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제대로 알고 마시기]
어느 만화가는 와인을 두고 신의 물방울이라고 불렀다. 신이 빚어놓은 술이라는 뜻일까? 만화의 내용은 흥미진진하다. 어마어마한 유산을 받기 위해서는 '신의 물방울'이라 불리는 와인을 맛으로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 만화가 인기를 끌면서 덩달아 와인을 찾는 사람이 늘어났다고 한다. 어찌 보면 <신의 물방울>이라는 만화가 나온 것은 너무 당연해 보인다. 와인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디오니소스가 만든 술이다. 디오니소스가 시름을 잊기 위해 즐겨 마신 술이다. 훗날, 사람들이 디오니소스를 기리기 위해 ‘디오니소스 축체’를 열었던 것을 보면 와인과 인류의 관계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그뿐인가, 예수님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물 대신 만들어 주신 음료가 바로 와인이다. 이처럼 와인은 오랫동안 인류와 함께 해 왔다.
와인은 여느 종류의 술보다 영양 성분이 많이 함유되어 있다. 비타민과 무기질은 물론이고, 살균작용으로 위장 치료에 탁월한 탄닌 성분 등 인체에 이로운 수 백 가지의 성분이 와인 한 잔에 들어 있다. 와인과 건강에 대하여 이야기할 때면 으레 나오는 말이 프렌치 패러독스(French paradox)이다. 육류, 버터 등 지방 섭취량이 많은 프랑스인이 미국인보다 심장 질환 발병률이 크게 낮았는데, 그 비결이 바로 다름 아닌 프랑스인이 식사 시간에 항상 곁들이는 레드 와인 때문이란 주장이다. 와인 속에 있는 폴리페놀 성분이 항산화제로 작용하여 심장병과 동맥 경화를 예방하고, 노화를 방지한다고 알려져 있다.
레드 와인은 이 외에도 여러 질병의 예방에 효험이 있다. 모든 질병의 원인에는 활성산소의 영향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활성산소는 생체에 장애를 주면서 각종 질병, 암, 노화의 원인이 된다. 레드 와인은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능력에 있어 탁월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와인은 항암 효과, 고혈압 및 비만 억제, 치매 및 퇴행성 질환의 예방 등 거의 모든 질병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또한 화이트 와인에는 칼륨, 칼슘, 마그네슘 등의 미네랄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이뇨 작용에 좋다. 또 약 0.5%의 유기산이 함유되어 있어 식욕 증진 효과 및 장내 세균의 균형을 조정하는 작용을 하기도 한다.
와인은 발효를 통해 얻어지는 술이다. 이 과정에서 생기는 부산물들로 인해 해로운 작용을 하기도 한다. 메탄올은 과량 섭취하면 시각 장애를 일으킬 수도 있다. 발암 물질로 알려진 에틸카바메이트, 두통을 유발하는 타이라민,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히스타민, 맹독성인 디에틸렌글리콜도 적은 양이지만 와인 속에 있다. 와인의 산화를 방지하기 위해 첨가하는 아황산염은 천식, 편두통, 소화불량을 야기하기도 한다.
이제 우리가 알려고 하는 '레드와인 두통'에 대해서 알아보자. 술 때문에 오는 두통은 대부분 숙취 때문에 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아주 적은 양이라도 레드와인만 마시면 머리가 깨질 듯한 두통을 나타내는 증상이 생길 수 있는데, 이를 두고 레드와인 유발성 두통이라 부른다. 레드와인 두통의 원인물질에 대해 여러 가지 주장이 있다. 레드와인에 많이 포함된 타이라민이 강력한 두통인자로 알려져 있다. 타이라민은 아드레날린과 비슷한 교감신경 흥분작용을 하여 심박수와 혈압을 높여 두통을 유발하는데, 티로신이라는 아미노산에서 생성되어 레드와인 외에도 치즈, 가공 육류, 홈메이드 빵, 많이 익은 바나나, 절인 청어, 통조림 수프, 요구르트, 초콜릿, 콩소스 등에도 많이 들어있다. 이는 레드와인 외에도 여러 종류의 음식으로 인해 두통이 유발될 수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타이라민 외에도 아황산염이나 타닌에 의한 증상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특히 병력에 천식이 있는 경우 아황산염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타닌 성분은 신경전달 물질인 세로토닌을 과다분비하게 만들어 편두통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레드와인 두통의 또 다른 원인으로 히스타민 성분을 지목하기도 하는데, 레드와인에 함유된 히스타민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은 몸속에 특정효소가 없어 알코올을 섭취했을 때 두통을 유발하기도 한다고 알려져 있다.
어느 정도의 두통을 감수하더라도 건강을 위해 와인을 마셔야 하는 것일까?
다시 한 번 <신의 물방울>이라는 만화책으로 돌아가 보자. 와인을 처음 공부하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 일종의 입문서와 같이 되어 버린 만화책은 제목에서부터 다른 술 종류와는 다른 와인의 품격을 알려 주는 것 같다. 인류의 역사와 함께 오랫동안 와인이 사랑을 받아 온 것은 단지 건강에 좋아서였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와인의 분위기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닮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붉은 입술처럼 감미로운 와인, 그러나 모든 것이 과하면 병이 된다. 신의 물방울도 예외일 수는 없다.
-가톨릭중앙의료원 건강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