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제록 강의 (23) 그릇된 인가를 구하지 말라
“여러분, 제방의 큰스님들에게 인가를 받았다고 내세우며 ‘나는 선을 안다. 도를 안다’하고 함부로 떠벌리지 말라. 말하는 솜씨가 아무리 그럴듯해 물이 흐르는 것처럼 해도 지옥의 업을 짓는 것일 뿐이니라.
만약 참되고 올바르게 도를 배우는 사람이라면 세상의 허물 되는 것을 찾으려 하지 말고 간절히 불법의 참되고 올바른 견해를 구해야 할 뿐이다. 만약 참되고 바른 견해가 원만하고 분명해졌다면 바야흐로 비로소 할 일을 마쳤다 할 것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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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행자들이 제방의 이름난 노숙(老宿)들을 찾아가 인가(認可)를 구하고 또 인가를 받는 사례들은 예로부터 많이 있었다.
인가는 스승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 제자뻘 되는 사람이 공부해서 얻는 경지를 간파해 인정해 주는 것으로 과거 선종에서는 필수적인 절차였다.
그러나 이러한 인가가 확철대오(確徹大悟)한 경지에 이르지 못한 성숙 되지 않은 공부를 그릇 인가받는 경우가 있다.
이는 참되고 올바른 것이 아닌 일종의 폐단이다.
임제는 이 장에서 이 점을 환기시킨다.
어디 가서 누구에게 인가받았다 하면서 자신을 과시하고 아는 척 깨달은 척하지 말라는 것이다.
말하자면 수행자가 아만 따위의 상(相)이 붙어 어리석고 자신을 속이는 따위의 짓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불교의 5계 가운데 ‘거짓말하지 말라(不妄語)’는 조목이 제정된 동기가 깨닫지 못하고서 깨달은 척하는 증상만(增上慢)을 없애기 위해서이다.
자력 수행으로 깨달음을 얻는 선문(禪門)에서 유독 정견을 강조해 왔다.
한문 원문의 ‘인파면문(印破面門)’이란 말이 있는데 이는 도장을 찍어 입을 부셔버린다는 말로 잘못 인가한다는 뜻이다.
수도인이 자칫 참되고 올바른 견해를 갖지 못하고 그릇된 사도(邪道)에 빠지는 것을 경계하는 말이다.
대혜종고의 『서장(書狀)』에도 ‘냉각면피(冷却面皮)’라는 말이 나오는데 냉정하게 인정에 끌리지 않고 앞면을 몰수한다는 뜻이다.
방편상에서는 여러 가지 수행법이 제시되지만, 불교의 목적 깨달음은 곧 정견에서 얻어지는 것이요 모든 수행도 정견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임제의 선법을 계승하여 송대(宋代)에 들어와 간화선을 완성 시켰다고 평가받는 대혜 선사가 16년간 귀양살이를 하였다.
물론 모함에 걸려들어 어처구니없는 유배를 당한 것이지만 그 이유가 간화선(看話禪)의 올바른 선법을 천명하기 위해서 묵조선(黙照禪)을 신랄하게 비판한 것이 원인이 되었다.
“머리 깎은 외도들이 자기 눈을 밝히지 못한 채 남의 눈마저 멀게 한다.(剃頭外道 自眼不明 自誤他盲)”고 혹독하게 묵조배를 비판했던 것이다.
당시 사대부들과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간화선법을 지도하던 대혜가 자신이 머물던 경산(徑山寺)에서 시랑(侍郎)이었던 무진거사(無盡居士) 장구성(張九成)의 부친 재(齋)를 지내면서 영가(靈駕)법문을 하게 되었다.
법문 도중에 영가에게 게송을 설했는데 “神臂弓一發에 射破千重甲이로다. 仔細拈來看호니 當甚臭皮襪이로다”였다.
“신비한 팔로 활을 한 번 쏘니 천 겹의 갑옷이 뚫어지도다. 자세히 가져와 보니 냄새나는 가죽 버선이구나.”
이 일이 있는 뒤 묵조편에 있던 진회(秦檜) 일당이 재자(齋者)였던 장구성이 부친의 재를 구실로 절에 모여 반역을 도모했다 모함을 하여 당시 왕이던 고종에게 무고하여 장구성과 그 일파가 파직당하고 유배를 가게 되고, 대혜도 체탈도첩(褫奪度牒)을 당하여 형주(衡州)로 귀양을 갔다가 다시 매양(梅陽)으로 유배지를 옮겼다.
유배지에서도 사대부들과 교신을 하며 선의 정법을 선양하다 후에 장구성이 다시 복직 승상이 되자 대혜도 유배지에서 풀려나게 되었다.
정법을 내세우다 겪은 법난(法難)이었다.
-지안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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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나모 붓다야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