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각각 쉴 새없이 흐르는 시간을
정확히 알 수는 없다.
다만
창가에 스며든 아침 햇살,
강렬한 식욕과 함께 느껴지는 정오,
또 황혼이 깔리는 오후의 끝자락,
그저 하루가 흘러간 시간의 매듭을 알수 있을 뿐이다.
우리네 인생 시계는 지금 몇 시일까?
하루로 치면 여섯시는 훌쩍 넘긴 것같다.
의식하지않아도 시간이 흐르듯이
젊은 시절 그렇게 느리게 가던
세월의 배는
노년으로 들어가는 어귀 어디쯤엔가
우리를 불쑥 내려다주었다.
지금껏 살아온 세월을 뭉뚱그려 매듭을 지어보면 어떨까?
우선 내 삶이 오롯이 부모님의 삶이기도 했던
어린 시절과 중고등학창시절이 우선적으로 생각난다.
그다음 대학진학,첫사랑,군대,취업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이루지못한 사랑등으로
끝없이 방황하고 고민하던
젊음의 20대가 떠오른다.
삼사십대는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면서
그저 육아와 직장생활에만 몰두했던것같아
그저 열심히 산 기억밖에 없다.
가무음주를 좋아해서
여자와 노래가 있던 룸살롱이라도 동료들과
한번 가는 날이면 어김없이 얄팍해진 봉투를 놓고
마눌한테 잔소리듣던 기억이라면 기억이랄까?
직장생활의 애환이나, 아이들 학원보내주고 하던
생각도 그다지 나질 않는다.
그저 수심깊은 세월의 강,망각의 강물 깊숙히 잠겨있을 뿐이다.
나이 오십 줄에 들어서고 다니기 시작한
초등학교 동창회에서 어느날
어떤 여자 동창이 자녀의 때이른 결혼 소식을
알리면서 미안해하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때만 해도 남자들 대다수는 대학생 자녀를
두고 있을 때였으니 자녀결혼은 아직은 생각을
안하던 때였으니까.
그러더니 웬걸,
봄가을이면
하루에도 몇차례씩 가는 친구들 자녀 결혼식,
심지어는 손주 돌 잔치까지
50대 내가 주말에 해야하는 루틴이 되었다.
60대에 들어서면서는 남자 동창들의 아들 장가 소식이 자주 들린다.
이젠 친구들이 할아버지가 되었다고 시도 때도 없이 하는 손주자랑도
어색하게 들리지않는다.
손주손녀를 둔 60대,
바야흐로 노인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어떠다 글이 이런 방향으로 흘렀는데
글을 쓰는 한편으로 마음 한구석이 쓰리다.
내가 늙었음을 만천하에 고하고
나 또한 스스로 늙었음을 자인하는 꼴이
된 것같아서다.
“사람은 자신이 늙었다고 생각한 만큼 늙어간다”고
한다.
소크라테스는 60세의 나이에 새로운 악기에 도전했단다.
그래, 멀리 갈 곳도 없이
나역시 60전후로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다.
여전히 초보지만 그래도 내가 부르고 싶은 노래는
기타반주하면서 칠줄 안다.
솔직히
아주 솔직하게 말하자면
난 아직도 로맨스를 꿈꾼다.
그리고 여전히 난 무대의 한 가운데 서고 싶다.
내 삶의 무대에서 주인공이고 싶다.
맵시나는 옷을 걸치고 싶고,
좋아하는 이들과 문학을,
사랑을
이야기하고 싶다.
이런 얘기한다고 입을 비쭉거리는
이가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들어보라.
그러나 지금 앞에 놓여있는 것은
온 통 회색뿐인
한번도 내가 가보지못한 노년의 길이다.
이제 겨우 초입에 선 내가
벌써부터 지치고 구겨져 버린 삶을 살아서야 되겠는가?
시간의 배는 나를 태우고
천천히 노년의 세계로
들어갈 것이다.
적진에 들어서는 전투군인의 심정으로
나는 그 미지의 세계로 조심스럽게
천천히 발을 내딛는다.
앞으로 내게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모른다.
그러나 나는 완전한 어둠이
깔릴 때까지 가던 걺음을 멈추지는 않을 것이다.
이 남아있는 찬란한 생의 시간을 음미할 것이다.
하루중의 황혼이 제일 화려하고 멋있다.
첫댓글 멋진 글 잘 보았습니다
파이팅 합시다요
이성진님의 유머가 가득한 글 평소에 자주 봅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황혼은 언제나 아름답지요.
올리브님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임을
인정하면서 더 멋진 황혼추억도 만드시기 바랍니다.
도움을 못드리는것같아 늘 미안한 마음입니다.,
시간이 되면 저도 봉사에 참여하겠습니다.
지금이 가장 행복한것 같네요
멋진글 잘 읽고 갑니다
오늘이 내 인생 젤 젊은 날이라고 하잖습니까?
확실히 산다는 것은 크낙한 기쁨이지요.
행복한 하루되세요.
공감가는 글입니다
십여년 전만 해도 인생은
60부터 라길래
"아직 내인생 시작도 안됬으니뭐~~" 하고 자위했던 기억이 있는데
어느새
인생시계는
노을앞에 서있네요
오늘도 홧팅 하세요
한낮처럼
햇볕이 분명 따갑지는 않습니다만
우리네 인생시계 6시면 아직도 환한 대낮입니다.
안보여서 못할 것 없어요. 세월에 얼굴 조금 긇힌게 머 대숩니까?
앞에 놓인 시간을 즐깁시다.
지금의 행복을 편안하게
맘껏 누리십시요
기타를 칠 수 있다는거
너무 아름다운 일입니다
아무래도 젊은애들처럼 늘진않아요.
맨날 그자리서 맴돌아요. 그래도 기타치며
노래부를 때 정말 행복하답니다.
글 쓰시는
능력을 보니
정말 멋지십니다.
아름다운 노을처럼 그렇게 멋진 삶을 응원 합니다
칭찬이지요? 너무 감사합니다.
참 멋진 표현입니다.
그리고 글도 잘 쓰시네요.
댓글 감사합니다.
절망하는 자들에게는 슬픈 노년이지만,
세월의 의미와 가치를 깨닫는 이들에게는 노년이 가장 찬란한 것 같습니다
저도 공감합니다
이래저래 나이들어 살아간다는 것이 앞으로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 저도 아직 모릅니다.
슬픈 노년이라는 말이 웬지 가슴에 와 걸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