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부모님이나 여자친구와 외식을 하고 싶은데 돈이 여의치 않을 때...
버스에서 내렸는데 목이 마르거나, 학교에 가려는데 아팠던 배가 갑자기 고프고 돈은 없을 때 전 무조건 우리 동네 김밥나라로 갑니다.
이 김밥나라는 얼마 전 등장한 김밥천국의 물량공세와 각종 할인이벤트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맛과 정으로 승부한다는 주인 내외분의 투철한 뚝심으로 동네의 패밀리레스토랑으로
완전히 자리매김하였습니다.
저의 단골메뉴는 김치찌개!
자고로 김치찌개는 비계와 살코기의 비율이 40:60 정도의 직방체 돼지고기가
숭숭 떠다녀야 하고, 가히 가볍지 않도록 굵게 으깬 마늘조각과 고춧가루들이
바닥에 적당히 퇴적되어 있어야 합니다. 또한 적당히 숙성하여.. 시큼하면서도
너무 톡 쏘지 않는 배추김치가 밑둥과 이파리 20:80으로 어우러져 있을 때
최상의 맛을 냅니다.
거기에 손잡이 군데군데의 집게자국과, 센 불 맛에 검게 그을고 적당히 찌그러져
수평이 잘 맞지 않는 넓고 얕은 양은냄비의 심미적 효과가 더해진다면
이건 가히 ‘김치찌개의 끝’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가게에 단골이 된 건..
올 초 소 매물도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에 충무 새벽 어시장에서 사 온 싱싱한 생굴
반 봉다리(봉지의 사투리)를 선물하고 난 다음입니다.
여자친구와 서로 암묵적인 작전회의를 거친 후 몰래 소 매물도까지 여행을 다녀 온 다음...
솟아오르는 부모님에 대한 죄책감(?)을 씻어내기 위해 한 봉다리를 샀고,
나머지는 전날 밤 낚시에서 뽈락 한 마리조차 건지지 못한 대가로(여자 친구가 보는 앞에서 지렁이만 축냄) 시장에서 남이 잡은 횟거리와 함께 굴을 사먹다가 도저히 배가 불러서 다 못 먹은 반 봉다리였습니다.
여기서 아름답고 신비한 소 매물도는 일단 제쳐두고라도 앞서 말한 충무의 새벽 어시장을
소개하자면(삼천포..) ‘아.. 이런 게 진~~짜 싱싱한 거구나’라고 느낄 수 있는
그야말로 환상적인 곳입니다.
이 곳을 들렀다가 동네 횟집 수족관을 보면 얘네들이 다 죽어가는 듯 하여
먹을 맛이 뚝 떨어지는데, 특히 고려 말 신돈이 즐겨먹었다는 그.. ‘개불’
(불어터진 지렁이같이 생긴 것)이 그토록 선명한 선홍색에다가 힘 있게 움직이는
생명체인 줄은(대부분 히끄무리한게 움직이지도 않음) 통영 가서 알았습니다.
손으로 정확히 긁어(껍데기와 살이 붙은 근육부분을 잘 떼어내야 쫄깃한 맛이 삽니다...^^)
물통에 담은 시원한 물로 바로 씻어 초장에 찍어 먹는 생굴의 바다향과..
멀쩡한 조각공원 구석 벤치에 앉아 굴 껍데기 높이 쌓아가며 킥킥거리던
그 날의 배부른 추억이 생생합니다.....
뜻밖의 선물은 참 기쁘겠지, 란 생각으로 먹다 남은 굴을 선물이랍시고 드렸는데..
오늘.. 역시 그 김치찌개의 끝을 시켜 먹던 중 어제 누가 사 온 횟감이라며
회 한 접시를 살짝 내주시는 게 아니겠습니까?
단돈 2,500원 내고 환상적인 김치찌개에 광어, 전어 회까지 먹고 횡재한 기분으로
집에 돌아왔습니다.
그 가게엔 자주...
김광석 양희은의 노래와
젊은 날의 추억얘기... 밉지 않은 세상 한탄과 돈에 대한 푸념
여자친구 안부와 함께 추억을 많이 만들라는 고마운 얘기들..
지미핸드릭스와 에릭클랩튼 이야기
성공한 친구들과 남편 이야기......
김밥나라가 김밥천국을 이길 수밖에 없는 아줌마만의 이유들
나와 같은 단골들이 건네는 수다들
그 날 오후 무거운 배낭과 여로를 등에 맨 채 큰 맘 먹고 한 정류장 지나와
생굴 반봉다리를 겸연쩍게 드리길.. 참 잘했다는 생각들...
★
작은 선물이...
이 저녁을 참 행복하고 배부르게 한다는 생각과...
작은 의외성이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것 같은.. 맑은 느낌이 있습니다.
다음 주 강의 시간에는 우리 동네 김밥나라 김밥 한 줄과
따뜻한 실론티 하나를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첫댓글 뻘건건 너구 다른건 경이 같은대... 이놈 언제 또 데이트 질을 한겨... 잘찍었내 골동품으로...
경이라 함은 난디?(일명 경아라 칭함) . 역쉬 첨 느낌 그대로 멋지게 있는 그대로 그냥 그대로 인생을 삶을 그대로 평범함을 감사 함으로 살아가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당!
허~헛 음식의 비법에 도통하셨구랴? 어느 동네인지 놀러가면 한번 꼭 들러서 먹고 싶습니다. ---낚시하러가서 먹어 보고싶소..
여그 야그는 부산이란딘디요...요잡ㅁ 그곳의 동네 살기가 수월찮이 재밌어 나도 가끔 회동하여 볼라꼬 생각허넌디! 그 날을 4월9일로 잡았당게로. 여그 글을 첨보는이도 상관없응께 시방 조직위원장헌티로 연락들허시요잉. 곧 공지(널리 알림)가 나가불탱게.
학교에서 내려다보는 오륙도의 섬 한자락 같다. 강의실과 심지어 화장실에서도 내려다보이는 바닷가의 추억을 대구와 서울, 그리고 대전과 ㅅ원아이들은 모를것 같다. 이것이 바로 삶이요, 과목 '사진과 영상'과 '생활사진'인데...리 오스카의 연주 같은 허전하면서도 저항적인 목가풍이 더욱 4월의 봄날을 기다리게 한다.
^^
교수님의 사투리는 전라도가 아닌가요? 그리고 우리학교에서 경치가 젤루 좋은 곳은 자연과학동 테니코트쪽 3층 화장실 4사로 인대요. 여기는 일을 보면서도 바다와 하늘이 훤히 보이는 비경이랍니다. 휴지는 늘 떨어져 있으니깐 꼭 챙겨서 한번 찾아주세요^^
첫댓글 뻘건건 너구 다른건 경이 같은대... 이놈 언제 또 데이트 질을 한겨... 잘찍었내 골동품으로...
경이라 함은 난디?(일명 경아라 칭함) . 역쉬 첨 느낌 그대로 멋지게 있는 그대로 그냥 그대로 인생을 삶을 그대로 평범함을 감사 함으로 살아가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당!
허~헛 음식의 비법에 도통하셨구랴? 어느 동네인지 놀러가면 한번 꼭 들러서 먹고 싶습니다. ---낚시하러가서 먹어 보고싶소..
여그 야그는 부산이란딘디요...요잡ㅁ 그곳의 동네 살기가 수월찮이 재밌어 나도 가끔 회동하여 볼라꼬 생각허넌디! 그 날을 4월9일로 잡았당게로. 여그 글을 첨보는이도 상관없응께 시방 조직위원장헌티로 연락들허시요잉. 곧 공지(널리 알림)가 나가불탱게.
학교에서 내려다보는 오륙도의 섬 한자락 같다. 강의실과 심지어 화장실에서도 내려다보이는 바닷가의 추억을 대구와 서울, 그리고 대전과 ㅅ원아이들은 모를것 같다. 이것이 바로 삶이요, 과목 '사진과 영상'과 '생활사진'인데...리 오스카의 연주 같은 허전하면서도 저항적인 목가풍이 더욱 4월의 봄날을 기다리게 한다.
^^
교수님의 사투리는 전라도가 아닌가요? 그리고 우리학교에서 경치가 젤루 좋은 곳은 자연과학동 테니코트쪽 3층 화장실 4사로 인대요. 여기는 일을 보면서도 바다와 하늘이 훤히 보이는 비경이랍니다. 휴지는 늘 떨어져 있으니깐 꼭 챙겨서 한번 찾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