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10월14일 수요일 = 셋째 날
나마스테 _()_
6.7.8 시스템이 적용되기 시작하는 오늘
우리는 다라파니부터 트래킹을 시작하게 됩니다.
원래 이 어라운드 트래킹 코스는 23일짜리인데
초반부는 고도가 낮은 지대라 그냥 차량을 이용해서 지나 온 것입니다.
우리가 어제 지프를 타고 오는 동안에 걷는 사람들을 실제로 보기도 했습니다.
일찍 일어나서 밥 먹기 전에 롯지 주변을 한 바퀴 돌았습니다.
롯지 뒤 급류가 흐르는 계곡에 설치된 다리를 건너가서 작은 수력 발전소를 보았습니다.
워낙 계곡이 깊고 수량이 풍부해서 고도가 낮은 지역에서는 곳곳에
소규모 수력발전소를 지어 부락 별로 전기를 사용하고 있는 것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트래킹 첫날 미역국을 주는 게 맞는지 모르겠지만 산속 아침 추위에 따끈한 국은 좋았습니다.
메모장에는 ‘feel very good’이라고 적혀있습니다.
개인 포터와 첫 인사를 했습니다.
이름은 Karma 카르마
우리는 나중에 이 아이를 좋아하게 되지만 지금은 잘 모르니까 그냥 서로 머쓱
이 아이에 대해선 차차 쓰기로 하고
포터가 왜 20명이나 필요할까요?
롯지는 개인 트래커들한테는 주문한 음식을 만들어서 팔지만,
단체 손님들한테는 단지 부엌과 식사를 할 수 있는 다이닝 룸을 빌려줄 뿐입니다.
트래커들의 카고백 뿐만 아니라 모든 연료와 식자재 주부식 등등
산에서 먹고 사는데 필요한 모든 걸 그들이 이고 지고 다녀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각자가 다 자기 맡은 짐이 따로 정해져 있습니다.
아침 식사 준비가 끝나면 연료와 식자재 주부식 담당은 자기 짐 지고
점심 먹을 롯지로 먼저 출발합니다.
왜냐하면 자기가 맡은 짐이 그것이기 때문이죠.
모든 롯지는 예약을 받지 않기 때문에 선발 포터가 현지에 도착해서 롯지를 선택합니다.
트래커는 6시에 일어나서 7시에 밥 먹으로 다이닝 룸에 오기 전까지
그날 입을 옷 외에는 전부 자기 카고백에 넣어서 그것을 자기 방 앞에 내놓아야 합니다.
그러면 우리가 밥 먹는 사이에 그들은 각자 맡은 두 개의 카고백에
자기 짐까지 얹어서 우리가 오늘 묵을 롯지로 또 미리 출발합니다.
쿡들은 우리가 밥 먹는 동안 온갖 써빙을 다 하고 나서
어디서 무엇을 먹는지도 모르게 먹고는 설거지 다 하고,
어떨 때는 우리가 출발하는 8시 전에 점심 준비 할 곳으로 출발하기도 합니다.
이런 시스템이 트래킹이 끝날 때까지 계속되는 겁니다.
우리는 등산화를 신고 있지만 얘들은 운동화에 더러 쪼리를 신은 사람도 있고
놀랍게도 아주머니 포터도 있습니다.
네팔의 평균수명은 61세 입니다.
물론 아직 깊은 산 속엔 의료혜택 대신 민간요법이 성행하는 까닭도 있겠지만
어려서부터 이고 지고 나르는 이 고통
이 삶의 고단함이 더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남북이산가족 상봉 행사 같은 거 보면
남북으로 갈린 3~40년 동안 비록 형제라도
삶에 따라 얼굴에 주름이 저렇게 깊게 파일 수 있다는 걸 볼 수 있지 않습니까?
그와 같은 거라고 생각합니다.
남자는 빠르면 이미 서른 후반이면 할배가 되고 이가 빠지기 시작한다는데 …….
너무 불쌍해서 …….
첫 트래킹 때는 다 마치고 포터들과 마지막 헤어지던 날
닭구똥 같은 눈물이 나도 몰래 쭈르르 흐르기도 했습니다.
그네들의 고단한 삶은 낮달 만큼 슬픕니다.
그렇게 불쌍하면 ‘트래킹 오지 않으면 될 거 아니냐’ 하겠지만
우리라도 와서 저들에게 포터라는 일자리를 주는 게
그나마 저들을 도와주는 길이라고 합니다.
저들의 하루 일당이 우리 돈으로 15,000~20,000원 사이입니다.
우리 개인포터 카르마의 계약된 일당이 15달러 (약 15,000원).
마을을 벗어나자 마나슬루 가는 길이 나타났습니다.
마나슬루 가는 길엔 일체 롯지가 없다고 합니다.
사람이 살지 않는 말입니다.
텐트를 치고, 밥을 해먹고, 화장실을 파고,
텐트 안에 매트리스 한 장 깔고 침낭에 들어가서 잔다고 합니다.
우리 팀엔 이미 저길 다녀 온 사람도 있습니다.
저요?
한 때는 8천 미터급 14좌의 모든 베이스 캠프까지는 가봐야겠다는 호기도 부렸었지만
지금은 접었습니다.
트래킹은 보통 이런 식입니다.
8시 출발해서 약 두 시간을 걷고 적당한 롯지에서 20분 정도 쉬면서
밀크 티나 주스 같은 거 마시고 (티 브래끼 Tea Brake)
다시 출발해서 점심 먹는 롯지까지 가고
1시간 정도 점심 먹고
다시 두 시간 정도 걷고 오후 티 브래끼 하고
그리고 그날 자는 롯지까지 가서 저녁 먹고 일찍 잡니다.
남 주기 어려운 나의 큰 장기는 끊임없는 호기심
티 브래끼 하는 집에서 주방을 좀 기웃거려봤습니다.
아주머니가 화덕에 불을 피워 우리가 주문한 차를 준비 중이고
주전자 위쪽 선반에는 야크 고기를 훈제하고 있습니다.
또 한 켠엔 찬장과 불단이 마련되어 있었는데
사진 속 스님이 누구냐고 물어보니
다람살라에 계시는 ‘가르마라’라는 티베트 고승이라고 가르쳐주었습니다.
저 구름 속에 마나슬루가 있다고 하는데 아쉬웠습니다.
사진 정 중안에 희끗 보이는 산은 붓다히말
티망(2,270m)에 있는 점심 먹을 롯지에 12:00에 도착했습니다.
점심 먹고 또 출발
룽다가 펄럭이는 아름다운 마을을 지나고 계곡을 가로질러 위로 또 위로.
쿡들은 설거지까지 다 마치고도 짐을 지고 우리를 추월합니다.
오후 티 브래끼 하던 롯지에서 아주 오래된 삼성 냉장고를 발견했습니다.
여기 이 오지에까지 냉장고를 있게 한 우리의 상사맨들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드디어 오늘의 숙소가 있는 차메 (2,670m)에 도착했습니다.
오늘 하루에만 해발고도를 약 800m나 올렸습니다.
모든 마을의 가운데나 어귀엔 마니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마을로 들고 나는 모든 사람들은 그 안에 있는 마니차를 돌릴 수 있게 만들어 놓았는데
우리는 우리의 트래킹이 잘 마무리되기를 기원하면서
거의 모든 마니의 마니차를 돌리며 걸었습니다.
마니를 통과할 땐 항상 마니의 왼편으로!
롯지에 도착하고 얼마 후부터 비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배낭 속에 우비는 가지고 다녔지만 운 좋게도 비를 피했습니다.
현지인들도 건기에 이런 비는 보지 못했다고 할 정도로 밤새 큰 비가 왔습니다.
사실 오후부터 집사람이 두통을 호소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번의 경우로 볼 때 3,400m 정도까지는 고산증이 없었는데
어제 갑자기 귀가 아프다는 멘트를 내가 너무 소홀히 흘려 들었다는 후회가 들었지만
이미 문제가 생겼습니다.
롯지 아주머니가 처방한대로 소금물로 입을 헹구고
구운 마늘을 먹고 했지만 차도가 없었고
아스피린을 먹고 잤습니다.
19.88Km 31,870보
던야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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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
왜 이리도 눈물이 흐르는지~
보살을 다시 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