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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여섯의 나이에 다리 부상으로 신문사를 그만두어야했던 마가렛 미첼은 병상에서 소설을 쓰기 시작하여 이후 10여 년의 긴 시간 끝에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탈고했다.
미첼은 완성된 원고 뭉치를 들고 출판사를 찾아 다녔으나 무명작가의 소설을 출판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렇게 3년이 흘렀다. 미첼의 원고는 닳아져서 조금 너덜너덜해졌다.
그 날도 미첼은 원고 뭉치를 들고 집을 나섰다. 밀런 출판사를 찾아갔을 때 편집장인 레이슨은 출장을 가기 위해 기차역으로 떠난 뒤였다.
미첼은 기차역으로 급히 갔다. 그녀가 기차역에 도착했을 때 레이슨은 막 기차에 오르려 하고 있었다.
미첼은 큰 소리로 레이슨을 불렀다.
레이슨이 걸음을 멈추고 미첼을 쳐다보자 그녀는 그에게 다가가 원고 뭉치를 안기며 말했다.
"한번만 읽어주세요…."
레이슨은 마지못해 원고를 들고 기차에 올랐다.
덜컹거리며 기차가 움직이자 미첼은 빠른 걸음으로 기차역을 빠져나가 우체국으로 향했다. 레이슨은 원고 뭉치를 한켠에 내려놓고는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얼마 후 기차내 직원이 레이슨에게 전보 한 통을 내밀었다.
전보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한번만 읽어 주십시오. - 미첼 올림."
전보를 훑어본 레이슨은 흘깃 미첼의 원고를 쳐다보고는 이내 하던 일을 계속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같은 내용의 두 번째 전보가 배달되었다.
그때까지도 레이슨은 원고를 읽어볼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 또 다시 세 번째 전보가 배달되었다.
그제서야 레이슨은 기차역에 서있던 미첼의 얼굴을 떠올리며 조금이라도 읽어 볼 생각으로 원고를 펼쳤다.
목적지에 기차가 멈추자 사람들이 하나 둘 짐을 챙겨 내렸지만 레이슨은 그것도 모른 채 미첼의 원고에 푹 빠져 있었다.
이렇게 해서 출판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하루에 5만 부가 팔릴 정도의 세기적 베스트 셀러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