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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에 대한 자기 생각 쓰기
거제글쓰기모임 거제고현중 주중연
1. 들머리
올해 저는 중학교 삼 학년 담임도 하고 삼 학년 아이들과 우리 말과 한문을 함께 공부하고 있고 학생생활부 기획일을 하고 있습니다. 진짜 중요한 우리 말을 제대로 배우고 가르치면 좋겠고, 우리 반 아이들이 학교 생활을 어려움 없이 해나가고, 아이들 삶에 내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고, 학교 일도 바르게 하여 많은 아이들이 올바른 쪽으로 바뀔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합니다. 생각과 다르게 어떤 일과 마주해서 흔들릴 때가 많습니다. 공부도 부족하고 뜻도 굳세지 못해 그런 것 같습니다.
지금 삼 학년들 하고는 일 학년 때부터 함께 공부를 해서 저도 아이들도 참 편합니다. 편하다는 얘기는 변화를 싫어한다는 뜻도 들어 있고 서로를 잘 알고 배려한다는 뜻도 될 수 있겠지요. 제가 가르친 아이들이 함께 공부하면서 무엇을 보고 듣고 느꼈을까? 이런 생각을 늘 합니다. 얼마 전에 대학원 공부를 하면서 몇 개 나라 말을 거뜬히 하는 아주 똑똑한 교수가 ‘저희 나라’란 낱말을 강의 시간에 입에 달고 있는 것을 두고 누구 탓할 게 아니고 학교에서 우리말을 가르치는 사람들이 제대로 못 가르쳤기 때문에 그렇다는 이야기를 듣고 진짜 그 말이 맞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 나라를 이끌어가는 사람도, 학자도, 언론인도, 연예인도 우리 말을 적어도 십 년 넘게 배운 사람들인데 말이 왜 중요하고 어떤 말을 써야 하나 깨닫지 못하고 있다면 그것은 우리 말을 제대로 못 가르친 선생 탓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삼 년을 함께 공부한 아이들이 우리 말이 왜 중요하고 어떤 말을 써야 하나 깨달을 수 있게 내가 어떤 노력을 했나 돌아보면 부끄러워집니다. 해야 할 일이 많다는 생각도 하구요.
한 학기가 지나 이렇게 돌아보면 잘 한 것보다 아쉬웠던 것이 마음에 많이 남습니다. 이렇게 돌아보는 시간이 다음 학기 공부에 도움이 되겠지요. 이번 학기 아이들과 한 공부 가운데 제가 가장 마음을 많이 썼던 것이 ‘잊혀지지 않는 일 이야기하기’와 ‘인물에 대한 자기 생각 쓰기’였습니다. ‘잊혀지지 않는 일 이야기하기’는 우스웠던 일, 놀랐던 일, 서러웠던 일, 창피했던 일, 억울했던 일, 말 못할 실수 이런 것들 가운데 가장 잊혀지지 않는 일 한 가지를 반 동무들 앞에 나와서 이야기하는 거였는데 기대 보다 훨씬 잘하고 재미있었습니다.(김수업(2005), 국어교육의 바탕과 속살, 나라말, 170쪽을 참고했음) 마음에 묻혀 있었던 보고 듣고 겪은 얘기들이 쏟아져 나와서 저도 기다리고 아이들도 기다리는 그런 시간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 자리에서 다룰 것은 ‘인물에 대한 자기 생각 쓰기’입니다. 수업했던 것을 돌아보고 아이들이 썼던 자료를 찾아 다시 읽으면서 준비를 조금 더 잘 했으면 좋았겠다 싶었습니다. 역사를 보는 눈이나 가치관과 관련한 것이어서 제 감정이 더 앞서지 않았나 싶구요. 그래도 이런 고민거리, 생각거리를 자꾸 던져 주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같이 공부를 하면서 나온 글과 장준하 책을 읽고 쓴 글을 정리해보았습니다. 중학생 아이들이 쓴 글을 한 번 본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보시면 좋겠습니다.
2. 인물에 대한 자기 생각 쓰기
(1) 박정희 대통령에 대하여
아이들과 함께 한 학기에 두 권 정도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도 하는데 이번 학기에는 우리시대 인물이야기 1권 장준하 책(사계절 출판사)과 성장소설 환절기(우리교육 출판사)를 읽었습니다. ‘장준하’ 책은 민주화 운동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싶어서 정했고, ‘환절기’ 책은 일본군 성노예로 끌려간 할머니들 이야기와 힘 없고 약한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 왜 중요한지 이야기를 한번 해 보자 싶어서 정했습니다.
장준하 책을 읽어보라고 하니 박정희를 좋지 않게 이야기한 대목이 있다면서 박정희를 어떻게 생각하냐고 저에게 묻는 아이가 여럿 있었습니다. 부모님의 생각을 저한테 전하려는 아이들도 있었구요. 이럴게 아니고 공부시간에 박정희 대통령 이야기를 해보면 좋겠다 싶어서 박정희 전대통령에 대한 읽기 자료를 자료집으로 만들어 주고(훌륭한 지도자로 칭찬한 글 하나. 독재자로 비판한 글 하나) 자료를 읽어보고 자기 생각을 정리해서 써보라고 했습니다. 다른 반 아이들이 쓴 글을 읽어주니까 자기 생각이 동무들 생각에 묻히는 느낌이 들어서 그냥 나름대로 써보라고 했습니다. 내준 자료가 어렵다고 제대로 읽어 보지 않고 그냥 자기 생각을 써낸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선생님들은 아이들이 쓴 글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하실지 궁금합니다.
3-7 이승곤
난 박정희 대통령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경제를 발전시켰지만 그것은 박정희 전대통령이 피땀 흘린 것이 아니라 우리 국민들이 피땀 흘린 것이다. 그러므로 박정희 전대통령이 경제를 발전시킨 것이 아니라 뒤에서 피땀 흘린 국민들이 경제를 발전시킨 것과 다름이 없다고 생각한다. 또 박정희 전대통령은 엄청나게 긴 시간동안 대통령을 해왔다. 그리고 우리는 민주주의인데도 불구하고 박정희 전대통령은 쿠데타를 일으켜 대통령이 된 사람이다. 원래 민주주의는 국민들의 소중한 한 표 한 표로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데… 난 이런 것들 때문에 박정희 전 대통령을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다.(2006.5.3.)
3-4 박세혁
나는 박정희 대통령이 대단히 훌륭한 지도자라고 생각한다. 6.25전쟁이 끝나고 난 당시 농토가 피폐해지고 다시는 재건하기 힘들만큼 어려워진 시기에 박정희 대통령은 우리의 한줄기 빛과 같았다. 우리는 그 한줄기 빛과 동화되어 어떤 일에든 협동하고 함께 뭉쳐 오늘날 우리는 이렇게 잘 살 수 있게 되었다.
만약 우리에게 이런 대통령이 없었더라면 지금 우리나라의 국회와 같이 제대로 정해지는 일 없이 예전 조선시대 붕당처럼 우리나라를 더욱 악화시키고 목표를 향해 달리지 못하고 잘못된 코스를 달리는 기차와 같은 신세가 됐을 것이다. 그러니 이제 우리도 남 일을 항상 비판하고 비난하기보다 그 일에 협력하여 더 낳은 경제 성장을 다시 세계에 보여주어 우리나라의 저력을 보여주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3-5 윤드레
<박정희는 독재자다>
아빠는 나에게 '박정희 대통령은 훌륭하다'고 하였다. 그랬기에 나도 그 말에 거부감 없이 그대로 흡수했으며 맞다고 생각했다. 아빠는 박정희 대통령으로 인한 발전이 눈에 보일 정도라고 하셨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굶주림과 가난의 아픔에서 벗어난 건 사실이다. 사람에게는 '자유'와 '평등'도 중요하지만 '생존'이 가장 중요할테니까 말이다. 박정희 대통령으로 인해 많은 사람이 살아난 것도 인정한다.
하지만 '박정희' 대통령, 꼭 그였기에 사람들이 살아난 걸까? 그여야만 사람들이 살아난단 말인가? 박정희는 정말 시민들을 생각했을까? 유신 반대 운동에 대해 무력으로 탄압하는 어느 모습에서 '시민을 생각할 수 있는 모습'을 찾아본단 말인가. 약간 독재를 한 것 빼고는 나라경제가 발전해 괜찮다고? 웃기는 소리다. 우리 조상들이 지키고 찾고 얻으려 했던 건 '자유'와 '평등', 즉 정신적 가치다. 그랬기에 배고픔과 고문의 고통 속에서 버틴 것이다. 그 반대에 서서, 일본의 앞잡이가 된 '박정희'가 정말 옳은 것인가? 박정희가 없으면 우린 살아가지도 못하는 약한 존재일 뿐이라는 건가? 경제 발전도 결국 시민들이 다 같이 했기에 이루어진 것이지, 박정희는 단지 명령만 했다는 걸 생각해야 한다.
3-2 서세리
박정희 전 대통령 때문에 패배의식이 사라지고 성공의식으로 바뀐 것과 또 우리나라에 많은 기여를 했기 때문에 나쁘다고 할 수 없다. 대통령을 오래 해먹었다고 해서 나쁜 건 아니라고 본다. 오래 해먹으면서도 우리나라를 좋게 했으니깐 박정희 전 대통령은 훌륭한 리더십의 지도자였던 것 같다.
3-5 김미림
박정희 대통령을 그리워한다는 것. 그것은 국민의 자유, 평등을 억압하길 바라는 것과 다를 게 없다. 한국 사람들이 과정보다 결과를 더 중요시한다는 것. 그것은 아마 서투르고 급속했던 경제발전 때문일지도 모른다. 지금의 어른들 중 대부분이 박정희 정권을 그리워하는 이유는 우리가 지금의 경제를 가질 수 있게끔 했으니까 그렇지만, 어떻게 보면 그건 국민들의 손으로 이루어낸 것이지 박정희 전 대통령 혼자 이루어낸 것이 아니지 않는가. 대통령은 국민을 위해 일을 하는 사람이지 국민들의 자유, 평등을 억압하고 지배하는 사람이 아니다. 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아니라도 국민들이 마음만 먹었다면 다른 대통령도 이러한 경제를 이루어 냈을 거라 본다.
3-9 김현철
박정희는 인간성 자체는 잘못됐지만 주도성은 대단한 것 같다. 대통령을 계속하기 위해 유신헌법으로 고치고 18년 동안 대통령을 한 건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후퇴를 만들었지만 경제개발 5개년계획, 경부고속도로 건설 등을 해서 우리나라를 잘 살게 만든 건 정말 잘했다. 내 생각이지만 박정희 같은 대통령이 다시 나왔으면 좋겠다.
3-5 이나혜
요새도 어른들께선 박정희 대통령에 대해 이야기가 오가신다. "박정희 대통령 덕분에 정치가 잘 돌아 갔었다.", "박정희 대통령 때로 돌아가야 한다." 등 대부분 정치에 관한 이야기이다. 민주주의에 대한 이야기는 잘 하시지 않는다.
정치와 자유, 진짜 지금이 박정희 대통령 때로 돌아간다면 어른들은 뭐라고 말할까 지금과 같이 똑같은 말을 할까? 자유를 억압받으면서도 정치가 잘 돌아가서 좋다고 말할까? 어른들은 지금의 넓다란 자유에 파묻혀 자유의 중요성을 크게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
3-6 김대곤
나는 박정희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박정희는 일본 육사 장교 출신이라는 어두운 과거가 있기도 했지만 만약 그가 없었더라면 우리나라는 지금쯤 아프리카에 있는 최빈국이거나 북한 또는 중국에 흡수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몰론 꼭 박정희가 아니더라도 훌륭한 지도자가 나올 수 있었겠지만 박정희처럼 강력히 경제 개발 계획을 추진하지 못했을 것이고 또한 경제 발전 속도도 느렸을 것이다. 민주주의, 인권 등 잘잘못을 들춰낸다는 것은 당시에 그랬다면 최빈국으로 몰락하는 지름길이었을 것이다. 영국, 프랑스 등의 선진국은 경제발전을 먼저 이뤄낸 뒤, 민주 정치를 실현해냈다. 최빈국일 때 경제적인 여유가 없을 때 민주주의나 인권을 주장하는 것은 이기적인 것 같다.
3-9 윤종빈
박정희 대통령의 뜻 부국강병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뜻을 이루기 위한 방법이 잘못된 것 같다. 비록 잘못된 방법이긴 했지만 그나마 경제가 살았고 지금의 한국이 있던 것 같다. 과거에 관해 싸우기 보단 과거의 일을 실수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3-5 조항훈
박정희는 독재자이다. 그는 민주주의 대신 빵을 선택했다. 그는 새마을 운동, 공업 육성을 하여 우리나라를 가난 속에서 구제해 주었다. 만약 그가 민주주의를 택했더라면 우리는 아직 가난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 대신 민주주의가 많이 발전했을 것이다. 배부른 노예, 배고픈 시민 생각해볼 일이다.
우리나라 근현대사에서 가운데 가장 엇갈리는 평가를 받는 사람이 박정희 대통령이 아닐까요? 몇 해 전에 기념관 짓는 일로 시끄러웠던 일도, 다음 대통령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리는 정치인을 두고도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아직 진행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함께 일하는 선생님들, 친척 어른들이 박정희 대통령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곁에서 들으면 참 생각이 많아집니다. 역사는 그 시대 사람들의 머리를 가지고 평가해야 마땅하다 하는데 제 생각과 달라도 너무 다름을 느낍니다. 말을 하면 서로 감정 상하니까 그런가보다 하고 듣기만 하지요. 몇몇 아이들하고 이야기를 하면서도 똑 같은 경험을 합니다.
우리 근현대사를 알아야 그 시대를 살았던 인물을 제대로 보고 비판도 할 수 있고 여러 생각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저부터 영 자신이 없었습니다. 제대로 된 공부 없이 제 감정만 앞서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습니다. 수업을 정리하며 나름대로 찾아본 자료들을 바탕으로 역사에 있는 사실만을 전달하려 했습니다. 제 이야기를 듣고 아이들이 자기 나름대로 판단을 내렸겠지요.
선생님들은 아이들 글을 어떻게 보셨습니까? 삼 학년 삼백 사십이 넘는 아이들이 이 대 팔 정도로 박정희 전대통령을 좋은 지도자 보다는 독재자라고 쓴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준비를 잘 했더라면 조금 더 자기 생각을 제대로 풀어낼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아이들이 왜 자기 생각을 맘껏 풀어내지 못했을까? 우선, 내준 읽기 자료가 아이들 수준보다 어려웠다는 생각을 합니다. 어려운 한자말을 나름대로 손을 봤는데도 많이 어려워했습니다. 다음으로 읽을 시간을 따로 챙겨주지 못하고 읽어오라고 과제를 내주었기 때문에 글을 제대로 읽고 온 아이들이 적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 시간에 쫓겨 어느 한 주장 글만을 읽고 자기 생각을 썼다는 생각도 들구요. 마지막으로 글 쓸 시간을 충분히 주었는데도 자료에 매여서 자기 생각을 제대로 풀어 내놓지 못했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런 자료를 주고 생각하는 글을 쓸 때 자료를 만들 때부터 수준을 고려하고 또 어떤 때에 어떻게 읽히고 글을 어떻게 쓰게 해야 하는가도 고민을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수업을 진행하면서 제 욕심만 앞선게 아닌가 하는 반성도 해봅니다. 그래도 어설프고 내준 자료에만 매인 비판이지만 이런 글을 쓸 수 있게 자리를 자꾸 만들어 주어야 역사를 제대로 알려고 노력하고 자기 나름대로 생각도 할 수 있겠지요.
시험에 쫓겨 제대로 토론도 못해보고 아이들이 쓴 글 몇 편(마리)만 반에 들어가 읽어주고 학교 누리집에 올려서 읽어보게 하는 것으로 ‘인물에 대한 자기 생각 쓰기’ 수업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자료도 다시 만들고 조목조목 이야기해서 박정희 전대통령을 제대로 볼 수 있게 해야 하지 않나 생각도 했는데 그러지 않았습니다. 살아가면서 역사를 제대로 배우고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2) <<장준하>> 책을 읽고
<<장준하>> 책을 읽고 자기 생각을 써보라고 했습니다. 이것을 시험기간에 평가를 했습니다. 단락을 나누어 인물에 대한 자기 생각을 써 보라고 했는데 평가라고 하니 무척 부담스러워 했습니다. 글 형식에 신경을 많이 써서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글을 쓸 때 책 내용을 민주화 운동과 연관지어 써도 좋고, 편지형식으로 써도 좋고, 기억 남는 부분을 한두 가지 넣어서 써도 좋다고 했습니다. 아쉬움도 많았지만 기대 이상으로 열심히 썼습니다.
3-7 최주연
장준하 선생은 위대한 독립 운동가이자 언론인, 정치가였다. 일제강점기와 해방 후 독재 정권하의 가장 힘들었던 역사를 살다간 분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오늘날 그분의 업적이 더욱 빛나는 것 같다. 책을 읽다가 기억에 남은 이야기가 두어 가지 있다.
먼저 일제강점기 때의 선생이 학병에 끌려간 이후의 이야기가 있다. 학병으로 끌려가던 날에도 선생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과 가족과 헤어진 비통함보다는 오직 나라를 위하는 방법을 찾아보겠다는 신념으로 의연했다. 그리고 마침내는 고생 끝에 중국에 있는 일본군 부대에서 동지들과 함께 탈출에 성공했다. 그리고 광복군에 들어가 훈련을 받고 마침내는 김구 주석이 있는 임시정부로 가게 되었다. 그곳에서도 선생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고자 열의를 다하였고 왜놈들을 직접 몰아내고자 준비하던 차에 해방이 되자 오히려 원통해했다. 여기서 나는 조국의 절대 독립을 위해 애썼던 선생의 면모를 볼 수 있었다.
다음으로 해방 후 독재정권이 국민들을 억압하자 용기 있는 언론인으로서 국민의 편에 서서 저항하여 민주주의를 외쳤던 선생의 모습을 보았다. 특히 박정희 정권과의 보이지 않는 싸움이 인상 깊었다. 자신의 신변이 위험하다는 걸 알면서도 선생은 독재정권의 잘못을 조목조목 비판하여 나중에는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여 의로운 정치가의 길을 걸어가기까지 했다. 그래서 어쩌면 수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선생이 죽음은 여전히 추측만 난무할 뿐 의문으로 남아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장준하 선생의 전기를 읽으면서 나는 정치가, 언론인이 새로운 모습을 보게 되었다. '이렇게 사회를 위해 많은 공헌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라는 사실을 느꼈다. 사실 나는 정치가와 언론인에 대해 '자신의 지위와 특권을 유지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들'이라는 약간의 고정관념을 가지고 그들을 단편적으로만 보아왔다. 하지만 암흑의 시대를 살아가면서도 끝내 총칼에 극복하지 않는 그런 정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면 세상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바로 그런 자그마한 변화가 이 땅에 '민주주의'라는 소중한 꿈을 심은 것이다.(2006.4.29.)
3-5 김미림
민주주의의 등불이라 일컬어지는 장준하, 그저 단순히 책의 내용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정한 제목이 아닌 것 같았다. 그가 민주주의를 위해 노력한 일들, 밝을 땐 하나의 등불이 큰 도움을 주진 않지만, 어두울 때에 단 하나의 등불은 이런 어두운 곳에 있어 삶에 있어 큰 교훈과 희망, 도움을 남긴다. 비록 생명이 있고 어두울 때에만 필요한 등불이지만, 장준하 그를 표현하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낱말인 것 같았다.
그는 태어났을 때, 그 시기를 내 나라, 내 조국이라 볼 수 없는 곳에서 태어났다. 발 밑 땅을 밟고 서 있어도 서 있는 것이 아니었고 누워있어도 편히 잠을 청할 그런 때가 아니었다. 소위 말하는 일제 강점기, 그 때에 그는 태어났다. 할아버지 밑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많은 것을 깨우친 그는 우선 일제 지배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자신과 뜻이 같은 두어 명의 동료들과 일본 군대를 탈출해 많은 역경과 고난을 거쳐 김구 선생을 만나게 된다. 많은 훈련과 노력을 해가며 광복을 준비했지만, 장준하와 김구 선생은 자신들의 손으로 나라를 되찾을 수 없었다. 일본군은 미군의 공격과 원자폭탄 투하에 항복을 했고, 며칠 뒤 시행되었을 거대한 작전은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 그 후 일본의 지배에서 벗어났지만 미국과 소련이 남과 북으로 나누어 각각을 간섭했고, 우리나라는 그 덕에 분단이 되고 만다.
그 후 일제 강점기 때에 일본 측에 붙어 이런저런 이익을 취하고 있던 박정희가 대통령이 되자 장준하는 분통하고 황당했다. 나라를 위해 싸우고 노력하던 사람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국을 위해 말소리 한 번 내지 않았던 박정희가 대통령이 되었으니 말이다. 장준하는 '사상계'라는 잡지로 박정희 및 그의 수하들을 비판하고 민주주의를 되찾기 위해 노력했다. 공정하고 바른 언론인인 장준하, 박정희는 그러한 장준하를 두고만 보지 않았다. 그리고 장준하는 수어 번 경찰서와 감옥을 들락거리며 그 많고 많은 핍박과 고통을 이겨내고 참된 언론인으로 남았다. 하지만 경제적 여건이 항상 부족했던 장준하는 '사상계' 연재를 그만 둘 수밖에 없었고, 죽을 때 까지 편치 못한 삶을 살았다.
장준하의 삶을 돌이켜보면, 장준하는 항상 힘들고 괴로운 삶을 살았다 생각한다. 일제 강점기 때의 수많은 노력에도 진행시켜 보지도 못하였던 작전, 경제적 여건이 부족해 자신의 아들과도 같은 연재 중지, 그리고 마지막 가는 길마저도 편치 못했던 죽음 아직까지 그 죽음의 진상은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장준하는 그의 삶에 있어 지금 우리들에게 큰 교훈을 주고 있다. 몸을 아끼지 않던 애국심과 진심으로 이 나라 국민과 생활에 안녕을 바랬던 사람. 그의 삶을 등불이라 표현한 것도, 어둡고 고통스러운 그 시대 때 한줄기 희망과도 같았던 장준하의 대단하고 값진 삶을 말하려는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민주주의를 이룩하기 위해 장준하와 다른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지금의 민주주의가 빛을 보는 건 아닐까.
4. 마무리
“박정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장준하라는 사람은요?”
둘레에 있는 사람들, 어른들한테 이 물음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못했습니다. 솔직히 이런 말을 하는 것 자체가 편가르기 비슷한 느낌을 줍니다. 서로 감정 상하기 싫으면 입 다물고 조용히 있어야지요. 지역 정서하고도 상관이 있는 것 같습니다. 대통령은 박정희 밖에 없고 박정희 아니면 안되는 줄 알고 살았던 어릴 때 기억, 박정희 대통령이 죽었을 때 북한 괴뢰군이 쳐들어온다고 마음 졸이던 기억, 간첩 잡는 똘이장군 만화영화,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이승복 어린이, 반공 웅변 대회, 반공 포스터 그리기… 나도 모르게 내 마음 속에 유신이 아직 살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열나게 기합 받던 군대교육, 관료주의 교육현장도 유신의 그림자가 아직 가시지 않았다는 생각도 들구요. 둘레 어른들한테 묻고 싶던 이 물음을 아이들한테 던졌습니다. 돌아온 답을 보고 들으면서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하다가 또 한편으로 이해가 되기도 하고 물어보길 잘했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수업을 하고 책을 읽고 나서 박정희와 장준하, 두 인물에 대한 아이들이 생각이 어떻게 바뀌었을까 궁금합니다. 생각이 안 바뀔 수도 있고 조금 바뀔 수도 있고 많이 바뀔 수도 있겠지요. 이번 기회에 부모님하고도 박정희 대통령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봤겠지요. 그 과정에서 무엇을 느꼈을까요? 아무튼 제가 학창시절 받지 못했던 그런 자극을 주고 싶었습니다. 엄혹했던 시절 말 못하고 살았던 때도 아닌데 지금은 말을 너무 아끼고 산다는 생각도 듭니다.
요즘 들어 철학과 역사 공부를 제대로 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왜냐고 뭐냐고 묻기를 주저하고 살았고, 그런 일이 있었나 보다 먼 세상 얘기처럼 여기고 살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습니다. 무지가 보수를 낳고 고집을 낳는다고 했던가요. 내가 얼마나 아는 것이 없는가? 아이들 앞에서 내가 얼마나 아는 척하고 살았나? 아이들한테 얼마나 많은 물음거리를 던져주었던가? 나는 어떤 거울이 되고 있는가? 다시 한 번 돌아봅니다.
올 여름 김수업 선생님한테서 말이 무엇이고 말과 글을 어떻게 하느냐가 모든 세상의 열쇠라는 것을 깨닫고 행복한 사람이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저도 행복해지는 그 길을 찾아가고 싶습니다. “네 눈의 깊이는 네가 바라보는 것들의 깊이이다. 네가 바라보는 것의 깊이 없이 너의 깊이가 있느냐”(정현종 시집에 있는 말 가운데) 내가 바라보는 것들의 깊이는 어느 만큼일까 돌아봅니다. 말에 대해서, 사람에 대해서, 세상에 대해서…
첫댓글 다시 고쳤네요. 읽어보니 말끔히 이발한 느낌 듭니다. 좋아요...!
이래 읽어봐줘서 고맙습니다. 자기 글이 아니면 두번 세번 읽기가 힘든데, 오늘 개학을 했습니다. 냉난방 기계가 없어 한편으론 안됐지만 땀 흘리며 공부하는게 건강에는 더 좋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모두들 이 학기 시작 잘하시기 바랍니다.
첫 수업을 뭘로 할까 하다가 "우리와 저희"(한겨레 22일자 신문)이야기하고, 최승호 "인식의 힘", 신경림 "말과 별" 시 이야기하는 걸로 했습니다. 이제 슬슬 교재연구를 해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