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오만과 편견 사이
'오늘은 좋은 거 먹자니까 왜 싼 거를 골라.
코르크도 없이 그냥 돌려 따는 와인이잖아.
다른 와인 좀 골라봐'
스크류 캡이라는 이유로 괜찮은 와인이 졸지에 싸구려로 전략해 버렸다.
와인만큼 다양한 오해와 편견으로 들러쌓인 대상이 있을까.
이뿐 만이 아니다.
화이트 와인은 숙취가 더 심하다는 불평.
타닌감이 마노은 레드와인보다 목넘김이 수월해 본인이 더 마신 것을 화이트 와인만 잡는다.
그 해 수확해 바로 선보인 보졸레 누보에 대해 숙성이 안됐으니 와인도 아니라는 평가절하,
보졸레 누보 파티까지 해가며 과대평가했던 것보다 더 꼴불견이다.
먼저 스크류켑에 대한 오해부터 벗겨보자.
와인바이블에 따르면 호주와 뉴질랜드의 경우 전체 와인 가운데 스크류캡을 사용하는 비율은 각각 70%, 90%에 달한다.
확실히 다체 단가로 보면 스크류캡보다 코르크가 2~3배 가량 비싸다.
저가와인에 주로 쓰인다고 여겨진 이유다.
반면 스크류캡은 소위 부쇼네나 콜카라고 불리는 코르크 오염에 따른 와인의 변질로부터 자유롭다.
전 세계적으로는 여전히 와인병 마개의 70%가 코르크지만 스크류캡 역시 저가와인을 넘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이유다.
한번 코르크 오염으로 상한 와인을 구제할 방법은 없다.
다음 오해의 근원지는 숙성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와인은 무조건 오래 묵을수록 맛이 좋아질거라 생각하지만 답은 노(NO).
전 세계 모든 와인 중 90% 이상은 1년 안에 마셔야 하는 것들이다.
5년 이상 숙성시켜야 하는 와인은 1%도 되지 않는다.
와인은 살아있는 생물과 같아서 시간이 지나면 변한다.
처음 만들떄부터 장기 숙성을 염두에 둔 와인이 아니라면 대부분은 맛이 나빠질 일만 ㅁ남았다.
일반적으로 레드와인이 화이트와인보다 더 오래 묵혀둘 수 있다.
타닌 성분때문에다.
다음은 소위 '빈티지'라고 불리는 포도 재배가 잘 된 해의 와인이다.
이것도 셀러 뒤쪽으로 뺴놓자.
와인바이블은 장기숙성용 와인으로 레드와인은 미국 나파벨리의 카베르네 소비뇽, 프랑스 론밸리의 시라나 그르나슈,
프랑스 보르도의 레드와인 등을 꼽았다.
화이트와인은 프랑스 루아르밸리의 슈닝블랑, 프랑스 루와르밸리의 슈냉블랑, 프랑스 보르도 화이트 와인, 소테른 와인,
브루고뉴 와인, 헝가리의 토카이 와인 등이다.
다음 편견깨기는 평점이다.
우리가 와인을 살때 보면 RP(로버트파커)00점, WS(와인스펙테이터)00점, JS(제임스 서클링)00점 등이 와인병에 붙어있는
경우가 있다.
높으면 다 좋은가, 높다는 기준은 90점 이상인가, 100점이면 무조건 맛있는 와인인가.
답은 와인을 선택하는데 있어 참고할 여러 사항 중 하나일 뿐 맹신은 금물, 최근 평점을 후하게 주는 인플레이션 문제나
자체의 신뢰성 등은 차치하더라도 와인은 '개취(개인의 취향)'가 중요한 술이니까.
예를 들어 이런거다.
나에게는 평점 100점의 평양냉면집 누군가에게는 돈 주고 먹기 아까운 맹맹한 국수가 되는 것. 안상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