莊子 外編 21篇 田子方篇 解說(장자 외편 21편 전자방편 해설)
이 편의 주인공인 전자방田子方은 위魏나라의 현인으로 위魏 문후文侯의 스승으로 알려져 있는데 공자의 제자인 자하子夏 계열의 유학자로 추정된다. 일찍이 장자莊子 유문儒門설을 주장했던 한유韓愈가 장자의 출신을 공자 후학으로 본 것도 이 편의 기록에 근거한 것이다.
제1장에서는 전자방田子方과 위魏 문후文侯의 대화를 통해 도道를 체득한 사람의 모습을 하늘처럼 텅 비어 있다고 표현하고 있다.
제2장에서는 온백설자溫伯雪子가 주인공으로 등장하여 예의禮儀에 밝고 까다로운 공자가 사실은 사람의 마음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하고 있다며 유가의 형식주의를 비판하고 있다.
한편 제3장에서는 제2장에서 비판받았던 공자가 도리어 장자의 사상을 이해하고 체득한 이로 등장하고 있는 점이 이채롭다.
또 제4장의 시작부분에는 〈제물론齊物論〉편 제1장에 보이는 남곽자기南郭子綦와 안성자유顔成子游의 대화와 유사한 전개방식이 눈에 띈다.
연이보진緣而葆眞 청이용물淸而容物 : 사물을 따르지만 자연의 참된 본성을 잃지 아니하며, 맑으면서도 사물을 포용하다.
莊子 外編 20篇 田子方篇 第1章(장자 외편 21편 전자방편 제1장)
전자방田子方이 위魏 문후文侯를 모시고 앉아서 이야기할 때 계공谿工을 자주 칭찬했더니, 문후文侯가 말했다. “계공谿工은 선생의 스승입니까?”
자방子方이 대답하였다. “아닙니다. 저와 같은 마을에 사는 사람입니다. 도道에 대해 일컫는 말이 자주 합당했기 때문에 제가 그를 칭찬한 것입니다.”
문후文侯가 말했다. “그렇다면 선생에게는 스승이 없습니까?”
자방子方이 말했다. “있습니다.”
문후文侯가 말했다. “누구입니까?”
자방子方이 말했다. “동곽순자東郭順子입니다.”
문후文侯가 말했다. “그렇다면 선생은 무슨 까닭으로 아직 한번도 스승에 대해 일컬은 적이 없었습니까?”
자방子方이 말했다. “그분은 사람됨이 진실한지라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하늘처럼 텅 비어 있으며, 사물을 따르지만 자연의 참된 본성을 잃지 아니하며, 맑으면서도 사물을 포용하여 사물이 무도하면 자신의 행동을 바로 함으로써 그들을 깨우쳐 다른 사람이 비난하려는 의지를 소멸케 하니 제가 어찌 그를 일컫기에 충분한 사람이겠습니까?”
자방子方이 나가고 나자 문후는 멍하니 종일토록 말하지 않다가 앞에 서 있던 신하를 불러 이렇게 말했다. “원대하구나! 덕을 온전히 갖춘 군자여! 처음에 나는 성스럽고 슬기로운 말과 인의의 행동을 지극하다 여겼더니만 내가 자방의 스승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나자 내 몸은 해체되어 움직이려 하지 아니하고, 입은 재갈 물린 것처럼 말하지 않으려 하니 내가 지금까지 배웠던 것은 단지 흙으로 만든 인형일 뿐이었으니 위나라는 참으로 나를 얽어매는 물건이로다.”
田子方 侍坐於魏文侯 數稱谿工
文侯曰 谿工子之師邪
子方曰 非也 無擇之里人也 稱道數當 故無擇稱之
文侯曰 然則子無師邪
子方曰 有
曰子之師誰邪
子方曰 東郭順子
文侯曰 然則夫子 何故未嘗稱之
(전자방이 시좌어위문후하야서 수칭계공한대
문후왈 계공은 자지사야아
자방왈 비야라 무택지리인야니 칭도 수당할새 고무택이 칭지하나이다.
문후왈 연즉자는 무사야아
자방왈 유하니이다
왈자지사는 수야오
자방왈 동곽순자니이다
문후왈 연즉부자는 하고로 미상칭지오)
전자방田子方이 위魏 문후文侯를 모시고 앉아서 이야기할 때 계공谿工을 자주 칭찬했더니,
문후文侯가 말했다. “계공谿工은 선생의 스승입니까?”
자방子方이 대답하였다. “아닙니다. 저와 같은 마을에 사는 사람입니다. 도道에 대해 일컫는 말이 자주 합당했기 때문에 제가 그를 칭찬한 것입니다.”
문후文侯가 말했다. “그렇다면 선생에게는 스승이 없습니까?”
자방子方이 말했다. “있습니다.”
문후文侯가 말했다. “누구입니까?”
자방子方이 말했다. “동곽순자東郭順子입니다.”
문후文侯가 말했다. “그렇다면 선생은 무슨 까닭으로 아직 한번도 스승에 대해 일컬은 적이 없었습니까?”
☞ 전자방田子方 : 인명. 위나라의 현인. 성은 전田이고 이름은 무택이며 자는 자방이고 위나라의 현인으로 문후의 스승이다.
☞ 위문후魏文侯 : 위나라 임금. 문후文侯는 필만의 7세손이고 무후武侯의 아버지이다.
☞ 계공谿工 : 인명. 성은 계谿이고 이름은 공工이며 위나라의 현인賢人이다.
☞ 동곽순자東郭順子 : 인명. 전자방의 스승. 성곽 동쪽에 살기 때문에 그것을 따라 씨氏로 삼았다. 이름은 순자順子이다. 자방의 스승이다.
子方曰 其爲人也眞 人貌而天虛 緣而葆眞 淸而容物
物無道 正容以悟之 使人之意也消 無擇 何足以稱之
(자방왈 기위인야 진이라 인모이천허하며 연이보진하며 청이용물하야
물이 무도어든 정용이오지하야 사인지의야로 소케하나니 무택은 하족이칭지리잇고)
자방子方이 말했다. “그분은 사람됨이 진실한지라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하늘처럼 텅 비어 있으며, 사물을 따르지만 자연의 참된 본성을 잃지 아니하며, 맑으면서도 사물을 포용하여
사물이 무도하면 자신의 행동을 바로 함으로써 그들을 깨우쳐 다른 사람이 비난하려는 의지를 소멸케 하니 제가 어찌 그를 일컫기에 충분한 사람이겠습니까?”
☞ 무택하족이칭지無擇何足以稱之 : 동곽순자가 일컫기에 부족한 사람이기 때문에 일컫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참으로 위대한 것은 말로 표현하기에 부족하다는 뜻으로 자신의 표현이 부족함을 이야기한 대목이다.
子方出 文侯 儻然終日不言 召前立臣而語之曰
遠矣 全德之君子 始吾 以聖知之言 仁義之行 爲至矣
吾聞子方之師 吾形解而不欲動 口鉗而不欲言
吾所學者 直土梗耳 夫魏眞爲我累耳
(자방출이어늘 문후 당연종일불언이라가 소전입신이어지왈
원의라 전덕지군자여 시오 이성지지언과 인의지행으로 위지의라니
오문자방지사하고 오형해이불욕동하며 구겸이불욕언호니
오소학자는 직토경이로소니 부위는 진위아의 루이로다)
자방子方이 나가고 나자 문후는 멍하니 종일토록 말하지 않다가 앞에 서 있던 신하를 불러 이렇게 말했다.
“원대하구나! 덕을 온전히 갖춘 군자여! 처음에 나는 성스럽고 슬기로운 말과 인의의 행동을 지극하다 여겼더니만
내가 자방의 스승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나자 내 몸은 해체되어 움직이려 하지 아니하고, 입은 재갈 물린 것처럼 말하지 않으려 하니
내가 지금까지 배웠던 것은 단지 흙으로 만든 인형일 뿐이었으니 위나라는 참으로 나를 얽어매는 물건이로다.”
☞ 당연儻然 : 멍한 모습. 뜻을 잃어버린 모양.
☞ 토경土梗 : 흙으로 빚어 만든 인형. 비를 맞으면 뭉개지고 마는 흙 인형처럼 헛된 존재라는 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