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비롯한 우크라이나 주요 인사들이 동부지역 요충지 바흐무트의 전황이 악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고 영국 BBC, 미국 CNN 등 외신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우크라이나군이 ‘전략적 철수’라며 이 지역에서의 사실상 패퇴도 상정하고 있는 분위기다.
수세에 몰린 우크라이나 우크라이나 바흐무트의 건물들이 지난 2월 27일 전투 중 파괴돼 연기를 내뿜고 있다. 우크라이나 동부지역 요충지로 꼽히는 바흐무트를 차지하기 위한 러시아의 공격이 최근 한층 거세진 가운데 따뜻해진 날씨로 인해 땅이 진흙탕으로 변하는 ‘라스푸티차’ 현상으로 기동력에도 제약이 발생하며 6개월간 버텨온 우크라이나가 수세에 몰렸다. 바흐무트=AFP연합뉴스© 제공: 세계일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저녁 대국민 연설에서 “가장 어려운 곳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바흐무트다. 러시아는 숫자에 상관하지 않고 군인들을 계속 보내 우리 진지를 공격하고 있다”면서 “전투 강도가 거세지고 있다”고 말했다. 알렉산드르 로드냔스키 대통령실 보좌관은 CNN에 “(러시아 용병) 와그너 부대가 바흐무트를 포위하려 하고 있다”면서 “필요하다면 전략적 철수를 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도네츠크주 바흐무트는 러시아계 주민이 많은 동부 돈바스 지역 전체를 탈환하기 위해 우크라이나군이 꼭 지켜내야 하는 요충지다. 6개월 넘게 화력을 집중한 러시아가 마침내 이 지역 점령에 성공한다면 다시 우크라이나 내륙으로의 진격이 가능해지는 등 전쟁 판도가 바뀔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크라 동부 요충지 바흐무트 전황 악화… “전략적 후퇴 고려”© 제공: 세계일보 BBC는 지난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가장 치열한 전투가 바흐무트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부 지역은 러시아군과 와그너그룹 등 러시아 용병이 장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전투기가 바흐무트 상공을 비행하는 모습이 러시아 국영통신사에 의해 공개되기도 했다. 봄이 다가오며 따뜻해진 날씨가 전황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일대는 계절이 바뀌는 매년 봄과 가을 두 차례 비포장도로와 평원이 거대한 진흙탕으로 변해 통행이 힘들어지는 이른바 ‘라스푸티차’ 현상이 연례행사로 발생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AP뉴시스© 제공: 세계일보 일반적으로 이런 상황은 수비 측에 유리하게 작용하지만, 우크라이나는 그동안 우세한 화력의 러시아군에 기동력으로 대항해 왔기에 라스푸티차가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는 다수의 우크라이나 군용 차량이 진흙에 빠져 움직이지 못하게 된 모습을 목격했다고 소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서방에 전투기 지원을 강하게 요청하는 이유 중 하나도 이런 기동력 제약을 타개하기 위해서다. 러시아에서는 수도 모스크바 인근 등 본토 곳곳에 드론이 출현했다. AP통신은 이 드론이 우크라이나제로, 최대 800㎞를 날 수 있지만 많은 양의 폭발물을 운반하기는 어려운 소형 모델이라고 분석했다. 통신은 이번 공격이 큰 피해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드론 공격에 대한 러시아의 취약성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또 일부 러시아 전문가는 바흐무트에서 러시아군에 밀리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 깊숙한 곳을 겨냥할 능력이 있음을 자국민에게 과시하고자 드론 공격에 나섰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