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행
강원 여름 고수
방송일 2023년 7월 24일(월) ~ 7월 28일(금), 710편.
*영상보기ㅡ>https://youtu.be/xWKg_GCUoRo?list=PLvNzObWMMx6vYVQFfFq10QnHHumb_dhoO
지친 일상에 쉼표를 꿈꾸며,
누구보다 이 푸른 여름을 기다려 온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
숲은 원시림처럼 우거지고,
물은 티 없이 맑게 흐르는 강원도에선
누구나 여름나기의 고수들이 된다는데..
깊은 산세에 오지 많기로 소문난 강원도 심심산골은
골짜기마다 숨은 사연과 이야기들도 많다.
뜨거운 여름날 지친 마음을 어루만져 주고
답답한 속까지 시원하게 뚫어주는
강원 여름 고수들의 여름 풍경을 찾아 떠난다.
1부. 천상의 여름, 곰배령
천상의 화원이라 불리는 곰배령은 사계절 내내 아름답지만
여름에는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단다.
여름이 찾아오면 너른 들판에 야생화 천국이 펼쳐지고
서늘한 계곡 바람이 불어오는 곳.
여름 향기가 물씬 풍기는 곰배령은 ‘천국이 있다면 이곳일까?‘ 싶다는데..
철남 씨와 진영 씨는 도시에 살던 시절
직장 동료로 인연이 되어 이후 둘도 없는 친구가 됐다.
철남 씨 언니가 살던 이곳 곰배령으로 종종 놀러 오곤 했는데,
이곳의 매력에 반해 아예 살게 되었다고.
곰배령 계곡물을 끌어다가 직접 연못을 판 철남 씨.
여기에 나란히 의자 두 개를 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더위를 피하고 싶을 때 둘이 여기에 앉아 발을 담그면
시원하다 못해 발이 얼얼할 지경이란다.
집 마당 채소가게 텃밭의 곰취, 당귀 등 갖가지 나물을 따와
주먹밥을 싸서 여름 산행 도시락을 차린다.
정상으로 향하는 길 내내 식물도감이 펼쳐지는 듯한 풍경을 구경하고,
계곡 옆에 보기 좋은 자리에 앉아 도시락을 연다.
강선마을 살이 15년째인 김철남 씨와 유진영 씨와 함께
곰배령에서의 천상의 여름날을 만끽해 본다.
2부. 이 여름, 행복하시옵니까
팍팍한 도시를 벗어나 살아 숨 쉬는 자연 속에서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과 도란도란 살고픈 소망을
다들 한 번씩은 맘속에 품어본 적 있지 않은가.
그 꿈을 실현해 나가고 있는 이들이 있다.
바로 강원도 고성에서 인생 2막을 함께 열어가고 있는
우리 두례마을 사람들.
그런데 이들의 말투가 조금 특이하다.
“오늘 아침도 안녕하시옵니까?” “감사하옵니다~”
이들이 주고받는 이 어투는 궁중 언어로,
서로를 존중하기 위해 쓰기 시작한 말투라고.
오래도록 함께하기 위해 터득한 이들만의 방법이다.
공동 경작, 공동 소유를 모토로 낮에는 함께 농사짓고,
밤에는 오케스트라 합주를 하는 이들의 일상은
단순한 노동이 아니라 함께 즐기기 위하여 행해지는 것.
9년 전, 어린 두 아이를 데리고 무작정 귀촌한 박종애 씨 부부.
낮에는 초등 교사로 지내며 귀가 후엔 농사짓는 생활을 하는 이수연 씨,
시어머님을 포함한 온 가족이 내려온 최근주 씨.
모두 두례마을에서 작은 것도 함께 누리는 행복을 실현하고 있다.
오늘은 다 함께 논의 피뽑기를 하는 날!
어른들부터 청소년까지 예외 없이 팔 걷어붙여 나섰다.
어릴 때부터 함께하는 게 익숙했기에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는데.
노동 후 직접 농사지은 연잎으로 싼 연밥 새참을 먹고,
시원한 고성 바닷가에 가서 연잎 막걸리까지 딱 마셔주면!
이보다 더 완벽한 피서는 없다.
고성 우리 두례마을의 특별한 여름나기법을 만나본다.
3부. 미순 씨의 맛있는 정원
20년간 주말마다 오가며
산비탈 콩밭을 아름다운 정원으로 가꿔 나간
자연 요리 연구가 서미순 씨.
정원에 필요한 것이면 뭐든 뚝딱 만들어 주는 맥가이버 남편과
하나뿐인 딸 보라 씨와 사위, 손자 손녀들과 함께
3대가 오순도순 살아가고 있다.
남편이 아내가 쉬어가도록 만들어 준 오두막과 그네,
할아버지가 만든 미끄럼틀에서 뛰노는 아이들.
서늘해진 저녁, 온 가족이 함께
음식도 즐기고 영화도 보기 위해 쳐놓은 텐트.
미순 씨의 애정이 담긴 소중한 정원은 이젠 가족 모두의 정원이 되었다.
아침에 눈 뜨고 그녀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정원을 가꾸는 일.
햇빛 아래 땀을 흠뻑 흘리는 일이
미순 씨만의 이열치열 여름 나는 법이라는데,
그녀의 정원은 자연 요리가 미순 씨의 텃밭이자 요리 연구소이기도 하다.
꽃이며 채소들이며 정원에서 키운 것들로
미순 씨의 손만 닿으면 무엇이든 뚝딱 맛있는 요리가 된다.
서미순 씨의 오랜 손길과 세월이 담긴,
여름날의 맛있는 정원을 만나보자.
4부. 소똥령 여름 블루스
백두대간의 진부령과 계곡이 살아 숨 쉬는 소똥령마을.
등산객들의 발에 치여 만들어진 자갈밭이 소똥 모양 같다 하여
이장님이 직접 지은 마을 이름이다.
이 마을에는 유독 흥 많고 유쾌한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데
색소폰 밴드 ‘즐겁소’ 멤버들.
즐겁소 밴드의 홍일점이자 메인 보컬인 부녀회장 홍선임 씨는
감자를 캐나, 소 먹이를 줄 때에도
트로트를 흥얼거리곤 하는데, 보는 이마저 신명이 난다.
즐겁소 밴드의 또 다른 멤버 김일중, 정경순 씨 부부는
여름날 우연히 소똥령마을에 놀러 왔다 이곳으로 자리 잡았다.
시원한 폭포, 우거진 나무들이 있어 상쾌한 소똥령 숲길 산책도
늘 하는 일상 중 하나다.
마을 남자들이 계곡에서 고기 천렵을 하며 여름을 보내는 날-
마을 여자들은 추어탕을 끓여 크게 잔치를 벌인다.
마을 옛 어르신 분들부터 귀촌한 이웃들까지
모두가 한데 어우러지는 날, 즐겁소 밴드가 빠질 수 없는 법.
소똥령에 울려 퍼지는 시원한 여름 블루스를 감상해 본다.
5부. 파도가 좋아서
죽도 해변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이자 선원이었던 황병권 씨.
해변으로 찾아든 서퍼들에 반해 함께
파도를 타며 죽도해변의 서퍼가 됐다.
파도의 매력에 빠져 쉰이 넘은 나이에
제 짝을 찾지 못한 아들이 철부지 같기도 하지만
일흔여섯 어머니는 아직도 아들을 살뜰히 챙긴다.
병권 씨가 해변에 나가 톳과 미역 등을 따오면,
어머니는 초장에 무쳐 밥과 함께 쓱싹 비벼준다.
어머니의 톳 물회는 병권 씨의 최고의 여름 별식이다.
여름날 동네 친구들과 함께 향하던 은밀한 아지트다.
어린 시절의 추억이 가득한 시원한 계곡 다리 밑.
찐 감자와 옥수수, 그리고 돌에 던져 쪼개 먹는 수박은
여름날 최고의 별미라는데..
계곡은 여름날의 바다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단다.
뜨거운 태양 아래 시원한 파도에 몸을 맡기며 인생을 만끽하는
죽도 해변의 그 사나이, 황병권 씨의 여름을 담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