㉛ 오바마 대통령
그가 존경한 링컨의 말과 인생
◇ 미국 최초 흑인 대통령 버락 오바마(Barack Hussein Obama II, 1961~) *출처=AP 연합
제가 어릴 적에는 어른들이 “장차 꿈이 뭐냐?”는 질문을 자주 했습니다. 아이들의 대답은 한결 같았습니다.
남자아이는 “대통령”, 여자아이는 “미스코리아”. 당시에는 대통령과 미스코리아가 성공의 척도로 비쳐졌던 것이지요.
2009년 세계의 이목은 미국 건국 이래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오바마에게 집중됐습니다. 세계 각국은 40대의 젊은 흑인 대통령을 뽑은 미국 국민들에게 진정한 민주주의를 실현했다는 이유로 갈채를 보냈습니다.
아울러 지구촌 사람들은 흑인으로서 겪어야 했던 인종 차별을 극복하고 미국 대통령이 된 오바마 이야기에 감동했습니다. 오바마는 자기 가족 이야기를 담담하게 털어놓았습니다.
“제 아버지는 케냐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 자랐습니다. 염소를 몰면서 낡아빠진 지붕 아래 교실에서 공부했습니다. 아버지의 아버지, 제 할아버지는 영국 가정의 노예이자 요리사 였습니다. 그래도 할아버지는 자식이 제 꿈을 펼치길 바랐습니다.
그 꿈 덕분에 아버지는 장학금을 받아 마법의 장소에서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그 장소는 바로 미국입니다. 그들에게 자유와 기회의 등불을 밝혀준 곳입니다. 아버지는 공부하는 동안 어머니를 만났습니다.
어머니는 캔자스 주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습니다. 외할아버지는 대공황 시절 공장을 다니 며 농사를 지었습니다. 진주만 습격 다음날 패턴 장군 부대에 입대했고 유럽으로 진군했습니다. 그때 외할아버지는 자식들을 폭탄 공장으로 보내셔야 했습니다.
부모님은 제게 아프리카 말로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 ‘축복받은’이라는 의미의 ‘버락’입니다. 이 이름은 미국이라는 나라가 인종이 성공의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는 믿음을 담고 있습니다.
부모님은 제가 가장 좋은 대학에 가기를 바랐습니다. 비록 가난했지만 관대한 나라 미국에서는 교육을 받기 위해 부자가 될 필요는 없었으니까요.
지금 부모님은 제 곁에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알고 있습니다. 어디선가 부모님께서 저를 자랑스러운 눈으로 보고 계시다는 것을.”
3대에 걸친 오바마 가족 이야기에는 노예로 끌려와 온갖 차별 속에서도 꿋꿋하게 꿈을 이뤄가는 미국 내 흑인의 아픈 역사가 어느 문학 작품 못지않게 잘 녹아 있습니다.
특히 ‘버락’이라는 이름이 ‘축복받은’이라는 뜻의 아프리카 말이라고 설명하는 대목은 가슴을 훈훈하게 합니다.
머나먼 타국 사람인 저도 감동을 받는 데, 검은 피부를 지녔다는 이유만으로 ‘저주받은’ 삶을 살아야 했던 흑인들의 입장에서는 얼마나 가슴 뭉클했겠습니까?
누구나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라는 문구를 들어 보았을 것입니다. 링컨 대통령의 게티즈버그 연설에 나오는 유명한 구절입니다.
◇ 1863년 11월 19일, 펜실베이니아 주 게티즈버그에서 열린 전사한 병사를 위한 국립 묘지 봉헌식 자리에서 짧은 연설을 한 링컨.
1863년 11월 19일, 펜실베이니아주 게티즈 버그 국립묘지 앞 연단에 선 링컨은 간결하고 감동적인 말로 민주주의에 대한 자신의 신념을 토로했습니다. 2분여 동안의 짧은 연설이 끝났을 때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고 합니다.
당시 미국은 흑인 노예 해방을 찬성하는 북부와 반대하는 남부로 나뉘어 치열한 전쟁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링컨 대통령이 북부를 이끌고 있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가 말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 것 같습니다.
링컨은 구두 수선공의 아들로 태어나 숱한 시련을 겪은 뒤 대통령이 됐습니다. 하여 링컨을 두고 비아냥거리는 사람이 많았다고 합니다. 어느 공개 석상에서는 링컨을 향해 대놓고 비웃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당신의 아버지는 구두 수선공이지요.”
링컨은 북받치는 감정을 억누른 뒤 아무렇지도 않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죄송하게도 아버지를 잊고 있었습니다. 아버지를 기억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습니다. 아버지는 아주 훌륭한 구두 수선공이었습니다. 혹시 여러분 중에 제 아버지에게 구두를 수선받았는데 망가진 구두를 갖고 계신 분 있으면 제게 맡겨주십시오. 저도 아버지 어깨 너머로 배워서 구두를 수선할 줄 압니다. 저는 그런 아버지를 두었다는 것이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 미국의 침례회 목사이자 인권 운동가, 흑인 해방 운동가인 마틴 루터 킹 주니어(Martin Luther King Jr., 1929~1968)
구두 수선공인 아버지를 자랑스러워하는 링컨이기에 인권 사각 지대에 놓여 있던 흑인 노예에게 관심을 가진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링컨의 게티즈버그 연설은 미국 역사의 고비마다 다시 등장 했습니다. 흑인 인권운동가 마르틴 루터 킹 목사는 1963년 워싱턴 링컨기념관 앞에서 “나에겐 꿈이 있습니다”라는 연설을 하는 데, 이 연설의 첫 머리에 등장하는 “백 년 전, 한 위대한 미국인이”라는 구절은 다름 아닌 100년 전 게티즈버그에서 연설한 링컨을 지칭합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통령직 수락 연설에서 “우리는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가 지구상에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라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계속>
글 | 마가스님
출처 : 마음건강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