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사제들 후기

[검은 사제들 후기]   기본적으로 이 영화는 [엑소시스트1] + [엑소시즘 오브 에밀리로즈] + [더 라이트 : 악마는 있다] + [몇몇 오류]의 [짬뽕판]이다. 영화라는 장르 자체가 허구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잘 걸러 봐야 한다. 성경에도 나와 있듯 구마 예식은 공식적으로 가톨릭에서 인정되는 분야 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정신분열증과 마귀 들림 현상은 잘 식별해야 한다. 전자는 치유의 대상이지만 후자는 축출의 대상이다. 전자는 병원에 가야하고, 후자는 성령께 맡겨야 한다. 그러나 이 둘의 경계가 모호할 때가 있다. 그래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교황청은 몇 몇 사제들에게 구마예식을 허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   영화의 기본 메시지는 인간은 악마보다 능력이 모자라지만 그가 가진 이성과 믿음으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고, 사랑하면 두려움이 사라지고 악도 물리칠 수 있다는 복음적 메시지이다. 그러나 부분적으로 무속신앙이나 비가톨릭적인 요소도 영화에 삽입되어 있어 비판적으로 봐야 한다. 아래의 내용은 어떤 교우의 영화 후기인데 나름 교리공부를 하고 비평하고 있는 것 같아 소개하고자 한다.     1. 12형상 관련- 12지신과 같은 동양철학 요소를 차용하여 무슨 띠에 해당하면 뭐가 어떻고 저떻고 하는 요소- 이를 구마사제 식별에 차용한 것은 대단히 우려스러운 일이다.- [부르심]이란 것은 전적으로 주님께 달려있지 않을까?- 미신적 요소를 가톨릭 구마에 습합 형식으로 끼얹은 것은 잘못이 아닐까?   2. 구마사제가 [여성의 분비물]을 껴 얹는 장면 - 자신이 남성임을 감추기 위해 한다고 하는데, 우습게도 [모든 사제/부제]는 원래 남자다. 그리고 악마는 중성이다. 타락한 천사이기 때문이다. 수컷은 있을 수 없다. - 더군다나, 사제가 예식을 거행하기 위하여 걸치는 수단/영대 등의 제의는 축복된 것 일터 - 이에 [여성의 분비물]을 껴 얹는다니..... - 더군다나, [정결/순결]의 직분인 사제직에 이를 껴 얹는다는 것 자체가 독성죄이다.   3. 최부제가 신학교에서 [컨닝]하는 장면 - 사제 강론 때였을 것이다. - 신학교 시험은 굳이 감독이 필요 없이,(그렇다고 들음) 정직한 양심을 믿으며 답을 기술하기에 [컨닝] 걱정은 없다 - 심지어 [신은 존재하는가?]라는 문제가 출제된 적이 있었다하는데, - 알고 있는 모든 철학적 요소와 과학적 이성적 신앙적 요소를 버무려 답을 써야할터. - 용자 신학생이 간단하게 시험지에 [예]라는 한 글자만 적고 시험지 답을 제출한 적도 있다 - 그 신학생은 [고득점]을 받았다고 하는데, - 이 경우에만 보아도, 굳이 지식 자체만을 묻는 시험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그리고 술 먹다 걸리면 징계 받는다. 신학교에서는 공식적으로 교수 신부님 입회 하에 주도를 배운다. 7년 과정 중에 총 14번의 사정회의를 통과해야 하는데 학업, 건강, 공동체 생활, 영성생활, 본당생활, 음주문제, 여성문제, 그 외 가족 스캔들이 있으면 다 탈락이다.   4. 신부님들이 구마행위에 대해 의심하는 것 - 뭘 의심을 할 게 있을까;;; - 엑소시스트란 존재는 가톨릭 내부에서 부정하거나 하는 존재가 아닐진저 - 교황님께서도 양성하셨고, 실제 엑소시즘을 하신 적도 있다 - 성당 신부님께 여쭈어보면 잘 가르쳐주실 것 - 심지어 강론 때 말씀하시기도 함   5. 더 많은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그 소녀를 죽이라는 대목 - 의인 99명이 아니라 죄인 1명을 소중히 여기는 천주교에서 있을 수 없는 일. 더군다나 살인이라니.   6. 천주교 신자는 성모상 앞에서 십자성호를 긋지 않는다. 흠숭과 존경의 대상은 다르다.   7. 신학생을 학사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부제를 보조 사제라고 부르는 것은 잘못이다. 사제는 미사를 드릴 수 있는 신부부터 교황까지의 직분을 말하는 것이다.   8. 짐승한테 물려 죽으면 연옥 간다는 얘기는 개뻥이다. 연옥은 성인이나 순교자가 아닌 이들이 대부분 가는 정화 과정의 장소이다.   사실, [오류]와 [오컬트적 위험성]을 제외하고 단순한 오락적 요소에서만 보자면 [꽤 잘만든 작품]이라 생각한다. 개인의 연기도 연기이지만, 무엇보다도, [김신부]를 연기한 [김윤석]씨의 연기가 탁월했다. 김신부 자체의 캐릭터가 무엇보다 매력적이었다. 비신자들이 물을 수도 있겠다. "신부님들이 뭐 저렇게 시크 할리가 있을까요?" 참고로 김윤석 씨는 천주교 신자이고, 강동원은 모친이 아주 열심한 신자이다.   - 시크하다. 실제로 신부님들 만나보면 굉장히 개성적이고 재밌다.- 사람의 온갖 죄악들을 [고해소]에서 주구장창 몇 십 년씩 듣다보니- 처음에는 쇼크요, 그 다음에는 달관일진저.... 세상사에 초탈한 건 예사- 인간으로서 누릴 기쁨 그 자체가 [음주][흡연] 달랑 두 가지인지라- 저렇게 고깃집에서 고기 구워가며 [소주]를 홀짝이실 수도 있고- 사실, 저렇게 혼자 마시기보다 [주변에 본당청년들과 함께 왁자지껄 동석]이 일반적- '하긴 잘해주고 잘 퍼먹어야 이놈들이 협조적ㅋㅋㅋㅋㅋ'- 친절하긴 친절하시며, 내면이 깊으시기도 허고, 사랑도 넘치시는데, 웃기기도 하지만, 뭔가 개성적이고 입체적인 인물 그 자체. 그런 신부님들 꽤 된다.- 왠지 [김신부]에게서 [알던 몇몇 신부님]들이 교차된다.   [악마]와의 혈전이 눈앞임에도 [초탈하게 웃어넘기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들어가는 그 시크함. 우리시대 [사제]들의 그 거룩한 모습의 표상이며, 한번 가기도 싫은 군대에 [군종사제]로 차출되어 강제로 한 번 더 끌려온 [군종신부]님의 표정과 달관함이 김신부의 자세와 딱 맞아떨어진다.   부양할 가족도 없고, 가진 재물도 없으며, 누려야 할 것도 없고, 심지어 [사제] 자체도 직업이 아닌 [봉사직]으로 생각하는 사제들에게 있어서. [전쟁]에 있어 퇴각도 없고, 두려움도 없다. [김신부]가 부마자를 대하는 장면의 그 스무스함이란....별일 아닌 것으로 여기고, 그냥 제압해버리는 그 위대함.   [악마]와의 싸움 중에 악마는 그의 유일한 약점인 [여동생의 가족]을 거론하고, 최부제에게도 마찬가지로 최부제의 트라우마인 부분을 적절히 골라 공격한다. 인간 본연의 가장 약한 부분을 공격하는 악의 특성을 참으로 잘 반영한 장면으로 이 장면들 하나하나가 백미이다.   가톨릭적 요소를 정확하게 반영한 요소를 꼽자면, [악마]는- 어디에나 있으며- 우리가 무엇을 말하든 그것을 듣고 기억하고 있다는 점- 우리보다 우월한 존재라는 점.   사실, 타락하기 전의 그들은 [고결한 천사]였으며 인간보다 애초에 나은 존재였기에, 지혜와 힘으로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 실제로 국내의 유명한 구마사제 분의 이야기만 해도, '갑자기 사람 같지 않게 힘이 무척 세진다던가'하는 이야기를 들을 수가 있다. 또한, 우리가 귀신이라 일컫는 존재는 다름아닌 [악마] 그 자체라는 점. 귀신은 없다. 사람이 죽으면, 반드시 [천국, 연옥, 지옥] 3곳 중 한곳으로 바로 가게 되고 우리가 귀신이라 착각하는 것은, 우리의 일생을 일거수일투족 보고 듣고 감시한 [악마]들이 살아생전의 그들 인척 하며 [따라하는 것] 따라서, 신을 모시고 있다는 자 들은 사실 귀신과 함께 사는 것이 아니라, [악마]와 살고 있는 셈이다.- 이를 혼동하게 되면 신앙에 있어 [큰 혼란]이 찾아온다.(김영훈 신부가 알고 있는 부마자들의 특징은 사람의 과거를 알고 있다. 그러나 미래는 알지 못한다. 하느님의 몫이기에. 그리고 심신이 약한 사람들에게 잘 찾아오며, 그들을 노예로 삼는다. 한편 발작을 일으킬 때는 시체 썩는 냄새가 나기도 한다. 그들의 목적은 개인의 낙담과 공동체의 분열이다. 무당 중에는 가짜 무당과 진짜 무당으로 나뉘는데, 전자는 돈을 위해 쇼를 하는 사기꾼들이고, 후자는 부마자들이다. 잡귀가 붙어 다니며 인간의 길흉화복을 점친다. 그리고 이에 의존하게 만든다. 그러나 신부를 만나면 바로 꼬리를 내린다. 묵주만 가지고 가도 작두 탄 무당은 꼬꾸라진다.)     영화자체에선 [무당]이 [구마]를 시도하려다 개박살나 버리고, 악마에게 절하는 장면이 나온다. 영화는 이와 같은 요소를 적절하게 버무렸다.- 특히, 악마의 존재 자체가 [신에 대한 증거]가 된다는 점을 꼬집은 점은 탁월했다.- 따라서, 악마도 섣불리 자신의 존재를 노출하려 하지 않는다.- 그 목적은 자신의 존재를 감춤으로 인해 [신에 대한 존재]를 사람들이 부정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도망친 최부제가 다시 돌아 왔을 때 김신부와 나누는 대화이다. 김신부가 최부제를 부르자, 최부제는 끊임없는 악의 공격과/악몽/술로 지새울 수많은 밤들 그리고 늘 초조하고 괴롭게 평생을 구마사제로서의 인생을 인지하며, 어쩌면 주님의 게시일지도 모르는 구마사제로서의 앞날을 받아들이며 이렇게 대답한다.   "아가토!"- 예, 여기 있습니다.이는 사제 서품 시에, 답하는 말이라고 한다.(Adsum!) 성소에 절대 순명하는 대답!   자신의 나약함과 인간으로서의 두려움을 인정하고, 그 자리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 신에 대한 믿음과 의탁으로 새롭게 태어난 위대한 대사였다. 얼마나 멋진 응답인가. 신 앞에서 사람이 내뱉을 수 있는 모든 언어표현의 최대치이다.   그리고 마귀 돼지와 함께 한강에 투신하고 멀쩡한 몸으로 돌아가는 최부제의 모습도 압권이다. 과거 상처 안에서 잃어버린 신발(=죄책감)을 다시 되 찾은 모습(=상처 치유)이자 동시에 천주교의 세례식을 연상시키는 장면이기도 하다. 새 인생, 새 출발의 의미가 크다. 세례는 부활의 상징이다. (이는 본당신부의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