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필 人生 第2幕
韓 吉 洙
내 주변에는 1960년 무렵 공직에 발 들여놓아 서울시청에 근무하던 동료들이 많다. 그 당시에는 직장에 취직하기란 하늘에 별 따기보다도 어렵다던 시절이었다. 직장이란 것이 기껏해야 공무원, 경찰, 교사, 은행원 등 불과 몇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열악한 사회 환경이었으니 취직하기란 정말 낙타가 바늘귀를 지나는 정도라는 비유가 딱 맞는 어려운 여건이었다. 큰 혈인 명당에 조상을 모신 젊은이 중 극히 일부가 서울시청의 말석이라도 차지할 수 있었으니 가문의 영광임은 물론 지금으로 치면 로또 복권을 사서 대박을 터뜨린 경우로 비유할 수 있겠다. 이때 근무하던 동료들은 대부분 1900대에서 2000년대 초에 정년퇴임을 하여 지금은 별 볼일 없는 실업가 란 단어 끝에 글자 한자만 바뀐 실업자의 신세로 전락하여 새로 전개된 인생 제2막을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사람이 현역에서 물러나 60세를 넘기고 나니 가진 것은 시간 박게 없다는 별 볼 일 없는 군상들이지만 말없이 전 생애의 1/3인 30여년을 살아가야 하는 삶이 인생 제2막의 행보라고 정의 해 본다. 공직에서 퇴직한 우리가 인생 제2막을 펼치며 살아가는 데에는 대략 다음 3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겠다. 하나는 퇴직금을 연금이 아닌 일시불로 받아서 은행 이자로 생활하는 부류가 있고 두 번째는 매월 일정액의 연금을 받아서 생활을 꾸려가는 사람이 있으며 마지막 유형으로 일시적으로 받은 퇴직금을 머리를 아주 잘 굴려서 현명하고 영리한 투자로 부동산에 눈을 돌려 재미를 만끽하며 여유로운 삶을 살아가는 사람으로 나눌 수 있겠다. 첫째 퇴직금을 한꺼번에 받은 자들의 경우를 살펴보자. IMF라는 괴물단지가 몰려 온 전후의 금리는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서 10-12%의 이자를 매월 챙길 수 있었다, 이때는 신이 났다. 원금은 살아 있고 매월 생활비가 나오는 일종의 화수분역할을 은행이 해 주었기에 은근히 폼을 잡았다. 주변 친지들이나 자녀들에게는 연금을 받는다고 속이고 이자를 수령하려고 은행 문을 출입하는데 도둑고양이처럼 누가 볼 세라 살금살금 눈치 보며 출입을 하기 때문에 눈치도 9단이 되었다. 그러나 장속 깊이 감춰 둔 사향도 냄새가 새어 나오는 법, 금 새 눈치 빠른 젊은 자녀들이 알아챈다. 그뿐 아니라 찬물에 뭣 쫄 듯이 이자율이 야금야금 내려가기 시작하자 이에 따라서 마음도 졸아 진다. 그런 와중에 결정적인 위기가 닥친다. 딸이 새벽부터 대문이 부서지라고 발로 차고 들어와서 금방 숨이 넘어간다. 김 서방이 사업에 필요하여 친구로부터 돈을 빌렸는데 사기로 몰려 금방 구속한다고 하니 우선 3.000만원만 빌려주면 상대방의 입을 막은 뒤 일이 잘 풀리면 틀림없이 갚겠으니 빌려달라고 눈물로 호소한다. 그러나 아버지는 동네 어느 집 강아지가 짓느냐는 표정으로 먼 산을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그 돈이 어떤 돈인데 빌려줘, 내가 평생 쌓은 공든 탑이고 우리 늙은 내외의 노후 생활 자금인데, 절대로 못 빌려주지) 단단한 각오를 다지며 점잖게 한다는 말씀 “ 야 그것 참 어쩌다가 그리 되었어, 아주 절박하고 어렵게 되었는데 내가 돈이 있어야 빌려주지, 참 딱하다, 시댁에나 가서 사정 좀 해 보지 그래” 아주 시침을 떼고 딴전을 피우며 남의 집 불구경으로 치부하려고 하였으나 말이 먹혀들지가 않는다. 이때 100년 배필 안식구가 촐랑거리고 거들고 나선다. “여보 김 서방이 감옥 간다는데 빌려줍시다. 곧 갚는다고 하지 않아요.” 이때 현금이 있다는 것이 제대로 들통이 나서 깊이 감춰둔 통장이 기어 나와 몫 돈을 허물기 시작한다. 갑자기 원금의 일부가 빠져나가 매월 나오던 이자도 줄어 근심이 깊어졌는데 몇 달 뒤에는 짜고 치는 고스톱인 냥 이번에는 교대하여 아들이 들어 닥친다. 중학교 3학년에 다니는 밴덕이(손자)가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교회에 갔다 오는 할머니를 치었는데 할머니 아들과 딸들이 벌떼처럼 몰려와서 밴덕이를 구속시킨다고 난리인데 당장 합의금이 필요하다고 숨이 넘어간다. 이때에도 굳게 마음먹고 돈이 없다고 오리발을 내 밀었으나 역시 촉새처럼 나타나는 할망구 “왜 딸만 빌려주고 정작 아들은 외면하려는 게야? 아들은 내가 어데서 데리고 온 자식인가” 두 사람이 합창으로 내지르는 뚜엣에 두 손 들고 또 통장을 꺼내 은행에 가서 급한 불을 꺼준다. 이렇게 이리 조리 뜯기다 보니 모래사장에서 한 움큼 쥐었던 모래가 다 빠져나가 듯 흘러버리고 손 안에는 모래 알갱이가 얼마 남지 않았다. 이 경우에 자녀들의 앞길을 막았던 물꼬가 터져 일이 잘 풀려서 제2막을 사는 동료도 其竹其竹 松松開라는 김삿갓의 詩句처럼 그대로 그대로 솔솔 풀렸으면 더 바랄 나위 없을 것이다. 수캐는 앉기만 하면 무엇이 삐져나온다고 이 친구 모임에 나오기만 하면 자식들에게 노후지금 털린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단골 메뉴가 되었다. 그래서 어느 날 내가 물어 보았다. “대부분 연금으로 타서 노후 대비를 하는데 귀하는 무슨 계획이 있어서 일시불로 찾아 그리 마음고생을 하는고?” “응 그건 내가 몸이 허약하잖아. 그래서 얼마 못 살 줄 알고 일시불로 찾았는데 오산을 했지” “서울이 무서워서 과천에서부터 기어 왔다더니 얼마 못 산다는 그 생각 자체가 건강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걸 모르고 있나?” “그러게 말이야” 남 이야기 하듯 하고 있다. 자 이제는 두 번째의 경우를 살펴보자. 이 경우는 다른 1, 3의 경우 보다는 안전방석에 앉아있는 격이다. 해마다 연금이 오르지, 연체하거니 떼일 염려가 없는 한국은행에 맡겨놓은 꼴이니 염려는 붙들어 매어도 좋다고 하니 아주 땅 짚고 헤엄치는 그런 케이스였다. 그런데 호사다마라 더니 김대중 정부에서 힘없이 연금으로 사는 제2막의 인생들에게 꼼수를 부렸다, 우리가 퇴직 시에 발급받은 연금증서(별첨 참조)에 아주 못이 박혀있었다. 연금은 매월 보수액의 60%-75%까지 지급한다는 약속증서가 그것이다. 이것은 정부가 연금수급자에게 발급 한 약속어음이었다. 그 외에 연금법에도 이런 내용이 명시되어 있었다. [퇴직자의 연금월액은 재직자의 보수수준에 연동하여 지급한다]는 규정이다, 말하자면 재직 중인 직원들의 보수가 5% 오르면 여기에 따라 연금도 5씩 올려서 지급한다는 규정이었다. 그런데 연금생활자들의 애환을 모르는 정부가 들어서더니 일이 꼬였다. 내가 말하려는 1,2,3 유형 중 80% 이상의 대상자가 제2유형에 해당되기에 좀 더 자세하게 짚고 넘어가야 되겠다. 지금 박근혜정부에서 연금법을 개정한다는 내용은 이 내용과 유사하다 하겠으나 기존 수급자에게는 소급적용을 하지 않겠다니 많이 다르다. 공무원 연금은 공무원으로부터 1/2, 정부에서 1/2의 기금을 모아서 불린 것이지 전액을 정부에서 출연해 준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김대중 정부는 힘이 없고 만만한 퇴직자의 연금지급 조항에 손을 댔다. 지금까지 해 오던 재직 공무원의 보수인상에 따른 조정이 아니라 생뚱맞게 전년도의 소비자물가 수준에 연동하도록 개악을 하였다. 현직공무원들의 보수를 소비자 물가에 연동하여 지급했다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되지만 이것은 그게 아니었다. 더구나 더 기가 막힌 것은 개정된 법 발효이후 퇴직자부터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약속어음으로 이미 연금을 받고 있는 기존의 퇴직자에게도 소급해서 적용했다는 데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것은 기득권을 박탈하는 위법 행위로서 법의 신뢰성을 깨는 것이었다. 이러다 보니 2급 이사관으로 퇴직했던 연금 수급권자가 나중에 퇴직하는 후배인 4급 서기관의 연금보다도 적어진다는 모순이 생긴다. 일반 공무원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계급에 따른 질서가 엄정한 군인이나 경찰관 중 먼저 퇴직한 장군이나 경무관이 나중에 퇴직한 영관급 장교나 총경급보다도 연금 액수가 적어진다는 사실은 그들의 자존심을 구기는 처사이었다. 이런 꼼수 연금법 개악을 서울시에 근무하다가 퇴직한 자 들의 모임인 山水會의 서병각 회원이 먼저 알고 문제 제기를 하였다. 그래서 산수회원 몇 사람이 연금에 대하여 잘 아는 변호사를 찾아다니며 의논하였다. 강남에 사무실이 있는 박모 변호사와 상담한 결과 일을 맡아 주기로 하였다, 그러나 비용이 문제였다. 우선 1000만원을 내고 소송 할 사람의 주민등록 등본 등 서류를 해 오라는 것이었다. 이 법에 이의가 있는 이해 당사자 들은 이 법 시행 후 90일 이내에 헌법소원을 제기하여야 한다기에 시간이 촉박하였다. 스리슬쩍 어물어물 개악한 연금법의 처리경위를 알아보았더니 여기에도 문제가 있었다. 예년행사처럼 야당이 국회를 뛰쳐나가 장외투쟁을 벌리는 중에 연말이 가까워지니 정부와 여당에서 몸이 달아 민생법안 몇 가지만 추려서 통과시키기로 야당과 협상을 하였는데 그 중에 연금법 개정안도 시급한 민생법안이라고 끼어 넣어서 검토도 없이 졸속으로 방망이를 친 법안중의 하나이었던 것이다. 이건 국회의원들이 제대로 챙기지 아니하고 직무유기를 하였기에 태어난 사생아이었다. 우리는 각 구에 있는 시우회에 이를 알리고 공직자들의 모임장소마다 찾아가서 동참을 호소하는 등 퇴직공무원 여러분들께 널리 알려서 동조자를 구하는데 올인 했다. 하루는 등산하다가 지리산에서 만난 진주에 산다는 생면부지의 교직자 출신에게도 이 취지를 설명하여 동참을 시키는 등 각고의 노력 끝에 103명에게서 1인당 10만원씩을 모아서 일을 착수했다. 그런 연후에 큰 단체인 재향군인회에도 알리고 행정 동우회, 감우회, 체성회, 교총 등 퇴직 교원단체에도 알려 동참자를 두텁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들은 이미 소원제기기간이 도과되었기에 우리가 진행하는 소원에 보조 참가자로 들어왔다. 그런데 배보다도 배꼽이 더 크다더니 원 수행자보다도 엄청 많은 숫자의 연금수급자들이 동참을 하였고 변호사도 이석연 변호사 등 아주 헌법전문 변호사를 동원하여 세를 불려 놓았으니 헌법재판소에서도 만만하게 볼 수가 없는 커다란 압력세력이 되었다. 헌법재판소에서도 고민을 많이 한 것 같았다. 대통령의 눈치를 보는지는 모르겠으나 이미 연금을 받아온 연금 수급권자들의 증서에 기록된 권리를 소급하여 박탈하는 악법을 정신이상자가 아니라면 아니지 아부 꾼인 제2의 이익흥 같은 위인이 아니라면 우리가 제기한 소원이 위헌이 아니라고 판결하기는 어려울 것이었다. 헌법재판소는 소원인들의 의견을 들어 주자니 지금까지 덜 준 연금은 물론 앞으로 지급할 액수가 엄청난 숫자이어서 국가에서 많은 고민을 해야 할 것 같았고 기각하자니 상대방에게 손해를 주려고 소급적용한 법은 위헌이라는 판결을 이미 한 바 있어 일구이언을 할 수도 없는 형편이었다. 그래서 들자니 무겁고 놓자니 깨어지는 진퇴양난의 어려운 처지에 있었다. 그래서 헌법재판소에서는 얄팍한 꾀를 내었으니 무조건 뒤로 미루는 지연작전을 펴고 있었다. 이것은 일종의 직무유기행위이어서 아주 비열하고 비양심적인 술수였다. 뒤로 미루는 것도 한계가 있고 정도가 있는 것인데 4년하고도 6개월을 미루던 중에 정부에서도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 연금법을 개정했다. 재직공무원 보수인상률과 소비자 물가지수의 격차가 2%이상일 때에는 3년마다 이를 조정 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자 때는 이때다 하고 쾌재를 부른 헌법재판소에서는 정부에서 이미 법을 개정하여 보완을 했기에 우리가 낸 소원은 실익이 없음으로 기각한다는 결정을 내려 보냈다. 바로 이것을 노리고 한없이 뒤로 미루더니 손도 안대고 코를 풀었다. 그러나 꾀를 내도 잘못 냈다. 우리가 주장하는 것은 연금법을 개정 하였으면 개정이후에 퇴직하는 자에게만 소비자 물가연동제를 적용했어야 하는데 소급해서 기히 수급하고 있는 자에게도 적용시킴으로서 기득권을 침해 한 것이 위헌이니 이를 가려달라는 것이었는데 남의 다리를 긁고서 다 해결했다고 오리발을 내밀고 있었으니 이 판결은 현대판 양두구육이요 비열한 꼼수의 판결이라 할 수 있다. 이제 연금법 이야기는 이만 접고 연금으로 생활하는 회원의 현대판 봉이 김선달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한다. 평생 공직에서 봉사하다가 나이가 들어 이용가치가 없는 폐물로 용도 폐기되어 <이제는 집에 가서 놀아라> 해서 나온 몸인지라 기가 빠지고 힘이 빠진 낌새를 알아차린 아내가 눈치 빠르게 기선을 제압한다. 갑의 위치에 선 안식구가 “당신은 평생을 국가에 봉사하고 집안의 대들보역할을 했으니 지금부터는 맘 놓고 편히 쉬라”는 눈물겨운 배려를 해 주었다. 그러더니 맨 처음 접수한 것이 연금을 수령하는 통장과 도장이었다. 퇴직자들은 몸은 비록 퇴직을 하였을망정 지난세월 쌓은 정이 있고 닦은 길이 있기에 여러 친목모임에 참여하여 지난 이야기도 나누며 소주잔도 기울이고 정도 두텁게 다독여 나가야 사람의 구실을 하는 데 말이다. 그뿐 아니다. 지금까지 부모님과 자녀들의 애경사에 많은 도움을 받았으니 이를 되갚기 위하여 후배나 동료들의 애경사에 바짓가랑이에서 마파람 소리가 나도록 찾아다녀야 한다. 그것이 사람의 도리요, 도타운 동료애라는 것이다. 그리고 퇴직한 별 볼 일 없는 사람을 나오라고 불러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워서 부지런히 참여 하여야 건강에도 좋다. 흰떡도 고물이 필요하다는데 하물며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 품위유지비가 필요한 것은 자명한 이치이다. 그런데 돈 나오는 곳은 오로지 한군데뿐이다. 그러나 매사는 연금통장과 도장을 틀어쥐고 있어 갑이 된 아내의 사전결재가 있어야 한다. 이렇게 되니 체면이 구겨지고 면이 안 선다. 이건 배를 안식구에게 내주고 배속을 얻어먹는 꼴이 되었으니 왕년에 날고뛰던 기백은 다 어디다가 저당 잡히고 이 모양 이 꼴로 졸아졌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이 내용을 누가 알까 두려워서 쉬쉬하고 싶으나 눈치로 때려잡아도 불문가지라 햇볕에 널어놓은 걸레처럼 처신하는 걸 보면 누구든지 단박에 알아차린다. 청첩장이 오면 우선 마누라의 결재가 선행이다. 먼저 우리 자녀 혼사에 참여 했는지 그 여부를 조사하고 그 다음에는 얼마를 가지고 왔느냐 시시콜콜 따지고 드는데 이를 설명하여 납득시킨 뒤 부조금 타내는데 부터 등짝에서 땀이 난다. 친목모임에 참여하기 위하여 회비를 청구하면 소주나 마시며 노닥거리는 그런 자리는 가지 말라고 딱 잘라버린다. 이것은 사전결재 부결이요, 손과 발을 묶는 행위 제한이다. 이러다 보니 한번 두 번 모임에 불참하더니 결국에는 아예 낙오인생이 되어 버린다. 그러면 그런 사람은 영영 이름조차 잊어버린 이 세상에서 제명된 사람이나 마찬가지가 된다. 인생 제2막을 이렇게 집안에 갇혀서 처량하고 한심한 나날로 우두커니 세월을 죽이며 밥만 축내는 인사들이 의외로 많다. 이제는 이 처량한 이야기는 접고 머리 잘 굴려 재테크를 잘한 제3유형의 동료 이야기를 해 보자. 이 사람은 첫 번째 케이스와 같이 퇴직금을 일시불로 한꺼번에 다 받는 것은 동일하다. 그러나 이 동료는 돈을 은행에 맡겨서 이자를 받는 것이 아니라 퇴직금을 몽땅 부동산에 투자를 했다. 몫 좋은 곳에 있는 점포를 사고 아파트를 사서 모두 월세를 받으니 이 친구는 꿩 먹고 알 먹고 도랑치고 가재까지 잡는 경우이다. 매월 월세가 꼬박 꼬박 들어오지, 부동산 가격이 오르지, 이런 오지고 짭짤한 재미가 어디 있느냐 이 말씀이다. 매월 들어오는 월수입이 연금은 저리가라이고 부동산은 투자한 원금의 몇 배로 자산가치가 향상되었으니 이 머리를 어느 누가 따라가겠는가? 이 사람은 연금법이 개정이 되건 말건 아무 상관이 없고 마음 편안히 앉아서 날이 가고 달이 가면 소득이 있으니 이거야 말로 땅 집고 헤엄치기요, 현대판 화수분이 아니고 무엇이랴! 이와 같이 3개유형의 삶을 살아가는 퇴직자들! 노병은 죽지 않는다는 말도 있지만 그건 그쪽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우리 모두 왕년에 물레방아를 돌렸던 힘찬 물이었으나 이제는 흘러간 물이 되었다. 하릴없이 기우는 석양을 바라보며 동료들과 퇴직 후 무교동에서 매운 낙지볶음에 소주잔을 놓고 끝이 없는 이야기를 나누었던 때를 회상하는 신세요, 실속 없이 마음만 바쁜 처지인지라 텅 빈 마당에서 해바라기를 즐기는 뒷방노인의 신세가 되었다.
서울 시우문학 제6호에 게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