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밥 먹으러 가요 -장미공원에서 - 황정희
저건 분명 붉은 바다 넘실넘실 밀려온다 흔들리다 솟아올라 끼를 쏟는 파도다 널 막을 제방이 없어 나도 같이 젖는다
만선을 알리고자 붉은 등 달았는가 오월의 만조 앞에 무릎 꺾인 할머니 머리에 꽃을 달고서 “배고파 밥” 하신다
- 황정희 시조집『그 사랑을 내가 쓴다』(상상인, 2023) ************************************************************************************ 계절마다 곳곳에 꽃잔치가 열려 사람들을 불러 모읍니다 봄의 진달래와 철쭉, 여름의 장미, 가을의 코스모스에다가 음력 팔월이면 꽃무릇과 상사화가 지천으로 피기 시작합니다 추석을 앞둔 엊그제 벌초를 마친 처조부 내외분 무덤 가에 피어있던 상사화가 웃자랐던 풀과 함께 한꺼번에 사라졌습니다 처이모님이 수년 동안 심고 가꾸었던 것이어서 볼때마다 반가웠는데... 지난 오월부터 우리집 담장에 불은 등을 켰던 넝쿨장미가 작게 꽃등을 밝힙니다 한창일 때보다 확실하게 크기가 작아졌지만 색깔은 더 붉습니다 저승의 밥그릇은 아무래도 작은 모양인데, 꽃향기와 색깔은 그대로인 모양입니다 추억은 아무리 시간이 오래되어도 진하게 새겨지듯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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