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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후
이 기 영
1
B가 출옥하던 날 아침이었다. S감옥 문밖에는 여러 동지들이 모여 서서 그가 어서 나오기를 고대하고 있었다. 거기에는 사회 단체의 여러 동지들을 위시하여 신문 기자와 그의 친구들과 아울러 특히 여자청년회의 수삼 인은 그야말로 만록총중의 일점홍¹이 방불하였다. 때는 청명한 초가을. 아침의 산뜻한 공기가 심신을 상쾌케 하였다.
옥문이 덜컥 열리자 그들의 눈은 일시에 그리로 향하였다. B는 나타났다. 이태 동안 철창 생활에도 그는 오히려 씩씩한 기상으로 옥문을 나섰다. B는 미소를 띠고 그들과 일일이 악수를 교환하였다. 그들은 모두 지기지우가 아니면 같이 일하는 동지들이므로 누구나 다 그리운 얼굴 아님이 없었다마는 그중에도 현재 ×× 여자청년회 중앙집행위원의 한 사람으로 있는 S를 대할 때 그는 처음에는 누구인지 모를 만큼 놀라지 아니치 못하였다. 그는 불과 삼 년 동안에 아주 모던걸이 되었다. 그때 S는 부끄럼을 무릅쓰고 그에게 악수를 청했다. 입심 좋은 × ×회 간부인 K는 이런 때에도 입을 그대로 두지 않았다.
“아! 자네가 S씨를 다 알던가? 나만 아는 줄 알았더니.”
“그럼은요. B선생님은 선생님 보다도 먼저 알었답니다!”
“그렇던가요! 그러면 B군은 나보다 행복인데!”
하고 K가 쳐다보는 바람에 S는 얼굴을 붉히고 무안한 웃음을 웃었다. 옆에 있던 O가
“그것은 무슨 의미로? 그러면 K군은 B군을 시기하는 말인가?”
“아니 자네는 너무 연상 작용이 과민하단 말일세. 그것은 남녀 간에 어느 편이나 이성(異性)을 남보다 하나 더 먼저 아는 것은 인간적으로 행복이란 말이야!”
하는 말에
“K군류의 인간 철학이 여전하네그려!”
하고 B도 따라 웃는다.
“남자들이란 저래서 안됐어요! 여자를 만나기만 하면 의례히 연애담을 끌어다 붙이랴고 하는 것이!”
S는 귀밑이 빨개지며 부르짖는다. 그는 B가 인력거에 앉는 것을 보자 고만 Y의 손목을 이끌고 달아났다. 뒤미처 와하고 웃음 소리가 일어난다. 그는 달아나는 인력거에서 B의 돌이켜보는 눈과 다시 한 번 마주칠 수 있었다.
*
그 이튿날 밤에 S는 T동 × ×번지인 B의 숙소를 찾아갔다. 그는 낮에는 그와 대담하게 악수까지 하였다마는 지금은 어쩐지 발길이 서먹서먹하였다. 그것은 낮에는 단체의 대표로 갔다는 공인의 태도를 가지려 한 것이 그로 하여금 부끄럼을 가시게 하였다마는 이 밤에 혼자 그를 심방하는 것은 순전한 개인 교제라는 것이, 그것은 하나에서 둘까지 ―오직 부끄러운 생각뿐이었다.
그의 이런 생각은 사 년 전에―열일곱 살 먹던 해 가을―그를 처음으로 만났을 때―C청년회관 연단 위에 나타나던 그의 모양이 떠올랐다. 그때 B는 × ×농장 소작 쟁의로 한참 요란하던 그 사건의 진상을 조사하러 × ×총동맹 특파원으로 내려왔을 때 지주의 × × 연설을 할 때이었다.
지금은 그 연설도 죄다 잊었다마는 그 연설은 지주의 × × × ×것보다도 × × × 이었다.
조선 사람은 (以下 十五行略)
그때 B의 연설이 얼마나 큰 감격의 물결을 S의 가슴속에 일으켰던가?
B는 그때 한 달 동안 구류를 당하였다. × ×으로 건강이 이상하여서 × ×병원에 입원하였을 때 자기는 날마다 놀러 갔다. 그것도 부족하여 우편국에서는 전화를 했다. 그리고 그가 처음에 자기를 몰라볼 제.
“아! 선생님, 그래 저를 모르시겠어요? 보통학교 적에 저를 만나는 때마다 어디로 시집을 가겠느냐고 조롱하시던 일이 생각 안 나셔요?”
하고 손등으로 입을 가리며 웃던 일까지.
그러나 그보다도 그 언제인가 러브―레터와 비슷한 것을 써 보냈다가 그에게 엄숙한 대답을 듣던 것이 다른 무엇보다도 얼굴이 붉을 일이었다.ㅡS씨! 당신은 참으로 나를 사랑하십니까? 네? 그렇다면 나는 당신을 감사합니다! 그러나 S씨! 다시 한 번 눈앞에 현실을 굽어보십시오! 지금 우리의 환경 이 서로 사랑할 수 있는 처지입니까?……우리는 모름지기 감정의 충동을 죽이고 이지의 촛불을 켜서 우리의 앞길을 밝힙시다! 우리는 배 타자 파선하는 위험한 항해는 하지 맙시다! S씨! S씨가 참으로 나를 사랑하시거든 당신은 당신의 앞길을 예비하십시오! 지금 우리들은 더구나 안가의 행복만을 구할 때가 아닌가 합니다! 그러면 나는 S씨의 전도를 축복하겠습니다! 하던 그의 말이. 그러나 그가 서울로 떠나던 날 자기는 얼마나 남모르는 슬픔에 울었던고?!……
그러나 또다시 한편으로 생각하면 그에게 이런 무안을 보지 않았다면 자기의 오늘날이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이런 생각은 도리어 그에게 자기의 향상한 생활을 자랑하고 싶은 맘도 없지 않았다. 과연·자기가 삼 년 전에 부친은 작고하고 의탁할 곳 없는 모친이 이제는 살 수가 없으니 어서 시집을 가라고 조를 때―어느 순사 다니는 부자한테로 재취 시집을 가라 할 때 ―만일 B에게서 그런 답장이 오지 않았어도 자기는 과연 서울로 뛰어올 수가 있었을는지?
그의 편지 답장은 이러하였다.
“마치 전장에 나가는 무사처럼 집을 뛰어 나서든지 그렇지 않으면 제단에 오르는 양과 같이 어머니의 〔한 줄 판독 불능〕 그때 자기는 얼마나 분하였던가? 어쩌면 그렇게 무정 하게 순사에게로 시집을 가든지 하라느냐고?! 이것은 벌써 자기를 연약한 여자라고 넘보고서 십상팔구에 시집을 가겠지! 하는 수작이 아닐까? 천하에 약한 자여! 네 이름은 여자니라! 하던 니체인가 누구의 말을 듣을 때와 같이, 그때 분해서 죽겠던 일이 지금도 엊그제 일같이 생각났다.
S는 지금 이런 갈피 없는 생각에 글뛰면서 B의 숙소를 찾아간다. 그는 삼 년 전 자기에게로 다시 돌아간 것같이 그의 가슴에는 만단비회⁴가 굽이쳐 일 어났다. 그는 발길 이 허전허전하였다.
2
S는 올해 스물한 살이었다. 그가 서울로 올라온 지도 벌써 삼 년이란 세월이 직났다. 삼 년이란 시간이 그리 장구할 게야 없겠다마는 그동안 지나온 격난을 생각하면 그도 B의 옥중 생활만치나 지루하다 아니 할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은 잊으려야 잊을 수 없는 재작년 삼월 일일이 아니던가? 그는 그날 밤에 가만히 자기 집을 나섰다. 그는 그날 우편국에서 규약 저금을 찾은 돈으로 그날 밤 열한 시에 떠나는 북행 차에 뛰어 올랐다.
그 이튿날 아침 에 그의 발은 서울의 거리를 내려섰다. 그러나 그의 군량은 불과 한 달을 지탱하기도 어려웠다. 그는 그때 × ×여학교에 다니는 동창생인 D의 기숙사를 찾아가서 위선 한 달 기숙비를 주고는 기숙을 정하였다. D는 그의 고모 집에서 유숙하는 터이었다.
그는 위선 직업을 구하러 나섰다. 그러나 한 달이 거진 지나도록 그는 날마다 서울의 저자를 기웃거려보았지마는 그에게 일거리를 주는 사람은 없었다. 그가 만일 사월 오일에 그 직업을 붙들지 못하였더면 그날 밤에 그는 한강철교 위에서 떨어져 죽었을 것이다.
그날도 그는 전날과 같이 진고개로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호시 카페에 고용하게 된 것이다. 그는 그때도 들어가려니는 생각지도 못하였으나 ‘여급 임용’이란 쪽지가 붙은 것을 보고 허허실실로 한번 물어본 것이 다행히 그 자리를 붙들게 되었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그의 인물이 아리따웠던 까닭이겠지. 그는 시골서 이태 동안 전화 교환수를 다닌 까닭에 일본말도 능란하고, 또 그들은 강제로도 일본옷을 입힌 까닭에 그는 화복을 입을 줄도 잘 알았다. 그래서 카페 주인은 기뻐하였다마는 S는 다시 그들의 종이 됨을 슬퍼하였다.
호시 카페는 나날이 번창하였다. 그럴수록 S의 신역은 고되었다. 과연 호시 카페의 일 년 생활은 그가 난생처음으로 당하는 고생이었다. 그들의 가지각색 심부름과 가지각색 말대답. 이리 가면 저기서 부르고 저리 가면 또 여기서 부르므로 한참 분주할 때는 그는 올지 갈지 모르게 눈, 코, 입, 귀, 손, 발을 일시에 놀렸다. 그래 그런 때는 마치 저녁 여울에 뛰노는 풀고기처럼 그들의 사이를 왔다 갔다 하였다.
과연 그를 옹달샘에 갇힌 한 마리의 물고기라 하면 날마다 밤마다 드나드는 남자들은 모두 그 하나를 낚으려는 어부 같다 할 것이다. 그들은 그에게 ‘뽀찌’⁵라는 낚싯밥을 던졌다. 그는 그런 낚싯밥을 따 먹고 살기는 여간 고통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지금 새삼스레 그런 일로 속상할 것은 없었다. 왜 그러냐 하면 이 세상 많은 무산자들 중에는 자기보다도 더한 고통을 당하고 사는 사람이 많이 있는 줄 아는 까닭으로. 아니 그렇다느니보다도 그의 눈 앞에는 멀리 × × ×바다가 내다보였다.
비록 지금은 지옥 같은 답답한 그 속에서 썩은 물을 켜고 살기는 진정 하루가 하루만치 고통이었다마는 그러나 그에게는 × × × 희망이 있었다. 양양한 바다로 뛰어들 희망이 있었다. 이 희망의 소금은 벌써 그의 몸을 절여놓았다. × × × ×에 다시 썩지 않도록 절여놓았다.
독자 제군! 고통은 다 같은 고통이라 하지 마라! 다 같은 고텅이라도 희망을 가진 고통과 절망을 가진 고통과는 판연히 다른 것이다. 그것은 하나는 살자는 길이라면 하나는 죽자는 길인 만큼 다르다. 희망을 가진 고통! 그것은 악착한 현실의 고뇌에도 족히 위안을 얻을 수 있고 당장 × × ×를 올라서더라도 웃음으로 그것을 맞이할 수 있는 것이다. 위대한 이상을 가진 자에게 그 무서울 것이 무엇이랴? 그는 마치 용수철같이 누르면 누를수록 퉁기는 힘이 강하였다. (以下 一行略)
그러나 하루 종일 그 짓을 치르고 다시 밤이 돌아와서 새로 두 시 세 시까지 붙박이로 선(立)일⁶을 하고 나면 몸은 장나무같이 뻣뻣하고 정신은 어찔어찔하여 사지가 아니 아픈 곳이 없이 그의 심신은 피곤할 대로 피곤하였다. 그는 그렇게 그해 일 년을 지났다. 그 대신 월급이라고는 몇 푼 되지 않았다마는 손들의 던져주는 ‘뽀찌’의 수입이 적지 않았다. 그는 그것을 꼭꼭 저금을 하였다.
그래 그는 그해 가을에 모친을 데려다가 살림을 시작하였다. 그후에 그는 × ×여자청년회에 입회하고 그는 틈틈이 공부하기를 시작하였다. 그때에 비로소 B의 소식을 탐문하여보았더니 그는 벌써 × × 비밀 출판물 사건으로 S감옥에서 복역 중이라 하였다.
그 이듬해에 S는 카페를 고만두었다. 그는 그동안에 저금으로 밑천을 삼아서 모친으로 하여금 하숙옥을 시작하게 하고 자기는 한편으로 그것을 도우면서 한편으로는 청년회에 전력을 하였다. 그리고 열심히 공부하였다. 작년 일 년 동안의 그의 발전은 실보장족의 진보이었다. 그래 그는 올봄에 열린 대회 때에는 일약하여 중앙집 행위원회 상무위원이란 여자청년회의 우이⁷를 잡게 되
었다. 과연 그가 삼 년 전의 시골구석에서 보통학교를 겨우 졸업하고 예수교 학교의 고등과 이학년을 다니다 만 학력으로 다시 전화 교환수라는 직업에 붙들려서 일본옷을 펄럭거리고 다니던 그때 S와 비기어 본다면 지금의 S는 그 얼마나 거듭났다 할까?
S는 이렇게 자기의 지나온 생활을 반추할 때 진실로 금석의 감⁸이 없지 않았다. 그는 이렇게 옛일을 회억하며 지금 B의 숙사를 찾아가는 길이었다. B는 다행히 혼자 있었다. 그는 전등 밑에서 새로 온 신문을 보다가 S를 반가이 맞아들인다. S는 마치 신랑 앞에 서는 신부와 같이 공연히 부끄러운 생각에 귀밑을 붉히었다.
3
B는 S의 경력담을 듣자 적이 감구지회’가 있는 듯이 창연한 빛을 얼굴에 띠며,
“그러면 그때 왜 나를 찾어오시지 않었어요? 삼월 초생이면 내가 서울 있었던 때인데요!”
하고 S를 쳐다본다.
“그라지 않어도 그날 집을 나설 때는 B씨에게 전보를 치고 싶은 생각이 있었지요마는 곧 그 생각을 취소하였답니다!”
하고 S는 무료한 듯이 손바닥을 되작거린다.
“그것은 왜요?”
“그럼 그런 ㅍᅟᅧᆫ지를 주셨는데 제가 무엇 하러 B씨를 찾아가겠어요!”
하는 S의 안색에도 약간 창연한 빛이 떠돌았다. 그는 강잉히 웃음을 지으며 다시 말을 이어서
“저는 그때 참으로 죽고 살기를 무릅쓰고 나섰답니다. 그때 B씨의 주신 편지는 지금 생각하면 그같이 고마울 것이 없겠지요마는 그때는 몹시도 분하였어요! 나는 그때는 오즉 B씨만 생각하고 있지 않었겠습니까? 그렇게 믿고 바라던 B씨에게서 그렇게 무뚝하게 답장이 올 줄이야?…… 남은 만지장서¹⁰를 하고 구원의 손을 내밀었는데 그렇게 무정하게 두어 마디로 시집을 가든지 하라고? 나는 그때 참으로 울고 싶었어요! 아! 그때 일은 생각만 하여도 괴로운 일 이어요!”
S는 금시에 감격한 듯이 목소리가 떨리었다.
“아니 그때 나의 편지가 그처럼 S씨에게 흥분을 주었던가요? 그렇다면 미안합니다마는 그러나 S씨 일은 두 가지로 잘러 말할 수밖에 더 있어요?”
“그야 그렇지요마는 그때만 해도 센치멘탈했으니까요! 그때 나는 아주 약기 (躍起)하였었답니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B씨의 남자다운 튼튼한 것이 고맙기도 하였지마는 그 반면으로는 자격지심이 더 나서 분해 죽을 뻔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나는 그때 실연의 고통을 맛보았던 게요!”
하고 S는 다시 두 뺨을 붉히며 웃는다. 무나 근거가 박약하지 않을까요?”
하고 B는 슬쩍 S의 눈치를 보았다.
“〔한 단어 판독 불능〕 B씨는 아마 그렇게 생각하셨겠지요! 그때 나 같은 것은. 게다가 전화 교환수쯤이야 아직 젖내 나는 천둥벌거승이로 알고 대개는 나의 열중(熱中)한 태도에 픽! 픽! 웃으셨겠지요. 〔몇 자 판독 불능〕 나는……”
“아니 웃지는 않었습니다마는 이렇게는 생각하였습니다…… 아직 앞뒤의 분별을 못 하시고 그저 감정의 벌판으로만 달리랴고 하는 줄을!”
“그러나 사랑은 맹목적이라 하지 않습니까?…… 바른대로 말하면 저는 벌써 보통학교에 다닐 때부터 B씨를 맘에 두었답니다! 내가 이담에 커서 만일 시집을 가게 되면 저런 이를 남편으로 골르겠다고. 여자란 소극적이요 왼손이 하는 일을 바른손이 모르는 체 한답니다.”
말끝을 맺는 S의 얼굴은 별안간 무색한 웃음에 저녁놀이 떠올랐다.
“아! 그래…….”
“그러나 안심하십시오! 지나간 일이 무슨 소용 있어요? 이미 흐른 물이요 흩어진 구름이지우. 참 그때 왜 B씨를 안 찾었느냐고 물으셨지요?”
“네?!”
B는 그저 얼떨떨하였다.
“그러니 제가 어떻게 B씨를 찾어가겠습니까? 그라지 않어도 나는 성미가 고약하담니다. 한번 하고 싶은 일이면 세상없는 사람이 말려도 막무가내지요. 그전에도 한번 예수를 못 믿게 한다고 연 사흘을 내리 물 한 모금 안 마시고 드러누워서 굶어 죽는다는 바람에 아버지를 기어이 꺾고 말었대요. 한번 틀어져도 역시 그렇답니다. 그래 그때 나는 도리어 B씨를 만날까 봐 하였는데요! 왜요? 자격지심이 든 나는 다른 아모에게도 의뢰를 받지 않자고요! 죽든 살든 내 힘으로 살어보겠다! 는 생각은 더구나 남자의 도움은 받지 않겠다는 결심으로요!”
B는 어색한 표정으로 다만 담배만 픽! 픽! 피우고 앉았다.
“그라지 않어도 일상 쟁이 잡히는 편은 자격지심이 나기 쉽지않어요? B씨도 × ×사람을 보면 동등으로 생각되지 않지요? 참으로 × × ×한 자가 연애가 다 무엇일까요? 행복이 다 무엇입니까? × × × × × × ×없고 지식이 없는 자가 행복이 어디 있어요?!”
“그러나 × × × × 자도 먹어야 살겠지요!”
“그러나 그의 먹는 것이 × × ×˙ ×와 같은 향략적은 아니겠지요! 그는 먹기 위하여 살 것이 아니라 장래의 참으로 살기 위하여 먹을 것이 아닐까요? 그 인간이 의식 있는 인간이랄 것 같으면 말씀이어요! 자기 해방을 위하여 먹지 않으면 안 될 때에만 먹겠지요. 아, 내가 카페에 있을 때 거기에 밤낮으로 드나드는 남자들이 여자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나는 인제 남자들의 마음을 잘 알고 있어요. 더구나 사회에 나서서 ‘여자 해방’을 부르짖는다는 년이 남자의 미지근한 품속을 떠나지 못한다면 그야말로 오쟁이 안에서 살포질 하는¹¹ 수작이 아닐까요?”
“하하…… S씨는 인제 보니까 나한테 도전하러 오셨구려? 그렇다면 남자는 나 하나뿐 아닌데요?”
“그러나 B씨도 남자는 남자지요! 나는 이제는 의식 있는 한 사람의 여자로서 모든 남자에게 대하려 합니다. 위선 B씨에게부터―그러나 다시 한편으로 나는 B씨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저 쇠진¹²이가 그의 형수에게 구박을 받고 나서 분발하여 출세하였다는 이야기와 같이 나는 B씨에게 그와 같은 자극을 받은 것은 감사하지 않을 수가 없으니까요!”
“그런 감사는 불명예한 감사인데요! 남을 학대하여서 그 사람이 분발하였다는 감사는. 그러나·…….”
하고 B가 다시 말을 이으려 할 때
“아니 B씨가 저를 학대하였다는 것은 아니어요!”
하고 S는 그사이에 말을 세웠다. 비로소 그는 냉정 해졌다.
“그러나 그와 비슷한 말이겠지요!…… 그런데 실상인즉 나도 그때 남자로의 욕구가 무척 나를 괴롭게 한 줄 압니다. 나는 그전 보통학교 시절의 S씨는 아주 잊어버렸습니다마는 그때 S씨가 날마다 찾아와 노시고 나에게 호감을 가지신 줄 알 때 나인들 어째서 남자로의 충동이 없었을까요? 나는 그때 S씨에게 어떤 우월감을 가지고 대한 적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마는 그런 것은 구태여 지금 변명할 게야 없겠지요! 하여간에 S씨가 나와 사귀인 결과, S씨로 하여금 오늘날이 있게 하였다 하면 나는 무조건하고 S씨를 위하여 축복을 드립니다! 만일 그때에 S씨의 바라던 바와 같이 우리가 소위 연애를 하였다면, 그 결과는 오늘날의 S씨가 있지 못하였을 것은 사실이겠지요!…… 더구나 나의 애틋해하는 바는 S씨와 같은 길에 나서게 된 것이올시다. 같은 동지로서 S씨와 악수하게 된 것이올시다! 나는 그것을 감사합니다!”
B의 안색에도 적이 감격한 빛이 떠올랐다.
“인제는 그런 이야기는 고만두셔요! 나도 인제는 그전같이 센치멘탈하지는 않으니까요!”
“그러면 요담에는 내가 그런 편지를 쓰게 될는지도 모르겠군요! 그때는 지나간 일을 생각하고 곱쟁이로 보복을 하시게요? 허! 허……”
“호호…… 아니 B씨가 그런 편지를 하실 수 있겠어요? 그렇다면 늙은이의 망령 이라고 내가 참으로 웃게요!…….”
“하…… 벌써 늙은이 취급인가요?…….”
하고 B는 머리를 긁었다. 그들은 일시에 웃고 서로 쳐다보았다. 전등에 비치는 B의 얼굴에는 은연히 옥중 고초가 드러나 보였다. 그와 대조로 S의 육감적인 얼굴은 혈색 좋게 번득였다.:
4
“쓸데없는 한담하느라고 짜장 여쭤볼 말씀을 잊었습니다! 앞으로는 다시 × × 에서 일 보시겠지요?”
하고 S가 화제를 돌리는 바람에 B도 따라서 냉정해졌다.
“네! 그렇게 될 줄 압니다.”
“한동한 건강을 위하여 휴양하실 필요가 없을까요?”
“네, 몸은 별로 축난 줄을 모르겠습니다마는 그동안에 세상 형편도 매우 변한 모양이니까 한동안 동지들을 만나보고 실제 운동의 이론을 토의해보려 합니다! 그러나 (二行畧)
“……?”
하고 S는 의심스러이 묻는다. 총명한 그의 눈은 어떤 정열에 빛난다.
"그게야 어느 나라 운동이든지 모다 그렇겠지요! 그러나 × × × 대개 실패하지 않습니까?”
“그러나……아니겠지요! 그들의 실패는 대개 무지에서 배태(胚胎)한 것이 많다고 나는 봅니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그런 일을 하는 자일수록 어떤 확립한 × × × × × × × × × × × × ×˙ × × × 그 일만에 × × ×야 하지 않겠어요! 다시 말하면 지금까지 실패한 그들의 대다수는 아직 × × × × × × ×지 못한 만큼 × × × × × 이 부족하고 지력이 부족한 줄 압니다.”
“네! 그것은 저도 동감이여요. 모두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마는 대개는 기분적으로 흐르는 경향이 농후한 것 같애요! 소위 우리 여자의 운동에도 아즉도 청년회에 다닌다는 것을 무슨 허영에 팔리고 유행에 뒤지지 않으랴는 것처럼 생각하는 분이 있으니까요.”
“그러나 운동이 전개되는 데 따라서 그런 불순한 분자는 차차 떨어져 나가겠지요! 위선 신문상으로만 보더래도 그동안의 운동선은 픽 조직적으로 정리된 것 같습니다!”
“네! 삼 년 전보다는 매우 진보되었다 할 수 있고 또 앞으로는 더욱 가속도로 첨예해지겠지요.”
“그런 말이 났으니 말이지 소위 내가 당한 사건도 그렇게 × × 될 것이 아닙니다. 그것도 역시 × × 중의 좀 미덥지 못한 사람의 부주의로 그렇게 되지 않었겠습니까?”
“참 그때 신문에 났던 것을 찾어보니까 그렇더구먼요! 그런데도 그의 실수한 동기는 어떤 여자와 연애에 열중하던 때문이라고요?”
“그러기에 누구는 이런 말을 하였답니다. × × × ×과: 연애 운동은 수화와 같은 상극이라고.”
“그러면 × × × 는 평생에 연애도 못 해보게요?”
“그러기에 그들은 대개 그전에 연애를 했거나 그렇지 않으면 못 해보기도 했겠지요!”
“그것은 B씨의 자기 변호가 아닙니까?”
하고 S는 다시 웃었다. 그의 두 뺨에 샘을 파고 웃는 안타까운 잇속을 드러내며. 그는 다시 진중해지며,
“그것은 농담이올시다마는 참으로 한 종은 두 주인을 섬기지 못하겠지요! 저는 참으로 B씨의 의지에는 감복합니다!”
“아니 S씨가 나를 그렇게 우상으로 취급한다면 나도 그때의 성정을 바른대로 고백하지요. 만일 그때 S씨와 일주일만 더 있었라면 나는 고만 S씨의 포로가 되었을 것입니다.”
하고 B는 빙그레 웃는다. 그것은 무슨 독소를 마시는 듯한 고소이었다.
“그래 그때 마치 에레나의 태도를 짐작한 인사롭¹³과 같이 셨습니다그려?! 너무나 과장한 비유 같지요마는.”
S는 눈을 똑바로 뜨고 쳐다본다.
“그야 인사롭이나 에레나는 별 사람입니까? 우리 × × × × × × ×˙ 인사롭과 에레나 이상의 인물을 탄생하고야 말겠지요. 그러나 S씨는 벌써 에레나의 시대는 지나가고 × × × × × × 닥쳐오지 않었습니까?”
“그러면 B씨는 룩…… 아이고 그런 이야기는 고만두고 아까 B씨의 하던 말씀은 저도 많은 감동을 가졌으니 앞으로 조용히 말씀드릴 기회가 많을 줄 압니다! 그러면 고단하실 듯하니 오늘 밤에는 고만 가겠습니다.”
하고 S는 새 정신이 난 것같이 사뿐 일어선다.
“아니 나는 고단치 않습니다! 더 노시다 가시지요!”
하고 B도 따라 일어섰다.
“아니 오늘 저녁은 고만 가겠어요. 한번 늘러 와주시지요! 집에는 어머니밖에 아무도 없으니까요.”
“네! 일간 한번 찾어가 뵙지요.”
“그러면 일간 다시 뵙겠어요!”
S는 발길을 돌렸다. B는 그를 대문 밖까지 바래다주고 방 안으로 돌아와 다시 자리에 누웠을 때 그의 가슴은 별안간 휑하니 마치 동혈(洞穴) 속같이 텅 빈 것을 느끼었다! 그는 회상의 구름을 타고 멀리 하늘 위로 소요(逍遙)하였다. 그는 눈을 감았다. 그의 가슴속에는 어떤 목직한 것이 내리누르는 것 같았다.
사방은 괴괴하니 오직 시계의 때를 새기는 소리만 똑…… 똑…… 똑……
-끝-
2016년 6월 20일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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