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장 구속사 강해
시내 산 언약으로서의 율법
하나님은 아브라함의 언약(창12:1-3)을 유업으로 받은 이스라엘 민족 공동체를 애굽에서 불러내시어 아브라함의 언약에 근거한 새나라를 약속의 땅 가나안에 건설하고자 하셨다. 그 일을 위해 선택된 이스라엘은 세속 국가에 속한 백성과 구별되어야 했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건설하고자 하신 나라를 현저하게 나타낼 수 있는 성격을 담은 계명과 규례(출20-23장)를 율법으로 그의 백성에게 주셨다.
그렇다고 하나님은 새로운 율법을 이스라엘 백성을 상대로 제정하시고 그들에게 율법이 요구하는바 의무를 강제로 요구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하나님께서 세우신 율법은 장차 이스라엘이 가나안에 들어가 새나라를 건설하게 될 것인데 그 일에 참여하는 사람이 하나님 앞에서 누릴 복의 성격을 제시하기 위함이었다.
1. 시내 산 언약의 구속사적 의의
때문에 하나님은 먼저 이스라엘 백성에게 제언하기를 나의 애굽 사람에게 어떻게 행하였음과 내가 어떻게 독수리 날개로 너희를 업어 내게로 인도하였음을 너희가 보았느니라 세계가 다 내게 속하였나니 너희가 내 말을 잘 듣고 내 언약을 지키면 너희는 열국 중에서 내 소유가 되겠고 너희가 내게 대하여 제사장 나라가 되며 거룩한 백성이 되리라 (출19:4-6)고 말씀하셨고 이스라엘 백성이 이 제안을 받아들여 여호와의 명하신 대로 우리가 다 행하리이다 (출19:8)고 응답한 후에 비로소 이스라엘을 상대로 새로운 언약을 체결하기로 하신 것이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상대로 새롭게 언약을 체결한 것은 이미 하나님께서 아브라함과 맺은 언약이 구체적으로 성취되고 있기 때문에 아브라함과 맺으신 언약을 더욱 확대하여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의 후손들을 상대로 직접 언약을 체결하기 위함이었다. 이것은 지금까지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을 대표하여 하나님과 언약을 맺은 아브라함을 언약의 대상자로 인정하고 그의 신앙을 이어받은 후손들을 상대하셨으나, 이제는 하나님 자신이 아브라함 안에서 이스라엘을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을 언약의 대상으로 상대하겠다는 의지를 표시한다. 따라서 이제까지는 아브라함의 언약에 속한 언약의 후손으로 하나님의 인도와 보호를 받아왔으나 이제부터는 이스라엘 백성이 직접 언약의 당사자로 하나님 앞에 서 있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이 건설할 새나라는 하나님이 직접 통치하실 하나님의 나라로서 그 나라에 속한 백성 역시 하나님으로부터 직접 통치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선을 그어 보여주시기 위해 이스라엘과 직접 새롭게 언약을 체결하였다. 이런 의미에서 하나님은 너희가 내 말을 잘 듣고 내 언약을 지키면 (출19:5)이라는 단서를 단 것이다. 즉 여기에서의 내 언약'은 이미 하나님과 아브라함 사이에 맺어진 언약을 의미하기보다는 이제 하나님께서 선포할 새로운 언약(출20-23장)을 의미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에게 제정하여 주신 율법과 규례는 하나님의 직접 통치 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하나님 나라의 헌법과 같은 성질을 가지고 있다.
이제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을 상대로 직접 언약을 체결하심으로서 언약의 대상자로 특정한 집단의 대표를 상대하지 않고 언약에 참여할 집단 전체를 대상으로 직접 언약을 체결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러므로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과 새롭게 언약을 체결하고자 한 것은 이전의 언약과 같이 언약의 당사자들이 대표를 통해 하나님과 간접적으로 언약 관계를 확인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직접 언약 당사자로 하나님을 상대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놓으신 것이다. 이 사상은 오순절 사건 이후에 나타날 거대한 변혁을 예고하는 것으로 창조주이신 하나님 자신이 피조물인 그의 백성과 직접 긴밀한 교통을 이루게 되는 성령 충만의 상태로 발전하게 된다. 이러한 신과 인간과의 동질의 관계성은 인류 역사상 어떤 종교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특이한 사상이다.
따라서 하나님이 그의 백성과 직접 언약을 체결하시는 시내 산 사건은 언약의 대상자들을 상대로 직접 하나님께서 언약을 체결한다는 의의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이스라엘 백성이 신격(神格)을 갖춘 하나님 나라의 백성으로서 고상한 수준에 이르게 됨으로서 하나님과 직접 교통을 나누기 위한 배려이며, 이것은 나아가 하나님과 우리가 동격으로 상호 교통을 나누게 될 것을 예표하는 은혜이기도 하였다. 이렇게 함으로써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을 언약의 당사자로 대우하시고 그들과 긴밀한 인격적 관계를 맺고자 하셨다.
2. 시내 산 언약의 내용
하나님께서 새롭게 그의 백성과 맺은 시내 산 언약(우리는 이것을 통틀어 율법이라고 한다)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져 있다.
첫째, 좁은 의미에서의 율법이라고 하는 십계명이다(출20:1-17).
이 십계명은 하나님에 대한 인간으로서의 의무와 인간 상호간에 지켜야 할 도리들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것은 모든 인류에게 하나님의 거룩한 뜻과 성품을 표시하며(레11:44- 45, 롬7:12) 그들이 행해야 할 의무를 알려주며(약2:10-11) 그들이 지키는데 있어 무능함과 그들의 본성과 마음과 생활이 죄악으로 오염되어 있음으로 확신케 하고(시19:11-12, 롬3:20, 7:7) 그들로 하여금 그들의 죄와 비참함을 깨달아 겸손케 함으로써(롬3:9, 23) 그리스도가 필요하다는 것과 그의 순종의 완전함(갈3:21-22, 롬10:4)을 더욱 명백하게 깨닫게 한다(웨스트민스터 요리문답). 이런점에서 십계명은 하나님께서 그의 백성에게 선포한 법의 강령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 십계명의 정신은 후에 하나님 나라의 왕으로 강림한 그리스도에 의해 산상수훈의 전문(7가지의 복된 상태, 마5:1-12)에서 새롭게 제정되어 나타나게 된다.
둘째, 사람과 사람 사이에 관계되는 사회상의 법률을 담은 시민법으로서의 규례이다(출21:1-23:9).
여기에서는 주로 사회 도덕을 주축으로 한 민법 및 형법상의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 이 법은 하나님께서 제정한 것으로 하나님의 나라가 가지고 있는 고도한 정신이 어떤 것인가를 잘 규명하여 주고 있다는 점에서 그 가치를 높이 평가할 수 있다. 하나님께서 제정한 규례(율례)는 일반 국가가 제정한 민법이나 형법과는 달리 인간의 본성에서부터 전혀 새로운 사람이 되지 않고서는 적용되지 않는 윤리와 도덕을 담고 있기 때문에 외형적인 구속력을 행사하거나 강제로 사람들에게 법에 복종할 것을 요구하지 않고 내형적인 인격의 순화를 그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따라서 율법은 외형적으로 드러난 죄를 벌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인간의 내면을 개조하여 새로운 사람으로 인간의 도리를 따라 살도록 하기 위하였다. 하나님께서 이러한 규례들을 제정한 것은 인간성 자체가 신적 감화를 받아 새롭게 형성됨으로서 새나라의 국민성을 드러내게 하는데 근본적인 취지가 있다.
하나님이 제정한 규례는 지금까지 애굽의 종으로 살아 온 이스라엘 사람들이 새나라의 백성으로 자유인이 되었다는 신분의 변화와 함께 그에 알맞는 새로운 삶이 어떤 것인가를 제시하고 세속 국가들과는 다른 양태의 생활을 바탕으로 하나님 나라의 문화를 건설하는데 효력을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 사상은 후에 하나님의 나라라고 표시되는 신약에 나타난 영적 교회의 궁극적 완성을 이루는데 있어서 기초적인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볼 때, 하나님께서 제정한 규례는 궁극적으로 영원한 하나님 나라의 완성을 목적으로 이스라엘 백성에게 주어졌다는 점에서 그 나라의 성격이 어떤 것인가를 보여준다고 볼 수 있다.
셋째, 종교 의식(儀式)에 관계되는 의식법이다(출23:10-33).
이 부분은 주로 이스라엘 백성이 가나안에 들어가 건설하게 될 나라에서 하나님을 중심으로 진행될 백성의 생활이 어떤 것인가를 규명하고 하나님과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할 것을 말하고 있다. 따라서 이스라엘 백성이 가나안에 들어가 각자 자신들의 인생을 경영해 나갈 때에는 하나님 중심적인 인생을 경영해 나가야 하는데 그러한 삶의 구체적인 형태가 바로 절기를 지키는 일과 우상을 철저히 배격함으로써 하나님과의 언약 관계를 계속 유지한다. 그들이 언제나 하나님 중심적인 삶을 경영해 나간다는 신앙으로 표하기 위해 지켜야 할 절기는 안식일과 안식년 및 3대 절기라고 하는 무교절, 맥추절, 수장절 등이다.
출처: 기독신학공동체 글쓴이: 송영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