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정(蘭丁)*이
「량허란써징디엔洋河藍色經典 - 하이즈란海之藍」
이란 시에서
48도 짜리 '해지람(海之藍)' 한 병을
임보(林步)와 둘이 시수헌(詩壽軒)*에서 다 비우고
신발을 신은 채 쪽빛 바다를 흔들리며 건넜다고 자랑했다
이 글을 재미있게 읽었다는 동백 시인이
중국에 다녀오면서 '천지람(天之藍)'을 들고 왔다
천지람은 해지람보다 배나 더 비싼 명주라고 하니
이놈을 마시면 쪽빛 하늘을 헤엄치는 기분일지 모르겠다
어느 길일을 잡아 이 천지람을 메고 시수헌에 가서
난정과 한나절 수작(酬酌)을 부리며 노닥거릴 작정이다
그런데 천지람 위에 또
몽지람(夢之藍)이 있다고 하니
어느 세월에 그놈들 다 만나 본다?
참 바쁘기도 하겠다!
* 난정 : 홍해리 시인.
* 시수헌 : 《우리詩》 사랑방.
- 시집 『사람이 없다』(2018, 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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량허란써징디엔洋河藍色經典
- 하이즈란海之藍
洪 海 里
양하남색경전은 중국의 술이다
해지람이란 상표가 시원하기 그지없다
술을 보고 경전이라니,
아니, 맞다!
세상을 바로 보고 바로 살게 해 주는 게
술보다 나은 게 없지
48%짜리 차갑고 뜨거운 바다를
임보 시인과 둘이서 다 퍼냈다
바닥이 난 바다는 허무했다
예수는 맨발로 바다를 건넜는데
우리는 신발을 신은 채
쪽빛 바다를 흔들리며 건넜다
몸속에서 불이 타올라
가는 길을 환하게 밝혀 주었다
주酒는 주主의 길을 그냥 가게 했다
어쩌자고 바람은 온몸으로 불어오는지
바다는 쪽빛으로 푸르고
빈 바다가 술병에서 잠녀처럼
휘익! 휘익! 울고 있었다.
* 량허란써징디엔 : '량허'는 이 술을 빚는 지역의 이름, '란써'는 남색이니,
양주의 블루 컬러, '징디엔'은 經典, 즉 클래식 이란 뜻. '하이즈란'은 부제. - 金金龍(시인).
- 시집 『바람도 구멍이 있어야 운다』(도서출판 움, 2016).
* 2018. 10. 27. 우리시회 三角山丹楓詩祭에서.
첫댓글 술병이 me too 하나요 곡하게...ㅎㅎㅎ
세상이 온통 '미투, 미투!' 하니 이러다 '미쳐, 미쳐!'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군요!
잘 보았습니다.
서늘한 계절 늘 행복한 시간 이어 가시길 바랍니다.
가을맛을 즐기면서
평안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