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25일 서울 동부지방법원 경매2계. 감정가 11억1000만원인 송파구 신천동 장미3차맨션 1동 134㎡가 매물로 나왔다. 이미 한번 유찰돼 최저가는 8억8800만원이었다. 하지만 경매 결과는 깜짝 놀랄 만했다. 21명이나 응찰했고 최종 낙찰가는 11억1888만8000원이었다. 낙찰가율은 최근 보기 드물게 101%나 됐다.
이날 같은 곳에선 국내 최고 감정가를 기록한 강남권의 랜드마크 초고층 아파트가 등장했지만 유찰돼 눈길을 끌었다. 송파구 잠실동 갤러리아팰리스 43층 전용 243㎡으로 감정가는 55억원이나 됐다. 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채무자가 17억원의 대출을 상환하지 못해 매물로 나온 것으로 결국 유찰됐다. 이 아파트는 유찰돼 오는 3월22일 최저가 44억원으로 다시 경매에 나온다.
올 들어 서울 강남권(강남 서초 송파) 아파트가 경매시장에서도 ‘쏠림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재건축 아파트는 인기가 높은 반면 고가의 랜드마크 아파트는 찬밥 신세다. 일반적으로 투자수요가 많은 경매에서 시세 상승 요인이 명확한 재건축 매물에는 사람들이 몰리지만 환금성이 떨어지는 주상복합 아파트는 외면 받는 것이다.
강남권 재건축 경매 인기
지난 28일 서울 중앙지방법원에선 압구정 현대아파트 전용 131㎡가 18억8900만원에 낙찰됐다. 감정가가 18억원이므로 100%가 넘는 낙찰가율을 기록한 것. 한번 유찰돼 최저가가 14억4000만원이었지만 사람들이 몰리면서 이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이는 시세보다 높은 가격이다.
지난 1월 치러진 경매에서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가운데도 낙찰가율이 100%를 넘는 경우는 꽤 많았다. 서울 중앙법원에서 경매가 진행됐던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초우성2차 170㎡와 반포동 신반포아파트 73㎡가 모두 감정가보다 높은 값에 주인을 찾았다. 모두 유찰없이 첫 경매에서 감정가를 넘겨 바로 낙찰되는 인기를 누렸다. 감정가 14억원의 서초우성2차 170㎡는 14억20100만원에, 역시 감정가 14억원인 신반포아파트 73㎡는 14억3555만원에 낙찰됐다.
최근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의 경매 물건이 인기를 끌면서 서울 강남3구 아파트의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1월 주간단위로 3주째 연속 오름세다. 1월 첫번째주 82.60%를 기록하다 85.10% 수준까지 높아졌다. 낙찰가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은 비싸게라도 사겠다는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는 증거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낙찰률(경매물건 대비 낙찰 건수) 오름세다. 1월 중순부터 2주연속 50%를 계속 넘고 있다. 이는 경매가 진행된 전체 물건 가운에 절반이 낙찰됐다는 의미다. 경매시장에서 낙찰률이 30% 정도면 일반적인 수준이고 40%를 넘으면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실제로 지난해 같은 기간 강남3구 낙찰률은 26%에 불과했고, 전달인 지난해 12월 낙찰률도 36% 정도에 머물럿다. 강남권 아파트 거래량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올들어 강남지역 아파트 경매에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몰리는 이유는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개포주공 1단지와 둔촌주공 2단지, 반포주동 1단지, 잠실주공 5단지 등 강남권 대표 재건축 아파트들이 최근 크게 오르면서 주변의 재건축 아파트도 오를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데 다른 것이다. 한 정보업체에 따르면 지난 1월 강남권 재건축은 급상승했다. 강동구 2.43%, 송파구 2.11%, 강남구 1.33%, 서초구 0.54% 등으로 상승폭이 높았다.
초고층 아파트는 침체
같은 강남권 고가라 해도 주상복합 아파트는 경매시장에서 수요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뚜렷한 시세 상승 요인이 없어서다. 편의성이 좋은 것을 제외하고는 환금성이 떨어져 투자자들에겐 큰 매력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최근 부동산 활황기에 집값 상승폭이 컸던 고가의 주상복합 아파트가 대거 매물로 나왔지만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서초구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220㎡는 감정가 28억원에 나왔지만 두 번 유찰됐다. 송파구 신천동 7-18 롯데캐슬골드 166㎡는 세차례나 유찰됐지만 여전히 주인을 못찾고 오는 2월22일 다시 경매에 부쳐진다. 송파구 롯데캐슬골드 아파트 경매 물건은 그외에도 187㎡형으로 두건이 더 나와 있다. 모두 2차례 유찰됐다.
강남권 경매시장에서 주상복합 아파트의 인기가 하락하는 것은 수치로도 드러난다. 올해 27일까지 강남3구의 매물이 경매시장에 등장한 것은 총 10건이다. 이중에는 고급아파트의 상징인 타워팰리스도 3건이나 포함됐다. 이는 전 월인 지난해 12월 6건, 전년 동기 7건보다 많은 것이다. 매각가율도 올해는 75.20%에 머물지만 지난해 12월엔 85%.72%, 작년 동기에는 67.40%를 기록해 하락세가 뚜렷하다.
이 지역 주상복합 아파트 매각율은 43.50%를 기록했다. 전월(27.27%)보다는 높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 58%에 비하면 상당히 떨어진 수치다. 매각가율도 75%로 지난해 동기 88%에 비해서는 크게 낮다.
주상복합이 아니어도 강남구 도곡동 도록렉슬 177㎡이 감정가 35만원, 최저가 28만원에 경매에 나오고, 청담동 상지카일룸 244㎡는 감정가 42만원이자만 한차례 유찰돼 33억6000만원에 오는 3월2일 경매에 다시 부쳐진다. 다만 서초구 서초동 현대슈퍼빌 아파트는 감정가가 28억원이지만 2번 유찰된 끝에 지난 26일 감정가의 64%인 17억9200만원에 낙찰됐다.
강남권 초고층 아파트가 경매시장에서 부진한 것은 정부의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영향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재건축처럼 부채 부담을 늘려서라도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가 없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이들 아파트에 대한 매매를 서두르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지지옥션강은 팀장은 “경매시장도 일반 매매시장처럼 재건축 아파트는 인기가 높은 반면 초고층이나 일반 고가 아파트는 수요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쏠림현상이 뚜렷하다”면서 “강남권 고가의 주상복합 아파트는 시세차익에 대한 기대감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매수세가 늘어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래시야 강은현 이사는 “최근 강남권 경매시장에서는 주상복합 아파트나 고가 아파트는 인기가 없고, 재건축이나 3억원미만의 저가 아파트에 사람이 몰리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 이사는 “부동산 경기가 전반적으로 회복되지 않는한 이같이 크기별·유형별로 수요자들의 선호도가 명확히 구분되는 현상은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자료원:중앙일보 2010. 2.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