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산 잔도길과 출렁다리
요즈음 원주에 새바람이 분다고 여행을 좋아하는 남편은 얼마 전 부터 그곳에 꽂혀서 날마다 검색하더니 새해 첫 날 새벽에 가자고 레츠코레일에 승차권을 인쇄했다. 아침5시 부랴부랴 일어나 잔치국수로 아침을 대신하고 부천시청역에서 전철을 탔다. 환승해서 청량리역에 7시 35분 동해행 무궁화호 완행열차에 몸을 실었다. 9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 서원주역에 내렸다.
새해첫날이어서 그런지 역은 한산했고 휴게실과 대기실에도 사람이 없었다. 우왕좌왕 하다가 버스정류장에서 소금산에 간다는 젊은부부를 만났다 같이 택시를 타자고 해도 마음이 맞지 않았다. 방향을 몰라 이리저리 재다가 택시를 탔다. 주차장에 들어서니 화려한 먹거리 골목이 눈길을 끌고 상인들이 조그만 종이컵에 자색고구마칩과 달달한 대추칩을 담아서 써비스로 준다 먹어보니 바삭한게 맛있다. 더덕차라면서 따끈한 물을 한 잔 주길레 반갑게 받아 먹었다. 내려올 때는 꼭 식사하고 가야겠다. 길가로 펼쳐진 조형물이 운치를 더 한다. 소금산 그랜드밸리라는 글귀가 무지개 빛갈로 서 있고 길목에 큼지막한 간판 12월15일ㅡ1월2일 WINTERㅡ FESTER라며 서 있다. 이른시간이라 그런지 사람이 없다. 3,000원에 입장권을 사니 2,000원 지역 상품권으로 준다.
이제부터 마루로 된 태그길이 이어진다. 578개의 계단이 지그재기로 되어있다. 가다가 사진도 찍고 풍경도 보고 숨이차면 속도를 늦추고 오른다. 평창동계 올림픽이 열리던 2018년 겨울 그 해도 여기를 왔었다. 성화봉송이 지나간다는 현수막이 걸려있고 그 시간에는 소금산 출렁다리를 통제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때와 비교하며 오른다. 계단 측면에 578계단 건강수명 38분30초 UP, 86,7 kcal down이라고 씌어있다. 드디어 계단을 다 올랐다. 누구나 한번쯤은 가뿐숨을 몰아쉬어야 오를 길이다. 저 건너편에는 미완성인 공사가 휴일이라 벗은채로 쉬고있다. 강 옆에는 부채를 두 개 맞펼친듯한 이상하게 지은집이 제법많이 모여있다. 저기가 시설이 매주 잘 되어있어 이용비가 비싸서 엘리트들의 힐링장소라고 한다. 정상에 오르니 거기에도 온산천을 파헤쳐 놓았다. 앞으로 근사한 풍경이 소금산을 더욱 돋보이게 하리라, 이제는 출렁다리길이다. 까마득히 보이는 200m 출렁다리가 그때는 무서웠는데 지금은 흔들리지도 않고 아주 편하다. 저 건너 보이는 스카이워크가 달팽이 모양을 하고 장신의 키를 자랑하며 서 있는 그 위용에 놀랐다. 그 밑에는 S자 모양의 섬강이 소금산을 안고 돌다 새밑 한파에 하얗게 결빙되어 속살을 감추고 있다. 새해 첫 날 햇살에 희망찬 윤기를 흘리며 인물자랑이 한창이다.
지금부터는 철판으로 되어있는 잔도길이다. 악석 낭떨어지에 철근 지지대를 세우고 용접을 해서 그 위에 하수 위를 덮은 철판같은 길이 멀리 지나간다. 언덕에 제비집같이 붙여서 인위적으로 만든길이 참으로 대단하다. 우리나라 극한직업 기술진이 이같이 발달되었다는데 놀랐다. 직원휴게소라는 포장하우스가 하얗게 자리하고 두 명의 남자가 보인다. 드디어 스카이워크 종점에 왔다. 바닥은 양철로 되어 있어 걸을때마다 덜그렁덜그렁 소리가 난다. 한참을 둘러보고 사진도 찍고 돌아서서 온다. 건너편에도 미완성으로 서 있는 곳이 많다. 사방으로 펼쳐진 산을 애둘러 전부 출렁다리를 놓아 통과하겠금 만든다고 한다. 직원이라는 남자에게 언제쯤 완공하냐고 했더니 3월말 쯤이라고 한다. 건너편에는 400m의 출렁다리가 아직 개통을 하지 않아서 갈 수가 없다. 산 정상에 오르고 싶었지만 막아 놓아서 그냥 오다가 갈라진 길에서 오던길이 아닌 다른길로 내려온다. 거기에도 태그길이다. 여기서도 건너 보이는 풍경이 그만이다. 오히려 올라올 때 보다 더 운치있다. 얼마를 내려오니 사람들이 잔도길 가득히 올라온다. 이제 사람들이 활동하기 좋은 시간이어서 그런지 날씨가 좋아서인지 인산인해다
매표소까지 내려오니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줄이 길다. 밑에도 매표소가 있고 거기에도 줄이 길고 또 그 밑에도 줄이 길다. 모두들 첫날을 뜻 있게 보내기 위해서 이곳에 왔나보다. 코로나 때문에 사람들이 단체로 움직이는 일이 없지만 그래도 개인적으로 모여든 사람들이 이 정도라면 여기가 완성이 되어 완전 개방이 된다면 사람들이 엄청 몰릴 것이다. 입구 공원에 내려와서 무엇을 먹을까 하고 식당에 간판을 뚫어지게 처다보는데 앞에서 파전도 있고요 도토리 묵도 있고요 육개장에 갈비탕도 있다고 한다. 못 이긴 척 따라 들어갔다. 아까 그 자색고구마칩을 주던 바로 그 남자의 집이다. 메뉴판을 보고 두부 버섯찌개를 시켰다. 일인분에 1만원 두 사람이니 2만원이다. 두부버섯찌개는 시원하고 담백하면서 먹을만 하다. 관광지마다 음식을 먹어보면 별로인데가 많은데 그래도 여기는 음식값이 아깝지 않다. 계산할 때는 지역상품권 4,000원을 제하고 16,000원을 지불했다.
마침 택시가 있어 3,800원 주고 서원주 역까지 왔다. 역 휴게실이 참 넓고 따뜻했다.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서 더 이른시간 차표로 바꿀까 했는데 ktx밖에 없다고 한다 할 수 없이 의자에서 가다리기로 하고 앉으니 피로가 몰려오고 졸음이 쏟아진다. 배낭안에 남아온 귤과 빵을 먹고 의자에 앉아 한참을 졸다가 역 승차장에 나오니 아침에 만난 그 부부가 있다. 그들은 소금산에서 걸어왔다고 했다 뒤로 올라가면 15분 정도면 간다고 한다 완전 개장하면 그때 한번 더 오리라 마음먹고 오후 3시35분 청량리행 열차에 몰을 싣고 오던길로 가는 중이다 오늘 경비는 둘이서 39,000이다 저렴한 비용으로 다녀와서 마음 참 홀가분하다. 남편 덕분에 나는 여행은 원없이 하고 산다. 남들은 남편들이 나서지 않아서 못 간다는데 나는 앞에서 끌어주니 자동적으로 따라가게 되고 본인이 원하는 것이니 내가 훨씬쉽고 편하다. 찬바람 마시며 새해첫날 상큼한 여운이 오래 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