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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 스캔들] 17
1. 정조의 어느 밀실 (밤)
안대를 풀어주는 손...
선준, 윤희, 용하 재신. 불안하고 걱정스러운 눈빛들. 돌아보면 잘금 4인방이다.
놀랍고 두려운 듯 서로를 바라보는 잘금 4인방.
4인방, 여기가 어딘가? 영문 몰라 돌아보면 한쪽 벽면은 장막이 쳐져 있는 비밀스러운 분위기다.
그때 뚜벅뚜벅 걸어 들어오는 발소리와 그림자.
잘금 4인방 불안한 시선으로 돌아보면.. 그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 이는-- 놀랍게도 군왕 정조다.
소스라치게 놀라는 잘금 4인방.
정조 : (따뜻한 미소와) 귀한 벗들을 거칠게 다뤘군.. 보는 눈을 피하자니 하는 수 없었다. 과인의 무례를 용서해 주겠나?
잘금4인방 : (영문 모른채 어안이 벙벙할 뿐)
정조 : 이런.. 정박사, 자네 제자들은 군왕의 사과도 받아주질 않을 생각인 가 보군..
정조 옆에 모습을 드러내는 정약용. 그 얼굴에 엷은 미소.
잘금4인방 : (의아한) 스승님..
정약용 : (끄덕인다..)
정조 : 과인은 그대들에게 밀명을 내리고자 한다.
잘금4인방 : (놀란 듯 보면)
놀란 듯 정조를 바라보는 잘금 4인방의 얼굴.
정조 손을 들면, 정약용, 장막의 줄을 내린다. 휘리릭 내려오는 장막.
그리고 드러나는 정조의 오랜 비원이 한쪽 벽면에 나타나기 시작한다.
벽면 한가득 크게 붙어 있는 화성 신도시 계획도.
그 위로 다닥다닥 붙어 있는 축성도 여러 장. 거중기 모형도. 화성전도, 장안문 외도, 화성의궤 중 일부.
완성본으로 제대로 채색이 돼 있는 것도 있고.. 설계용 스케치로 슥슥 먹물 붓자국만 나 있는 것도,
큰 그림 작은 메모도 있는 등 다양하다.
빼곡히 벽면을 채우고 있는 메모들은... 지난 날 정조가 꿈꿔온 화성천도의 꿈을 반영하듯..
누렇게 변색되어 시간의 흔적들도 보여주고 있는 것도 있고..
방금 새로 그린 듯 매끈한 것도 붙어 있다.
그 광경에 놀란 듯 넋을 잃고 바라보는 잘금4인방.
그런 잘금 4인방을 보다가.. 화성전도 앞으로 가 서는 정조.
정조 : 과인은 이 곳 화성에 새로운 도시를 건설할 것이다. (화성 전도의 곳곳을 손으로 만져 보며 장터 부근)
장사를 원하는 이는 상업을... 밭을 갈기를 원하는 이에겐 쟁기를 쥐어 줄 것이다.
잘금4인방 : --
정조 : (잘금 4인방 쪽을 돌아보며) 노비도 없고 -- 양반도 없는.. 빈, 부는 나누고 귀, 천이 따로 없는 탕평을 넘어선 대동- 세상..
이것이 내 아버지가 물려주신 꿈이며... 또한 이것이-- 그대들과 함께 꾸고 싶은... 과인의 꿈이다.
잘금 4인방을 돌아보는 정조의 확신에 찬.. 얼굴..
네 사람 그런 정조를 긴장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다.
용하 : ..하오나 전하.
정조 : (본다)
용하 : (진지한) 그 꿈같은 일이.. 가능한 일이겠습니까-
정조 : (본다, 뜻밖이다)
정약용 : (의외다)
선준/윤희/재신 : (일제히 돌아본다. 너 미쳤구나)
용하 : (분위기를 느낀다.. 어쩌지? 에라 모르겠다. 하는 수 없다 살인미소)
아, 아차차..이럴 땐.. (허리 숙여) 아뢰옵기 송구하옵니다만...이렇게 시작하는걸. (정조 보며) 깜빡. 잊었습니다.
정조 : (엄한 눈길로 보고 있다)
용하 : (이것도 안 통하는구나.. 사색이 된다 털썩!! 무릎 꿇는) 한번도.. 그런 나라엔-- 살아 본 적이 없어서.. 그만..
선준/윤희 : (허걱!!)
재신 : (용하 등 안 보이게 슬쩍 후려치는)
용하 : (이크 정조 본다)
정조 : (무서운 얼굴이다)
용하 : (땅 바닥에 엎드려) 주..죽여 주시옵소서, 전하.
정조 : (다가와 일으키며) 벗에게 무릎을 꿇어서야 쓰나. (용하 찬찬히 살펴보며 따뜻한) 산학엔 뛰어난 재능이 있겠군.
용하 : (헤헤.. 손가락으로 꼽으며) 제가 좀... 합니다만..그를 어찌...
정조 : 시작도 하기 전에 성패와 손익을 따지는 것을--- 세상은.. 꿈이라 부르지 않는다--- 계산이라 하지.
용하 : (헉..)
선준/윤희 : --
재신 : (고개 숙인 채..슬쩍..피식 미소)
정약용 : -- (엷은 미소)
정조 : 허면 이번엔 과인이 묻지.
잘금4인방 : (긴장한 듯 본다)
정조 : 꿈꾸면.. 왜 안 되는가-
잘금4인방 : --
정조 : 굶주린 이에겐 밥을-- 일한 자의 주머니엔 돈을--... (쓸쓸히 웃는) 과인이 꿈꾸는 정사란--- 이토록 간단하고도 쉬운 일이다.
(단호한) 이것이 왜 꿈이어야 하며.. 어째서.. 꿈꿔선 안 된다는 말인가.
윤희 : --
선준 : --
재신 : --
용하 : (이전과 달리... 마음이 흔들린 얼굴이다..)
정조 : 이곳 한양엔 과인의 그 소망을-- 허황된 꿈이라 조롱하는 이들이 너무도 많다.
하여 과인은 화성으로 새로이 도읍을 옮기고.. 새로운 조선을 열고자 한다..
정조, 김승헌의 낡은 유서를 서탁 위에 꺼내 놓는다.
잘금 4인방의 시선이 집중되고..
정조 : 여기, 화성 천도로 가는 열쇠가 있다.
잘금4인방 : ??
정조 : 선대왕 마마께서.. 돌아가신 뒤.. 과인에게.. 큰 뜻을 펼치고자 할 때 세상에 공개하라 하신... 유훈이 있었지.
잘금4인방 : --
정약용 : 십년 전 어느 밤--- 성균관 박사 김승헌과 그 당시 장의 문영신에게 그 유훈이 든 상자를 궁으로 호송하라는
어명을 내리셨다.
윤희 : (아버지다..)
재신 : (긴장하는, 윤희 한번.. 본다)
정약용 : 허나 그들은... 불의의 사고를 당했고.. 유훈이 담긴 궤도 사라지고 말았다.
윤희 : (흔들리는.. 눈빛)
재신 : (오래 지녀온 분노...)
선준 : ---
용하 : --
정조 : 이는... 김승헌이 남긴 사직 상소이자 유서다. 이를 단서로 그대들이 과인에게 선대왕 마마의 사라진 유훈을 찾아다 주겠나?
과인의 꿈을..과인의 열망을 그대들도 함께--- 품어 주겠나?
정약용, 김승헌의 유서를 잘금 4인방 앞으로 가져 온다.
잘금 4인방..긴장한 얼굴로...정조를 바라 보다 유서를 본다.
빛이 바랜 비밀을 간직한 그 유서에서--
2. 세책방 밀실 (밤)
서탁 가운데 놓여진 김승헌의 유서.
그 유서를 주위로 서 있는 윤희, 선준, 재신.. 그리고 용하.
서로를 그리고 유서를 바라보고 있는 긴장된 표정들이다.
윤희 : (흔들리는 눈빛, 간절한) 전.. 찾고 싶습니다. 아니.. 꼭.. 찾아야겠습니다.
선준 : (윤희 본다)
재신 : (윤희 보고)
윤희 : 지금은.. 얼굴도 잘 기억나지 않지만... 제 아버지가 어떤 분인지.. 알고.. 싶습니다.
잃어버린 유훈을 찾다 보면.... 그분의 마지막 흔적을 따라가다 보면.. 어쩌면 조금이나마.. 알 수 있지 않을까--
재신 : (가슴 아프다)
선준 : (윤희 보는데)
윤희 : (그리움) 그분이 어떤 분이었는지..어떤 삶을 살아 오셨는지.. 저... 알고 싶습니다.
(용하, 재신, 선준 보며) 도와주십시오. 사형들.
용하 : (윤희가 안타까운 생각이지만 내색 않고) 걸오 자넨--?
재신 : (털썩 서탁 위로 걸터앉으며) 구경이나 한번 해보려구.
윤희 : --
선준 : --
용하 : (재신 보면)
재신 : 문영신.. 그 한심한 인간이 그렇게도 원하던 세상이... 정말 오는지 나도.. 그 유훈, 찾아야겠다.
윤희 : (의아한) ..사..형...?
재신 : (내려서며) ...내.. 형이다. 그 한심한 인간..
윤희, 놀란 듯 재신을 돌아본다. 선준도 놀란 듯 재신 바라보고..
용하만.. 이미 알고 있었던 일, 쓰게 웃으며 재신 등.. 토닥토닥.
윤희 : 그래서였습니까?.. 그래서-- 그동안..
재신... 묵묵히.. 윤희를 향해 끄덕여준다.
인연이라 하기엔 가슴 아픈 사연을 나눈 두 사람... 그 마음을 전하는 눈빛이.. 오간다.
3. 규장각 (밤)
서탁 앞에서 선 채로 오가며 술잔을 들이키고 있는 정조.
그 앞에 서 있는 정약용과 채제공.
채제공 : 문재신과.. 김윤식은.. 누구보다 이 밀명을 수행하는데 적합한 이들이겠지요.
하오나 전하, 미욱한 소신은... 노론의 아들 이선준만으로도 모자라... 남인도 소론도 아닌... 그 누구라했소? 정박사..
정약용 : 상유.. 구용합니다.
채제공 : ... 그 아이에게까지 밀명을 내리신.. 전하의 깊은 뜻을 이해치 못하겠나이다.
정조 : (껄껄 웃으며) 깊은 뜻이라 칭찬하는 듯하나.. 과인의 부박함을 질책하는 말이 아닙니까...
채제공 : (머쓱해지는데)
정조 : 구용하.. 그 재밌는 녀석 역시.. 과인이..다시 세우고 싶은.. 조선의... 미랩니다.
복잡한 듯 흐뭇한 듯 미소 짓는 정조.
4. 세책방 밀실 (밤)
서탁을 쾅 치는 용하,
용하 : (심드렁) 난-- 관심 없다구!!
재신 : (용하 보면)
윤희 : 사...형,
용하 : (윤희 보며) 알았어. 대물하고 걸온.. 그 유훈 찾는 게 당연하겠지. 선대왕의 유훈? 그래, 아직 남아 있다구 쳐.
(백번 양보한다는 듯) 그래, 그래.. 우리가 힘을 모아 똘똘 뭉쳐서 찾았다구두 치자구...
선준 : (용하 본다)
용하 : (진지하고 차갑게 굳어지는) 그렇다고.. 세상이 달라질 거 같애? 노비며 서얼에 신분을 혁파하고, 당쟁을 철폐 한다구?
그게 무슨 도깨비 방망이라도 돼? 새 나라 나와라 뚝딱!!
윤희 : ---
재신 : (용하에게서 돌아선 채.. 피식.. 웃는데)
용하 : 그렇게 바뀔 세상이었으면 이미 오래 전에 바뀌고도 남았어. 어차피 안 될 일에 죽도록 고생하며 헛물켜다 ..
손가락 빠는 일을 내가 왜 해? 재미... 없게. (문 쪽으로 가는)
윤희 : 사형..
재신 : (뭐라 말하려는데)
용하, 문 열려는데 그 문을 막아서는 손, 선준이다.
선준 : (용하 앞에 나서며) 그래서 이번에도 관중석에서 관전평만 하실 생각입니까? 실패한 다음 상처 받는 일이 두려워서?
용하 : (예상치 못한 일격)
재신 : (그런 용하와 선준 본다)
윤희 : (용하 보는데)
용하 : (선준 보며) 그렇게 꿈에 부풀었다.. 결국 실패로 끝나버리고 말면... 나한테... 남는 게 뭐지?
선준 : (그런 용하를 보다가) ..적어도 ...두려움 때문에 도망치는 일 따윈 하지 않았다는 ....자기 자신에 대한 떳떳함....
사형께는 필요치... 않습니까?
용하, 윤희 보면.. 윤희, 용하의 대답을 기다린다는 듯 똑바로 보고 있다.
재신 담담한 얼굴로 용하 어깨 두르고 스윽 보는데.
용하 : (답답한) 그러니까 니들은.. 결국 질게 뻔한 이 싸움을 기어이 시작..하겠단 말이지?
선준, 윤희, 재신 용하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다.
용하 : 이런 꼴통들... (하다가... 싱긋 웃으며) 그 대답, 듣고 싶었다.
선준, 윤희, 용하의 변화에 영문 모를 얼굴...
재신, 용하 보면.
용하 : (생각이... 많은) 나두.. 그 대답이.. 듣고 싶었다구...
5. 규장각 (밤)
필통을 쏟아버리는 손 정조다. 그 필통 위로 콸콸콸 술을 따라 들이키는 정조.
놀란 듯 걱정스러운 듯 바라보는 정약용.
정약용 : 전하.
정조 : (다시 술 따르며) 그냥 두게 정박사.. 이마저도 못한대서야.. 낙이 없질 않겠나--
정약용 : (물러서지 않는) 이제 전하의 밀명을 받자올... 아이들이 있습니다.
정조 : (그 말에 필통을 잡던 손.. 내리며.. 희미한 웃음) 김승헌.. 그 친구 재주 많은 자식에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고 싶다 했었다.. 뜻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다고..
정약용 : --- (그 아이가 윤희였구나.. 직감한다)
정조 : 그래서.. 꼭 금등지사를 찾겠다 다짐 했었지. (회한이다) 김윤식 그 아이가.. 그 재주많은 자식이란 말인가-
정약용 : (보다가) 아이들이..밀지의 암호문을.. 쉬이 풀어낼 것이라 보십니까-
정조 : (웃는) 과인 역시 채 풀지 못한 숙제긴 하나.. 아비의 뜻이니.. 그 아들은 헤아리는 법을 알지 않겠나-- 믿어 보는 수 밖에.
설레듯 기대감에 부푼 정조..
정약용...홀로 복잡해진다.
6. 세책방 밀실 (밤)
유서를 떨리는 손으로 펼치는 윤희. 모두의 시선이 윤희에게로 집중된다.
윤희 긴장한 듯 선준, 재신, 용하를 바라보다 유서를 읽어 내려간다.
그러나 낯익은 필체를 보자.. 지난 시간의 회한이 몰려 오는 듯 쉽사리 입 밖으로 소리 내 읽지 못한다.
용하 윤희에게 다가가 어깨 톡톡 두드려 주면서..
용하 : (유서 쓰윽 훑어보며) 그러니까 결국은 유서가 된 사직상소 되.. 우리의 밀명을 풀어줄.... 단서가 될 암호문이란 말이지?
선준 : --
재신 : --
윤희 : 군왕과 나 두 사람이.. 달빛 아래... 실로 묶인 듯 마음을 나누네. (화면 한 켠에 힘찬 필치로 떨어지는 한작 시문
王二人, 月失絲이 들어간..) 책과 경전이 있어 (書 經이 들어간 한작시) 인재를 이루고 풍속을 교화 하였네.
( 成人材之未就, 均風俗之不齋 ) 배움이 향하는 곳 (學文之向) 한 처음, 나라의 시작인 그곳에 잃어버린 그 마음을 둡니다.
(始組之國)
용하 : (곰곰이 생각하며 서성이는) 가만가만...역시. (부채로 탁탁탁) 최고야.. (엄지 추켜세우는)
선준 : (본다)
윤희 : 알아... 내셨습니까? 사형?
용하 : 아니.. 도통 무슨 소린지 하나도 모르겠는데-- 이쯤 되면.. 최고의 암호문이라 할 만하지 않나?
윤희 : (원망스런) 사형...
용하 : (씨익 웃더니) 십년 전 그날 밤.
FLASH 규장각.
젊은 날의 정조와 젊은 김승헌. 온화한 미소로 서로를 마주 보는 김승헌과 정조..
명을 따르겠다 다짐하는 듯 고개 숙인 김승헌. 그 위로--
용하E : 금상께선.. 선대왕의 유훈을 가져와 달라 명을 내렸고.. 성균관 박사 김승헌은... 설령... 신이 먼 길을 떠난다해도..
신의 마음만은 전하 곁에 있겠노라 답했다---?
용하 : 그래서..여기.. 이 (유서 가리키며) 잃어버린 그 마음을 둔다-- 이건---
윤희 : ..(떨리는 목소리...) 아마도 선대왕마마의 유훈을 ... 이 세상 어딘가 남겨 두셨다는 뜻.... 같습니다.
선준 : 허면 선대왕 마마의 유훈이란.. 마찬가지로. 이 첫 문장, 이 첫 문장에 답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실로... 묶인 마음..
재신 : (한 켠에 세 사람을 등지고 서서 복잡한 얼굴이다)
선준/윤희 : (동시에) 파자..
용하 : (선준 윤희 본다)
재신 : (선준, 윤희.. 슬몃 본다)
윤희 : 아버진.. 파자를 이용해 수수께끼를 내는 걸 좋아하셨던..기억이 있습니다..그래서..
용하 : (부채로 턱을 톡톡 치며) 파자..파자라면-- 황감제 결선에서 파자 문제로 장원이 된.. 우리 이선준 상유가 있질 않나.
선준 : 파자로 만들 수 있는 문자는... (유서의 글자들을 짚어 내려가며) 여기 이.. 왕 이 인과 월, 실, 사..
INST 王, 二, 人이 화면 한쪽에 붓글씨 모양으로 써 내려온다. 月, 失, 絲....
윤희 : (손으로 허공에...써내려가며,) 왕..이..인..
INST 윤희 손가락 끝에서 완성되어지는 새로운 문자.. 금 金.
윤희 : (역시 마찬가지로 써 내려 가는) 월...실...사...
INST 윤희 손가락으로 써내려가는 글자..등 縢.
윤희 : 금...등--?
재신 : ---
용하 : (그런 재신을 보면서) 금등이라면 쇠줄로 봉한 궤짝이란 뜻인데.
INST 유서 가운데..書經 도드라지게 나오고
재신 : 서경에 나오는 문장이다. (익히 알고 있었던...) 주나라 때 일화. 목숨을 바쳐서라도.. 주군을 살리겠다는--.. 금등지사.
윤희 : 금등지사..-? 홍벽서가 늘 말해온? (재신 보며) 혹.. 사형께서는.. 그럼.. 이 모든 일들을 알고 계셨습니까?
놀란 듯 재신 바라보는 윤희, 선준도 용하도.. 재신을 바라본다.
굳어지는 재신의 얼굴.
7. 운종가 거리 어느 일각 (밤)
횃불을 든 하인수와.. 사병들.. 병판과 관군1에게 보고중이다.
병판 : 홍벽서가.. 대사헌의 아들.. 문재신이란 말이냐?
하인수 : (재신의 팔찌를 보이며) 홍벽서가 사라진 현장에서 주운 녀석의 물건입니다.
병판 : (팔찌를 보며) 심증도 있고.. 물증도 있으나... 확증이.. 없다?
하인수 : (분한) 내일이라도 성균관에 군사를 풀어 녀석을 금부로 압송하시면 되질 않겠습니까?
병판 : 성균관에 군사를 밀어 넣는, 극약처방을 하란 말이냐?
하인수 : 안됩니까?
병판 : 성 마르게 굴 것 없다. 금상은 홍벽서를 비호하고 있어. 이쪽에서 홍벽서를 노리고 있다는 걸 드러내
금상에게 우리 속내를 보이고 경계를 높일 이유가 없지.
하인수 : (본다)
병판 : 금상이 더는 홍벽서를 비호하지 못하고 제 입으로 직접 그놈을 죽여도 좋다-- 명을 내리도록 할 생각이다.
하인수 : (그런.. 아버지를.. 의아한 듯 보는)
병판 : (보다가.. 툭툭 하인수 어깨 두드리며) 덜 익은 사과를 따느라 막대를 휘휘 휘둘러 봐야.. 내 뒤통수 꼴만 우스워진다..
사과야.. 익으면 저절로 떨어지게 돼 있는 법이니.
가는 병판 따르는 병사들.
쓰게 웃는 하인수, 가려는 관군대장 막곤.
하인수 : (쓴 웃음) 노친네, 나인 별 수 없군요.. (가는 병판 뒷모습 보며) 가리는 게-- (피식) 많아 지셨어요.
관군대장 : 달리.. 생각이라도 있는가..
하인수 : (관군들 보며) 관군 몇 명만 내주시겠습니까? 내일 아침까지 여기서 길목을 지키고 있다. 성균관으로 들어가기 전에
놈을 잡을 생각입니다. (팔찌 꾹 쥐며)
관군대장 : (어쩌나 싶은데)
하인수 : 그깟 홍벽서 때문에 언제까지...닦달만 당하실순... 없질 않습니까?
(안심시키듯 옷깃 여며주며) 금부로 압송해가면 아버님도 더는 말씀 안 하실겁니다.
하인수. 관군대장을 바라보는 음험한 눈빛.
8. 세책방 밀실 (밤)
재신, 굳은 얼굴이다. 선준도 윤희도 용하도.. 재신을 보고 있다.
용하 : 자네.. 금등지사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나? 그래?
윤희 : ---
선준 : ---
용하 : 말해 보라구.. 여기 이 배움이 향하는 곳.. 나라의 시작이 대체 어디야? 아니 정말.. 금등지사가 있긴.... 있는 건가.
재신 : 돌겠군..
윤희 : (재신 본다) 사형.
재신 : 내가 아는 건... 그날 밤.. 어명을 받은 형은 금등지사를 호송하는 일로 굉장히 들떠 있었다는거다.
그리고 그날로 돌아오지 않았지.
선준 : 허면.. 금등지사가 사라지지 않았다는 건.. 사형께서도.. 모르셨다는 말씀이십니까?
윤희 : .. 사형.. 홍벽서엔..
재신 : (OL) 모든 게 끝났다고 굳세게 믿고 싶은 사람들을 향해--
아직도 여기 이렇게.. 똑똑히 기억하는 이가 있다고.. 말하고 싶었으니까.
선준 : --
재신 : 그 누구보다 금상을 향해.. 그 권좌에 앉은 채 침묵해선 안된다... 말하고 싶었으니까.
윤희 : ....그럼... 금등지사는 ....어디 있는 걸까요?
재신 : 지금부터 찾아 볼 생각이다. (윤희 보며) 니 말처럼... 십년 전 그날 밤. 그분들이 만난 사람.. 거쳐 온 길을 되짚다 보면..
사라진 금등지사의 행방을 알 수도 있겠지..
선준 : --
윤희 : --
재신 : 그러니까 너흰 (윤희, 선준 보며) 그 밀지의 암호나 제대로 풀어둬라. 난 머릿골 아픈 건 딱 질색이니까-- (나간다)
용하 : 그럼 난?
재신 : (목덜미 채가며) 몰라서 물어?
용하 : (끌려가면서) 어, 이거 재밌어. 누가 먼저 단서를 찾는지.. 수수께끼 대결 같은 건가.. (멀어지며) 어이 잘 해보자구~~
남은 윤희, 다시 한 번 유서를 바라보고 선준 그런 윤희를 본다. 안타까움 연민.. 복잡한 시선이다.
9. 운종가 (아침)
빠른 걸음으로 휙휙 걸어 나오는 재신. 그 뒤를 종종 걸음으로 따라 나오는 용하.
용하 : 무슨 .. 생각 중인지는 좀 알면서나 따라가자.
재신 : (그저 가려는데)
용하 : 금등지사에 대해.. 너 정말 더 아는 게 없는 거야?
재신 : 금등지사... 죽은 사도세자를 그리워하는... 선대왕의 회한이 담긴... 친서다.
용하 : (놀라는.. 금등지사의 내용을 알리없었던 시절..) 뭐....뭐야?
재신 : 금등지사가 세상에 알려 지는 게 끔찍하게도 겁났던 놈들.. 그래서 금등지사를 없애고.. 형을 그렇게 만든 놈들..
그 배후엔... 노론이 있다구.
용하 : (뭔가 다른 생각이 있구나) 근데.. 너. 아까는.. 왜..아무것도 모른다구-.. 왜 그랬지?
재신 : (복잡한 얼굴인데)
하인수E : 여기서 보니 반갑군-
용하, 재신 보면.. 그 앞에 다가오는 하인수와 강무 그리고 관군들.
약간 긴장하는 용하와.. 굳어지는 재신.
그때다. 그 뒤편 운종가 골목골목에서도 모습을 드러내는 관군들. 기습적으로 다가오는 관군들의 모습이 위협적이다.
순식간에.. 운종가 골목에 갇힌 꼴이 된 용하와 재신.
하인수 : (씩 여유로운) 간밤 광통교에서 말이야. 홍벽서가 나타났다지 뭔가.
용하 : (싱긋 웃는) 사람.. 참. 그런 건 미리 미리 연락을 해야지.. 나도 구경을 할 게 아닌가--
하인수 : (여유롭게 웃으며) 그럼.. 지금부터 실컷 해 보게나.
하인수, 용하 쏘아보는 채 손 들어 올리면 관군들 두엇 용모화를 들고 와 재신 앞에 펼친다.
굳어지는 재신. 관군들.. 재신과 용모화 비교해보곤.. 저희들끼리 끄덕인다.
씨익.. 득의만면한 웃음을 짓는 하인수.
하인수 : 자세한 얘기는 금부에 가서 하는 게 좋겠지?
관군들 재신에게 기창한 채 빠르고 위협적으로 다가선다.
그 앞을 막아서는 용하. 싱긋 웃으며,
용하 : 이 용모화만으로 홍벽서를 잡는다면.. (용모화 휙 돌려 하인수에게) 이 녀석이랑 제일 닮은 건... 자네 같은데..?
하인수 : (용하 보며 씨익 웃다가 싸늘하게 용모화 내리며) 이걸 보고도 농담이 나올지 궁금하군.
(차가운) 어제 광통교에 두고 간 홍벽서의 증거품이다.
용하와 재신 앞에 재신의 팔찌를 척 내미는 하인수.
하인수 팔찌의 일부분 뒤집어 영신의 이름 끝 자 信, 보여준다.
놀라는 재신, 용하 서로를 마주본다..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하인수 : 여기. 이 팔찌의 주인이 문재신이라는 걸 증명해줄 사람이 필요하다면 성균관의 그 누구라도 데려다주지.
하인수, 재신의 한쪽 팔을 들어 올린다 휘릭 올라가는 소맷자락..
재신의 얼굴이 굳어진다. 걱정스런 용하 얼굴.
소맷자락 아래에는 정말 매끈하게.. 재신에겐 늘 있던 팔찌가 보이지 않는다.
하인수, 관군들에게 눈짓하면. 재신을 향해 달려오는 관군들.
그때다.. 재신, 관군들을 제지하는 반대편 손..
소매 자락이 휘릭 올라가면 그 팔목에.. 여전히 자리하고 있는 팔찌.
재신 : 찾는 게... 이거냐?
하인수 보면, 재신의 팔목에는 그와 똑같은 팔찌가 채워져 있다.
하인수.. 굳어져 재신 보는데.. 싱글 웃는 용하.
용하 : 뭐.. 이런 거?
소매춤을 올리는 용하.. 그 팔목 위에도 똑같은 팔찌가 채워져 있다.
하인수.. 용하와 재신... 본다.. 입술을 깨무는 하인수.
그러자 능청스럽게 늦었다는 듯.. 휴대용 앙부일구를 꺼내보는 마성의 용하.
용하 : 그럼... 우린 유박사의 중용 강학 시간이 다 돼서 말일세. (하인수 어깨 두드리며) 자네도.. 서두르는 게 좋겠지?
눈짓하던 용하와 재신 스윽 관군들 헤치며 달려가기 시작한다..
강무와 관군들.. 얼결에.. 놓쳐 버리고..
강무 : 장의, 걸오와 여림.... 이제 어쩌실 생각입니까..
하인수 : (손으로 강무 막으며) 내 잘못이다.. 아버님 말씀이 옳았어. 익지 않은 사과는 ... 따는게... 아니었다..
(피식..웃다가 매서워지는) 저절로 무르익어 떨어지도록... 하늘의 힘이.... 있어야겠군..
눈부신 하늘을 찡그리며 바라보는 하인수.
10. 반촌 거리 어느 일각 (낮)
달려오는 재신과 용하.. 서로를 마주 보며 픽 웃는다.
팔찌를 찬 손.. 재신과 용하의 허공에서 하이파이브.
용하 : (찡긋) 봤지? 나.. 구용하다.
재신 : --- (웃으며 보다가) 나 찾아낼꺼다. 사라진 금등지사를 찾다보면.. 형을 그렇게 만든 놈들도 만나지겠지..
그래서..그자들에게.. 이젠 정말 두려워해야 하는 게 뭔지.. 보여줄 생각이다.
용하 : ....그래서 내가 뭘 하면 되는데?
재신 : 십년 전 그 날 밤.. 박사 김승헌과 우리 형의 마지막 행적을 찾아줘야겠다..
누굴 만났고 어디로 어떻게 도성에 들어왔는지. (가는데)
용하 : (싱긋) 십년 전.. (휙 재신 쪽 돌아보며) 십년전이면.. 신축년때 일을?
(재신 따라 잡으며) 열흘전도 아니고 십년 전 일을..어떻게..
재신 : 엄살은.. (용하 가슴팍 탁탁) 잊었냐. (슥 보며) 너 구용하다.
용하 : 그러니까.. 자넨 제일 먼저 찾고 싶은 거야.. 금등지사를 없앤 그 배후, 그렇지?
재신 : --
용하 : 이선준 때문에? 아니면.. 김윤식 --?
재신.. 말이 없다.
11. 세책방 밀실 (낮)
의자에 앉은 채 유서를 가만히 어루만지다 차곡차곡 접기 시작하는 윤희.
윤희 : (유서 보며) 금등지사가 있다는....배움이 향하는 ...곳.. 나라의 시작인 그곳 말이오... 어딘지 찾아 낼 수 있을까.. 내가..
선준 : (선반 위에 널브러진 책들을 떠들어 보던 선준, 돌아본다)
윤희 : 난.. 이렇게 거창한 일 같은 건 해 본 적도 없고... 정사나 나랏일엔 관심도 없고.. 머리도 좋은 편이 아닌데다..
아버지의 꿈이나 생각 같은 건... 도무지 짐작할 수도 없고.. 그리고 또 난--
윤희 봇물처럼 터져 나오는 어떤 불안함..
그때다.. 윤희 의자를 돌려 제 쪽으로 향하게 하는 선준,
윤희 그런 선준을 물끄러미 보면 선준 천천히 몸을 낮춰 앉아 있는 윤희와 눈높이를 맞춰가며 앉는다.
(한쪽 무릎을 세우고 앉는 편이 그림이 ^^;;)
선준 : 내가.. 있을꺼다.
윤희 : (보면)
선준 : 이 일이.. 힘에 벅차고 막막하다고 느껴질 때..옆엔.. 내가 있을꺼다. 이렇게 위험한 일을 공연히 시작했다 후회할 때도
그 옆엔.. 내가.. 있을꺼다.
윤희 : (점점 위로 받는)
선준 : 더는 하고 싶지 않다, 두 손 들고 싶어질 때도-- 한없이 부족한, 내 능력 밖의 일이란 생각에 답답해 질 때도--
그리고 또... 결국.. 우리가 아무것도 해내지 못하고.. 빈손으로 남아 실패한다 해도..
(윤희 따뜻하게 바라보며) 김윤희, 니 옆엔 언제나...내가.. 있을꺼다.
윤희, 마음까지 차차 환해지는 미소..
그러자 선준도 웃고 마주 보고 따뜻하게 서로를 향해 웃어주는 선준과 윤희.
12. 세책방 엘리베이터 (낮)
끼긱 소리를 내는 엘리베이터 안.
선준 힘껏 도르래를 굴리고 있다. 그러나 덜덜 거릴 뿐 올라가지 않는 엘리베이터.
윤희와 선준의 시선이 마주친다.
다시 한 번 힘껏 도르래를 퍽 감아올리는 선준.. 그러자 덜컥... 위태롭게 흔들리는 엘리베이터 순간!!
윤희, 겁이 난 듯 벽 쪽을 손으로 턱 잡고.. 선준도 난간을 확 움켜쥔다. 진땀나는 순간.
윤희 선준을 물끄러미 보면 선준.. 사내 자존심이 말이 아니다.
다시 안간힘을 써 도르래를 잡는 선준..
그러자 윤희가 천천히 다가와 선준의 손 위로 손을 포개고 도르래를 부드럽게 감아올리기 시작한다.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하는 엘리베이터. 선준 머쓱해진다.
윤희 : (선준 슬몃 보며 눙치듯) 이런 일은.. 늘 순돌이 그 사람이 해 줘 버릇해선가--? (힘자랑이다) 아, 이게 안 되나? 이게?
하는데 역시나 퍽, 걸리는 도르래.
순간 덜컥 휘청 흔들리는 엘리베이터 안..
중심이 우르르 쏠리고 선준과 윤희 왈칵 얼굴과 얼굴이 콧날과 입술이 맞닿을 듯 가까워진다..
두 남녀의 미묘한 긴장감이 흐르는 순간인데..
황가E : (쾅쾅쾅 문 두드리며) 선비님들... 괜찮소?
얼른 확 떨어져 서는 선준과 윤희.
그때 엘리베이터 장막의 문을 열며 빼꼼 고개를 내밀고 들어서는 황가.
겸연쩍은 선준과 윤희.
황가 : 죄송합니다. 선비님.. (발로 쿵쿵 차며) 이 놈의 두레박.. 이래서 청국제는 꼭 티가 난다니까--
(하다가 스윽 선준과 윤희 돌아보며 킁-) 기계가 고장이라...어디서 열이 나나.. 안이 왜 이렇게 후끈해?
머쓱해지는 윤희.. 선준.. 슬몃 고개 돌리고 손부채..
13. 세책방 앞거리 일각 (낮)
앞서거니 뒤서거니 걸어 나오는 선준과 윤희.
선준 : (농이지만 진지하게) 참으로 다행이오. 기계가 고장이었다니..
윤희 : (보면)
선준 : (윤희 약 올리듯 짐짓) 난 또... (윤희 슬몃 보며) 워낙에 힘이 장사인 사람이라-- 일부러 두레박을 멈춘 건 아닌가 해서 --
윤희 : (점점 의아한.. 가다 서며 궁금한) 무슨.. 뜻이오?
선준 : (시침 뚝, 윤희 똑바로 보며) 왜? 기억 안 나시오?
윤희 : --
선준 : 어제.. 존경각에서...
윤희 : (뭐지? 싶은데)
선준 : 그걸.. 꼭-- 말로 해야 알겠소?
FLASH
16회 55씬 존경각 윤희 : 그걸 꼭 말로 해야 알겠소?
선준 입술에 입 맞추던 윤희.
화들짝 놀라는 윤희. 얼굴이 발개지고 그런 윤희를 보고 싱긋 웃는 선준.
그제야.. 선준이 놀리는 걸 알아차린 윤희.
윤희 : 기가 ..막혀.. (샐쭉해지는) 다시는 그런 일 없을 테니.. 걱정 마시오.
팩해서 돌아서 가는 윤희..
어라. 이건 아닌데.. 급당황하는 선준.. 본전도 못 찾은 선준이다..
선준 : (어어.. 손을 뻗어 윤희를 잡으려 뒤 따라가며) 아..아니.. 내말은--, (혼잣말처럼) 선비가 저토록 일희일비해서야.. 원.
윤희를 따라가기 시작하는 선준이.
14. 약방 (낮)
재신과 마주 선 정약용.
정약용 : 전하께서 각별한 당부가 계셨다. 더는 섣불리 홍벽서로 나서 저들에게 어떤 빌미도 주지 말라는..
재신 : (놀라는..) 알고... 계셨습니까.
정약용 : (끄덕이며) 자네 부친께서 대사헌이라고는 하나.. 지금 자네가 병조에 검거 된다면 구명할 길이 없어.
재신 : (OL) 알고 있습니다. 그럴 힘도.. 아마 그럴 뜻도.. 없는 분일겁니다. 저희.. 아버지. (쓰게 웃으며 돌아서 가는데)
정약용 : (보다가) 자네 형도 문장이 좋았다.. 자네 벽서에서... 오랜만에.. 그 친구 모습이 보여... 반가웠네..
형의 글을 닮고자 노력해왔나?
재신 : (정약용 보다) 백성을 사랑하고 나라를 근심하지 않으면 시가 아니다. 시대를 아파하고 세속을 분개하지 않으면 시가 아니다.
선을 권장하고 악을 경계하는 뜻이 없으면 그 또한 시가 아니다.
INST 화면 한쪽에.. 붓글씨로..시문이 쓰여지고.. 정약용의 친시 중에서.
정약용 : (의외다..) 그는
재신 : 제가 즐겨 읽은 건.. 성균관 장수생... 정약용 유생의 시문집입니다.
정약용 : (그런 재신을 보다가) 아무리 그래도.. 이번 학기에 출석일수가 모자라면.. 자넨 이번에도 논어재 낙젠 못 면하네.
재신, 픽 웃고 정약용도 미소 짓는다.
15. 존경각 앞 (낮)
걸어오는 재신, 저만치 앞에서 윤희가 뾰로통한 표정으로 책을 안고 존경각 앞으로 가고..
그 뒤를 다급하게 따라온 선준이 윤희를 돌려 세운다.
윤희 : (짐짓 화난 듯 눈 내리깔고) 걱정 말라지 않았소? 앞으로 그런 일은 절대 없을테니. (선준 슬쩍 보면)
선준 : 내 전부터 꼭 말해주고 싶었소. (주변에 지나다니는 유생들 신경쓰며) 선비가 그토록 일관성이 없어서야..
어찌 큰 일을 도모한단 말이오.
윤희 : 그러니.. 내 앞으론-- 절대 안 한다 말이오. 못 믿겠소? (주변 둘러보며 힘주어) 남아일언중천금이니
(선준 가슴팍.. 탁탁 두드리며) 믿어도 좋소.
헉.. 한방 먹은 선준을 뒤로 하고 돌아선 채 혀를 쏙 내미는 윤희. 존경각 안으로 들어서고..
그런 윤희와 선준의 툭닥거림을 보는 재신.. 뒤돌아선다..
피식.. 쓸쓸히 웃는 재신.
16. 존경각 안 (낮)
서가에서 책들을 고르고 있는 윤희, 서가에 있는 색인을 손으로 짚어가며 보고 있다.
그중 한 서가에 붙어 있는 색인.. 서경편.
윤희E : 서경에 나오는.. 금등...편 이라 했던가..
서경 편의 색인 아래 있는 책 한권을 펴 떠들어 보는 윤희. 그러다.. 갑자기 쿡..웃음이 터져 나온다.
주위 유생들 눈치 보며 다시 책 봐도 풋... 웃음이 터진다. 책갈피에 꽂혀 있는 쪽지서간.
선준E : 일소일소, 일로일로라. (一笑一少, 一怒一老) 한번 웃으면 한 살 어려지고 한번 화내면 주름살이 하나 더 는다 했거늘..
농이오!! 농!! 그만 화를 푸는게 어떻소?
윤희 보면 서가마다 비죽이 나와 있는 책들 사이사이가 벌어져 있다.
윤희 혹.. 이 책도 해서 펴 보면 역시 그 사이에 들어 있는 쪽지 서간.
선준E : 자왈, 중도이폐 금 녀획이라.. (子曰, 中道而廢 今女畫) 가다가 중지 곧하면 아니감만 못하다.. 논어의 가르침이오.
일단 시작한 일을-- 이제와 하지 않겠다는 것은 선비의 도가 아님을 내 ..분명히 밝혀 두겠소.
윤희 보면 서가 저쪽에서 책을 보는 척 선준이 시침떼고 서 있다.
윤희도 모른척 비죽이 나와 있는 책들을 펴 보기 시작한다.
이 책에도 저 책에도.. 모두 들어 있는 쪽지 편지들..
선준E :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知彼知己 百戰百勝) 내 마음을 그렇게도 모르겠소?
윤희 픽, 웃으며 선준 보다가 또 다른 책 집으려는데
남명식, 바로 그 책을 빠르게도 집어 들고 만다.
윤희도 놀라고 당황스러운데 그때 남명식의 책을 확 덮는 손, 선준이다.
남명식 : (불쾌한--) 뭐야, 이선준.. 너!! 선진이 보는 책을--
선준 : (덮긴 덮었으나 난감한데, 윤희 보면)
윤희 : (그런 선준과 남명식 모른 척 여유롭게 책을 보는데)
남명식 : (책을 쥔채 안 놓으며) 말이 말 같이 안 들려? 이게 보자보자 하니까.. (어느덧 그 주위로 몰려든 우탁 해원 도현)
너 우리 소론이 그렇게 우습냐.. 매번 (하는데)
선준 : 죄송합니다. 사형... 이 책은 제가.. 사사로이 색인을 해둔 책이라..
남명식 책 보면.. 가운데..쪽지로 들떠 있는 부분 보인다.
선준 : 괜찮으시다면 (다른 책을 내밀며) 같은 서경인 이 책을 보시는건 어떻습니까? (다급한 나머지..어설프게 웃기까지..)
남명식 : (선준의 예의바른 태도가 의아하지만 좋다) 뭐...
도현 : 봐 주라구.. 이선준이.. 이렇게 꼬리 팍 내리는데..
해원 : (남명식 툭 치면서) 저 자식, 사람 됐습니다. 사형.
우탁 : (안경 벗고 선준 다시 본다)
윤희 : (풋.. 웃고)
선준 : (난감하고)
남명식 : 너.. 내가 봐준거다.. 앞으로 똑바로 해!! (책 놔준다)
선준 : (환해지며) 고맙습니다.. 사형.
남명식 : (우탁해원도현에게) 봤지? 이선준이 나한테 사과하는거.. 니들.. 두눈 똑바로 뜨고 봤지?
남명식 들떠서 목에 힘 빡주곤 선준과 윤희 앞을 지나간다.
우탁 해원 도현 역시 신기한듯 선준을 스쳐가고.
선준, 얼른 책을 받아서 쪽지를 뺀다.
아무렇지도 않게 책을 정리하는 것처럼 윤희 쪽으로 다가와 쪽지를 전해주는 선준.
윤희, 남명식과 유생들 의식하며 살짝 받으면서 손을 꼭 잡는 두사람.
큭큭 재밌는 윤희, 십년감수한 선준도 피식 웃는다.
쪽지를 펴는 윤희.
선준E : 마지막 말은 내 말로 하지 않겠소. 그대가 직접 읽는게 좋겠소.
INST 愛
17. 한성부 일실 (낮)
서탁 위에 펼쳐진 술판, 포졸과 하급관원들 막걸리 잔을 부딪히며 흥겨운 분위기.
포졸1 : 어이, 젊은 친구.. 그 깟 곰씰개 내비두고 술이나 한잔 치지. 공술 받아먹자니 미안해서--
용하 : (조보 보다가 싱긋 웃으며) 나랏일에 노고가 많으신 어른들께 그 정도쯤이야.. 한잔씩.. 쭉...들~!! ...
조보 더미들 속에서.. 제법 먼지 푹 뒤집어쓴 오래된 조보를 뽑아드는 용하..
손수건을 꺼내 조보를 닦고 손수건을 손가락에 만 채 조보를 넘기는 용하..
용하 : 신축년 섣달.. 초하루.. 초하루라..
멈칫.. 뭘 발견한 듯 놀란 얼굴의 용하.
손수건도 땅에 떨어뜨리고 그대로 손가락에 침을 발라 마구 조보 뭉치를 넘겨 버리는 용하..
용하 : 청국 사신들이 왔었다? 그래서 환영행사가 크게 열렸단 말이지?
18. 용하 몽타주 (낮 / 과거 - 밤)
-한성부 일실에서 궤도처럼 크게 걸린 사신행차도를 넘기는 용하 그 위로 DIS 되는..
- 수문장이 지키는 도성의 문이 덜컥 덜컥 닫히는 장면, 컷컷컷.
용하E : 사신행차니만큼 도성 치안은 경계에 또 경계를 했을테니. 비적 떼가 나타났다면 조보에 안 실렸을 리가 없지.
- 도성 곳곳에 쳐 있는 목조 바리케이드 그리고 관군들.
그 앞에 일일이 호패를 확인하고 있는 관군들 봇짐을 진 김승헌과 문영신, 그리고 서리복색. 한성부 관원의 뒷모습.
용하E : 곳곳에 통행금지령이 내렸을테니.. 그날 밤 월출산 도갑사에서 금등지사를 가지고 올라온 박사 김승헌과 문영신을..
궁으로 호송할 사람은.. 한성부 관원들 뿐 이란 얘긴데.
- 한성부 관원 명부를 꺼내들고 촤라라락 넘겨보는 용하.
용하E : 그 날 밤---- 숙직을 선 관원들 중에서---
이름 자를 훑어 내려가는 용하의 손.
용하E : 근무지가 기록에 남지 않은 관원이 다섯에다가---
서탁 위에서 오가는 돈 궤..
용하E : 못된 심부름에--- 돈이 오갔을 건 당연지사겠고.
19. 한성부 일실 (낮)
포졸1, 들이키려던 술잔 뺏어 들이키는 용하.
포졸1 앞에 한성부 관원 명부 들이밀며
용하 : 이중에 누굽니까? 지방으로 갔다거나.. 갑자기 자취를 감췄다거나 벼락부자가 됐다거나....
포졸1 : 그건 왜? 갑자기.. (굳어지며) 너.. 뭐하는 놈이야?
용하 : (밀부주머니 내밀며) 암행감찰.
포졸1 : (믿기지 않는 듯 보다가 밀부 다시 보고 벌떡 일어나면)
용하 : (술잔 건네며) 나랏일에 고생들 많으십니다... 그러니까.. 하던 김에.. 고생마저 하시자구요. 누굽니까?
포졸들 : (눈치만 보는데)
용하 : (차갑게) 이 양반들이.. 진짜 고생들 좀 하셔야겠나-- (명부 딱딱 치며) 이 사람들 중에 ..팔자 고친 사람... 있죠?
포졸1 난감한 얼굴이다. 다시 한 번 밀부 흔드는 용하.
윤참군E : 아삼..육!!!
20. 도박집 (낮)
골패판 위에 골패 2.2 짝패와 3.3 짝패 그 옆에 6.3. 짝패를 내려 놓는 손... 윤참군이다.
그러나 아삼육 패가 아니고.. 털썩.. 주저앉는 윤참군..
도박집, 붉은 전등이 낮게 각 테이블마다 삼삼오오 짝을 이뤄 쌍륙이며 골패, 내기 윷에 투전을 두고 있는 전문적인 하우스.
기생들을 끼고 술도 마시며.. 양반과 상인들의 고급스런 차림새 그리고 판돈으로 거액의 돈 꾸러미들이 놓여있는 분위기다.
윤참군을 힐긋 거리며 골패를 만지작거리는 손 용하다.
그 앞에 앉은 중년줄의 퇴기로 보이는 이 하우스의 주인장.
판돈이 다 떨어진 윤참군의 멱살을 와락 움켜쥐는 패거리들.. 돈을 내노라는 손짓..
윤참군.. 땅에 처박히고.. 그래도 흐흐 웃는 윤참군.. 그런 윤참군을 보는 용하 입맛이 쓰다.
퇴기 : 도박으로 날린집이 열채라던가 스무채라든가..이번엔.. 마누라에 딸 자식까지 팔아넘길 처지라든데?
용하 : 손모가지를 자르기 전엔.. 못 끊는 게 도박이라더니.. (설레설레 고개 젓는)
퇴기 : 팔자도망을 어떻게 하나- 방법이 있으면 좀 알려나주지 (용하 갓끈 쓰다듬으며) 우리 이쁜 도련님.
용하 : (퇴기 손 떼 내 그 손에 가락지 끼워주며) 십년 전.. 신축년에도.. (윤참군 가르키며) 저치, 죽다 살아났다며?
퇴기 : (가락지 만지작거리며 용하 보는)
용하 : 그때 저치 죽은 목숨 살려준 게 누군지 궁금해서-
퇴기 : 죽은 목숨... 그거 도련님 얘기 같은데...
싱긋 웃던 용하 퇴기 눈길 따라 뒤돌아보면 그 앞에 서 있는 중년의 우악스런 사내..
용하 테이블 사이사이로 걸음아. 날 살려라 달려가기 시작하고 그러느라 윤참군네 테이블을 흔들고 지나간다.
윤참군 휙 용하 돌아보는데..
용하부 : 저...저.. 망할놈의 자식. 성균관 유생이라는 놈이 어디 할 짓이 없어서!!
길길이 뛰는 용하 부..
윤참군 휙.. 뒤돌아본다..
21. 용하집 / 대청마루 (낮)
번쩍 고개 드는 용하..
용하 : 아부지.. 저 그거 안합니다. 안해요.
그 앞에 돈궤와 장부가 놓여진 서탁..
버선발을 휙휙 벗어던지는 용하부.. 중년의 탐욕과 천박함으로 얼룩진 얼굴.
용하부 : (버선발 벗어던지며) 안하긴.. 니 자식도 반쪽 양반으로 살게 할 셈이냐?
용하 : (서늘해진다)
용하부 : 이조참판을 지낸 명문가 규수란다.. 좋은 집안에서 잘 자란 처자니 니 놈도 이 참에 맘 잡고
용하 : (피식 쓸쓸한) 딸자식 ..돈 보고 우리 집에 넘겨주자는 집안이.. 좋은 집안이면--- 이 조선 땅에.... 명문가 아닌 집이 없겠네.
용하부 : (그런 용하..보다가, 서탁 위에 돈줄 장부에 계산적기 시작하며) 너.. 요즘 좌상댁 아들이랑 어울린다며..
용하 : (보면)
용하부 : (키득키득) 세상사는 법을 아는 놈이구만.. 그 평생가야 빛도 못볼.. 걸온지..걸인인지.. 소론놈의 자식이랑만 어울려 다녀서
애비 복장을 긁더니만.
용하 : --
용하부 : (용하 보며) 그렇다고.. 너 그 소론이랑 헤어지라는 말은 아니다. 지금이야 노론의 하늘이다만..
또 아냐? 천지개벽하면.. 소론 세상되는 거.. 일도 아니니까.
용하 : (그런 아버지 염증나듯 벌떡 일어나며) 왜, 남인 세상으로 뒤집어 질까봐.. 그쪽 출신도 하나 엮어뒀는데..
그 말 전해주는 인간은 없나부죠? (댓돌 위에 신발 신는데)
용하부 : (장부만 적다가) 한성부 들쑤시고 다니는 일 그만둬라..
용하 : (멈칫)
용하부 : 튀지 마. 다른 놈들은 몸살로 앓구 갈 일도 넌-- 홍역이 될수 있어.
답답한 표정으로 문 나서는 용하.
22. 용하 집 앞 (저녁)
집을 나서는 용하.. 하인들의 인사도 들리지 않는 복잡한 얼굴이다.
그때.. 담벼락에서 고개를 내미는 임병춘과 설고봉.
23. 장의방 (저녁)
하인수, 찻잔 들다 싱긋 웃는다. 그 앞에 임병춘, 설고봉, 강무.
임병춘 : 헌데 장의, 왜 갑작스럽게.. 여림 녀석 집안 호구조살.. 하라신 겁니까..
하인수 : 하늘이 날 도우려거든.. 나도 진인사를 해야할 게 아니냐--
임병춘, 설고봉.. 무슨 말일까 싶고.. 강무... 하인수 바라본다.
24. 주막 (저녁)
술잔 들이키는 용하. 탕 내려놓는 잔.
그 앞에 술을 따라주는 손. 재신이다.
용하 : (재신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아무리 생각해도 금상의 밀명 같은 건 나한테 안 어울려..
뭐가 그렇게 경건하고.. 진지해. 지루하게.
재신 : (술 마시다 보면)
용하 : (술잔 들며.. 재신 눈 피하는) 내가 믿는 건.. 걸오 너다..
재신 : --
용하 : 그러니까....너...꼭 ... 찾아내는 거다. 나두 구경이나 한번 해보자..
(낯간지러운지.. 술잔 들이키며) 임금이 말하는 좋은 세상...
재신 : (보다가) 취한 거냐... 무슨 일이.. 있는 거냐.
용하 : 일 한번.. 내보자구. (싱긋 웃으면서 눈짓)
재신 : (용하 눈길 보다가 돌아보면)
윤참군이 사내 몇몇과 호탕하게 웃으며 가고 있다. 재신의 눈, 커진다.
용하 : 그래, 한성부 참관... 윤형구.
용하를 돌아보는 재신의 놀란 눈망울.
25. 대사헌 집무실 (낮)
문갑 속에서 서류철이며 장부들을 찾고 있는 재신.. 이 것 저것 펴 보는 재신..
찾는 물건이 나오질 않는 듯 계속.. 다른 장부첩들을 뒤적이는 재신.
FLASH 24씬의 이어진 두사람의 얘기.
용하 : 그날 직후.. 어마어마한 도박 빚을 갚았다더군... 무슨 돈으로 그 빚을 갚았는지만 알면.. 이 사건과 관련이 있는지 알 수 있다.
재신 : --
용하 : 사헌부엔 아마 그해 관원들 감찰 기록이 있을텐데..
뒤적이던 재신 찾는 물건이 없는 듯 털고 일어난다..
그때 개인 금고 같은 저장고 눈에 들어온다.
의아한 듯 .. 서책 하나 발견하는 재신... 펴서 손가락으로 짚어가던 재신... 흠칫 놀란다..
문근수E : 이게 무슨 짓이냐
돌아보는 재신.. 툭 떨어뜨리는 서책. 집는 문근수.
흔들리는 눈으로 문근수를 바라보는 재신.
문근수 역시 그 서책의 존재가 무언지 알고 있는 눈치다.
문근수 : 공무를 집행하는 곳이다. 아무리 아들 녀석이라 하나.. (하는데)
재신 : 이게.. 왜.. 여기 있습니까?
문근수 : ---
재신 : 대답하십시오. 왜 아버지 개인 금고에 형의 사건 기록들과 함께 좌상대감과 병판대감의 감찰 기록들이
하루도 빠짐없이 기록돼 있습니까.. 왜요!!
문근수 : 그럼-- 이 아비가 -- 너희 형을 그렇게 만든 자들을 진정 용서라도 한 줄 알았단 말이냐--
재신 : 그럼.. 그 일에... 좌상과.. 병판이.. (믿고 싶지 않지만.. 확인돼 버린 진실이다) ... 사실..입니까...
문근수 : ...그러니.. 이제 네 형 일은 이 아비에게 맡겨두고 더는 나서지 마라.
살아도 산목숨이 아닌 채로...그들에게 되갚아줄 날만 기다리며 버텨온 지난 세월이다..
재신 : ---
문근수 : 아비의 일을 그르치지 말거라...
문근수를 바라보는 재신, 흔들리는 눈빛..
아버지를 향한 원망과 연민의 눈길.. 슬픈 눈망울의 재신이다.
26. 대사헌 집무실 앞 (밤)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심정으로 걸어 나오는 재신. 설마 했던 의혹이 밝혀진 충격에.
그동안 혼자 비밀과 고통을 짊어진 채 살아온 아버지 문근수의 마음의 짐까지 고스란히 이제는 재신의 몫이 되었다.
27. 중이방 (밤)
서탁을 딱 붙인 채 마주 앉아 책을 보고 있는 윤희와 선준.
윤희 : 분명,.. 서경에 실려 있다 하지 않았소? 금등지사.. 헌데 이 존경각에 있는 책들엔.. 왜 하나 같이.. 없는 건지 모르겠소.
책에 열중해 있는 윤희와는 달리 책보다 윤희에게 신경이 곤두 서있는 선준..
책장을 넘기는 윤희 손 근처로 은근슬쩍 손이 가는 선준. 윤희 손 가까이에서 알짱대는...
선준 : (마치 책장을 넘기며 찾아 주려는 듯 윤희 손 스칠락 말락) 찬찬히.. 잘 좀 찾아보시오.
윤희 : (선준의 손이 스쳐가는 걸 알지만 모르는 척, 한쪽에 쌓아둔 책 더미로 손을 옮겨 가며) 이 책들 속에 있나?
선준 : (슬그머니 윤희 손 따라가며) 여기 있는 걸 본 것도 같은데--
윤희 : (선준 약 올리려.. 짐짓 반색하며) 정말 이 책에 있었소?
선준 : (아니다. 헛기침하며 자기 책만 보는 척)
윤희 : (선준 속 다 보인다.. 고개 숙이고 배시시 웃는데)
선준 : (살짝 눈치 보다가 윤희 소맷부리에 없는 먼지 떼어주며) 뭐가.. 묻었나...어, 아닌가.
윤희 : (그런 선준이 귀엽다. 선준 손 살짝 잡아주며) 자, 됐소?
선준 : (헉...윤희 본다)
윤희 : 이제 정말 책에 집중 좀 하시오.
손 빼려는 윤희, 그러자 이번엔 윤희 손을 덥석 잡는 선준.
윤희, 의외다. 선준 보면 모른 척 책 보는 선준.
선준 : 책에.. 집중 좀 하시오.
어이가 없어 웃는 윤희. 그런 윤희와 마주 보고 웃는 선준.
손을 잡고 책장을 넘기는 윤희와 선준.
28. 중이방 앞 (밤)
무거운 마음으로 걸어오는 재신..
중이방 앞.. 불 밝혀진 창 너머 보이는 윤희와 선준의 그림자.
만감이 교차하는 재신. 차마 들어서지도 못하고 돌아서지도 못하는 재신.
툇마루 아래 늘 감춰뒀던 술병을 꺼내 쭈욱 들이키는 재신.
다시 방 쪽을 돌아보는 재신.. 그대로 술병을 들고 중이방 앞에서 돌아 나온다.
29. 은행나무 (밤)
은행나무 위.. 성균관을 내려다보며.. 술병을 들이키는 재신. 고뇌가 깊다.
30. 중이방 (밤)
윤희 : 아무래도 내일은 세책방엘 나가봐야겠소. 혹 그쪽에 있는 책들엔 금등에 대한 얘기가 있을지도 모르니까..
선준 : --- (책에만 시선 둔 채 대답이 없다.. 굳어져 가는 얼굴)
윤희 : 아직 갈 길이 한참인데.. 아직도 첫 번째 단서도 채 풀지 못하고 있으니.. 큰일이오.
하다가 윤희 선준 보면... 선준은 책 속에 정말 집중하고 있다.
윤희 : (손 흔들며) 내말.. 듣고 있소?
선준 : (책을 보던 표정이 어두워졌다가 표정 거두고 그제야 보면)
윤희 : (의아한) 왜.. 거기.. 뭐라도 쓰여 있소?
선준 : (당황스럽지만 감추며.. 책을 덮어 내려놓는다..) 아..아니. 아무래도 세책방에 나가 보는 게 좋겠소.
존경각 서가엔 어디에도 없는.. 모양이오.
선준을 향해 끄덕이며 생긋 웃는 윤희.
윤희를 향해 웃지만 그늘이 드리워지는 선준. 선준 손아래 덮여 있는 서경..
31. 모란각 일실 (밤)
술상을 마주 하고 앉은 병판과 이정무.
병판 : 아드님과 저희 여식의 혼담 말입니다. 대감.. 아무래도 이제 어른들이 나설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이정무 : (묵묵히 술잔만 든다)
병판 : 세상에 많고 많은 게 사내와 계집이지만.. 한 이불 덮고 자면 다 거기서 거기라는 걸.. 아직 모를 나이 아닙니까.. 허허허..
병판 이정무 눈치 보며 너털웃음으로 넘어 가려는데
그때다. 벌컥 열리는 미닫이 문..
놀란 듯 뒤돌아 보는 병판과 이정무.
윤참군 : 술한잔 올리러 왔습니다, 대감---
병판과 이정무를 향해 빙긋이 웃는 윤참군.. 웃는 얼굴이 더 섬뜩한 기이한 사내다.
기함할 듯 놀라는 병판.. 이정무는.. 윤참군을 의아한 듯 보는데..
병판 : 아...아니.. 네놈이.. 여길 어디라고.. 함부로.. (당황,난감)
이정무 : (보는데) 누구신가---
윤참군 : 소인, 신축년 섣달 초하루 그 밤에...
이정무 : (굳어진다. 술잔 내려놓는)
윤참군 : 대감께 손을 빌려 드렸던. 한성부 참군.. 윤형굽니다.
병판 : 네....이놈..
이정무 : (병판 보며) 그만두세요, 병판.
병판 : (찔끔해서 이정무 보면)
이정무 : (윤참군 보며) 술... 올리러 왔다 하지 않았나?
술잔 들어 마시는 이정무.
윤참군, 병판 보며 이를 보이며.. 씨익 웃는다.
JUMP
술상 앞에 납작 엎드린 윤참군..
윤참군 : 소인 대감마님의 목숨을 구명해 드리고자 이렇게 왔습니다.
이정무 : (보면)
병판 : 아니.. 이놈이 어디라고.. 방자한 그 입을 함부로 (하는데)
윤참군 : 십년 전 그날 밤.... 소인의 행적을 캐는 자들이 나타났습니다. 소인이 통행금지령을 뚫고 성균관 박사 김승헌과 문영신을
대감들께 안내한 바로 그날 말입지요.. 흐흐흐.
이정무 : (굳어져 윤참군 보고)
병판 : (역시.. 놀라) 뭐..뭐라 그게 사실인가..
윤참군 : 뿐만이 아니옵고 소인에게 온 땅문서의 출처를 찾는다기에 (이정무 보며) 대감께 혹.. 누를 끼칠까 싶어...
소인... 이대로 인적 없는 산속으로 숨어들어 다시는 나오지 않을 생각입니다. 대감..
이정무 : 그래서...
윤참군 : 작은 오두막 한 채와 부쳐 먹고 살 밭때기가 필요 합니다.
이정무 : (여유롭게 웃으며) 토끼는 잡은지가 이미 오래거늘... 이제와 사냥개가 시끄럽게 짖는다면 주인이 어찌 할꺼라 보는가..
윤참군 : (지지 않는 눈빛) 소인이 아는 건.. 그 사냥개가 살아남는 길은 끓는 물솥으로 던져지기 전에..
주인을 왕-- 물어 버리는 길 뿐이라는 겝니다.
이정무 : (굳는)
윤참군 : 저라면... 사냥개를 살살 달래 잠재우는 쪽을 택하겠습니다. 대감.
32. 모란각 복도 (밤)
성큼성큼 걸어가고 있는 이정무.. 그 뒤를 따라나오는 병판.
병판 : 윤참군.. 저 놈은 오늘 밤이라도 없애 버리면 그만...
이정무 : (쯔쯔 혀를 차는) 금상의 사람이 저자의 뒤를 캐고 있다하지 않았나!! 금상에게 덜미라도 잡히고 싶은겐가..
한심한 위인 같으니라고....
휙 돌아서 가는 이정무.. 병판 굴욕적이다.
33. 중이방 (아침)
책상 위 널브러진 책들 위로 손을 맞잡은 채 엎드려 잠이 든 선준과 윤희.
부스럭 잠에서 깨어난 선준. 그런 윤희를 본다.
잠든 윤희의 얼굴을 찬찬히 내려다보는 선준.
34. 존경각 (아침)
책을 찾아보던 선준, 그 서가 틈으로 보이는 재신의 옆모습. 책을 보고 있다.
선준, 재신에게 다가가면 재신 보던 책을 툭 올려 놓고 선준 시선 피하려는데...
선준 : 서경의 금등편 말입니다. 사형.
재신 : (멈칫 서는데)
선준 : 존경각에 있는 책들에선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마치 누군가.. 의도적으로 감춰둔 것 처럼--
재신 : ---
선준 : 억울한 죽음을 슬퍼할 때 금등편의 가사를 빌어 표현한다--- 맞습니까.
재신 : (보지 않고..대수롭지 않게 넘기려는) 소과 장원 출신 아냐? 강경에 독보적인.. 묻긴 뭘 물어.
선준 : 선대왕에게 억울한 죽음이라면... 그리고 금상께서 그를 찾고 있다면 금등지사. 사도세자의 죽음과 관련이 있는 것입니까.
재신 : (.... 점점 진실에 다가가고 있는 모두들.. 이 상황이 가슴 아프다)
선준 : 사형께선 .. 혹 알고 계십니까--
재신 : (천천히 뒤돌아 선준 보며..) 머릿골 아픈 건 딱 질색이랬지? ...(담담하게) 우리 각자 맡은 일 하자구.. 난 나대로 ... 넌 너대로.
재신, 선준을 지나쳐 간다..
선준.. 갸웃하는데..
35. 존경각 앞 (아침)
복잡한 마음으로 나오는 재신, 재신의 뒤에서 반갑게 두 팔을 잡는 윤희.
윤희 : 사형!!
재신 돌아보면.. 아직은 아무것도 모르는 윤희가 해맑게 웃고 있다.
윤희 : 어제도 안 들어오시고... (궁금한) 알아보기로 하신 일은... 잘 되고 계신 겁니까?
재신 : (차마 말 할 수 없는..)
윤희 : (여전히 환한) 저흰 오늘 세책방에 가 보기로 했습니다. 혹 금서들 중에.. 밀지를 해석할 단서가 있나 해서요.
배움이 향하는 곳.. 나라의 시작.. (곰곰 되뇌어 보는) 사형은 아시겠습니까?
재신, 그런 윤희의 환한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차마 그 어떤 말도 입에서 떨어지지가 않는다..
가만히 윤희의 어깨를 툭툭 두드려주고... 가는 재신..
윤희는.. 재신의 그런 마음을 알리 없고.,. 재신의 마음을 더 무거워져만 간다.
36. 성균관 문 앞 (낮)
손가락을 휙 쳐든 우탁.
우탁 : 공자께선 이렇게 말씀하셨지. 행유여력, 즉이학문. (行 有餘力, 則以學文) 인간의 도리를 다하고, 남는 시간에 학문에 힘써라.
해원 : 그래서??
우탁 : 오늘같이 가을 볕이 좋은 날엔 마땅히 나가 즐겨줘야 인간의 도리가 아니겠나?
도현 : 그래서??
우탁 : 논어재 수업은 자체 휴강을 해야 한다.. 뭐 이런. 하하하하.
도현 : 그러지 말고.. 우리 대리출석이라는 유생 고유의 미풍양속을 따르는 게 어떤가..
우탁 해원 도현.. 서로 마주보고 고개 끄덕인 다음 휙 돌아보면
그 앞으로 지나가는 선준 윤희, 갓 도포 외출복차림이다.
해원 : (눈 꿈벅 꿈뻑) 내가 지금 두눈 똑바로 뜨고 있는 거 맞냐? 이선준이.. 수업을 공치고 지금 나가는 거..맞냐?
놀란 듯 선준과 윤희를 돌아보는 도현.. 안경 벗고 보는 우탁.
37. 운종가 일각 몽타쥬 (낮)
- 인파들 속에는 데이트 하는 쌍쌍의 젊은 남녀들이 윤희와 선준의 옆을 스쳐 지나간다.
화려하게 단장한 기녀들도 보이고 곱게 단장한 반가의 여인들도 보인다.
윤희 어쩐지 그런 여인들과 자신의 모습이 비교되는 것도 같다..
그때 마침 윤희와 선준의 옆으로 장신구. 자판이 펼쳐져 있고 저도 모르게 시선이 가는 윤희.
- 막대에 엿타래를 휘감는 장사치의 빠른 손길.
윤희 두 개를 받아 선준에게 건네면 선준, 됐다는 듯 손사레.
윤희 관둬라.. 입술 뽁 내밀곤 두 개를 받아 쥐곤 신나서 가면..
선준, 윤희 손에서 하나 뺏어 저도 입에 넣어 본다.
그런 선준을 보며 웃는 윤희 어쩌면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 처럼 보이는.. 즐거운 한때다.
38. 도박집 (낮)
퇴기 용하 손 위에 턱 올려 놓는 문서.
용하 문서는 받고 퇴기 손위에 노리개 얹어준다.
용하 : (문서를 펴보며) 백동수, 이자가 윤참군에게 돈을 줬다.. 누구야?
퇴기 : (용하 코끝 톡 치며) 애송이잖아. 아직
용하 : (보면)
퇴기 : 알만한 이름으로 그런 거래를 하겠어?
용하, 그런가? 다시 문서 보는데..
39. 새책방 앞 (낮)
세책방으로 들어서려는 윤희와 선준.
선준 : 먼저 들어가 있겠소?
윤희 : (보면)
선준 : 난 잠깐 볼 일이 있어서..
돌아서 가는 선준. 의아한 윤희.
40. 세책방 안 (낮)
세책방으로 들어서는 윤희... 발걸음이 멎는다..
책을 고르고 있던 효은도 윤희를 돌아본다.
머쓱해지는 윤희. 효은은 윤희 앞으로 곱게 인사하며 다가온다.
어쩐지 미안해지는 윤흰데..
효은 : 저희 도련님께선.. 잘 지내고 계십니까--
윤희 : (얼버무리듯)... 아.. 뭐...
효은 : 저.. 참 한심하지요... 정혼녀가 돼서.. 도련님 소식을 인편에 전해 듣다니요.
윤희 : (자리를 피하고 싶은 마음에 책 쪽으로 옮겨가는데)
효은 : 도련님 ..가장 절친한 동방생이시죠
윤희 : -
효은 : 절 좀 도와주시겠습니까?
윤희 : --
효은 : 도련님 마음이.. 제게 올 수 있도록..
윤희 : 그건.. 내가 해 줄 수 없는 일... 아닙니까..
효은 : 아직 제게 노여움이 남아 계시다면.. 저희 도련님을 위해서.. 도와..주시겠어요?
윤희 : (보면)
효은 : 집안끼리의 혼약입니다. 사사로운 마음이 변했다 해서 깨질 수 있는 혼인이 아니니까요..
윤희 :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효은 : 도련님께서 마음을 돌리시지 않는다 해도 시간이 가면 혼인은 하게 될겁니다.. 그러니 도련님을 위해서라도..
저를 좀 도와주세요.
윤희 : 이보시오 난--
효은 : 압니다. 제가 모자란 아인 것도 철이 없다는 것도.. 다들 그렇게 말하니까요..
허나 제 마음만큼은.. .. 손가락질 받고 싶지 않아요. 진심이니까요.
41. 세책방 앞 (낮)
선준, 반지를 낀 손에 작은 반지 주머니가 들려 있다.
멋쩍기도 하고 설레기도 한 표정으로 반지 주머니를 보는 선준.
42. 세책방 (낮)
환하게 들어서는 선준, 반가운 얼굴로 돌아보는 효은.
효은 : 도련..님.
선준, 효은을 보자.. 윤희를 찾는데..
한 켠에 있는 윤희가. 선준을 난감한 듯 보고 있다.
효은 : 도련님.. 전.. 도련님을 여기서 이렇게 뵙게 될 줄은.. 이번엔.. 정말.. 꿈에도 몰라서...
선준 : (윤희 보는데)
효은 : 도련님.. 잠시 제게 시간을 내 주시겠습니까? 꼭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윤희 : 그럼... 나 먼저 .. 나가 있겠소..
윤희, 세책방 밖으로 나가려는데 윤희의 팔목을 탁 잡는 선준.
윤희 선준 보는데 윤희 보지 않는 선준.
선준 : (효은에게) 미안합니다. 제 지난 경솔함은 평생을 사죄하는 마음으로 살겠습니다. 허나.. 제 마음이 달라지는 일은 없을겁니다.
효은 : ---
선준 : 제겐 이미 제 마음을 허락한 다른 이가 있습니다. 그러니 더는 부족한 저 때문에 마음 쓰시는 일이 없길 바랍니다. 미안합니다.
효은 : (냉정한 선준 때문에 상처 입었다)
선준 보면 윤희 역시 놀란 듯 서 있고..
선준 : (윤희 손목 끌며) 그만 갑시다.
윤희 손목을 이끌고 가는 선준, 놀란 눈으로 보고 있는 효은
한켠에 서 사태를 관망하고 있던 버들이 놀란 듯 다가오며..
버들이 : 애기씨.. 이게 지금 무슨 일이래요..
효은.. 역시 놀랍기만 하다.
43. 운종가 어느 일각 (저녁)
윤희의 손목을 이끌고 성큼성큼 걸어가는 선준.
세책방을 향해 가던 재신, 그런 선준과 윤희를 본다.
재신의 눈에 손을 잡고 가는 윤희와 선준의 모습이 들어온다..
멈칫 서는 재신.. 더는 그 앞으로 나서지 못하는데
갓도포 차림의 사내녀석들이지만.. 전과는 분명 다른 윤희와 선준 임을 느끼는 재신이.
재신이 우두커니 서 있다. 재신의 눈에 다른 사람들은 모두 보이지 않고.. 선준과 윤희뿐.
윤희의 손목을 부여잡은 선준의 강한 인상과 그런 선준을 살피며 종종 걸음으로 따라가고 있는 윤희.
재신만이 느낄 수 있는 어떤 직감의 순간이다.
멈춰 서 있는 재신의 시야에서 멀어져 가는 선준과 윤희.
재신만이 그 자리에 덩그라니 남아 있는 듯한 외로움의 순간이다.
44. 운종가 거리 어느 골목 일각 (저녁)
인적이 드문 골목길로 접어드는 두 사람.
거칠게 윤희를 돌려 세우는 선준.
선준 : (차가운) 무슨 뜻이지? 자리를 피해 주겠다는 건.
윤희 : (쭈뼛쭈뼛) 두 사람.. 할 얘기가 있을 것 같아서.. 난..그냥. 어쨌든 두 사람.. 혼인은 하게 될 사람들이니까-
선준 : (굳은)
윤희 : (달래듯) 나 때문이라면.. 날 생각해서라면.. 난 괜찮소.. (애써 웃음지으며) 지금만으로도 충분해.
선준 : (본다)
윤희 : 한 번도 난 우리 두 사람의 앞날 같은 건 생각해본 적 없소. 그건.. 너무 과한 욕심이니까.
선준 : (OL 강한) 지금부터 생각해. 열심히 생각해. 진지하게 생각하라구. 난 지금까지 쭉.. 머리가 터지게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윤희 : (본다) 우린.. 너무--- 다른 사람들이라구.
선준 : 너 때문에 난.. 내가 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모든 일을 다 하게 됐어.
윤희 : (흔들린다)
선준 : 그런데도 넌 여전히 니가 금 그어 놓은 세상 밖으로 단 한발자국도 나오려 하지 않고 있잖아..
니가 지금 밀어내고 있는건 욕심이 아니라 .. 바로 나야.
윤희 : 그럼 어떡해. 난 자꾸 겁이 나는데-- 니가 너무 좋아서 하루하루가 행복해서.. 이런건.. 익숙하지가 않다구.
일렁이는 눈빛으로 선준을 바라보던 윤희 돌아서 가고
선준 그런 윤희를 와락 돌려 세워서 품에 안는다.
품에 안긴 윤희.. 선준과 윤희의 따뜻한 포옹이다.
천천히 마주보고 서는 두 사람.
윤희를 바라보는 선준의 흔들리는 눈빛 그리고 조심스럽게 윤희 입술로 다가가는데
그때다. 탁... 걸려 버리는 선준과 윤희의 갓.
두 사람 모두 예상치 못한 순간이다. 눈이 마주치는 두 사람. 쿡 웃음이 터지는.
윤희 머쓱하고 겸연쩍은 선준. 마주보고 웃는 두 사람..
윤희 : 그만 들어가는 게 좋겠소.. 사형들 기다릴텐데.
윤희, 선준의 손을 잡는다.
골목길을 걸어가는 선준과 윤희 조로록 걸린 등들이 흔들린다.
45. 세책방 밀실 (밤)
서탁 위에 탁 문서를 올려놓는 손 용하다.
용하 : 구해냈어.
재신 : (본다)
용하 : 십년 전.. 그날 윤참군이 받아낸 땅문서.. 사본이야.
재신 : (문서를 본다)
용하 : 이 인간이 누군지만 확인하면.. 윤참군에게 사주한 자가 누군지 알 수 있어.. (재신 어깨 치며) 다 왔다구 이제..
재신 : (문서 탁 접는다) 접자!!
용하 : (믿어지지 않는 듯) 뭐라구?
재신 : 어차피 우리 밀명은 금등지사를 찾는 일이다. 십년 전 그날 밤의 배후가 아니라.
용하 : (그런 재신을 보다가) 너.. 아는구나. 누구야, 그 범인!!
46. 엘리베이터 (밤)
도르래를 굴리고 있는 선준.. 선준의 손에 있는 반지.
선준 : 잊을 뻔 했군.
윤희 : (보면)
선준 : 날 정신 못차리게 하는데는 아무튼 탁월한 재주를 지녔소.
윤희 : 내가 뭘 또 잘못했소?
선준, 말없이 윤희 손 가져다 반지 끼워준다. 놀란 얼굴로 바라다보는 윤희.
선준 : 성균관을 나가면 끝이라고 했나,
윤희 : (보면)
선준 : 끝 같은건 없어. 내가..매일매일 다시 시작할꺼니까.
선준, 머쓱한 듯 도르래 다시 굴리는데 덜컥 흔들리는 엘리베이터..
윤희 몸이 와락 선준에게로 쏠리고 시선이 마주치는 두 사람.
선준 윤희를 일으켜 주다 얼굴이 가까이 다가가는 두사람.
가만히 윤희 갓끈을 푸는 선준. 긴장하는 윤희
갓을 들어 올리는 선준. 그대로 다가가 윤희에게 입 맞추는 선준.
선준과 윤희 두 사람의 첫 키스.
서서히 입술을 떼는 두사람. 수줍은 듯 마주보고 웃는 선준과 윤희. 맞잡은 두 손엔 반지.
그때다. 밀실에서부터 들려오는 큰소리.
용하E : (믿기지 않는듯) 뭐?
재신E : 목소리 .. 안 낮춰?
선준과 윤희 의아해지는데..
용하E : 그러니까 이 모든 사건의 배후가 좌상대감.. 이선준 아버지다.. 그 말이야?
선준과 윤희 놀란 듯 마주 보는 두 사람.
믿기지 않는 사실 앞에서 흔들리는 눈망울로 서로를 보는 선준과 윤희에서...
- 제 17강 - 엔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