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 물림 속에서
피어난 인연”
"어이쿠!"
따끔했던 건 엉덩이뿐만이 아닙니다.
몇 자 적는 순간 이곳저곳이 어찌나 가려운지,관절 크림을 발라보지만 여간 매서운 게 아닙니다.
지난 20년 동안은 하는 일이 바빠서 작업장에 모기가 있었는지조차 모르고 살아왔지요.
그런데 요즘 한창 매서운 모기 물림에 아픔을 느끼니 일이 많이 한가해졌나봅니다.
모기를 생각하다가 얼마 전까지 방학동에서 방앗간을 운영하셨던 김남석 사장님이 생각납니다.
아침이면 들르셔서 성씨와 돌림자도 같은 당신이 긍정적이어서 마음이 끌린다고 간접적인 칭찬을 아끼지 않으시던 사장님이죠.
윤동주 시인의 '자화상’을 철자 하나 틀리지 않고 줄줄 외워내시던 김남석 사장님이요.
“아들은 착해요. 모기에 물려도 팔을 저어 쫓기만 할 뿐, 때려잡지는 않습니다.”
아드님 얼굴도 못 뵈었지만, 예수님 바로 아랫급 의식 레벨급(?)을 자랑하시던 그 아드님과 몇 년 전 경북 영양군 석보면으로 함께 귀촌하셨지요.
사과나무를 심어서 알고 지내는 천주교회 교우님들 이름으로 나무에 명패를 달아드리고 관리하시도록 분양하시겠다고 했습니다.
평소에 믿을 만한 분이어서 나도 믿고 맡겨서 때가 되면 사과 수확만 택배로 받아도 되겠다는 생각까지 했었지요.
사는 게 바빠서 찾아뵙지는 못했지만, 가끔 시골에 사시며 뻥튀기를 튀겨서 지역 성당 교우님들과 이웃 어르신들께 나눠주신다고 뻥튀기 쌀을 주문하시곤 합니다.
그리고 살아가시며 이런저런 소식들도 전화로 전해듣고, 인터넷 로드뷰로 잘 정돈된 농촌의 전형적인 삼거리 코너의 김사장님 시골집을 구경하기도 합니다.
아직 솔로인 아드님과 함께 사과밭을 가꾸시고, 여름날에는 고추 농사에 뻥튀기로 재능 나눔까지 하시는 바쁜 일상이 눈에 선합니다.
말복을 지나 처서가 가까워지니 모기의 매서운 극성에 나에게 생각나는 한 분이 있어 몇자 적어서 기록으로 남깁니다.
길지않은 인생.
훨훨 날아가는 민들레 홀씨처럼 어느 곳에 자리해도 자기 역할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
나도 그런 사람으로 기억되는 삶을 살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