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형의 서울하수도 해부학 2- 내 땅에서 하수도 무단 공사하는 서울시
2.7미터마다 불량하수관 조사방식에 문제있다
절차상 하자 많아도 문제제기 않는 착한 시민들
2011년까지 마감 한다는 하수정비 지금도 진행중
230개 배수분구를 정비하려면 200년 걸려
절차가 많은 상황에서 하수도가 만들어지고 있음에도 큰 문제가 없는 것은 아무도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으며 문제점이 무엇인지조차 모르면서 진행해 왔기 때문이다. 다른 도시계획시설과 비교하자면, 도로나 공원을 만들기 위해서는 도시계획시설을 결정하고 설계 성과가 나오면 실시계획 인가를 받는다. 실시계획은 사업인정고시의 효력이 있고 사업인정이 되어야 토지나 지장물의 강제수용이 가능해 진다. 따라서 앞선 절차가 선행되지 않으면 토지 소유권을 확보할 수 없고 당연히 공사도 불가능하다. 하지만 하수관로는 거의 모든 경우 도로에 매설되므로 이미 토지소유권이 확보되어 있는 상태에서 도로점용 허가를 받아 공사를 하게 되므로 굳이 관련 절차가 이행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공사가 가능해지는 허점이 있다. 그래서 아무도 왜 내 땅에서 무단으로 공사를 하냐고 따지는 사람도 없으며 절차상 하자가 있다 하더라도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런 이상한 상태를 유지할 것인가
1992년 특단의 대책이 수립된다. 하수관로 전체를 측량하여 관망도를 신규 제작하고 전체 하수관망 수리계산, 관로내부 전수조사, 조사결과를 토대로 하수관로 정비 기본설계까지 포함된 “서울시 하수관로 조사 및 정비 기본설계” 용역이 착수되었다.
용산 배수구역부터 배수구역 단위로 시행된 용역은 2001년까지 10년이 걸렸고 용역비만 260억원 정도가 투입되었다. 기본설계에서 불량관로 판단기준, 관로정비 등급기준, 굴착, 비굴착 적용기준 및 사업우선순위 결정기준을 마련했다. 실제 관로정비를 추진하기 위하여 1995년부터는 12개 배수분구의 실시설계를 시행하고 하수도 종합정비라는 이름으로 유역단위 관로정비를 착수하였다.
관로정비의 기본 프로세스는 관로조사 → 불량정도 판단 → 사업우선순위 결정 → 실시설계 → 종합정비 → 유지관리(관로조사 반복)이다.
그런데 서울시 전역에서 종합정비를 할 수는 없으므로 그런 지역은 급한 대로 불량관로만 정비하는 단위개량사업만 시행하는 비교적 깔끔하고 단순한 과정이다.
기본설계 및 종합정비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수차례에 걸쳐 부시장 방침으로 사업계획 변경이 이루어지는데, 주요 내용은 사업기간 연장과 사업비 증가이다. 처음에는 2011년 정비를 끝내겠다고 시작했는데 2016년, 2021년 그것도 불투명하니까 강북만 2026년까지 한다는 변경방침만 세웠다.
우선적으로 착공한 12개 배수분구의 종합정비에만도 10년이 걸렸다.
조사에 10년, 12개 정비에 또 10년, 230개 배수분구를 전부 하려면 200년이 걸린다. 그러나 시민의 세금을 투자한 기본설계 자료는 무용지물이 된다. 물론 그때쯤은 다 무너졌겠지만, 당연히 이 프로세스는 불가능한 사업구조이다. 그렇게 종합정비는 2030 하수도정비기본계획에서 폐기되었다.
종합정비 2030 하수도정비기본계획에서 폐기
그나마 조사자료가 귀하게 남았다.
우여곡절 끝에 관망도가 정비되었고 자치구에서는 이 도면에 신설․개량 이력을 관리했다. 그러나 그것도 2000년대 초반까지의 자료들이다.
하지만 이 자료들은 하수도관리 전산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원시자료(기본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관망도, 유량계산서, CCTV조사보고서, 동영상, 육안조사자료, 개보수판정조서 등 기본설계 성과물은 모두 DB화 되었다. 기본설계가 최종 완료되기 이전인 1998년 경 GIS DB 구축이 시작된 덕분에 그나마 온전히 데이터의 전산화가 이루어질 수 있었다.
물론 지금은 그 방대한 자료가 오히려 짐이 되고 있고 성과물의 품질이나 활용도에서도 여전히 불만족스럽기만 하다.
하수도 불량 4미터당 1개소에서 2.7미터마다 1개소로
아무튼 기본설계가 최종 마무리된 2001년 종합보고서에 따르면 관로 상태는 총체적 난국이었다. 말이 전수조사지 실제 조사율은 70% 정도였는데, 5,240,610m 실 조사에서 각종 불량개소가 1,318,970개가 발견되어 3.97m 당 1개소의 불량이 발견되었다.
연결관부
연 결 관 부 |
소 계 | 연결관 돌출 | 연결관 접합부 |
619,605 | 340,941 | 278,664 |
이때 발견된 불량하수관들은 치유되었을까?
지난 20년간 연평균 200km씩 정비했다 하더라도 정비연장은 4,000km, 나머지 6,000km의 불량 하수관은 여전히 존치되어 있다. 새로 묻은 신설관로에서 새로운 불량이 생기지 않았다 하더라도 말이다.
그런데 비교해 볼 만한 자료가 있다.
2014년부터 도로함몰로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노후관로에 대한 대대적 조사가 있었다. 4개년에 걸쳐 조사가 되었는데 최종결과는 모르겠고 3차 년도까지 조사한 결과만으로도 1,980,670m 조사에서 728,641개소의 불량이 발견되어 2.72m 당 1개소의 불량이 발견되었다.
조사시점이 20년의 차이가 남에도 불구하고 불량개소의 발견 빈도가 3.97m에서 2.72m로 증가하였다. 조사가 노후관로를 대상으로 하여 불량이 증가했을 수도 있고, 조사 장비의 발전, 불량 판단기준의 변화 같은 다른 원인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결과로 나온 수치만 보자면 관로 상태는 더 나빠졌다. 혹은 좀 더 양보해도 관로 상태가 좋아졌다는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종합정비나 단위개량으로 투입된 관로정비의 수 조원의 단위 사업비는 다 어디에 쓰여졌는지 모를 지경이다.
하수도시설기준이 하수도설계기준으로 바뀌고 불량의 종류와 등급을 판정하는 기준도 몇 번씩 바뀌고 이런저런 변화를 겪으면서 지금은 불량의 종류 등급에 따라 점수를 부여하고 제법 복잡스런 체계를 갖추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고 이게 더 합리적인 기준인가는 의문이다.그래도 2030 하수도정비기본계획에서는 결국 우리도 과거의 기준을 버릴 수밖에 없다. 그래도 자료는 그대로 가지고 있다. 옛날 기준 그대로.
기본계획을 할 때 마다 이 불량등급 기준을 검토할 때면 미국기준, 일본기준 같은 것을 잔뜩 긁어 모아다가 정리했지만 그 기준이 얼마다 합리적인 근거에 따라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설명은 아무도 하지 못한다. 가령 이음부 불량이나 연결관 불량을 구분하는 것은 현실적인 방법인가?
발생위치가 다르다지만 이음부 불량은 정도에 따라 6~70점의 결함점수를 부여하고 연결관 불량은 3~30점을 부여하고 있는데, 이것은 적절한 것인가?
도대체 무슨 기준에 따라 그렇게 점수를 부여하고 있는 건가?
나름대로 불량의 종류와 정도에 따라 결함점수를 부여하니 하수관로의 불량을 계량화하는 효과는 있겠지만 그 의미나 영향이 무언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그냥 불량하수도관로의 갯 수를 세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하수도는 불량한데 400만톤 하수물 처리는 어떻게
사정이 이렇다 보니 관로조사 결과에서는 엄청나게 불량한 것처럼 보고서가 나오지만 서울시는 그러한 엉터리 하수관로를 통해 매일 400만톤의 하수를 처리장으로 이송하고 있고, 장마철에도 대부분의 경우 안전하게 빗물을 하천으로 배제하고 있다.
관로 상태에 대한 평가와 현실적인 관로 운영에서의 괴리가 너무도 크다.
문제가 심각하다. 구조는 불량한데 기능은 양호하다는 상반대는 벽에 부딪쳐 있는 서울시 하수도다.
결국 현재의 불량판정 기준은 뭔가 문제가 있다. 제법 체계적인 것처럼 보이고 관로 상태를 정량화한 조사분석이지만 그 결과가 관로의 상태를 현실적으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불량한 쪽으로 과장해서 보여준다.
이같은 현실은 관리청에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없게 만들뿐 더러 괜한 걱정거리를 만들어 쓸 떼 없는 일을 벌이게 만든다. 관로조사 결과를 가져와 다 깨졌으니 개량해야 한다고 하지만 서울시 예산으로는 규모가 감당할 수 없다. 서울시만이 아니라 전국의 모든 관리청, 환경부도 감당할 수 없다. 결국 불량인 걸 알면서도 방치할 수 밖에 없게 되어 스스로를 직무유기로 몰아 넣는다. 그러면 지금보다 예산을 마련해서 공사를 더 한다고 지금의 하수도 문제가 해결될까?
지금은 어떻게 공사를 해야 하는지 방향도 못 잡고 있는 것이 서울시다.
좀 더 단순한 기준으로 현실과 부합되는 평가방식이 필요하다. 그 기준은 관이 깨진 정도가 아니라 하수관로 배면의 토사가 관로로 들어올 가능성이 되어야 한다. 이음부 불량이든 연결관 불량이든 혹은 균열이든 배면의 토사가 노출되지 않았다면 토사가 관로로 유입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토사 유출이 없다면 구조적으로는 충분히 안전하다. 균열이나 이음부 손상이 커서 토사가 노출되었다 하더라도 노출면이 안정적으로 유지되어 한 10년쯤 변화가 없다면 그것도 충분히 안전하다고 생각된다.
문제는 토사가 유출되는 경우다. 장기간에 걸쳐 토사가 유출된다면 결국 관로 배면에는 공동이 만들어지고 관로 주변의 토압이 변하고 지반의 변형이 일어난다. 관로는 주변지반과 함께 변형하여 연속성을 잃어 하수관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고 결국은 파손이나 함몰이 발생하게된다.
토사의 유출을 촉진하는 가장 큰 원인은 유수다. 토사의 노출면이 하수의 흐름에 접촉하는 경우라면 토사 유출이 빠르게 진행된다. 하지만 관로 천장에 노출면이 있고 계획하수량에서 관로 사용률이 30%밖에 안 된다면 그 노출면은 관로내 유수 상황과는 관련이 없다. 침입수가 있다면 몰라도. 우리의 불량 판단기준은 뭔가 기준을 잘못 잡은 거 같다.
(환경경영신문, ww.ionestop.kr, 김준형 선진엔지니어링 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