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준결승3번기 1국]
절반의 승리였다.
11월 20일 삼성화재 유성연수원 대강당에서 벌어진 제12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준결승전3번기 1국에서 한국은 이세돌 9단이 황이중 6단을 상대로 319수까지 가는 혈전끝에 백2집반 차이로 승리를 거뒀으나 박영훈 9단은 구리 9단의 세찬 공격에 밀려버리며 190수만에 흑불계패를 당하고 말았다.
바둑은 모두 급박한 흐름으로 전개됐다. 박빙의 대결로 가장 큰 관심을 끌어 모았던 박영훈 9단과 구리 9단의 바둑은 박영훈 9단의 전천후 선실리 후타개가 철저히 무너져버리면서 구리 9단의 완승으로 끝이 났다.
박영훈 9단은 초반 우상귀 모양에서 40집 가량의 큰 집을 장만해 실리의 우위를 점하고 시작했다. 하지만 곧 이어진 하변전투에서 구리 9단의 연달은 강수에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하다 흑대마가 바람 앞의 촛불처럼 큰 위기를 맞고 말았다. 궁여지책의 묘수 한 방으로 흑대마를 겨우 살려냈으나 구리 9단은 이 때부터 전판을 흔들며 주도권을 행사해 나갔다.
공격의 후유증은 상당했다. 구리 9단은 흑의 엷은 곳을 찔러가 조금씩 살점을 뜯어먹었고 수순이 진행될수록 실리 차이가 점점 더 크게 벌어졌다. 결국 박영훈 9단은 구리 9단의 날카로움에 제대로 반격 한 번 해보지 못하고 얼마 못가 백기를 흔들며 패배를 시인했다. 단 한 순간의 실착으로 명암이 쉽게 가려진 허망한 일국.
이세돌 9단과 황이중 6단의 대국은 예상을 뒤엎고 마지막까지 팽팽한 접전이 계속됐다. 백을 잡은 이세돌 9단은 황이중 6단의 두터움을 파고들며 실리의 우위를 지속적으로 유지했지만 황이중 6단의 두터움을 쉽게 뿌리치지 못했다. 검토실은 한때 황이중 6단이 조금 앞서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보이며 황이중 6단의 뛰어난 균형감각에 놀라움을 표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바둑은 끝까지 가봐야 알 수 있는 법!
종반 끝내기에 다다르면서 누가 이길지 종잡지 못할 즈음 이세돌 9단은 좌변에서 결정적인 카운터펀치를 날려 승기를 움켜쥐었다. 좌변에서 패를 자청하며 강하게 버텨오자 황이중 6단 역시 물러서지 않고 맞받아쳤는데 좌하귀를 잡자는 팻감이 결정적인 실수였다.
이세돌 9단은 좌하귀를 모두 죽이고 상변 일대를 잡아버리는 엄청난 대바꿔치기를 결행했고 이 판단은 정확한 승리의 보증수표가 된다. 바꿔치기 이후 최대한 안전한 길로 마무리를 한 이세돌 9단은 백2집반승을 이끌어 내며 1국을 승리로 장식했다.
기선제압에 성공한 이세돌 9단은 1승만 거두면 LG배 세계기왕전 결승에 이어 삼성화재배 결승도 결승고지에 오르게 된다. 계속되는 2국은 22일 같은 장소에서 속개되며 사이버오로는 최철한 9단의 해설로 팬들의 안방을 찾아갈 예정이다.
제12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은 KBS와 중앙일보가 공동 주최하고 삼성화재해상보험에서 후원한다. 제한시간은 각자 2시간, 60초 5회이며 우승상금은 2억원이다.
준결승 1국 종합 결과○구리 9단 ●박영훈 9단 - 190수 끝 백불계승!
○이세돌 9단 ●황이중 6단 - 319수 백2집반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