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과 종 (양곤서신-223호 230225)
오래 전 이야기입니다. 한 회사의 사장이 간부회의를 주재하면서 아랫사람들을 야단쳤다고 합니다. 내용인즉 회사로비에 수많은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지만, 로비 한 구석에 떨어진 작은 휴지조각을 아무도 발견하지 못하고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는데, 사장이 지나가다가 이를 발견하고 처리합니다. 사장의 눈에는 쓰레기가 보이는데, 직원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제가 신학교 학장이지만, 뭐 대단한 일을 하는 게 아닙니다. 아침 일찍이 학교를 한 바퀴 돌다보면, 빈방에 전등이 켜져 있기도 하고, 아무도 없는데 선풍기가 돌아가고, 교실에 있어야 할 의자가 누군가가 바깥에서 쓰고 나서 그대로 방치시켜놓고, 빈 교실에 에어컨이 가동되고 있는 등 이러한 일들이 비일비재합니다. 각자가 조금만 신경을 쓰면 돈을 아낄 수 있는 일들이어서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그래서 제가 학생들을 교육시키면서 “자신이 돈(전기세, 물세, 등)을 낸다면 그러겠느냐고, 제발 내가 주인이라는 의식을 가지라”고 잔소리를 합니다. 저는 늘 학생들에게 이야기하지만, “신학교의 주인은 나도 아니고, 다른 한국 선교사들도 아니다. 너희들이 바로 주인이다.” 그래도 지금은 현지인 교수들이나 직원들이나 학생들의 생각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언젠가는 우리 선교사들이 뒤로 물러날 때가 있습니다. 지금도 서서히 물러나고 있죠. 신학교 구성원 모두가 주인이라는 의식을 가질 때 보다 나은 신학교가 될 것입니다.
사랑하는 파송교회와 여러 협력교회들 그리고 개인 후원자들 및 양곤서신을 읽어주시는 여러분 모두에게 오늘도 주님의 이름으로 문안드리며, 변함없이 기도해주시고 후원해 주신데 대해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지난달에 말씀드린 대로 제가 지난 2월 2일 귀국해서 보니, 날씨가 어찌나 추운지 혼났습니다. 미얀마는 더워서 난리인데, 세상에 완벽한 기후 조건을 가진 곳은 없는 가 봅니다. 그래도 저는 미얀마 날씨에 적응이 되어서 그런지 이제 조국 한국에서 생활하는 게 오히려 힘이 듭니다. 제가 귀국하면서 새벽에 비행기 안에서 보니 땅에는 온통 전깃불이 켜져 있더군요. 그런데 세상의 모든 불을 다 모아놓아도 태양빛 하나만도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나님께서 만드신 것은 우리 인간이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기묘하다는 것을 세상사람 모두가 알았으면 합니다.
1. 가족근황. 저는 지난 2월 2일 귀국했고, 3월 1일 다시 미얀마로 돌아갑니다. 이번에 귀국해서 1년 비즈니스 비자를 새로 만들었는데, 이 비자면 1년 동안 미얀마에 머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작년부터 처음으로 약을 먹게 된 것이 고혈압약과 고지혈증약인데, 작년에 처방받은 1년 치 약을 거의 소진해서, 또 다시 1년 치가 필요해서 이번에 구입해서 미얀마로 가져가려 합니다. 아내 안미숙선교사는 저보다 앞서 귀국해서 새로 개인사업을 시작하게 된 바울이와 동우의 이사를 돕고 몇 달간 가게 일을 도왔습니다. 3월 1일 함께 미얀마로 돌아가게 됩니다. 바울이와 동우가 가게를 한지가 3개월이 넘었는데, 장사가 그리 나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자기 사업한다는 게 직장 다니는 것보다 훨씬 더 힘이 드는가 봅니다. 아들 둘이 함께 일을 하고 있는데, 가게를 통해 어떻게 하나님께 영광을 돌릴 수 있을지 생각하면서 일을 하면, 하나님께서도 좋을 길로 인도해주시리라 믿습니다.
2. 사역현황. 이번에 귀국해서 약 한 달 동안 4번의 주일오후 예배와 2번의 수요예배에서 설교 및 선교보고를 하였고, 6차례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그러다 보니 바쁜 나날을 보내야 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되는대로 애들 가게 일도 돕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바쁜 시간을 보내다보니 한 달이 금방 가버렸습니다. 이 지면을 통해 방문하거나 연락을 못 드린 분들에게 죄송한 마음 전합니다. 이번에 일정을 보내면서 느낀 점을 몇 가지 적어봅니다. 첫째, 많은 분들이 저와 미얀마의 사역에 대해 많은 관심과 큰 지지를 보여주셨습니다. 올해부터 저희 신학교 새로 이사님으로 섬기게 되신 전주ㅇㅅ교회 목사님과 성도님들께서 저희를 환대해 주셨습니다. 또한 새로 이사님이 되신 선교사님도 있는데, 이 분은 아프리카에서 약 10년간 선교사역을 하셨고, 오는 6월 사역지를 미얀마로 옮기기 위해 준비 중에 있습니다. 제가 이 분을 만나보니 미얀마에 새로 오면 언어공부 이외에 우선 할 일이 없기에, 재정적인 도움이라도 되어야겠다는 마음으로 이사로 섬기기로 하였습니다. 또 대구에서 목회하면서 신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시는 목사님을 만났는데, 저희 미얀마 사역에 상당히 관심을 보이시고 조만간 미얀마를 방문하시고 싶어 하셨습니다. 특별히 이번에 저희 미얀마 사역을 외부에 알리기 위해 발 벗고 나선 목사님도 있었는데, 덕분에 저희 신학교가 처음으로 인터넷 매체를 통해 한국 교계에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이 밖에도 제가 방문한 곳마다 목사님들이나 성도님들께서 헌금으로 여비로 식사대접으로 정성껏 섬겨주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습니다. 둘째, 코로나 이후 교회로 돌아오지 않은 성도들이 많아 한국교회가 힘들어하고 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 역시도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한국교회가 저조한 출산율로 인해 주일학교 학생들이 많이 줄었다는 소식과 함께 한국교회의 내리막길이 염려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전체적인 분위기와는 달리 청년들이 많이 모이는 교회도 있었습니다. 한국교회가 교회의 본연의 사명인 전도, 구제, 선교를 통해 다시 한 번 부흥의 불길이 일어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셋째, 한국에서만 살다보면 한국이 얼마나 좋은지 모르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제가 1년에 최소 한 번씩 한국에 오고 싶어 하는 것은 가족도 만나고 선교보고도 하는 이유도 있지만, 미얀마에서 필요로 하는 물건도 구입하고자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래서 당근마켓(중고품)이나 인터넷쇼핑(새 물건)을 통해 질 좋고 저렴한 물건을 구입합니다. 특히 중고품이라도 미얀마에서는 얼마나 좋은 물건인지 모릅니다. 미얀마에서는 중국 물건 일색이라 질이 낮습니다. 한국 물건이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작은 물건 하나라도 구입해 가지고 가서 현지인 교수들이나 학생들이나 나눠주면 저들이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릅니다. 발품 팔아 구입한 물건들을 저들과 나누는 기쁨이 있습니다. 제가 지방을 다녀보면 우리나라 도로가 얼마나 잘 되어 있는지 저절로 감탄이 나옵니다. 국도도 고속도로처럼 만들어 놓고 통행료를 받지 않습니다. 이런 복된 나라가 된 것이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이제 서신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여러분들께서 저와 저희 미얀마 사역에 대해 관심과 지지를 보여주시는 것만큼이나 저희들의 사명을 다시 한 번 점검해 봅니다. 신학교 사역을 하고 있는 제게는 다시 한 번 미얀마에서 개혁주의신학의 기초를 잘 세워나가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닫게 됩니다. 미얀마 기독교의 주류 신학이 자유주의신학이다 보니, 우리 개혁주의신학이 저들을 압도할 수 있는 신학의 질을 보여주어, 자유주의신학을 가르치는 신학교로 가려는 젊고 유능한 미얀마 학생들이 발길을 돌려 우리 학교로 오게 해야 한다는 사명감도 느낍니다. 더 나아가 우리 신학교가 미얀마 기독교계에 희망이 되어야 한다는 거룩한 부담도 느낍니다. 우리 신학교가 커지고 이제 좀 알려지게 되면서 미얀마에서 영향력이 있는 신학교로 계속 발전해 가기 위해서는 여러분들의 기도와 관심이 더욱 필요합니다. 함께 미얀마 선교를 위해 애써주시는 여러분 모두에게 주님께서 주시는 영육간의 복으로 충만하기를 기도하며 이만 줄입니다. 미얀마 양곤에서 손한락/안미숙 드림.
(기도제목)
1. 미얀마개혁장로회신학교가 종교개혁과 성경에 입각한 개혁주의 신학을 미얀마에 전파하는 차별화된 신학교가 되고, 미얀마를 복음화 시킬 마음으로 불타는 훌륭한 목회자들을 많이 배출하는 학교가 되도록 (연중 동일).
2. 미얀마개혁장로교단 산하 47개 교회들이 하나님의 말씀과 성도들의 헌신위에 든든히 서고 성장해 가도록 (연중 동일).
3. 미얀마개혁장로회신학교의 장기 비전인 신학교의 질적 향상을 위해. 교수들의 학문의 질 향상과 우수한 학생들이 몰려들도록. 아울러 개설된 M. Div. 과정이 잘 운영되도록 (연중 동일).
4. 수년 내로 남자기숙사 신축과 현지인 교수사택(빌라형 8세대) 건축할 수 있도록, 필요한 재정을 주님께서 허락해 주시도록 (장기 기도제목).
5. 학생들이 3월 2~3째 주에 있을 기말시험을 잘 치르고, 이어지는 방학기간동안 쉼과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6. 풋살장 건축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데, 4월 띤잔(미얀마 신년)기간 중에 집회가 가능하도록 공사 진행을 위해. 아울러 시공사인 건축회사(LS건설)를 위해.
7. M. Div. 학생들을 위해, 학부생들은 무더운 3~5월에 방학이지만, M. Div. 학생들은 이 기간 공부해야하는데, 건강 잃지 않고 공부 잘 감당할 수 있도록.
8. 저와 아내 미얀마 잘 복귀할 수 있도록. 해상으로 보내는 짐이 한 달 후에 미얀마로 잘 도착할 수 있도록.
9. 온 가족의 건강과 바울이와 동우, 하경이의 앞길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