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준비 다 했어요. 언제 가요?”
며칠 전, 부산 방문 계획을 세운 후부터 늘 부산에 언제 가냐는 질문을 하셨는데 당일이 되니 출발 시간을 묻는 질문으로 바뀌었다.
아저씨 댁에 방문하니 일찌감치 복도에 나와 직원을 기다리고 계셨다.
옷 매무새를 가다듬고 지난번 샀던 꽃을 챙겨 집을 나섰다.
먼저, 전처 이정자 씨를 뵙기 위해 영락공원으로 향했다.
무연고자 안치실에 가기 전, 영락공원 직원께서 이정자 씨의 성함, 아저씨와의 관계 등을 물어보셨다.
“관계가 어떻게 되세요?”
“….”
“괜찮으니 말씀해주셔도 됩니다.”
“남편입니다.”
성함을 묻자 흔쾌히 답변을 해주셨는데 관계를 묻는 질문에는 한참을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으셨다. 아저씨께 양해를 구하고 직원이 대신 말씀드렸다.
‘남편’이라는 단어를 뱉자 왠지 모를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남편으로서 결혼기념일과 기일을 기억하고 챙기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들이었다.
직원분의 안내에 따라 들어간 곳에서 아저씨께서는 준비해 온 꽃을 정성스레 붙이시고는 잠깐의 묵념으로 인사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오늘은 뵐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네. 다음에 또 와야지.”
“다음에 언제 올까요?”
“결혼. 결혼한 날”
“결혼기념일이요? 11월이었나요?”
“네.”
지난 5월에 공사로 인해 방문하지 못했던 탓일까 돌아서는 발걸음이 가벼워진 것 같았다.
2022년 9월 13일 화요일, 이도경
아저씨는 한 여자의 ‘남편’으로 제구실하시며 사시네요.
이렇게 자기가 맡은 역할 잘 하도록 돕는 것이 중요합니다. 감사! 임우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