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말은 어떻게 오는가 - 김승일
7년 내내 가스라이팅 하던 선배가 나 떠나간다니까 말했다
“우리 사이가 그렇게 됐지만 너 타고 다니던 그 차 나한테 싸게 팔고 가”
2년 내내 결혼을 약속했던 애인이 당당하게 바람피운 걸 들켜버리고 나에게 말했다
“우리 사이가 그렇게 됐지만 너 쓰고 있던 그 노트북 나한테 주고 가”
늘 다음이 있는 사람들 다음 말을 3초도 생각 않고 뱉어버리는 사람들
다음이 왔던가 다음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어떤 말을 못 해 그 자리를 떠나지 못했던가
무슨 표정으로 무슨 말을 더 하고 우리는 영영 헤어졌던가
ㅡ웹진 《같이 가는 기분》(2024, 가을호) ************************************************************************************* 우리나라의 미래를 열어보겠다고 큰소리치며 정치를 시작한 이들이 얼마입니까? 4년마다 혹은 5년마다 잘난 척 펼쳐보이던 청사진이 지금 어떻게 되었습니까? 사람의 마음이 그리 쉽게 변하지 않는다던가요? 피끓던 청년시절에 진보이지 않았던 적이 있었던가요? 앞날이 어둡고 미래가 불확실할 때 보수에 눈길이 가지 않던가요? 우리는 늘 '다음'을 생각했습니다만, 기어코 어떤 말은 하지 못했습니다 '미안하다' '죄송하다' '반성한다'는 그 말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말 잘하는 이들의 표정은 늘 엄숙하다못해 결연한데 그 자리에서 내려올 줄은 모릅니다 보기싫은 얼굴, 듣기 싫은 말 뿐이어서 아예 눈길을 돌리게 된 이들이 많습니다 아직 영영 헤어지지는 못해서 멀찌감치 떨어져서 눈총만 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