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월의 열대야] 10
S#1. 경찰서 사무실 안
유치장에서 나오는 정우. 다음부터 그러지말라는 형사의 당부와 배웅을 받으며 경찰서를 나온다.
정우, 무표정하지만 온몸에서 독기와 냉기가 흐르고 있다.
한없이 순하고 선하던 정우의 눈도 심장도 싸늘하게 얼어붙어 버렸다. 정우가 변했다. 변해..버렸다.
S#2. 경찰서 건물 로비
정우, 무표정으로 걸어나온다.
S#3. 경찰서 건물 밖 계단
영심, 양손에 두부를 들고 계단을 올라갔다 내려갔다.. 망설이고 있다.
어느 순간 영심, 결심하고 홱 뒤돌아 계단을 올라가는데.. 헉! 안에서 나오는 정우.
정우, 계단을 내려오다 영심을 발견하고 멈춰선다. 두사람, 그렇게 계단에서 만나고..
영심 : (정우다!)
정우 : (작게 움찔, 영심이다!)
영심 : (어디 다친 데 없나 몸은 괜찮나 살펴본다)
정우 : (차갑게 외면하고 내려가는데)
영심 : 정우씨!
정우 : (영심과 같은 계단에서 멈춰서고, 그냥 아무말 없이 무표정 무감동으로 바라본다)
영심 : 이거..
정우 : (보면 두부다!)... (실소하는)... (묵묵히 받아든다)
영심 : (안도하고 반색하는데)
정우 : (그 두부 사정없이 내팽개쳐 버린다)
영심 : (어? 놀란 채)... ... (무참해서 눈물이 핑 돈다)
정우 : (전혀 모르는 사람인 듯 싸늘하게 내려간다)
영심 : ... ...
정우, 무표정으로 경찰서 마당을 걸어나가는데.. 정우의 시선에.. 경찰서 입구로 들어오고 있는 지혜!
정우 : (멈춰서고 잠시 지혜를 날이 선 눈빛으로 쏘아본다)
지혜도 정우를 발견하고 멈춰서는데..
지혜 : (정우다!)... ... (그저 복잡하게 바라보고 섰는데)
정우, 갑자기 뒤돌아 성큼성큼 영심에게로 향한다.
지혜 : (어?)... (영심이다!)... (지켜보고 서 있는데)
성큼성큼 계단을 올라간 정우, 갑자기 영심에게 달려들어 키스를 한다.
영심 : (너무 놀라서)... ... (벗어나려고 반항을 하는데)
정우 : (움직이지 못하게 꽉 붙잡고 키스를 퍼붓는다)
영심 : (얼어붙은 채)... ...
지혜 : (엄청난 충격으로 얼어붙는다)
영심 : (안간힘으로 홱 몸을 떼낸다) 무,무슨 지,짓이예요 이,이게? (하는데)
정우 : (영심의 눈 깊게 응시하며 영심의 눈물을 가만히 닦아준다)
영심 : (!)... (두눈 마구 출렁이고 심장이 터질 것 같다!)... ...
정우 : (그렇게 영심의 눈물을 닦아주며 헝컬어진 머리를 바로해주며 영심의 눈을 깊게 유혹적으로 응시하고 있다)
영심 : (한없는 두려움과 떨림으로 스르르 주저앉는다)...(웅크리고 앉은 채 바들바들 떨고 있는)
정우 : (힐끗 뒤돌아 핏발 선, 그러나 싸늘한 눈으로 지혜를 쏘아본다)
지혜 : (휘청한다, 주변의 뭔가를 짚으며 충격에 휩싸인 몸을 의지하는)
정우 : (싸늘하게 외면하고 영심에게 시선을 돌리는데)...(바들바들 떨고있는 영심 모습에 일순 착찹해진다,
그러나 이내 등 뒤의 지혜를 겨냥해서, 말없이 영심을 가만히 일으켜세우고 바라보며) 나, 배고파요. 밥 좀 사줘요 영심씨?
영심 : ... ...
정우 : (영심의 팔을 홱 잡고 성큼성큼 계단을 내려간다)
영심 : (그저 이끌린 채)... ...
정우 : ... ...
정우, 영심을 이끌고 지혜 곁을 지나 성큼성큼 경찰서 마당을 걸어나간다.
지혜 : (그저 충격으로)... ...
S#4. 식당 (설렁탕집이나 국밥집 같은)
음식 나오기 기다리며 마주앉아 있는 정우와 영심. 두사람 모두 각자의 감정으로..
골똘하게 생각에 잠긴 채 독기 가득한 눈으로 앉아있는 정우.. 고개를 떨군 채 바들바들 떨고 있는 영심..
종업원 음식을 놓고 떠난다.
그제서야 정우, 생각에서 깨어나고 영심을 쳐다본다. 정우의 시선에.. 어쩔줄 몰라하며 바들바들 떨고있는 영심.
정우 : (일순 난감해지나 이내 싸늘해진 정우로 돌아가고) 야아 맛있겠다아! 먹죠?
영심 : (고개 떨군 채)... ...
정우 : (푹푹 먹으며) 안먹어요? 식음 맛 없어요. 먹어요? 얼른?
영심 : (그저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숟가락을 잡는데 쨍그랑 바닥으로 떨어뜨리고 만다)
정우 : (어?)... ...
영심 : (당황한 채 바닥의 숟가락 주우려고 몸을 돌리다 이번엔 물컵을 쏟아 옷을 버린다)
정우 : (!)... ...
영심 : (완전히 당황해서 닦을 생각도 못한 채 물에 젖는데도 멍하게 있는데)
정우 : (일어나 다가가고 묵묵히 손수건을 꺼내 닦아주는데)
영심 : (화들짝 벌떡 일어나고) 돼,됐어요. 내,내가 다,닦을게요.
정우 : (아주 짧은 순간 복잡한 눈으로 봤다가 다시) 이리 대봐요. (닦아주려는데)
영심 : (홱 한발짝 물러난다)
정우 : (!)... ...(그저 손수건 건넨다)
영심 : (받고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허둥대며 닦는다)
정우 : (이 여자를 어떡하나? 하는 심정으로 바라보고 섰다) (*감정은 깊게 가지 말구요!)
S#5. 도심의 공원
엄청난 충격으로 얼얼하게 앉아있는 지혜. 지혜,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
어떤 예감으로 멍한 두눈에 두려움이 엄습해온다.
S#6. 동 식당
정우, 설렁탕 푹푹 떠서 꾸역꾸역 정말 열심히 먹고 있다.
영심, 숟가락 설렁탕 그릇에 꽂은 채 한술도 뜨지 못한 채 그저 앉아있다.
영심 : 왜,왜 그,그랬어요? 왜,왜 나,나한테..왜,왜 나한테..?
정우 : (동작 멈춘 채)... ...
영심 : 뭐,뭐라구 해,해명을 해,해야 되,되는 거 아,아닌가요? 시,실수여,였다구 시,실수 해,했다구
나,나한테 사,사과해,해야 되,되는 거 아,아닌가요?
정우 : 실수, 아니예요.
영심 : (놀라는)
정우 : 놀라게.. 해서 미안..해요. 하지만 실수, 아니예요.
영심 : 저,정우씨?
정우 : 모르..겠어요. 나두 내가 왜 그랬는지 나두 증말 모르겠는데요 영심씨, 분명한 건 실순, 아니예요.
영심 : (얼어붙은 채) 저,정우씨... ...?
정우 : (깊은 시선으로 응시하며) 진심..이었어요 나.
영심 : (멍한 눈이 마구 출렁이고 풀썩 온몸이 꺾이는데)
정우 : (지혜 겨냥한 채 싸늘하게 굳은 눈으로 응시하고 있는)
S#7. 인테리어 사무실
지혜, 후들후들 휘청거리는 몸을 간신히 이끌고 사무실로 들어오고 책상에 가 앉는다.
수현, 지나가다가 그 모습 보고 의아해서 다가온다.
수현 : 송실장, 어디.. 아파?
지혜 : (간신히 일어나고) 아,아뇨. 그냥 좀 기,기운이 없어서..
수현 : (기척 살피며) 아프면 안돼. 할 일이 태산이야.
지혜 : 네.
수현 : 공사일정 나왔어?
지혜 : 네에. (공사일정표 건네는) 여기.
수현 : (일정표 보며) 시공사 선정은 어떻게 돼 가?
지혜 : (안간힘으로) 네군데서 견적설 받아서 검토중이예요.
제생각두 그렇구 교수님께서 두 시공사 두곳에 내외관 공살 따루 맡기는 게 좋겠다구 하셔서요.
수현 : 음. 그렇게 해. 결정되면 미팅 잡아서 알려줘.
지혜 : 네.
수현 : 아프지 마? 명령이야. (나간다)
지혜 : (미소로 배웅하고는 풀썩 앉고 충격이 진정이 안돼서 힘이 든다)
S#8. 한강 둔치
유유히 흐르고 있는 강을 바라보고 있는 정우와 영심.
영심 : 동서..하군 어쩌다 이렇게까지.. 두사람 다 꼭 이런 식으루 서로에게 상철 내야 했어요?
정우 : (눈빛에 날이 서고)
영심 : 동서, 많이 괴로워했어요. 제가 알아요. 정우씨 힘든 거 넘 넘 힘든 거 잘 아는데요 그래두 맘 풀어요. 동서 입장,
정우 : (O.L) 풀구 말구두 없어요 이젠. 비웠어요 깨끗하게. 잊었어요 완전히. 홀가분하구 편해요.
영심 : (?)... 진심..이예요?
정우 : (끄덕이는) 미련하게도 철창에 갇히구 나서야 깨달았어요. 지혜에 대한 내감정이 사랑이 아니라 집착이었다는 걸..
더 이상 내가 지혤 사랑하고 있지 않다는 걸..
영심 : (!)... ...
정우 : (목걸이를 빼서 손에 들고 응시한다)
영심 : 뭐..예요? 늘 하구 있던데?
정우 : 여태 사랑이라구 믿었던 내 집착이요. 버릴..라구요 이젠.
영심 : (어?) 괜..찮겠어요? 두 번.. 다신..찾을 수 없을 텐데.
정우 : (일순간 홱 강물에 던져버린다)
영심 : (놀라고) 어?
정우 : 시원해요. 진작에 버리지 못한 게 후회될 만큼.
영심 : 그래두.. 그래두 정우씨 아직,
정우 : (O.L) 다른 사람 얼굴이 생각나더구요! 유치장에 갇혀있는 내내. 이상하게도 지혜가 아니라 다른..사람..얼굴이..!
영심 : (어?)... ...
정우 : 스스로한테 물어보구 있는 중이예요. 그 사람에 대한 마음이 어떤.. 마음인지..
영심 : (떨려오는)
정우 : (영심의 반응 주시하며 영심을 쏘듯 응시한다)
S#9. 민원장 저택 대문 앞
영심, 아직까지 떨림이 진정이 안된 얼얼한 표정으로 걸어온다.
영심, 멈춰서고 마구 뛰어대는 심장을 양손으로 누르며 진정시키려고 애쓴다.
영심 : 서,설마.. 아,아니..겠지? 아,아닐 거야. 그래 아냐. 나,난 아냐. 그럼 나 일리가 어,없잖아.
그,그사람이 왜,왜 나같이 보,볼품없는 아줌말.. 마,말두 아,안돼지 그 건. 아니야. 그래 난 아니야.
영심, 애써 털어내며 집으로 올라가려는데 그러나 어쩔 수 없이 떠오르는..
*플래시 백..
달려들어 영심에게 키스하던 정우!
영심 : (혼란스러워하며 멍한 채 손으로 입술을 만져본다)... ...
(그러다 쭈빗쭈빗 시선을 조금씩 조금씩 옮겨 집을 힐끔 쳐다본다, 끙)... (손바닥으로 입술을 홱 덮어서 감춘다)
영심, 손바닥으로 덮어서 정우에게 키스 당한 입을 가린 채 죄인이 되어
차마 집으로 들어갈 용기가 나지않아 난감하게 집을 바라보고 서 있다.
S#10. 동 저택 거실
나여사, 커피잔 들고 부엌에서 나와 소파로 가는데.. 울리는 초인종.
나여사, 모니터 확인하며 문을 열어주려는데 모니터엔 누군지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나여사 : 누구세요?
영심 : (모니터에 쭈빗쭈빗 나타나고 입을 죽어라 가린 채) 저,저예요 어,어머니.
나여사 : 그래. (못마땅한 듯 문을 열어주고 소파로 가서 앉는다) 늦게 배운 도둑질에 날 새는 줄 모른다더니
저 물건 저거 요즘 아주 바람이 들어두 단단히 들었어? 어떻게 지가 나보다두 더 바뻐? 엉?
영심, 죄인처럼 들어오고, 거실의 나여사 눈치보며 들어가는데 저도 모르게 계속 양손으로 입을 죽어라 가린다.
영심 : (입술 가린 채) 다,다녀..와,왔어요 어머니.
나여사 : 너 요즘 공사가 아주 다망하다? 어떻게 이틀이 멀다하구 바깥출입이야?
영심 : 죄,죄송해요 어,어머니.
나여사 : 병원서 오는 길이야?
영심 : 네? 네,네. 그,그럼요.
나여사 : 근데 너 아까부터 입은 왜 그렇게 막구 있어? 입에 뭐 묻었어?
영심 : 네,네? 아,아녜요! 마,말두 안돼요 어머니! 이,입에 무,묻긴 뭐,뭐가 묻어요?
저,저 아,아무것두 아,안묻혔어요! 지,진짜예요. 오,오해하시지 마세요.
나여사 : 아 누가 뭐래? 니입에 고추장을 묻히든 된장을 묻히든 내가 무슨 상관이라구 그만 일에 진짜는 뭐구 오핸 또 뭐야?
차암 특이해. 암튼 특이해. 연구대상이야 아주!
영심 : 그,그만 오,올라갈게요 어머니. (도망치듯 허둥대며 올라가다가 계단에 콰당 넘어 진다) 아야!
나여사 : 저 저 저. 아우 못말려. 오영심씰 누가 말려. 어떻게 말려.
아후 경박해서 증말. 조심성이라군 손톱만큼두 없어. 손톱만큼두.
영심 : (끙, 아픔을 참으며 계단을 후다닥 그러나 다리를 절며 올라간다)
S#11. 2층 거실
영심, 죄책감으로 도망치듯 그렇게 올라오고 떨리는 심장을 애써 진정시키는데
이번엔 소파에 앉아 TV 만화영화를 보고 있던 지원이가 아는 체 한다.
지원 : 엄마!
영심 : (헉! 딸을 보고는 화들짝 당황) 지,지원아?
지원 : 왜 그렇게 놀래 엄마?
영심 : 어? 노,놀라긴. 안놀랐어. 안 놀랐는데 엄마? (다가가고) 우,우리딸 뭐 해?
지원 : 이웃집 토토로 봐.
영심 : 으응. 봐. (나란히 앉고 딸을 물끄러미 보며 그저 입술을 닦아낸다)...
(한숨을 푹 내쉬며 생각을 지우려고 머리를 흔들다 무심코 고개를 들면)
*영심의 상상..
2층 거실 어느 한켠에서 수줍은 미소로 영심을 바라보고 있는 정우!
영심 : (허걱!) 미쳤어! 미쳤어! (딸 쳐다보며 죄책감으로 몸둘 바를 모르며, 혼잣말로) 정신 차려 오영심! 제발! 제발!
(정우를 피해 도망치듯 일어나 안방으로 간다)
S#12. 영심 부부방
영심, 허둥대며 들어온다.
영심 (입속말로 괴로워하며) 안돼! 안돼! 생각하지 말자! 생각하지 말자! 안돼 오영심! 안돼! (고개를 들고 보는데 헉!)
*영심의 상상..
이번엔 영심의 침대에 기대앉아 열심히 건축서적을 읽고있는 정우!
영심 : (화들짝) 엄마야! (홱 돌아서고 두손으로 가슴을 누르며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빠르게 숫자송을 읊어댄다)...
(숫자송으로 차츰 진정되어 다시 조심조심 힐끔 돌 아보는데)
*영심의 상상..
책을 보다가 영심을 향해 피식 웃는 정우! (‘육 건너 뗬어요 영심씨!’라고 말을 건네든지!)
영심 : (비명을 지르며 후다닥 정신없이 뛰쳐나간다)
S#13. 2층 거실
영심 : (방안에서 뛰쳐나와 1층으로 내려가며) 난 몰라. 난 몰라. 어떻게? 어떻게?
미쳤나 봐. 돌았나봐. 정신 나갔어. 돌았어. 미쳤어.
지원 : (만화영화 보다가 갸웃한다)
S#14. 1층 거실
울상인 채로 허둥지둥 계단을 내려오는 영심.
영심 : (계단 중간에 멈춰서고 위를 올려다보며) 아후 진짜 어쩜 좋아? (간절하게 구원을 바라며 찾는) 어머니! 어머니가 저 좀
야단쳐주세요! 저 정신 나갔나봐요. 저 정신 나갔어요 어머니! 제발 정신 좀 차리게 어머니가 저 좀 야단쳐주세요.
(나여사를 찾아서 간절하게 계단을 내려가는) 어머니! 어디 계세요 어머, (두리번거리며 찾다가 허걱! 얼어붙는다)
*영심의 상상..
티테이블에 마주보고 앉아 대화를 나누며 차를 마시고 있는 나여사와 정우!
영심 : 아,안돼요! 안돼요 어머니! 아,안돼요 저,정우씨..! (풀썩 주저앉는다)
나여사 : (차를 마시며 책을 읽고 있다가 놀라서) 얘? 얘? 얘?
영심 : (그제서야 보면 정우 없고 나여사 혼자다!)...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하고)
나여사 : 뭐하는 거냐 너? 그리구 생뚱맞게 앞뒤 다 잘라내구 안돼긴 뭐가 그렇게 안된다는 거야? 왜 그래? 뭐? 뭐어?
영심 : (끙)... 아,아무 것두 아니예요. 제,제가 차,착각을 좀 해,했나봐요. 허,헛개 보여 서요..자,자꾸 허,헛개 보이네요 어머니?
나여사 : 차암 가지가지 한다! 차암 가지가지 해. 하다하다 이젠 별 할 짓이 없어 그래 젊은 애가 헛것까지 보이세용?
아우 재주두 좋으셔요옹? 어쩜 그렇게 오영심여사님은 이쁜 짓만 이쁜 말만 골라서 하세요옹?
영심 : ... ...
그때 초인종 울리고..
영심 : 누,누가 왔네요 어머니. (피하듯 후다닥 모니터 앞으로 간다)
모니터 속엔 지혜다.
영심 : (어!)... (그저 문을 열어준다)... (현관으로 마중가려다 동서 얼굴 볼 엄두가 안 나 홱 뒤돌아 후다닥 주방으로 간다)
S#15. 동 저택 주방
영심, 거실쪽으론 죽어라 시선 피하며 허둥거리며 앞치마 찾아서 입는다.
지혜 : (E) 다녀왔어요 어머니.
영심 : (죽을 맛이다! 죽어라 외면하며 주섬주섬 반찬꺼리 꺼내서 다듬는다)
S#16. 동 저택 거실 - 주방
나여사 : 어디 아프니? 안색이 넘 안좋다?
지혜 : 몸살기가 좀 있네요. 그래서 일찍 퇴근했어요.
나여사 : 그럼 느이신랑한테 들려서 진찰이라두 좀 받구 오지않구 왜?
지혜 : 그 정돈 아니예요. 하루 푹 쉬면 괜찮아질 거예요. 심려끼쳐드려서 죄송해요 어머니.
나여사 : 얘는 죄송은 무슨. 올라가 쉬어 그럼? 서 있는 것두 힘들어 뵌다.
지혜 : 네 어머니. (2층으로 가다가 영심 발견하고 멈춰선다, 심경 복잡해지고)... (분노보다는 원망이 가득한 눈길로 응시하는데)
영심 : (죽어라 외면하고 있다가 느낌이 이상해서 힐끔 쳐다보는데)...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동서!)
어! 도,동서! 어,언제.. 와,왔어?
지혜 : ... ...
나여사 : (다 마신 커피잔 들고 들어오며) 웬 헛소리야 얘는 또. 방금 지손으루 문 열어줘 놓군.
(커피잔 싱크대에 넣으며) 갑자기 헛게 보이질 않나 방금 지가 한 일두 깜빡 거리질 않나,
새아긴 감기몸살이구 니병은 도대체 무슨 해괴한 병이냐? 엉?
영심 : (지혜 눈치보며 끙)
지혜 : ... ...
나여사 : 제발 정신 좀 챙기구 살어? 엉? 긴장감 없이 술에 술탄 듯 물에 물 탄 듯 정신 쏙 빼놓구 맨날 하는 일 없이 생각두 없이
비생산적으루 사니까 헛것두 들구 그러는 거 아냐? 머리두 써야 좋아지지. 나는 얘 너처럼 머리 안쓰는 얘는
살다 살다 첨이다. (나가며) 그러니까 남들 다 붙는 면허시험 같은 것두 떨어지지.
지혜 : 올라가 볼게요. 저녁준빈 형님 혼자 하세요. 몸이 좀 안좋아서요.
영심 : 어. 그래. 오,올라가 동서. 올라가.
지혜 : (뒤돌아 영심 의식한 채 복잡한 심경으로 올라간다)
영심 : (마찬가지로 동서 바라보며 복잡하고)
S#17. 동 저택 전경 (밤)
S#18. 지혜 부부방
지혜, 침대에 오두마니 앉아있다.
*플래시 백..
지혜를 발견하고 보란 듯이 뒤돌아 영심에게 걸어가 키스를 하던 정우!
지혜 : (고통스럽고 정우가 두렵다!)
재환, 욕실에서 나와 화장대로 가 스킨과 로션을 바르며..
재환 : 아우 아직두 멍자국이 남아있네. 아후 미친 자식 그거, 고소 취하 괜히 해줬나?
그 자식 그거 설마 또 자기한테 해꼬지 하진 않겠지?
지혜 : 음. (이불 속으로 들어가 눕는다)
재환 : 하이 형수가 사정사정 하지만 않았어두 내가 이번엔 그자식 제대루 매운맛 한번 보여주려구 했는데.
다신 자기한테 얼씬두 못하게. 어? 근데 형순 도대체 그 자식하구 얼마나 친한 사이길래 그 자식을 그렇게 감싸구 돌아?
자기 당한 얘기 뻔히 다 듣구두. 형수 좀 너무하더라. 섭섭하기두 하구.
지혜 : ... ...
S#19. 영심 부부방
불 꺼져있고.. 잠이 든듯 눈을 감고있는 지환.
말똥말똥 잠이 오지 않는 영심. 영심, 이리 뒤척 저리 뒤척 혼자 괴롭다.
영심, 아무래도 안되겠는지 조심조심 살금살금 일어나 방을 나간다.
지환 : (눈을 뜨고 물끄러미 문 너머 응시하며 예민해진다)
S#20. 지환 서재
영심, 소파에 무릎을 감싸고 얼굴을 그 무릎에 폭 파묻고서 오두마니 앉아있다. 한숨을 폭폭 내쉬는 영심.
영심, 가만히 입술을 만져본다. 낮의 떨림이 고스란히 살아나고.. 괴로워서 머리채를 흔든다.
어느새 들어온 지환이 문앞에 서서 그모습 지켜보고 있다.
지환 : (아내에게 분명히 무슨 일인가 벌어지고 있다!)... (두려워지고 당혹스럽다)
영심 : (이번엔 무릎에 이마를 콕콕 찧고 있다)
지환 : 뭐해?
영심 : (화들짝) 허! 여,여보?
지환 : 자다말구 여기서 뭐해?
영심 : 아,아무 것두 안해. 근데 당신, 노크 좀 해요. 뭐예요? 불쑥불쑥.
부부사이에두 예의가 있는 거라구 당신이 맨날 나한테 그래놓구.
지환 : (무안하고) 어어. 미안..해.
영심 : 아,아니 미안까진 아니구 여보 그,그냥 그,그렇다구.
지환 : 자자.
영심 : 어어. 근데 난 잠이 안와서. 가서 당신 먼저 자요. 난 여기 좀 더 있다가 잠오면 그때 갈게.
지환 : (어쩐지 상처받고)... ... 무슨.. 걱정..있니?
영심 : 아니. 걱정은 무슨. 어,없어. 없어 여보. 걱정하지 말구 가서 자요. 당신 피곤하잖아.
지환 : 가자. 같이.. 자. 같이..자구..싶어 난.
영심 : (?) 여,여보?
지환 : 싫으..니?
영심 : 어. 저,저기 여,여보 나,나 하,학과공부 해,해야 되거든 며,며칠 있음 시험인데 또 떠,떨어지면 안되잖아.
고,공부..해야 되는데 지금 난..
지환 : (무참하고) 어어. 그,그래. 해. 공부. (무안 무참한 채로 돌아서 나간다)
영심 : (?)
S#21. 지환 서재 앞
방문을 닫고 나오는 지환. 무참한 심정으로 아내 있는 방문을 오래 응시하고 서 있다.
어떤 알수 없는 불안한 아니 불길한 예감에 휩싸이는 지환. (F.O)
S#22. 수미 치킨집 전경 (다른 날)
S#23. 치킨집 안
수미 : (닭 튀기다 말고 깜짝 놀라서) 뭐어? 키,키스? 키스, 언니야?
영심 : (닭 양념하면서 복잡한 얼굴로 끄덕이는)
수미 : 진짜야? 진짜루 키슬 했단말야? 걔가? 언니한테?
영심 : (끄덕끄덕)
수미 : 아,아니 왜에? 아니 걔가 언니한테 왜?
영심 : 모르겠어 나두. 머릿속이 넘 복잡해. 식구들 얼굴두 못보겠구 그이 얼굴두 못보겠어.
오후에 학원두 가야되는데 그사람 얼굴은 또 어떻게 봐? 나 어떡해야 돼?
수미 : 마,말두 안돼. 뭐,뭐야 그럼? 걔두 언니한테 맘 있단 얘기잖아.
영심 : 그,그건 더 말이.. 안돼지. 건 아닐.. 거야. 어떻게 그런..일이. 아냐 그런 건.
수미 : 그게 아니면 그럼 뭔데? 백주대낮에 것두 경찰서 마당에서 남의 이목두 생각않구 덤벼들어 키슬 퍼부었을 때는
그만큼 절실했다는 얘기잖아. 며칠 갇혀있었더니 언니가 넘 보구싶었다, 미치게 보구싶었다,
그래서 저두 모르게 달려들어 키스, 그거 잖아.
영심 : (혼란) 서,설마...
수미 : 설마가 사람 잡는댔어. 아우 진짜 사람잡네 이거.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더니 걔 뭐냐 진짜?
백프로 안전빵이라구 내가 확신하구 언닐 걔한테 보낸건데, 걔가 그렇 게 나오면 안되지. 우리언니 위험해져서 안되지.
안그래두 풍덩 빠져있는 사람한테 걔가 그렇게 나옴 안돼지. 언니야, 안돼. 어? 안돼에?
영심 : 걱정하지마. 그런 일두 없을 거구 그사람두 아닐 거야. 그래 아냐. 그사람이 뭐가 부족해서 나같은 여잘 좋아하겠어.
부담스럽구 싫댔어. 그래 그게 진심일 거야.
수미 : 나같은 여자라니? 언니가 뭐가 어때서? 이만하면 예쁘구 거기다 착하구 뭐 애 둘 딸린 아줌만 것만 빼면 뭐가 어때서?
아직 몸매두 빵빵탱탱한 게 봐줄만 하구만.
영심 : 피이.. 불행하게두 나 이쁘게 봐주는 건 이 세상에서 울엄마하구 김수미, 단 둘밖에 없네요. 아무두 나같은 건
거들떠두 안보네요. 난 있잖아, 한번두 누가 날 좋아 해준 적이 없다? 맨날 나 혼자서 좋아하구 쫓아다니구,
우리그이두 그렇구 정우씨두 그렇구. 그게 내 팔잔가봐. 평생 사랑받지 못할 팔자.
수미 : 팔자 한번 더럽네.
영심 : 그래서..였나봐. 때렸..어야 하는데 그사람 따귀 때렸..어야 했는데.. 바보처럼 나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너무 떨렸어.
심장이 터지는 줄 알았어. 아무 생각두 안나구 그저 내심장 소리가 그사람한테 들릴까봐 그럴까봐 오직 그것만 신경쓰였어.
첨..이었어. 누가 나한테 먼저 달려와 그렇게 절실하게.. 씨이..그래두 따귀..때렸..어야 했는데.. 자존심 상해.
S#24. 커피숍 안
정우와 지혜, 팽팽한 긴장감으로 마주앉아 있다.
정우 : (가시 돋힌) 고소 취하해줘서 고맙다. 덕분에 일찍 나왔어.
지혜 : (노려보는)
정우 : 보자구 한 용건이 뭐야?
지혜 : 몰라서 물어?
정우 : 음. 모르겠는데?
지혜 : 목적이 뭐야 너? 도대체 어쩔 셈이야?
정우 : 뭐가?
지혜 : 우리형님? 우리형님?
정우 : 영심씨가 왜?
지혜 : 박정우?
정우 : 음.
지혜 : 너 정말?
정우 : 내가 뭐.
지혜 : 우리형님한테 왜 그래 너? 도대체 우리형님 어쩔 셈이야 너?
정우 : 좋아해. 그것 뿐이야.
지혜 : 뭐? 뭐? 그걸 지금 나보구 믿으란 소리야?
정우 : 니가 믿든 말든 내 알 바 아니야.
지혜 : 너 아주 작정을 했구나? 나 하루하루 피말려 죽이기루? 어? 어떡하면 가장 독하게 가장 잔인하게 복수할까 연구했니?
어떡하면 다 망하게 만들까, 나뿐만 아니라 우리시댁까지두 철저하게 망가뜨릴까, 그거 연구했어 너?
그래서 니가 택한 게 우리 형님이야? 그래?
정우 : (싸늘한 비웃음) 내가 왜 너한테 복술 해? 아냐 송지혜. 나, 너한테 미련 없어. 조금의 관심두 흥미두 없다 이젠.
지혜 : 우리형님 나한군 달라! 약한 사람이야! 순진해빠진 사람이야!
니가 흔들어대면 흔들어대는 대루 흔들릴 사람이야! 지금두 너 때문에 흔들려하는 사람이야!
그런 사람갖구 너 향한 우리형님 마음갖구 장난질 치는 거 잔인하다구 생각하지 않니?
정우 : 니가 그렇게 동정심이 많은 줄 미처 몰랐다 송지혜! 근데 착각하지 마라. 전에도 말했듯 나, 영심씨 너랑 상관없이
만나는 거야! 좋아..졌어 영심씨가! 같이 있음 편하구 즐거워. 좋은 여자구 나한텐 고마운 여자야.
솔직히 나두 앞으루 내가 영심씨한테 어떻게 할지 모르겠어. 한치 앞두 모르는 게 사람일 아냐?
지혜 : (두 눈 마구 출렁이고)
정우 : 우리 두사람 일은 우리가 알아서 할테니까 넌 이래라 저래라 상관 말아줬음 좋겠어! 부탁, 하자. 뭐 더 할말 있어?
지혜 : ... ...
정우 : 그럼 용건 끝난 거 같은데 나 먼저 일어날게. (일어나고 싸늘하게 나간다)
지혜 : ... ...
S#25. 커피숍 앞 거리
정우, 몹시 힘든 얼굴로 나오고 성큼성큼 걸어나가는데.. 지혜, 안에서 뛰쳐나와 정우를 쫓아간다.
지혜 : 정우야! 정우야 잠시만?
정우 : (멈춰서고)
지혜 : (마주보고) 유학, 당장 떠나! 그래줬음 고맙겠어.
정우 : (쳐다본다)
지혜 : 밤낮으루 유학자금 마련하구 있다구? 기태씨한테 들었어. (봉투 건네는) 유학자금이야. 2월까지 기다릴 거 뭐 있어.
당장 떠나. 바루 떠나. 가서 여기일은 다 잊구, 나따위도 다 잊구, 하구싶었던 공부만 해.
더 이상 너 망가지는 거 보구싶지 않아.
정우 : (냉정하던 눈이 일순 파르르 떨리고) 내가 아니라 망가지기 싫은 건 너겠지? 미안하다 송지혜?
니 뜻대루 한시 바삐 사라져주지 못해서. 떠나기 전에 꼭 정리하구 가야될 일들이 꽤 있어서 말이야.
지혜 : 그만 둬! 제발 그만둬! 니가 무슨 생각으루 이러는지 알아! 니뜻대루 안돼! 니 뜻 대루 절대 안돼 정우야!
막을 거야! 무슨 수를 써서든 나, 너 막을거야! 그러니까 그만둬! 제발 우리형님 가만놔둬! 어?
정우 : 니 맘대루 해! 난 상관 안해! 대신 나두 내 맘대루 할 거야! 그러니까 너두 상관하지마!
막아봐! 도대체 뭘 막든다는 건진 잘 모르겠지만! 뭐든 잘 막아야 될 거야! (싸늘하게 일별하고 걸어나간다)
지혜 : ... ...
정우 : ... ...
S#26. 병원 정우 담당의사방
정우, 의사 앞에 불려와 앉아있다.
의사 : 치료, 하루빨리 시작합시다. 이렇게 계속 그냥 놔두면 큰일납니다.
정우 : 저, 치료.. 필요없어요 선생님. 안받..을래요. 예. 저, 안받을 겁니다.
의사 : 박정우씨?
정우 : 고작 10개월 살자구 언어마비 신경마비 의식장애까지 온다는 무시무시한 치료, 받을 수 없어요 전.
10개월 동안 저보구 말두 못하구 느끼지두 못하구 생각두 못하는 병신으루 병상에 누워서
선생님이 주는 약이나 받아먹으며 하루하루 죽어가란 소리 밖에 더 됩니까?
의사 : 10개월에서 1년은 어디까지나 평균적인 기간이구 더 길게 사는 사람두 있어요.
정우 : 더 길게 얼마나요? 10년이요? 20년이요?
의사 : ... ...
정우 : 병신으루 병상에 누워 10개월 사느니 그냥 삼개월만 살다 죽을래요 저. 삼개월 동안 만큼은 제맘껏 제맘대루 살다가
그렇게 죽을래요 저. 머리가 많이 아파요. 정말 지독하게 무섭게 쑤셔대요. 처방전 좀 써주세요.
그것.. 때문에 찾아뵌 거예요.
의사 : (할말이 없는)... ...
정우 : ... ...
S#27. 거리
정우, 암담한 표정으로 걸어온다. 정우, 어느순간 멈춰서고 천천히 휘-둘러본다.
정신없이 달려대는 차들, 바쁘게 지나가는 행인들, 가게 안의 사람들, 뒹구는 낙엽들, 나무들, 그리고 시린 하늘..
정우, 눈시울이 붉어진다. 억울하다. 너무 억울하다. 이렇게 죽긴 싫다. 이렇게 혼자 죽어가야 된다는 게 너무 억울하고 두렵다.
S#28. 운전면허학원 대기실
영심, 난로 주변에 모여 웅성웅성 얘기 나누고 있는 수강생들과 떨어져 한쪽 구석에 고민스런 얼굴로 앉아있다.
영심 : 후우.. 어떻게 얼굴을 보지? 어떡해? 어떡해? 그냥 확 안면몰수하구 아무일두 없었다는 듯 행동해버릴까?
(연습하는) 안녕하세요 정우씨! 날씨가 참 좋죠? 좋은 주말이예요 그죠? 아후우 이건 아닌데?
(머리를 박박 긁적이다가 가지고 온 전기담요 눈에 들어오고 번쩍) 맞어! 그럼 되겠다! 내뜻두 확실하게 전할 수 있구.
(전기담요 가져와 들고는 연습하는) 유학, 잘 다녀오세요 정우씨! 그동안 고마웠어요!
(맘에 안들어 다시 연습) 유학, 잘 다녀오세요! 그동안 넘 넘 고마웠어요 정우씨!
모여있던 수강생들, 전기담요를 공중에 건넸다 놨다 하며 혼자 중얼거리고 있는 영심을 이상하단 눈길로 일제히 쳐다보고 있다.
영심 : (전혀 모른 채 연습하고 또 연습하는) 유학, 잘 다녀오세요! 그동안 고마웠어요 정우씨!
(도리질하고 다시) 유학, 건강하게 잘 다녀오세요 정우씨! 그동안 고마웠어요.
평생..못잊을..거예요. 평생..안잊을..거예, (실감이 되어 슬퍼지는) 안잊을.. 거예요 평생. 못잊을.. 거예요 나는...
S#29. 동 학원 일각
나란히 서서 연습장 바라보며 자판기 커피 마시고 있는 정우와 기태.
정우 : 만약에 말야 삼개월 후에 니가 죽는, 아니, 지구가 멸망한다면 넌 남은 삼개월 동안 뭐하구 지낼 거냐?
기태 : 뭐하긴 뭐해 임마? 한그루 사과나무를 정성스레 심기는 개뿔이 심냐? 건 말두 안돼는 헛소리고 글쎄 뭐하지?
은행이란 은행은 다 털어서 돈벼락이나 한번 맞구 뒈질까? 돈에 파묻혀서 장렬하게 운명하는 거지. 어때?
정우 : (쓴웃음)
기태 : 아님 삼개월 동안 매일같이 여자를 바꿔가면서 만나는 거야. 어? 삼개월이면 90일 쯤 되지? 캬아 그럼 무려 90명의 여자를
정복하는 거 아니냐? 90일간의 여자일주! 야아 요거 좋네! 어? 난 이걸루 할란다! 그러는 넌 뭐할 건데?
정우 : 글쎄..뭘 할까? 뭘 하면서 남은 시간을 보내야 되는 걸까? 모르겠다 난. 정말 모르겠다 난.
기태 : 뭐니 뭐니 해두 그래두 젤루 좋은 건 사랑하는 여자랑 죽을 때까지 죽어라 찐하게 후회없이 사랑하다
한날 한시에 꼭 껴안구 같이 죽는건데 어? 그럼 뭐 죽는 것두 별루 억울하지두 않을 거 같구, 외롭지두 않구, 안그냐?
정우 : (씁쓸하고)... ... 가자. 강습시간 다 됐어.
정우와 기태, 나란히 강습장으로 걸어가며..
기태 : 아우 그나저나 니놈이나 나나 지구 멸망하기 전에 사랑하는 여자부터 만들어 놔야 되는데 어?
겨울도 깊어가구 옆구리두 시리구 크리스마슨 무섭게 다가오구, 외로워서 돌아가시겠다 아주!
정우 : 왜? 소갈비 아가씨랑 잘 안되냐?
기태 : (한숨) 어. 싫단다. 내눈이. 자기는 뭐 이 세상에서 소고기가 젤루 지긋지긋한데 내눈이 송아지 눈을 닮았대나 어쨌대나?
안목없는 기집애! 쌍꺼풀두 없는 박정우 눈이나 좋아하구말야! 아후우 내가 그동안 소갈비집 데릴사위 한번 되볼라구
걔한테 들인 공이 얼만데!
정우 : 주라.
기태 : 뭐? 뭐 임마?
정우 : 10만원.
기태 : 뭔 10만원? 자식이 자다가 봉창 두드리나? 도대체 뭔 소릴 하는 거야 임마? 10만원이라니? 당최 무슨 소릴 하는 건지 원.
정우 : (피식 웃음으로) 야 인간 엄기태, 치사하게 이러기냐? 내긴 니가 먼저 했어 임마? 어떻게 사내자식이 100만원두 아니구
째째하게 10만원에 안멸몰수냐? 추하다 마?
기태 : 아 좋아 좋아! 그럼 내기 딱 한번만 더 해! 어? 솔직히 너두 임마 내기에 응하겠다구 대답두 안했잖아?
쌍방간에 합의없이 했으니까 이번건 무효루 하구, 어! 연습 게임, 어? 연습게임이라 치구, 제대루 한판 더 해 그럼? 오케이?
정우 : 됐어 임마! 안한다 안해!
기태 : 어허 내 말 들으면 달라질 걸? 이번엔 차원이 달라요. 어? 차원이! 한차원 아니 서너차원 업그레이드 시켜서
이번엔 병원집 맏며느리! (턱짓하며) 조오기, 너도 아는 여자.
정우 : (그쪽 바라본다)
마침 영심이 차 뒷좌석에 가방과 전기담요를 넣어놓고 있는 게 보인다.
정우, 영심이다! 얼핏 표정 굳는다.
운전석에 앉는 영심. 그 위로,
기태 : (E) 워낙 소박하게 생겨서 몰랐는데 글쎄 성민병원이라고 알짜배기 병원에 맏며느리라는 거야.
나 참, 이런 노른자를 옆에 두고 소갈비에다 삽질할 게 뭐냐.
정우 : (아까부터 계속 영심 응시하고 있는, 그 위로 기태 계속 떠든다.)
기태 : (E) 보니까 저 아줌마 완전히 순진만빵이야. 십년동안 집안에 틀어박혀서 솥뚜껑운전만 한 거 같애.
저런 아줌만 열 번씩 찍어댈 것두 없어! 걸었다하면 바루 넘어오게 돼있거든!
일주일 안에 키스, 삼주 안에 완전히 넉다운으루 케오 시키기. 오케이?
기태 : 으흐흐~ 짜식, 내가 못할 것 같지. 두고봐 일주일도 못가서 (하는데)
정우 : (말 자르며) 내가 할게. 너 말고 내가 한다.
기태 : (허걱, 놀라서) 뭐?
정우 : 대신 십만원빵은 재미없고, 니 차, 삼개월만 쓰자. 아니 삼개월까지두 필요없겠다. 한달만 쓰자.
깨끗이 쓰구 한달 후에 돌려줄게.
기태 : (황당무계) 야 박정우?!
정우 : 내가 지면 내 자전거, 너 줄게. 너 탐냈잖아.
기태 : (어이없는 헛웃음) 야? 너..? 지,지금 농담하는 거지? 어?
정우 : 내기, 했다? 증건 카메라에 담아오면 되냐? 알았어. 실시간으루 보고해 줄게.
기태 : 야 바,박정우? 너 오늘 뭐 잘못 먹었어?
정우 : (말 자르듯이 빈 종이컵을 기태에게 안기고 성큼성큼 걸어간다)
기태 : 저,저 자식 뭐야 저거? 야 박정우! 야 정우야?
정우, 성큼성큼 차로 향한다. 무덤덤한 무표정한 표정이 비장하기까지 하다.
멋모르고 차 안에 앉아있는 영심, 무심결에 돌아보고는 걸어오는 정우를 발견하자 일순 온 몸이 굳는다.
홱 고개를 앞으로 돌리고 안절부절이다.
영심 : (중얼중얼 혼잣말) 어떡해 어떡해. 왜 일루 오는 거야. 왜 나한테 오는 거야.
(힐끗 곁눈질로 보고는) 으흥~ 어떻게 봐 얼굴을. (울상인데)
벌컥 문 열리고 조수석에 정우가 탄다. 영심, 힐끗 봤다가 고개 숙인 채 바들바들 떤다.
정우 : (그런 영심 보며 부드럽게) 영심씨.
영심 : (못보고)... 네,네...
정우 : 엄기태 강사한테 사정이 생겨서 스케쥴을 바꿨어요. 오늘부턴 영심씨 제가 맡을 거예요.
영심 : (놀란다!) 네? 오,오늘..만이 아니..구요?
정우 : 네. 오늘부터 영심씨 면허 딸 때까지 계속이요.
영심 : (어?)... (좋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
정우 : (개의치 않고 영심 쪽으로 몸을 기울이며 팔을 뻗는다)
영심 : (헉! 소스라치게 놀라며 죽어라 몸을 뺀다)
정우 : (묵묵히 안전벨트를 매준다) 이건 운전자의 기본이예요. 차에 타자마자 벨트부터 하는 습관 들여야 돼요.
영심 : ... ...
정우 : (얼굴 가까이에 대며) 네?
영심 : 네,네.
정우 : 그럼 출발해요. 코스대루 한바퀴 돌아서 평행주차 하는 데까지 가서 차 세워요. 오늘은 평행주차 완벽하게 마스터해요.
영심 : 네. (시동 거는데 바들바들 손이 떨리고)
정우 : (그 손 물끄러미 보고 있다)
영심, 온몸 바들바들 떨리고 심장은 쿵쾅쿵쾅 벼락소리를 내고,
안절부절 어쩔줄 몰라 하며 정우를 옆에 태우고 강습용 차를 몰고 출발한다.
출발한 영심의 차, 횡단보도에서 멈춰야 되는데 지나쳐서 급정거하고, 경사로에서 허덕이고,
굴절코스, 교차로 코스, 철길건널목, 등을 엉망으로 지나쳐간다.
영심, 완전히 당황하고, 정우 그때마다 찬찬히 부드럽게 설명해준다.
언뜻언뜻 정우를 두려움과 떨림으로 바라보는 영심.
S#30. 동 학원 연습장 평행주차 연습공간
정우, 영심에게 평행주차 가르쳐주고 있다.
영심, 모범생마냥 의욕적으로 열심히 듣고 기억하고, 정우가 시키는 대로 한다.
정우, 차밖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영심 혼자 힘으로 신중하게 조심조심 배운대로 평행 주차를 하고..
한데 차가 조금 비뚤어져서 주차되는 상황이 된다.
영심 : (차안에서 고개를 빼곰히 내밀고 확인하고는 속상해서 울상)...(잘 하고 싶었는데)
정우 : (피식 웃으며) 잘 안돼요?
영심 : (끄덕끄덕, 한숨 포옥 내쉰다)
정우 : 원래 평행주차가 젤 어려워요. 남자들두 첨엔 다 끙끙대는데요 뭐. 영심씨만 그런 거 아니니까 속상해 하지 말아요.
영심씨 잘 할때까지 백번이구 천번이구 과외수업을 해서라두 내가 가르쳐줄 거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알았죠?
영심 : (따뜻해지고 수줍게) 네.
정우 : 이번엔 같이 해 봐요.
정우, 차밖에서 유리창 안으로 고개를 들이밀고 영심의 양손 위에 자신의 양손을 겹쳐 올려놓으며..
정우 : 핸들은 감이 중요해요. 다른 방돈 없구요 무조건 나한테 맞는 감을 익혀야 돼요.
영심 : (어! 잡힌 손 출렁이는 눈으로 보며 얼어붙는)
정우 : (영심의 손을 잡은 채 핸들을 돌리며 설명하는) (*비뚤어진 상황에 맞게 알아서!)
영심 : (잡힌 손 때문에 심장이 쿵쾅거리고 코앞에서 느껴지는 정우의 얼굴과 숨결 때문에 숙이 턱턱 막힌다!)
정우 : (느끼지만 모른 척 계속 설명을 한다)
영심 :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다!)
S#31. 동 학원 일각 (강습용 차 주차장)
정우가 운전하고 조수석에 영심이 탄 강습용 승용차, 주차장으로 가서 늘어선 노란 차 들 틈에 한번에 주차되고..
정우와 영심, 내린다.
정우 : 수고했어요.
영심 : 제가 뭘요. 수곤 정우씨가 했죠. 힘들죠? 나 가르치기.
정우 : 아뇨. 즐거워요.
영심 : (어!)...
정우 : 그럼 낼 봐요. 잘 가요 영심씨.
영심 : 줄..게 있는데..
정우 : (?)
영심 : (뒷좌석에서 전기담요를 꺼내서 건네는)
정우 : 전기담욜 왜..? 나..주는 거예요?
영심 : 따루 준비할까봐 미리 샀어요. 유학.. 잘 다녀오라구요. 건강하게 잘 다녀오세요.
정우 : (그저 물끄러미 바라보고만)... (먹먹해진다)...
영심 : (어?)... 왜.. 안..받아요? 벌써 준비..했어요?
정우 : 아뇨. (받고) 고마워요 영심씨. 가서 잘 쓸게요.
영심 : (끄덕이며) 옛날에 우리남편 유학 갔을 때 전기장판 사서 붙여준 게 생각나더라구요. 우리그인 독일루 유학 갔었는데
그렇게 춥다구 하더라구요. 외국은 온돌이 없잖아요 왜. 그리구 다 오래된 건물이 되나서 난방시설이 안좋은 데가
많다구 하더라구요. 공부하러 갔는데 아프기라두 하면 혼자 서럽잖아요.
정우 : ... ...
영심 : 아프지 말라구요. 혼자서 끙끙 아프지 말라구요. 알았죠?
정우 : (그저 끄덕끄덕)... ...
영심 : 그럼 이만 가볼게요. 낼 봐요 정우씨. (인사하고 걸어나간다)
정우 : (담요와 영심 차례로 보며 심정 복잡하고 힘들어진다)... ...(약해지려는 마음 일부러 다잡아 세우며) 영심씨!
영심 : (뒤돌아본다) 네?
정우 : 어디 따뜻한데 가서 과외수업 해요 우리?
영심 : (?) 네?
정우 : 낼 영심씨 학과시험이잖아요. 이번엔 꼭 합격해야죠. 옷갈아 입구 나올 테니까 여기서 잠시만 기다리구 있어요?
(사무실 향해 뛰어간다)
영심 : (!)... ...
S#32. 커피전문점
정우와 영심, 학과시험 과외수업 중이다.
정우, 문제를 내면 영심이 답을 하고, 영심이 틀리면 정우가 설명해주고 암기요령도 가르쳐주고
다정한 연인들처럼 그렇게 하하 호호 즐거운 시간을 함께 하고 있다.
종업원, 커피와 생크림 가득한 코코아 한잔을 놓고 떠난다.
정우 : (교재를 덮으며) 10분간 휴식.
영심 : 이렇..게까지 안해..줘두 되는데. 나땜에 괜히 황금같은 토요일 오훌 몽땅.. 미안해서 어떡해요?
정우 : 달리 할 일두 없으니까 신경 안써도 돼요. 마셔요.
영심 : (코코아 마시며 휘둘러보며) 여긴 대학교 앞이라 그런지 어린 친구들밖에 없네요. 다들 파릇파릇 생기 넘치구 이쁜데
나 혼자만 폭싹 늙은 아줌마네요. 이 안에서 내가 젤 나이가 많은 거 같죠? 그죠 정우씨?
(입가에 생크림 묻힌 채) 나랑 이렇게 같이 앉아 있는 거 안 창피해요? (하는데)
정우 : (천천히 다가와 입가의 생크림을 가만히 엄지손가락으로 닦아준다)
영심 : (!)... (마구 떨려오고)
정우 : 낼 저녁에 뭐해요?
영심 : 왜,왜요?
정우 : 저녁..같이 먹어요.
영심 : 네,네? 그,글쎄요, 내,내일은 조,좀 곤란..한데.. 다른 날 다른 날 먹으면 안될까요?
정우 : 나두 그건 좀 곤란한데. 낼 저녁만큼은 영심씨가 꼭 같이 먹어줬음 좋겠는데.
영심 : 왜,왜요?
정우 : 생일이예요. 낼.
영심 : 네? 생일..이요?
정우 : (끄덕)
영심 : (어?)...
정우 : 그래두 여전히 곤란해요? 생일인데두?
영심 : 실은 우리남편두 낼이 생일이거든요.
정우 : ... ...
영심 : (괜히 미안해지고)
S#33. 민원장 저택 거실
지환, 현관에서 퇴근차림으로 들어오고.. 민원장과 재환, 바둑을 두고 있다.
지환 : 저 왔어요.
민원장 : (바둑 두며) 요즘 너 일찍 들온다?
지환 : 네에..뭐..
민원장 : (안쳐다보고 집중해서 판을 읽으며) 바깥으루 도는 거 지겨울 때두 됐어.
10년 돌아다녔음 집밖이라구 별 거 없다는 것두 깨달았을 테구. 잘 생각했어. 이젠 집안에서 돌아.
지환 : ... ... 올라가 볼게요. (2층으로 향하다가 문득 멈춰서고 부엌을 보면)
부엌엔 영심 안보이고 파출부 혼자 저녁준비를 하고 있다.
지환 : (다가가서) 집사람은 어디 갔습니까?
파출부 : 오셨어요. 지원엄마 오늘 운전학원 가는 날이잖아요.
지환 : 아직..안..왔어요?
파출부 : 네. 사모님한테 좀 늦는다구 전화온 것 같던데. 많이는 아니랬으니까 곧 들올 거에요 아마.
지환 : ... ... (예민해진다)
S#34. 동 커피숍
영심 : 그만 일어나요. 벌써 6시예요.
정우 : 네.
정우, 일어나는데 갑자기 극심한 두통이 시작되어 비틀한다.
소파를 잡고 간신히 지탱 하고, 영심이 볼까봐 안간힘으로 아무렇지 않은 척 한다.
영심 : (소파에 빠뜨린 교재 챙겨서 테이블을 나서는)
정우 : 먼저.. 나가.. 있어요. 난 화장실에 좀..
영심 : 네. 밖에서 기다리구 있을게요 그럼. (나간다)
정우 : (고통으로 힘들어하고 유리창 밖의 영심을 피해 화장실로 간다)
S#35. 커피전문점 밖 (밤)
영심, 아무래도 신경 쓰이고 걱정이 돼서 핸드폰을 꺼내 지환에게 전화를 한다.
S#36. 2층 거실 - 커피전문점 밖
지환, 소파에 앉아 신문을 읽고있는데 핸드폰 벨 울린다. 들고 보면 아내다.
지환 : (예민해져서 받는다)
영심 : 여,여보 나,나.
지환 : 음.
영심 : 당신 집에 들어왔어요?
지환 : 음.
영심 : 빨리..왔네.
지환 : 어디야 지금?
영심 : 어? 어,어 누,누구 좀 만나느라구 커피숍에.
지환 : 누구?
영심 : 어? 그,그게 여,여보? 어어 다,다 만났어. 지,지금 집에 가려구 커피숍에서 나왔어. 곧 갈거야.
지환 : 글쎄 누굴 만났냐니까?
영심 : 누,누구긴 치,친구지 친구.
지환 : 친구 누구?
영심 : 어? 누구? 마,말해두 당신은 모를 텐데. 김..수미라구 새루 사귄 친군데 그,그 친구 마,만났어.
S#37. 동 2층 거실
지환 : (아내의 거짓말 본능적으로 알아채고 날카로워져서 수화기 들고있다)... ...
그모습을 거실 한쪽에서 지혜가 지켜보고 있다.
지환 : 알았으니까 지금 바루 들어와. 버스 타지 말구 택시 타. (끊고, 핸드폰을 세게 꽉 부르르 쥔다)
지켜보고 있는 지혜, 영심과 정우의 만남 확신하고 파르르 한다.
지혜, 치밀어 올라서 홱 뒤돌아서 방안으로 들어간다.
S#38. 지혜 부부방
지혜, 가파른 동작으로 핸드폰 찾아서 정우에게 전화를 건다.
S#39. 커피숍 남자화장실 안
정우, 극심한 통증으로 머리를 싸안고 괴로워하다가 아무래도 안되겠어서 가방에서 약을 찾아서 다급하게 먹고,
급한 대로 세면대의 수돗물을 마시며 약을 삼킨다.
정우, 힘들어서 세면대 붙잡고 고개를 푹 숙이고 고통을 참고있는데, 핸드폰 울린다.
정우, 꺼내서 보면 지혜다!
정우 : (눈빛에 날이 서고 머리를 짓누르며 핸드폰 받는다)
지혜 : (F) 너 지금 우리형님이랑 같이 있니? 그래?
정우 : 음. 그런데 왜?
지혜 : (F, 부르르) 너 증말? 긴말 안해! 얼른 보내! 얼른!
정우 : 끊자. 너랑 한가하게 이런 통화나 하구있을 시간, 없다 난. 끊는다. (끊고, 고통속에서 싸늘해진다)
S#40. 동 지혜 부부방
지혜, 비명을 내지르며 핸드폰을 홱 던져버린다. 지혜, 불안과 분노와 질투로 미쳐버릴 것 같다.
S#41. 커피숍 밖 (밤)
싸늘하게 굳어서 안에서 나오는 정우, 잠시 입구에서 영심을 응시하고 있다.
영심, 연신 손목시계를 들여다 보며 걱정스런 얼굴이다.
정우 : (목표물 향해 다가가듯 영심에게 다가간다)
영심 : 전 늦어서 택시 타구 가야겠어요.
정우 : (응시한 채)... ...
영심 : 하필이면 우리그이랑 생일이 같을 게 뭐예요? 안그랬음 같이 저녁두 먹구 축하두 해주구 그럼 좋았을 텐데..
정우 : (응시한 채)... ...
영심 : 고마..워요. 정우씨 생일에 날.. 초대해줘서..
정우 : (응시한 채)... ...
영심 : (그제서야 자신을 빤히 응시하고 있는 정우 시선 느끼고 어?) 왜..그렇게 봐요?
정우 : (깊은 시선으로) 영화보러 갈래요?
영심 : 네?
정우 : 보러가요.
영심 : 저,정우씨?
정우 : 영화 싫어요? 그럼 맛있는 거 먹으러 갈래요? 뭐 좋아해요 영심씨?
영심 : 정우..씨?
정우 : 싫어요? 그럼 그냥 산책 할래요?
영심 : ... ...
정우 : (손목을 낚아채 잡아 끌며) 가요. 뭐가 됐든. (이끌고 가는)
영심 : 저,정우씨? 정우씨?
정우, 영심을 이끌고 성큼성큼 걸어나가고.. 영심, 그 손 뿌리치지 못한 채 이끌려 따라간다.
S#42. 극장 앞 (밤)
영심, 난감한 표정으로 서있고.. 정우, 표를 끊어 다가온다.
정우 : 들어가요. 10분 뒤에 시작이예요.
영심 : 나한테.. 왜..이래요 정우씨? 갑자기 왜..나한테..?
정우 : 모르..겠어요 나두. 그냥 초조해요. 삼개월 후에 떠난다구 생각하니까 갑자기 초조 해서요.
다신 못볼 지두 모른다구 생각하니까, 이대루 끝이라구 생각하니까, 나두 모르게 자꾸 초조해져요.
영심 : (?!)... ...
정우 : 생각해보니까 그동안 영심씨한테 늘 도움만 받았지 난 아무것두 해준 게 없더라구요.
그것두 맘에 걸리구, 그리구 뭣보다두 이대루 떠나면 나중에 많이 후회할 거 같아서요.
영심 : (떨림으로)... ...
정우 : 영심씨에 대한 내감정 솔직히 아직은 뭐가 뭔지 나두 잘 모르겠어요. 그래서 그냥 맘 가는 대루 한번 놔둬 보려구요.
어차피 삼개월 후엔 정리될 테니까.
영심 : (얼어붙고)
정우 : (표정이 확 바뀌며 무표정 무덤덤한 냉정한 시선으로 반응을 지켜본다)
S#43. 민원장 저택 주방
지환과 재환, 지혜, 식사중이다.
지환 : (먹으며 흘낏 시계를 보고는 치밀어 오른다)
지혜 : (파르르해서 먹는둥 마는둥이다)
재환 : 가만, 쓰으.. 형, 낼 생일이네? 맞지?
지환 : (표정관리하고) 음.
지혜 : (표정관리하고 쳐다본다)
재환 : 선물 뭐해줘?
지환 : 됐어. 선물은 무슨.
재환 : 에이 그러지말구 피차 바쁜 사람들끼리 고민하구 발품 파는 시간 줄이게 필요한 거 있음 말해주면 좋잖아?
지환 : 필요한 거 진짜 없어. 신경쓰지마. 신경쓰지마세요 제수씨. 정말루요.
지혜 : (그저 미소로 대답)
재환 : 아우 뭐하지?
수현 : (막 들어오며) 아버지하구 엄만?
지혜 : 부부동반 모임 있으셔서 나가셨어요.
수현 : (앉으며) 으응. 근데 집이 왜 이렇게 조용해? 엄마 아부지 안계셔서 그런 건 아닌 거 같구,
오빠네 식구들은 왜 하나두 안보여? 언니랑 애들 어디 갔어?
지환 : 아냐 애들은 2층에 있구 애들엄마만 없어.
수현 : (먹으며) 언닌 또 왜?
지환 : ... ...
지혜 : (날 선 표정)
수현 : 뭐야? 언니 또 운전학원 가서 연락두 없이 여태 안들온거야?
지환 : 아냐. 조금 늦겠다구 연락 왔었어.
수현 : 조금이 아니잖아? 여태 강습할 리는 없구. 어떻게 나갔다하면 늦어? 시어른들 모시구 사는 사람이.
그리구 그일루 혼쭐난지 얼마나 됐다구, 아무래두 언니 요즘 너무 수상해?
지환 : ... ...
수현 : 언니 혹시 진짜루 바람난 거 아냐 오빠? (하는데)
지환 : (버럭) 무슨 소리야 그게? 말 가려가면서 못해 너?
수현 : 오,오빠?
재환 : (놀라고)
지혜 : (복잡하고)
지환 : (수저 놓으며 일어나고) 애들엄마, 나인 너보다 아래지만 너한텐 손위 올케야. 예의 지켜.
툭하면 반말짓꺼리 하는 거, 것두 듣기 싫어. 고쳐. (휑하니 나간다)
수현 : (?)... 우리오빠 왜 저래? 뭐 안좋은 일 있었어 오늘?
재환 : (가로젓는)
지혜 : ... ...
S#44. 지환 서재
문을 거칠게 닫으며 들어오는 지환. 지환, 벽시계 노려보며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다.
S#45. 극장 안
나란히 앉아 영화를 보고있는 영심과 정우.
긴장한 영심, 차려자세로 앉아 조금의 미동도 없이 빳빳하게 경직된 채 죽어라 정면의 스크린만을 쳐다보고 있다.
그러나 시선은 스크린을 향하고 있지만 영화는 하나도 눈에 들어오지 않고 모든 신경이 옆의 정우에게로만 뻗쳐있다.
영심 : (한박자 늦게 어색한 웃음을 터뜨리고)
정우 : (보고는 씨익 웃는다)... (팝콘을 건네는)
영심 : (안쳐다보고 시선은 죽어라 스크린 향한 채 팝콘을 심봉사처럼 더듬어서 어렵게 집어 먹는다)
정우 : (영화는 안보고 그런 영심을 바라보며 영심의 손 동선을 따라 팝콘을 집기 편하게 가져다준다)
영심 : (느끼고 그제서야 쳐다본다) 아,안봐요 영화?
정우 : 봤어요 난.
영심 : (놀라서 저도 모르게 큰소리로) 봤어요? 그럼 다른 거 보자구 하죠 왜?
주위의 사람들 군시렁거린다.
영심 : (어머! 미안하다고 목례하고 소근) 말을 하죠? 무슨 고역이예요 2시간 동안?
정우 : 고역 아니니까 편하게 영화 봐요. 정 지겨우면 난 영심씨 얼굴 보면 되죠 뭐. 영화 보다 난 그게 더 재밌는데요?
영심 : (!)... (그저 고개를 돌려 스크린을 뚫어지게 응시한다)
정우 : ... ...
영심 : ... ...
정우, 어느순간 영심의 손을 가만히 잡는다! 시선 정면을 향한 채 딴청을 피우며..
영심 : (화들짝 놀라서 홱 정우를 쳐다본다)
정우 : (시치미 뚝 떼고 있다)
영심 : (어? 잡힌 손 내려보며 죽을 맛이다)... (말없이 손을 빼내려는데)
정우 : (더 꽉 잡고 안놓아준다)
영심 : (어? 정우를 쳐다보면)
정우 : (이번엔 마주 바라본다)
영심 : (마구 떨리고, 그 시선 감당이 안돼 홱 고개를 돌려 스크린을 향한다)
정우 : (역시 스크린을 바라보고)... ...
영심 : (바들바들 떨며 죽어라 영화에만 집중하려고 애쓴다)
그렇게 정우에게 손 잡힌 채 심장이 녹아버릴 것 같은 영심! 그런 영심의 감정을 가지고 게임을 하고 있는 정우!
서로 다른 감정으로 꽉 쥐어져 있는, 정우의 손과 바들바들 떨고있는 영심의 손!
S#46. 도로, 달리는 택시 안 (밤)
영심, 멍하게 얼이 빠진 모습으로 앉아있다.
S#47. 영심의 동네 도로변, 달리는 택시 안 (밤)
영심, 머리가 아파서 계속 머리를 짓누르고 있다가 아무래도 안되겠는지..
영심 : 아저씨, 차 좀 세워주세요. 여기서 내릴게요.
기사 : 왜요? 다 왔는데 댁까지 안가시구요?
영심 : 머리가 좀 아파서요. 바람 좀 쐬면서 걸어 올라가야겠어요.
기사 : 그래요 그럼. (차를 세우고)
영심, 계산을 하고 내린다. 택시 떠나고..
영심, 연신 머리를 누르며 몇걸음 걸어나가다 버스정류장의 의자 발견하고 거기로 가서 풀썩 앉는다.
영심, 양손으로 가슴을 누르며 호흡을 크게 여러번 한다.
그래도 진정되지 않아서 고개를 풀썩 떨구고 마는 영심. 어떻게야 좋을지 모르겠다..
S#48. 영심의 동네 도로변 (밤)
수심이 가득한 얼굴로 걸어오는 영심. 그런 영심의 시선에 문득 팬시점(*고급 문구류 용품점)이 들어오고 그위로 들리는..
정우 : (E) 생일이예요. 낼.
영심, 이끌리듯 안으로 들어간다.
S#49. 팬시점 안
영심, 휘 둘러보며 정우의 생일선물을 고른다. 뭘 해야좋을지 모르겠어서 난감해하며 이것저것 살펴보다가
새로 나온 2005년 다이어리가 쌓여있는 진열대에 시선이 머문다.
영심, 다가가고 ‘2005년 다이어리’라는 안내문구에 이끌려 다이어리들을 살펴보며 정우에게 맞춤한 것을 하나 고른다.
영심, 고른 다이어리가 썩 마음에 든다.
S#50. 민원장 저택 거실
영심, 안절부절 죽었다, 하는 마음으로 기척을 살피며 들어오는데..
팔짱을 끼고 턱하니 버티고 기다리며 서있는 수현.
영심 : (헉! 죽었다 싶어 각오하고 기다리는데)
수현 : (2층의 지환 들으라고) 안녕히 다녀오셨어요 언니? 조금 늦으셨네요. 그럼 안녕히 주무세요 언니이!
(홱 흘기고 그냥 방으로 들어간다)
영심 : (어? 수현이 이상하다!)... ... (조용한 집안도 이상하다! 살피며 들어가며 모기 소리로) 어머니 다녀왔어요.
어머니 저 다녀왔거든요? (어? 나여사가 보이지 않는다!) 어머니이~? 어머니이이~? (갸웃)
영심, 기회다 싶어 살금살금 까치발로 2층으로 향한다.
S#51. 2층 거실
까치발로 살금살금 2층으로 올라선 영심, 아래층 돌아보며 안도의 한숨을 푸욱 내쉬며 헤죽 웃는다.
영심 : 흐흐흐. 살다보니까 세상에 이런 날두 다 있네! 럴수 럴수 이럴 수가! (표정 밝아 져 방으로 향하다가 허걱 멈춰선다)
거실 소파에 지환, 얼음짱처럼 차갑게 앉아서 영심을 쏘아보고 있다.
영심, 깜짝 놀라서 손에 든 쇼핑백 봉투를 툭, 떨어뜨리고 그 바람에 백 안에서 다이어리 들어있는 선물 포장상자가 튀어나온다.
영심 : (어? 더 당황돼서 어쩔줄 모르겠고)
지환 : (아내의 시선 따라 선물상자 바라본다)... (자신의 생일선물이라고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일별한 후)
몇시야? 도대체 지금이 몇시야? 집에서 기다리구 있는 사람 생각은 안해?
영심 : ... ...
지환 : 당신 요즘 왜 이래? 왜 자꾸 안하던 짓을 하는 거야?
영심 : 미안해요. 잘못..했어요. 증말루.
지환 : 도대체 뭐야? 도대체 뭐가 집에만 있던 당신을 자꾸만 밖으루 돌게 만드는 거니? 어?
영심 : ... ...
지환 : 어?
영심 : ... ...
지환 : 어어?
영심 : ... ...
지환 : 당신 가정주부야. 잊었어? 애들 엄마구 아버지 엄마 며느리구 남편 있는 유부녀야 유부녀! 알아들어?
제발 정신 차려! 제발 정신 좀 똑바루 차리란 말야? 나도 참아 주는데 한계가 있어! 내 인내심 테스트 하지마 오영심!
(차갑게 방으로 들어간다)
영심 : ... ... (F.O)
S#52. 민원장 저택 전경 (다음날 이른 새벽)
S#53. 영심 부부방
잠에서 깨어나는 지환. 무심코 일어나 앉는데.. 옆자리에 아내가 없다!
스탠드를 켜고 시간을 확인하면 새벽 5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다.
지환 : (아내의 빈자리 예민하게 바라보다가 일어나 나간다)
S#54. 지환 서재
지환, 들어와서 보면.. 영심, 책상에 엎드린 채 잠들어있다.
지환 : (못마땅한 한숨)... ...(다가가서 깨우려는데 지환의 시선에 발견되는)
다이어리 들어있는 열려져 있는 선물 포장상자와 아내가 쓰다가 잠이 든 생일카드!
지환 : (아내의 생일선물과 생일카드인가 보다!)...(이걸 쓰려고 여기서 잤구나 싶어서 기분이 풀리고)
지환, 다이어리 유심히 보고는 잠시 망설이다가 생일카드 아내의 손에서 빼내어 들여다 보는데..
표정이 확 변하는 지환!
생일카드엔 <‘정우씨! 생일 축하해요! 정우씨 스물일곱살이니까 올해는 그럼 스물여섯 번째 생일인가요?
생일 함께 하지 못해서 너무 아쉽고 미안하고 그래요.
정우씬 모르죠? 요즘 내가 얼마나,’>에서 쓰다가 잠이든 듯..메시지 끊겨있다.
지환 : (무섭게 일그러지고)... ... (영심을 노려본다)
-제10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