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胡錦濤·60) 중국 국가부주석이 15일 중국공산당 총서기로 선출돼 중국 4세대 최고 지도자로 공식 취임했다.
중국공산당은 이날 제16기 1중전회(중앙위 1차 전체회의)에서 당의 최고 실권자인 중앙위원회 총서기에 후 부주석을 선출하고, 최고 권력기관인 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는 정원을 종전의 7명에서 9명으로 늘려 60세 전후의 개혁적인 인사들을 대거 발탁, 더욱 젊어지고 개방적인 지도부를 출범시켰다.
새 상무위원 9명은 후 총서기를 비롯, 우방궈(吳邦國·61·부총리) 원자바오(溫家寶·60·부총리) 자칭린(賈慶林·62·전 베이징시 서기) 쩡칭훙(曾慶紅·63·전 당조직부장) 황쥐(黃菊·64·전 상하이시 서기) 우관정(吳官正·64·산둥성 서기) 리창춘(李長春·58·광둥성 서기) 뤄간(羅幹·67·당정법위 서기) 등이다. 이들은 내년 3월 전인대(全人大·전국인민대표대회·국회에 해당됨)에서 국가주석, 국무원 총리·부총리, 전인대 상무위원장, 정협(政協) 주석, 국무위원 등에 각각 선출될 예정이다. 주룽지(朱鎔基) 현 총리의 후임에는 원자바오 부총리가 유망하다.
장쩌민(江澤民·76) 국가주석은 이번에 총서기 자리를 내놓았고 국가주석직도 내년 3월엔 내놓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군부 실권을 장악하는 당 중앙군사위 주석직은 그대로 유지함으로써, 당분간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신임 상무위원들은 전원 이과(理科) 전공으로, 중국 지도부의 정책과 노선이 더욱 실용적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상하이방 대거 진입
중국 4세대 지도부는 앞으로 후 총서기와 원자바오, 쩡칭훙 등 3명이 트로이카 체제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다 서열 2위로 뛰어오른 우방궈 부총리도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 신임 상무위원은 ‘상하이방’(上海幇·상하이를 배경으로 성장한 정치 세력)의 맏형 격으로, 국유기업 개혁과 IT 분야를 관장해온 경제통이다. 리펑(李鵬·76)의 뒤를 이어 차기 전인대 상무위원장(국회의장 격)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원만하고 성실한 관리형으로 평가된다.
당초 예상과 달리 서열 4위로 껑충 뛰어오른 자칭린 상무위원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최권을 따낸 공적을 높이 평가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생김새대로 선이 굵고 돌파력이 강하다는 평이다. 차기 정협(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 물망에 오른다.
오래 전부터 상무위 진입이 유력시됐던 황쥐 신임 상무위원 또한 ‘상하이방’으로, 우방궈 부총리와 경력이 비슷하다. 같은 칭화대(전기공정과) 출신으로 상하이 시장과 당서기를 거쳤다. 상하이시 서기로 있을 때 푸둥(浦東) 개발에 주력, 주목을 받았다.
◆ 장 주석 영향력 당분간 지속
우관정 신임 상무위원은 ‘청렴’이 트레이드 마크다. 1980년대 장시(江西)성 성장으로 있을 때 고향집의 부모가 과거의 빈한한 생활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이 알려져 당 중앙으로부터 청렴성을 인정받았다. 시골풍의 외모와 달리 우한(武漢)시에 처음으로 ‘기업 파산법(破産法)’을 도입하는 개혁을 단행했다. 중앙기율검사위 서기로 선출돼 강도 높은 부패단속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신임 상무위원 중 가장 젊은 리창춘도 장 주석에 의해 발탁된 개혁주의자이다. 1980년대 선양(瀋陽) 시장으로 있으면서 역시 파산법을 도입, 부실기업 정리에 과감히 나섬으로써 후야오방(胡耀邦), 자오쯔양(趙紫陽) 등으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연령으로 보아 5년 뒤 17기 공산당에서 더욱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뤄간 신임 상무위원은 물러나는 리펑 계열의 보수파로 분류된다. 나이가 많지만 서열이 가장 낮고 우군(友軍)이 없어 큰 목소리를 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상무위 구성은 칭화(淸華)대 출신인 칭화방(후진타오·우방궈·황쥐·우관정)과 상하이방(우방궈·쩡칭훙·황쥐), 장 주석 계열(우방궈·자칭린·쩡칭훙·황쥐)이 겹쳐 있는 형태다. 이 때문에 상하이방을 이끄는 장 주석은 과거 덩샤오핑(鄧小平)처럼 당분간 영향력을 계속 행사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