하며 진로를 수정하였다.
"배운 내용들을 테스트할 수 있는 식당이니 꽁 먹고 알 먹고~" 제 용돈까지
챙긴다 하니 아드님의 이 예쁜 마음을 어이 자랑삼지 않을까!
아들 위하여 5일여를 푹 고은 꼬리뼈에 밥 한술을 얹었다.
"무리하지 말고~" 징그럽지만 아비를 안아주는 녀석의 품이 싫지 않아 힘을
주었다.
친구님 생일잔치에 다녀오신 따님은 아직 기침 중이시다.
뽀얀 햇살에 이불까지 널어놓은 상춘(賞春)의 즐거움이 삼각산을 끼고 사는
불광동 사람들의 적지 않은 홍복(洪福)이라.
1시간여 틈을 두고 서울역에 도착하였으니 나머지 30여분은 오쿠다 히데오의
'오 수다'와 즐기면 그만인데.., 호차와 좌석을 재확인하기 위하여 핸드폰을
열었는데 아-뿔-싸~
출발지가 서울역이 아니고 용산역이었다. 어째~ 부리나케 달려야지...
여느 때 같으면 인파로 흥청거렸을 서울역 광장인데 한 귀퉁이 외침 말고는
한산한 도로마저 얼마나 감사하고 고마운지..,
택시 이외의 이동은 칼루이스보다 빠른 두 다리이니 아직 써먹을 만한 새주의
튼튼 신체가 하염없이 고마웠다.
10여분을 남겨두고 용산역 플랫폼!
한여름에도 땀을 흘리지 않는 체질이 또한 고맙고 감사하니 엄마 낳아주신
DNA 겹겹의 은혜에 봄의 전령사(傳令使) 후레지아 한다발 올려야겠다.
14시 55분!
1초도 어김없이 용산역 플랫폼을 빠져나가는 목포행 KTX는 지금 장안대학교
건물을 지나 터널을 뚫고 있다. 장안대학교? 어디 쯤에 있는 요람일까?
지역지리 상식을 계산하고 있는데 역시 동인들은 아름답다.
들판 위에 솟은 송탄농협, 로고 글씨체가 뚜렷하여 여타 KTX 손님들에게도
신통방통 반가운 길잡이일 것이다.
논과 밭, 낮은 야산들이 지나치는 시골의 풍경은 지금 이대로 '평화'이다.
"어제 무슨 일 있었어?" 세상사 잊은 듯한 들내음 하늘 위엔
다시 제 고향 가는 것인지 기러기떼가 유유하다.
무스탕코리아 건물 옆 야산은 도굴 중, 삼국사 유물을 찾는 것일까?
2030년? 우주시대를 점한 방주일까?
속살 드러낸 산허리가 저토록 야하니 남산(男山) 한 짝은 또 어찌하려고..,
신선(神仙)산과도 같은 만리장성 황산이라 하여 국제짝 맺어주면 그만인데
빼어나면 뭘해? 그 안에 감추어진 속내가 저토록 가벼우니 아서라~
천안아산역 둘러싼 여산(女山) 하나에게는 특별히 이부종사(二夫從事)를
허락하마! 새주 마음대로~
횡재인가? 경쟁의 아픈 호소일까? 부산역 KTX를 오가던 작년엔 직원들
석점한 맥주뿐이이었는데 목포행 KTX에선 'KOREA Railroad' 찍힌
비스켓과 건과자인듯 맛있어보이는 과자가 덤이다.
결론으로 사람을 감동시키는 일은 수여자(授與者)도 소비자도 본디 즐거운 법이니
다시 영업객장에 섰을 때 제리 더 내놓으련다.
"어른! 어찌하면 이 많은 마을사람들을 꽥소리하나 없이 잘 다스리기요?"
"마이 묵여야지" '웰컴투 동막골' 비슷한 대사일까?
15시 50분 오송역이란다. 오송역?
지리하면 웬만한 새주인데 새카맣게 낯선 이름 오송역이라?
인색했던 여행을 바지런히 행동에 옮겨야 대한민국사람일게다. 그러고 보니
올 한해 버킷리스트 제 2호가 여행이지^.^
이 잡듯이 대한민국 곳곳을 섭렵할 때가 머잖았다.
지금쯤이면 졸려야 하는데.., 하객(賀客) 품앗이 앞에 이토록 호들갑이니
새주, 보라카이 어디 쯤이면 기절하겠으니 두고두고 심장을 튼튼히 하거라~
오송역 지나니 터널이 이어진다. 역시 남산(男山) 포박하여 제멋대로 만든
신천지(新天地)역 아닐까?
나오키상 수상자 오쿠다 히데오의 '오 수다'를 꺼내었다. 남은 페이지가
얼마남지 않은 까닭이다. 그런데 하드보일드 심리를 강조한다던 이 작가 보소.
"일본 국민이여. 죽기 전에 고토의 땅을 밟아 보라!" 아름다운 고토를 아예
소제목으로 달아 놓았는데.., 기행문에도 대가인가?
차내 아리따울것 같은 아가씨의 목소리, 공주역을 알린다.
백제! 그 찬란했던 문화와 황산벌의 아픔이 상존한 공주를 두고 오쿠다의
먹방 기행문을 읽을 순 없었다. 몇 페이지 안되는 잔량을 두고 다시 창밖에
시선을 고정하였다. 경기도를 건너고 곧 익산, 호남을 눈 앞에 두었지만 반도의
산과 들은 이토록 평화롭고 온유한데 위정자들이시여!
이젠 느낌표 없는 백성 운운(云云) 접으시고 진심으로 민의를 생각하시라.
역사책 달달달 외우셨을 박식(博識)한 머리인데 단종사, 선조사, 영정조사..,
근대사 일제강점기, 6.25의 뼈아픈 기억을 왜 헤아리지 못하실까?
500년, 1000년 뒤에 새겨질 님들의 함자가 사육신이길 생육신이길 공주를
지나며 삼천포이지만 이 또한 민초의 소망 아닐까요?
황산벌 계백장군의 함성이 다시 들리는 듯 숙연해짐을 어찌할 수 없었습니다.
16시 20분!
"우리 열차는 익산역, 익산역에 도착하겠습니다. We will 어쩌구 저쩌구-
아리가토 고자이마쓰"
익산!
하춘화와 이주일선생 일화가 담긴 이리역 폭발사건, 그 이리시가 익산군과
통합하여 익산시가 되었으니 어쩜 호남을 가르는 철도와 도로교통의 요충지로
발돋움해 있다. 몇해 전, 지인 사무소의 쌀과 건고추 소비촉진을 위하여
한걸음에 달려온 곳이니 내 고향마냥 새주의 발자취 몇 개가 아직 남아 있을
것이라!
고전(古典) 정읍사가 있어 정읍을 잊지 아니하였다.
"달님이시여, 높이 높이 돋으시어 멀리멀리 비춰 주소서... 임 가시는 곳에 날이
저물까 두렵습니다. 아으 다롱디리"
정읍을 끼고선 나즈막했던 동산들이 제멋대로 하늘을 탐내는 악산(嶽山)이니
서방님 밤길 염려하던 여인의 간절함이 이리도 정답소.
여인이시여! 참 곱습니다.
16시 52분! 광주송정역에 도착하였다.
계란 몇 알, 맥주 두어캔, 그리고 정담(情談)..,
기차의 정감이 시나브로 이어지는 풍경 무궁화호인데 스마트세상 일색이니
어쩜 KTX가 고맙다. 풍류 흥취는 다른 버킷여행에서 만끽하마...
총각행세는 다 하고 살더니..,
예전 같으면 할아버지 되고서 새 신부를 맞이하는 바보라 신부님 또한
그냥저냥 할머니일 것이다. "신부입장~"
다초점 안경 바꾼지가 따끈따끈 어제였으니 눈이 틀릴리는 없고..,
그럼, 저놈이 지금 도둑놈인가?
지천명을 뒤흔들어버린 숙녀, 불혹선은 넘었을까? 그런데도 신랑 좋다 요염하니
신부님 눈이 마이너스임에 분명하다. 스몰웨딩이라 제 장모님 눈물까지 뚜렷히
보이는데 도대체 저놈은 무엇을 먹었기로서니 이 아찔한 선택을 하고 말았을까?
내일 모레 피죽도 못먹은 양 깡마르고 말텐데 저놈은 생명이 아깝지도 않나
보다. 허기야 매미의 찰나적 기쁨과 환상을 우리 소인들이 미처 알까?
부럽기도 하고 다행이기도 한 이 느낌은 새주의 어떤 색깔일까?
봄 하늘이 금세 뿌옇고 바람이 분다.
몇 안되는 하객이라 서둘러 상행기차를 잡으려는데..,
"세상에~ 여그까지 와가지고 금방 올라가는 사람이 어디 있당까?"
수갑을 채워버린 지인은 새주와는 절친 중에서도 절친 신안 성님이다.
아이고, 어쩌자고 저놈은~ 신부님으로 기선을 제압하더니 초청손님까지 인연이
적지 아니하다.
'옥과 한우촌'
일주일 소모량을 체크하여 가능한 한 생고기를 공수한다는 사장님은 그 많은
손님이 오가셔도 여지껏 흐트러짐이 없으셨다하니 프로 중의 프로가 아니신가?
채썰기 육회는 간혹 먹어보았지만 삼겹살처럼 오동동한 원형 그대로 육회를
내오는데 그 맛이 새삼 진품이시다.
먹고 또 먹어도 한계를 점하지 못하는 한우요리이니 섬뜻 하경길에 오쿠보가
강조했던 "일본 국민이여. 죽기 전에 고토의 땅을 밟아 보라!" 그 고집 그대로
"여행자여! 광주를 찾거들랑 상무지구 옥과 한우촌을 찾아 보시게"
호남의 으뜸 브랜드 '보해' 잎새주가 달고 맛있었다.
채깍채깍... 신안의 성님은 이미 제집에 잠자리까지 살펴둔 듯 하지만 새주,
불광동집에 보물단지를 숨겨 두었으니 차마 광주에서의 오묘함을 마저 즐길 수
없었다.
21시 53분, 또 뛰어야 한다. 출발 40여분을 남겨놓았으니 다급할 수 밖에..,
부랴부랴 '오 수다'가 들린 가방을 찾기 위하여 파킹된 자동차를 찾지만
차는 숨박꼭질 중, 뿅뿅뿅~ 키를 눌러대보지만 자동차도 술에 취한 것인지
아이고~ 22시 12분, 드디어 기침하셨다.
"치매일까?"를 의심하는 성님에게 "동생은 더 심해요~"
때마침 달려오는 기사님께 앞뒤없이 광주송정역을 부탁하는데
"막차 탈라구라?" 비슷한 상황에 이미 알맞게 적응하신 초로의 기사님은
지금 포르쉐 타르가를 타고 아우토반을 달리고 계신다.
22시 39분!
하행선, 물 한모금 편히 마실 수 없었던 KTX는 다시 1평 남짓한 해방촌
쪽방을 향하여 봄밤을 깨우는지, 제 존재감을 살피려함인지 작은 쇳고동을
내뿜는데 이별은 늘 그렇듯 화려한 광주송정역이라고 별반없이-
남겨진 남자는 낮밤 가리지 않고 가슴이 아프다.
여행자여! 혼자일때는 밤기차를 타지 마시라...
400여Km 순천-서울구간 비둘기호였는데 티켓은 입석 20여Km 운임,
가난한 우리들의 젊은 날은 눈치 300단 무질서마저도 때론 도전이어서
아름다웠다. 생각컨데..,
그 빚이 송구스러워 일반석 비어있는데도 새주는 과용하여 특실을 고집한다.
"용서하신 거죠"
정읍을 지나 쏜살같이 충청에 접어들었음에도 KTX는 빠르다 자랑하지 않고
겸손하다. 제가 겸허한게 아니라 봄밤에 묻힌 풍경이 이내 KTX를 몰고
있음이다.
나누미 소주 3병, 결코 적지 않은 주량에다 23시 23분,
코 건드려도 단잠일텐데 새주는 눈을 부라리고 있다. 송정역 24시 편의점에서
구매한 단팥빵 1줄과 망고쥬스, 두유 한 병을 순식간에 먹어치운 것은
저녁밥을 잘 먹어야하는 식습관도 그러하겠거니와 배불러 잠못들기 위함이다.
적중하였다. 새주는 계산기이다.
칠흑같은 어두움이니 허연속살 드러낸 아산역 근방 그 여산(女山)은 지금쯤
어느 수려한 남산(男山)에 안겨 있을꼬? 모두가 잠들어있는 3호차인데 중년의
한쌍만이 게임모니터를 앞에 두고 용산역까지 즐거워하였다.
서울 용산의 밤공기가 명랑한데 운무에 휩싸인 보름달이 다만 아쉬움이라!
새벽 1시를 넘어 2시로 향하는 시침인데도 대낮같이 거실이 밝다.
"아직 안자고..,"
"과제 작성 중인데 조사자료가 넘 많아요~"
개강 새학기인데도 전공과 씨름하는 아희들!
대저 희망이 크다.
첫댓글 I want to travel
육회~ 정말 신선해보이네요--- 먹고싶다---
하나미 Yes, Reminds me of the action!
베가 꼭 드셔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