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특수 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을 피해 국내에 들어와 광주 고려인마을에 정착한 고려인들이 고향(우크라이나)으로 돌아가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도일보 등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고려인마을로 피란온 우크라이나 고려인동포 고알렉산드르(57)·신발레리아(55)씨 부부가 지난 7일 고려인종합지원센터를 찾아 그동안 도움을 준 신조야 고려인마을 대표와 주변 사람들에게 작별 인사를 건넸다. 이렇게 고려인마을을 떠난 우크라이나 탈출 고려인은 올들어 11명째다.
우크라이나 탈출 고려인들의 정착을 도운 신조야 대표(오른쪽 세번째) 등 고려인마을 사람들/사진출처:고려인 마을
신씨 부부는 우크라이나 남부 곡창지대인 니콜라예프(미콜라이우)에서 자녀들과 함께 양파와 토마토 농사를 짓고 살았다. 그러나 전쟁이 발발하자 자녀들은 신씨 부부를 폴란드로 피신시켰고, 신씨 부부는 고려인마을의 도움으로 고국으로 왔다.
문제는 전쟁이 소강상태로 접어들고 내년 농사를 준비해야 하는데, 현지에 일손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 우크라이나는 계엄령과 총동원령에 따라 왠만한 남성들은 대부분 전쟁터로 동원되거나 해외로 피신한 상태여서 각 분야에서 노동력이 절대 부족한 상황이다. 신씨 부부의 자녀들도 "전쟁이 이제 소강상태로 접어들었으니 내년 농사를 위해 빨리 돌아올 것"을 거듭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망설이던 신씨 부부도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여전히 불안한 상태이지만, 우크라이나로 돌아가 농사를 지으며 자녀들과 함께 사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에서다. 비좁은 원룸의 주거시설에 국적 취득도 어렵고, 일용직의 고단한 삶이 신씨 부부의 영구 정착을 가로막고 있었다.
우크라이나를 탈출해 고국으로 온 고려인 동포가 하나 둘 떠나고 있다. 가운데가 이미 고향으로 떠난 박에릭씨/사진출처:고려인마을
지난 10월에는 피란민 박에릭(72)씨가 1년6개월 동안 머문 고려인마을을 떠나 고향으로 향했다. 극심한 향수병에 시달린 그는 전쟁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죽어도 고향에서 죽겠다’는 뜻을 주변 사람들에게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고려인마을에는 현재 우크라이나를 탈출한 고려인동포 500여 명이 머물고 있다. 대부분은 지난해 고려인마을이 지원한 항공권을 받아 입국한 후 국내에 정착한 900여 명 중 일부다. 400여명은 일자리를 찾아 다른 지역으로 떠났다.
신조야 고려인마을 대표는 “마을의 노력에도 피란민들의 전쟁 상처와 향수병을 치유하는 데 역부족이었다”며 “이제는 피란민들 ‘마음병’을 치유할 수 있는 심리·상담 치료 등에 행정당국 지원과 관심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