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참 예쁘다.

길었던 여름이가 가는 모습을 못 봐 헐레벌떡 뛰어오는 가을이 에게 들어보니 도망가듯 앞만 보고 가더란다.
대번에 한기가 맴돌걸 그렇게 더위를 뿜어댔나?
“이제 시작인데 가을이 뭐가 그리 예쁘단 말인가?” 라고 한다면 나는 “오매, 단풍들것네!”라는 김영랑의 시구의 감탄사 같은 무르익은 가을 밖의 것들, 아름다움에서 소외된 가을속의 그것들 얘긴데, 자세히 보면 “제각기 환경에 처한 상황들이 무척이나 애처롭게 여겨지기 때문이다.”
종아리가 선뜩해도 익숙한 반바지차림으로 새벽산길을 걸어보면 태풍에 검붉게 말라버린 단풍잎이 벌써 가릉거리고, 쌍 수리나무 잎도 설말라 단풍 흉내를 내는데, 쑥대밭 속의 산 도라지나 쑥부쟁이 분꽃잎사귀는 그냥 녹듯 해버리니 마르는 낙엽까지는 감히 엄두도 못 낸다.
농해진 붉은열매는 새들이 쪼아 일찍 진 화초처럼 앙상히 뼈대만 남아있고, 모기가 더위에 독해졌는지? 물린 종아리가 무척이나 가렵다.
가물어서 병충해는 확연히 덜한 것 같은데도 비탈 밭의 농작물은 흉작이라 어지럽게 늘려있다.
난 그것들이 아름답진 않지만 세파를 견뎠기에 “단풍만큼 예쁘다.”라고 말해준다.
가을 단풍은 꽃보다 아름답다고 말하는데, 이제 습한 초록색깔을 벗고 정상에서부터 하느님의 작품이 그려질 것이다.
하지만 각양각색으로 아름답게 그려지진 않겠기에 이 가을 또한 어정쩡 지겠구나! 싶고, 아름답지 않더라도 환경을 망쳐놨기에 내겐 예쁘다.
그러기에 가을이 짧아지고 단풍도 부실할 것이며, 바로 기온이 떨어지면서 겨울이 올 것이다.
인간의 욕심 탓에 이처럼 차츰 계절을 잃어가고 있다.
저 이름 모를 잡목들은 봄 햇살을 맞으며 연두 빛 새순으로 시작했다가 여름의 햇볕과 이슬을 머금고 초록으로 살며 태풍을 이겨냈다.
그리고 뜨거웠던 여름이 언제였나? 싶게! 찬 기운이 맴돌 때면 초록을 벗어내고 고운 단풍잎으로 물들이다가는 어느 순간 낙엽이 되어 땅속으로 자양분으로 사라질 것인데, 나무의 생도 우리네 삶과 닮아 있어 인고와 희망을 그 잎의 색깔에서 느낄 수 있다
남겨진 초목들도 “못다 진 잎 새 하나 들고 터벅터벅 겨울을 걷다보면 어느새 봄인 듯 움이 트고 잎 진 가지에도 새싹이 돋다가는 때 늦은 세찬 한파에 시달리어 또다시 부실해 지겠지!
그래도 나는 그것이 드높은 가을하늘만큼 예쁘며, 단풍의 생이 애잔해서라도 나는 “가을은 참 예쁘다.” 라고 노래 해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