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경기도 의정부시와 양주시에 걸쳐 있는 사패산(552m)을 오를 예정이다. 사패산은 동쪽으로 수락산 서남쪽으로 도봉산을 끼고 안골계곡과 고찰 회룡사가 있다. 회룡계곡이 회룡사를 안고 도는 수려한 자연휴식 공간들이 숲과 어우러진 산이다. 사패(賜牌)는 고려나 조선시대의 임금이 왕족이나 공신에게 논이나 밭 또는 노비를 하사할 때 일컫는 말이다. 사패산은 조선시대 14대 임금인 선조의 여섯째 딸인 정휘옹주가 시집갈 때 선조가 하사한 산이라 하여 사패산으로 불리었다. 산(山)을 딸에게 준다는 것은 아무리 왕조시대라 해도 백성들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았을 터이다. 삼천리 금수강산을 일개 왕의 한 마디로 좌지우지하는 폭군의 모습일뿐이다. " 감히 상감마마께 알현하나이다. 따님께 하사를 하시기 전에 이 산을 한번이라도 등산을 하셨습네까 " " 전하의 정휘옹주는 하사받은 사패산을 몇번이나 정상을 밟았는지요 " 경복궁에서 이곳 회룡역까지 벤츠(?)를 이용하셨는지 아니면 군졸들의 가마를 타고 오셨는지도 궁금하나이다. 사패산이 해발 몇미터이며 선바위(돛바위) 한반도 바위가 어느 곳에 존재하는지 알고는 계시온지 묻고 싶습니다. 선조는 4대가 위인 폭군의 대명사인 연산군과 바로 밑의 광해군을 어떻게 평가 하고 계시는지도 듣고싶습네다. 몇백년 전에 한반도를 호령하던 객(客)들은 어느 곳에서 숨이라도 쉬고 있는 것인가. 한줌의 흙으로 낙엽처럼 흩어진 나그네 신세일 뿐이다. 사패산의 오늘의 주인공은 지금 이 순간 숨을 헐떡이며 헤매고 있는 동기들이다. 재빠기 버쁘바 막사리 뻐드타 까토나등이다. 오늘 하루만이라도 사패산을 백년지기 동기들의 소유주로 동기산(同期山)이라 부르면 어떤가. 사패산이 아닌 우리들의 동기산(同期山)을 마음껏 휘저우며 오르리라. 산행시간도 가다쉬다를 반복하는 우리 노객들도 왕복 4시간이면 충분한 코스이다. " 이 녀석들이 오늘은 저 앞에 보이는 사패산을 정상까지 오를 수가 있으려나 " 회룡역에서 출발하는 이 순간에 떠오르는 걱정이다. 언제나 거의 함께 하는 네명은 별로 신경이 쓰이지를 않는다. 간만에 출석한 재빠기가 문제가 되지 않을까. 1시간 정도를 천천히 오르고 있다. 수시로 주저 앉아 쉬기를 반복이다. " 야 ! 이제 어디 앉아서 밥을 먹자꾸나 " 정오만 되면 항상 점심을 재촉하는 재빠기의 목소리이다. 습관적으로 아침을 6시 즈음이면 먹는다는 녀석이다. 여타 친구들은 아직 별로인 표정들이다. 바로 저 위쪽 나무 밑에 자리를 잡는다. 까는 돗자리는 언제나 뻐드타의 담당이려나. 김밥 오소리감투 도토리묵 야채겉절이 초코렛 막걸리 두병이 오늘 점심 메뉴이다. 순대는 생략으로 오소리감투를 김밥과 막사리가 배려한 것이다. 오소리감투는 돼지의 위(胃) 부분을 식재료로 부를 때의 이름이다. 고소한 맛과 쫄깃한 식감이 특징이며 돼지의 내장으로 위와 허파 간 콩팥등이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오소리 가죽으로 만든 감투처럼 생겼다고 하여 이런 이름이 붙었다는 속설도 있다. 막걸리 한잔에 오소리감투 도토리묵 겉절이의 안주가 제법 어울리는 모양이다. 젓가락이 부딫치는 소리도 몇번이더냐. 오소리감투는 부추와 함께 먹으면 부추의 따뜻한 성질이 오소리감투의 성질과 조화되어 궁합이 좋다. 산속에서 부르는 " 친구야 우리 우정의 잔을 높이 들어 건배를 하자 건배 건배 건배 건배 완샷 ~~~ " 건주가는 사패산 표지석을 흔들고 있는 건 아닌가. 조금씩 남기고 흘린 음식들을 근처 바위 밑에 고수레를 한다. 산을 생활 터전으로 살아가고 있는 야생동물을 배려함이다. 아직 정상은 커녕 4분의 1정도도 못 미치고 있다. " 더 이상 나는 못 오른다 " 예상대로 그 녀석이다. " 야, 오늘은 우리들도 여기까지이다 "오늘 따라 두녀석이 추가로 합류하는 노객들이다. 하산후에 회식 장소로 먼저 가라고 할 밖에 없다. 종로3가역 근처 가끔 찾는 단골집이다. 이 자리에는 불참이나 ONE SHOT의 즐거움을 추가로 자리를 찾는 엉까페도 오후4시30여분에 합류 예정이다. 사패산(552m) 표지석이 우뚝 선 정상은 접고 선바위(돛바위) 한반도바위 독수리바위가 손짓하고 있는 곳까지 향한다. 사진에서 보듯이 산을 오르면 인간들의 상상을 뛰어 넘는 바위들이 가슴을 활짝 열고 받아들이고 있다. 자동차 매연 시끄러움 여성 남성 나이가 적고 많음이 없다. 거개의 인간들이 화장품의 부속물일 뿐이다. 화장품 냄새에 머리가 어지럽다. 특히나 여성들이 가까이 걸어오면 숨쉬기를 약 5초 정도 죽이고 급히 스친다. 그 얼굴에 그 얼굴인데 화장품으로 도배를 하고 있는 여인네들이다. 공해의 주범인 인간들을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는 산이다. 언제나 그러하듯이 산으로 접어드는 그 순간이 바로 삶의 희열을 느끼는 순간이기도 하다. 머리속도 맑아지고 어기적거리던 노구도 가볍게 느껴지는 무공해 천국이 아닐까. 혼자라도 정상까지 오르고 싶은 마음도 접어야겠다. 지기들의 행동에 합류함이 편한 산행길이다. 오늘 하루만의 동기산(同期山)도 섭섭함을 버리고 노객들을 이해하리라 믿는다. " 사패산아 ! 아니 동기산아 ! 다음에 또 오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