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와 장로는 왜 싸울까?/ 안희환
함께 공부하던 분 중에 금산 쪽에서 목회를 하시던 분이 있습니다. 저와 교단은 다르지만 같은 길을 걸어가는 목회자이기에 함께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그 목사님은 목회하시면서 많은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고 계셨습니다. 그 중 가장 어려운 부분은 그 교회의 장로님 한 분과의 충돌이었는데 그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하셨습니다.
내용인즉 이렇습니다. 그 목사님은 40대 중반의 목사님이신데 CCM에 대해 관심이 많으시고 나름대로 그 부분에 조예가 있으신 모양입니다. 반면에 교회의 장로님은 CCM이 무엇인지도 모르시는 분이고 게다가 옛날에 북치고 찬송 부르면서 은혜 받았던 분이시라 북을 치는 예배에 대해 향수를 가지신 분입니다. 이렇게 각기 다른 생각을 하는 두 분이 의견 충돌을 일으킨 것입니다.
북을 치며 예배를 드리자고 강력하게 주장하시는 장로님 때문에 한번은 그렇게 예배를 드렸는데 목사님은 일부러 북을 따라 치기가 어려운 곡을 골라서 불렀다고 합니다. 당연히 예배 분위기는 엉망이 되었고 그 후로부터 장로님은 북을 치며 예배드리자는 말을 하지 않으셨다고 합니다. 그러면 목사님과 장로님 사이의 갈등은 해결되었느냐 하면 그렇지가 않았습니다. 계속적으로 갈등관계에 있었습니다.
시간이 조금 흘렀습니다. 학기를 마칠 무렵인데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했던 저는 그 목사님께 교회 사정에 대해 물었습니다. 대답은 충격적인 것이었는데 결국은 그 교회에서 쫓겨났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곳에 개척을 하려고 준비하는 중에 있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괜히 물었구나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습니다.
저는 목사님이나 장로님 중에 누가 잘하고 누가 잘못했느냐 하는 것을 따지고 싶지 않습니다. 사람마다 자신이 자라온 환경, 부모, 교육배경, 경험에 따라서 각기 생각하는 바가 다르고 행동양식이 다른데 그것을 일치시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고, 또 어느 것이 옳다고 단정 짓는 것도 쉽지가 않은 일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CCM 이든, 북을 치는 것이든 그것이 본질이요 진리가 아닌데 왜 그런 것으로 인해 교회의 중심에 있는 분들이 하나 되지 못한 채 서로 원수처럼 지내야 하는가 하는 점입니다.
사실 많은 교회들 속에서 일어나는 갈등과 분쟁은 본질적인 문제들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진리냐 비진리냐의 싸움이 아니고 기득권 싸움이며, 영향력 싸움이요, 밥그릇 싸움일 때가 많은 것입니다. 허리에 수건을 두르신 채 세숫대야에 물을 담으시고 손을 적시어 제자들의 발을 씻기시던 예수님의 손을 부끄럽게 만드는 예수님의 종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성경은 탐심을 우상숭배라고 말씀하는데 그러고 보면 우상숭배자들이 교회 안에 많이 있는 셈이고 특별히 목사님들과 장로님들이 그 중심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높아지려는 마음, 대접받으려는 마음,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마음, 큰소리치려는 마음, 자신을 드러내고 과시하려는 마음,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려는 마음이 탐심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물론 이 글을 쓰는 제 마음 속에서 탐심이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지배하고 좌지우지하려는 마음은 별로 없지만 자랑하려는 마음이나 과시하려는 마음, 인정받고 싶어 하는 마음은 버젓이 제 안에서 살아 꿈틀대기 때문입니다. 사실 많은 시간을 두고 기도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 부분을 넘어서지 못한다면 어느 순간에 자신의 뜻을 위하여 주님의 뜻을 살짝 눌러버리는 우를 범할 가능성이 다분한 저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저로서는 참 복이 많다고 생각하는 것이 예배 시간에 북을 치자고 하시는 장로님이 교회에 안 계시기 때문입니다. 세분의 장로님들 모두가 어리고 부족한 목회자인 저를 아들처럼 아껴주시고 따듯하게 대해주시고 정성 다해 따라주시기 때문입니다. 연세가 가장 많으신 장로님이 제게 하셨던 말씀을 제 마음 깊숙한 곳에 새겨둔 채 고마워하고 있습니다.
“목사님. 목사님의 목회방식이 다 옳다고도 생각하지 않고 다 동의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목사님이나 저나 중심이 하나님께 향하고 있기에 생각이 달라도 이렇게 서로 신뢰할 수 있는 것입니다. 목사님. 나이가 드셔도 변하지 마세요. 하나님만 생각하시고 목회하시면 저도 최선 다해 끝까지 목사님을 도울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