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쯤~ 2년에 걸쳐
전국성지순례를 완주한 적이 있다.
월 1회, 5명이 그룹이 되어
운전을 번걸아 하며, 피정의 집에서 숙박을 하며.
KTX로 무박이동을 하며, 렌트카를 빌려 타며,
걸으며, 담소하며, 서로 영적성장을 빌어주며....
미사, 십자가의 길, 순교자의 기도,
개인 지향의 기도를 올리는 그 모습들이
더 친근하고 아름답다고 느끼며
고생 속에 주님께 감사드리는 시간을 보냈었다.
매해 9월이면, 서울대교구에서
『9月愛, 천주교 서울 순례길』을 권장한다.
총 44.1km (24곳)을, 긴구간은 전철을 이용하고
되도록 도보로 걸으며,
박해와 순교의 특별한 역사를 체험하여
우리 신앙의 뿌리를 알게 하자는 취지라고 한다.
'20년에도 순례했고, '21년에도 참가하였으나~
'21년 '왜고개 성지'에 갔을 때의 일이다.
9월의 따가운 햇살에, 온 몸에 땀을 뻘뻘 흘리며
비탈길을 걸어 올라오는 한 자매를 발견했다.
줄무늬 티셔츠, 7부 바지, 작은 배낭을 메고...
그 자매를 보는 순간, 나는 참으로 부끄러웠다.
나를 깨닫게~ 깨어있게 만든 모습이었다.
저 모습이 ' 9月愛 순례자의 모습'인데......
나는 어떠 했는가? 차를 타고 한나절 휘리릭~~~
땀 한 방울은 커녕~ 아주 편안하게...... ㅠ
그 이후로,, 전철타고 땀 흘리는 도보로
며칠을 할애하여 순례 못할 바에는
축복장 타기 위해, 도장찍는 순례는
하지 않겠다고 굳게~ 굳게 다짐했었다.
철창으로 잠겨진 대문 구석에 있는 도장,
차로는 도저히 들어갈 수 없는 여러 곳,
도저히 주차할 수 없는 서울의 복잡한 거리.
시간을 갖고 걷지않고는 볼 수 없는 몇 곳!
그럼에도~ 차 타고, 한나절 휘리릭~
관광하듯이 돌며 도장만 몰아찍는~,
의미없이 빛바랜 축복장 타기 위한 순례..
과연~, 교회에서 칭찬받을 수 있는 순례일까?
순례도 아닌 것을~! 관광도 아닌 것을~!
그렇담~,, '식별'의 부재는 아닐까?
'거래'에 의해 주고 받는 한 단상은 아닐까?
잘못 끼워진 첫 단추로 인한
일그러진 일탈의 잔해는 아닐까? ㅉ
첫댓글
자~ 깃발 2개를 주며, 은이 성지와 미리내 성지에 꽂고
오라는 미션이 있다고 하자. 남동 IC에서 출발~!
A그룹은, 은이성지, 미리내성지 성당앞에 깃발 꽂고,
미리내성지 內 짧게 걷고, 기도하고, 도시락 먹고, 즐건
시간 보내는데 2시간 소요! '도보순례'라 하진 않지요!
B그룹은, 은이성지에서 미사 드리고 바로 미리내로
달려가, 성지 內를 한바퀴 걸으며 기도하니 4시간 소요!
이또한 걸었지만, '도보 순례'라 하진 않지요! ㅎ
C그룹은, 은이성지서 미사를 드린 후 출발~
'청년, 김대건 길을 걷다' 그 길을 따라 햇살과 바람과
자연을 느끼며~ 걸으니, 금세 땀방울이 송글송글~
신덕, 망덕, 애덕고개를 걸어넘으며 걸음걸음마다
김대건신부님의 얼을 느끼며 산넘어 미리내성지에
도착하여 십자가의 길을 걷고 기진맥진~!
성지 內를 못 걷고, 구경 못해도 걸린 시간은 10시간!
신자라면~ 이런 것을 '도보 순례'라 말하지요!
허걱~ 너무 늦어 심사위원도 모두 퇴근~^^ ㅋ
세 그룹 모두, 성지순례 후, 뿌듯한 마음이 크겠지요!
그 뿌듯한 마음들이 성지 순례의 은총 아니겠어요?
아예 떠나지 못한 신자보다야 칭찬 받을 만 하지만~
A그룹만이 박수를 받는다면...B그룹은 섭섭하겠죠?
둘 다 '도보'라 할 순 없지만, 공평한 것은 아니죠~!
C그룹은 세상의 박수보다 각자 마음 안의 박수만으로도
기뻐,, 세상의 박수에는 관심조차도 없이 그저~
그 느낌 오래~ 간직하며 영적성장을 하겠지요! 다만,
주님께서 주신 '자유의지'로 방법 선택은 자기의 몫!
또한, 많은 사람들이 모인 곳에는,
일정한 규정과 수칙과 공정이 있기 마련.. 거기에 따른
형평성, 일관성, 투명성 등등은 중요한 요소입니다.
불평불만의 절대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청년' 김대건의 길을 걷다' 그 길을 생각하니~,
함께걷던~ 청렴과 겸손과 사랑을 실천하셨던
그 신부님이 생각나, 많이많이 그립습니다.
훌륭하셨던 그 분을 위해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