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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태초에 신과 인간들은 공생관계를 이루듯이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였다.
신은 인간들의 자연을 관장하였으며, 인간들은 신들에게 존경과 경외심을 베풀었다. 그러던 어느날 재앙은 거대한 해일처럼 빠르게 그리고 순식간에 세상을 내리덮쳤다. 언제나 그렇듯이 인간들의 자만은 신들의 분노를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인간들은 신으로부터 받는 은혜를 당연히 여겼고, 어떤부류는 심지어 신들의 은혜없이도 자신들의힘으로도 얼마든지 살아갈수있다고 생각하였다. 이에 분노한 신들은 인간들에게 한번더 자비를 베풀어보자는 ‘아르케’ 신들과 그들을 없애고 신들만의 세계를 만들자는 '디스커디아' 신으로 나뉘었다. 두 그룹의 신들은 자신들의 의견을 받들이지않는 서로에게 칼날을 겨누었고, 뜻을 이루기위해서라면 죽음도 두려워하지않았다. 수세기의 전쟁 끝에 신들은 서로가 서로를 죽일수없음을 깨닫게 되고, 아르케신들은 광운의 지대로, 디스커디아신들은 암지의 지대로 갈라져 휴전을 맺게 되었다. 열두신들은 자신이 정의라 믿는 것을 행하기위하여 자신들을 대신하여 뜻을 이루어줄 대상으로 인간을 택하였다. 그들은 인간의 모습으로 지상의 인간들에게 자신들의 아이를 잉태하게 할 계획을 세웠고, 그 아이들은 이 이세상에서 뿔뿔히 흩어지도록 할생각이었다. 마지막으로 12신들은 자신의 아이들이 컸을때 사용할수있도록 아이들의 몸속 깊은곳에 신 자신의 능력을 봉인해두기로 하였고, 신들은 인간들이 언젠가는 태어나 그들을 구원해줄 전설속의 인물들을 필리스 라 칭하도록 사제들을 통해 신탁을 전했다.
-적 응-
[경고! 경고! 현재 지하 4층 연구소에 도도리안떼의 습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연구진들은 급히 지상으로 이어지는 5번 비상구를 이용해서 탈출하시기바랍니다. 이어서 신관내의 A,C구역에 경고합니다. 200~300마리쯤 되보이는 벌커들이 현재 신관을 향해 돌진해오고 있습니다. 즉시 전투태세를 갖추시기 바랍니다. 크루세이더들과 바바리안들의 출동 명령을 요구합니다. 경고! 경고! ……]
아직 이른 아침인 AM6:45분 시끄러운 경고음이 울려퍼짐과 동시에 분주한 발걸음 소리가 신관내에 울려퍼졌다.
“피핀! C구역에 병력이 부족하다고 하니 어서 사제들과 정령사들을 모집하도록 하게!”
“예! 알겠습니다!”
분주한 발걸음소리와 함께 다른 병사들의 투덜거리는 소리가 문틈으로 흘러들어왔다.
“이봐! 내..내 양말 자네가 신고 갔다고!”
한 병사가 당황한 듯이 앞서달려가고있는 동료를 향해 소리쳤다.
“아무거나 신어!! 거기 ..거기 있잖아. 그거 3일밖에 안신은 거라구!”
“뭐라고?”
병사들의 분주한 발걸음 소리가 잦아들때쯤 가장 먼저 눈을 뜬건 테드였다.
테드=차분하고 의리감이 넘치는 청년으로 파란색의 머리를 가지고있다. 물을 움직일수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나이=24
키&몸무게=180/72
직업=신전에 오기전까진 바리스타.
특징=물속에 한번 들어가면 해가질때 까지 나오지도 않는다. 소변은 어떻게 보는진 모르겠지만..
취미=물놀이, 음악감상, 커피만들기
좌우명=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말자.
숙소안은 그야말로 돼지우리가 따로 없었다. 어젯밤 첫 번째 훈련을 무사히 마친 헤이슨을 위한 광란의 파티가 있었던 것이다.
헤이슨=굉장한 허당. 어떤 일이든지 매사에 진지하지만, 제대로 하는게 없는 말썽쟁이. 머리카락과 눈썹이 하얀색으로 빛나고 있다. 안개를 조종할수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나이=21
키&몸무게=177/65
직업=신전에 오기전까진 법학과대학생
특징=법학과에 어떻게 들어갔는지도 모를 허당의 끼를 소유하고 있다. 모두들 그의 명석한 스펙을 의심하고 있다.
취미=코파서 벽에 붙이기
좌우명=가는세월 마다 안하고, 오는세월 마다안한다.
처음 그들이 숙소에 입사했던날, 깔끔했던 오리털 베개는 속에 얼마나 많은 오리털이 있는지를 확인하기라도 한것처럼 전부 터져나와있었다. 방구석에는 언제 먹었는지도 기억나지도 않는 썩은 내가 진동을 하는 과자봉지 들이 산을 이루듯이 높게 쌓여있었다. 바닥엔 누구의 것이라고도 할것 없이 서로의 물건들이 엉망진창으로 흩어져있었다. 테드는 저절로 터져나오는 한숨과 함께 아직 어둠이 채 걷히지도 않은 방안을 둘러보았다. 평소 점잖빼는 모습을 보여왔던 벤은 베개에 엎드린채 침을 질질 흘리고 있었다.
벤=항상 차갑고, 무표정한 얼굴로 매사에 임한다. 모두들 그의 차가운 매력에 빠져들게 되지만, 어느때는 그에게서 누구보다도 가장 인간적인 면을 볼때가 있다. 그림자를 다루는 능력자.
나이=27
키&몸무게=181/76
직업=신전에 오기전까진 회계사
특징=굉장히 시크함.
취미=데이트신청하는 여자들 에게 ‘꺼져’라는 말로 울리기
좌우명=가는말이 거칠어야 오는말이 곱다.
평소의 그의 모습에선 절대 찾아볼수 없을 인간적인 면에 테드는 피식 웃음을 터트리고, 그의 옆침대에서 자고 있던 헤이슨을 쳐다보았다. 헤이슨은 더 이상 그의 침대 위에서 잠을 자고 있지 않았다. 언제 굴러떨어졌는지 바닥에서 정신없이 자고 있는 그의 얼굴은 어제 먹다 남은 음식물을 모아놓은 그릇위에 쳐박혀 있었다. 그때 문밖에서 엄청난 굉음이 들려왔다.
[쾅쾅!! 쾅쾅쾅!!]
소리를 들은 헤이슨은 화들짝 놀라며 잠에서 깨어났다. 테드는 급히 일어나 문을 향해 걸어갔다. 문밖에는 파란눈동자와 하늘거리는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엘렌이 서있었다.
엘렌=굉장히 호탕한성격과 불같이 화끈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이중인격자(?). 어떤일에서든지 움직이는걸 좋아하며, 재미있는것은 절대로 꼭 해봐야하는 성격이다. 바람을 조종하는 능력자.
나이=25
키&몸무게=171/몸무게 물어봤다가 따귀를 맞음. 숙녀의몸무게가 뭐라나;;
직업=신전에 오기전까진 잘나가는 패션디자이너.
특징=높은 산에 올라가서 바람을 느끼면서 낮잠.
취미=헤이슨 괴롭히기.
좌우명= 될대로되라.
“내 이럴줄 알았어! 당장 일어나지 못해! 비상사태라고!!!!”
천둥벼락같은 그녀의 목소리에 셋은 늙은 민달팽이마냥 슬금슬금 일어나서 움직였다. 헤이슨이 물을 마시러 엘렌옆의 정수기로 다가갈 때 그녀는 거대한 애벌레가 다가오기라도 하는것처럼 치를 떨며 두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그의 얼굴에 음식물이 덕지덕지 붙어 가관이었던 것이다. 헤이슨이 씻으러 간 동안 벤이 자리에 앉으며 평소의 심각한 얼굴로 물었다.
“무슨.. 일인가? 뭔가.. 일어난것 같은데..?”
엘렌이 한심하다는 듯이 가슴을 팡팡치며 둘을 노려보았다.
“너희들이 여기서 한심하게 퍼질러 자는동안에 안그래도 부족한 병력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다고! 지하4층 광물연구소에 도도리안 300마리 , 지상 A,C구역에 벌커들 대략280마리 와 신관병들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야. 너 빨리 안나올래?”
헤이슨이 들어간 화장실 문을 쾅쾅 치며 엘렌이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화장실 문이 열리며 헤이슨이 볼멘소리로 툴툴거렸다.
그렇게 옷을 주섬주섬 입은 그들은 엘렌을 선두로 1층 로비로 내려갔다.
“일단 두팀으로 나뉘자, 나랑 테디랑 A,C구역으로 갈게, 헤이슨하고 벤은 지하 로 내려가줘”
임시로 짜여진 조를 따라 네명은 두갈래로 나뉘어서 각자의 도착지로 달려갔다. 점점 지상과 가까워질수록 치열한 전투소리가 귓전에 들려왔다. 갑작스런 햇빛에 잠깐동안 눈을 깜박이던 테드가 ‘헉’소리를 내며 부르르 몸을 떨었다. 280이라는 숫자가 이정도로 대군일줄은 몰랐던 것이다. 사실상 테드는 그리 많은 전투를 치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하얀 성벽으로 둘러쌓인 거대한 요새의 중간쯤이었다. 굉장히 많은 레인저들과 사수들이 지휘관의 명령이 떨어지기 만을 기다린채, 활시위를 당기고 있었다. 저멀리서 거대한 무리의 벌커들이 흙먼지를 일으키며 달려들고 있었다.
“레인저들과, 사수 들은 준비하라!”
수많은 궁수들이 침을 꿀꺽 삼키며 아직 사정거리내에 진입하지 않은 벌커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들의 팔에서 일제히 힘줄이 불끈 솟아올랐다.
“크어어어”
목에 가래라도 들끓는것처럼 괴상한 소리를 내며 달려오는 벌커들이 드디어 궁수들의 사정거리내에 진입했을 때였다.
“발사!”
지휘관의 커다란 호령소리와 함께 수많은 화살이 하늘을 뒤덮었다. 잠깐 동안 밤이 시작된것처럼 컴컴해지더니, 금방 다시 햇빛이 비추었다. ‘쐐애액’소리와 함께 화살들이 벌커들의 머리위로 소나기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평소의 벌커들이라면 속수무책으로 화살을 맞겠지만, 뭔가가 이상했다. 그들의 등뒤에 있던 물체를 들어 자신들의 머리를 감쌌다. 방패였다. 방패를 사용하기는 했지만 처음써보는 것마냥 자신을 가리기에 급급했고, 불규칙한 방패들 사이로 화살들이 비집고 들어와 소소한 피해를 줄수 있었다. 신관병들의 지휘관은 약간 놀랍다는 표정을 내비쳤다.
“호오.. 벌커들이 단독행동을 하는건 아닌것 같군. 배후가 있는게 분명하다.”
지휘관이 소리치자 모든 신관병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그럴것이 사실 벌커들은 무식하기로 소문이난 생물체이다. 2M가 넘는거구에 무식하게 주먹만 휘두를줄 알며, 더러운 곳을 좋아하는 벌커들이 방패를 사용한다는 말을 누구에게도 들어본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때 벌커들의 후방에서 조악한 산짐승의 가죽을 뒤집어쓴 벌커마법사들이 나타났다. 다른 벌커들에 비해서 조금 지능이 있는편이며, 모든 벌커들의 두뇌가 되는 마법사들이었다. 벌커마법사들이 마법을 시전하기 직전, 지휘관은 미리 후방에 대기시켜놓았던 사제들을 향해 소리쳤다.
“사제들은 앞으로 나와 성벽을 보호한다!”
그가 우렁차게 소리치자 사제들이 허겁지겁 앞으로 달려나와 밝게 빛나는 배리어를 펼쳤다.
“홀리 쉴드”
강력한 배리어를 생성하는 대신에 시전자의 체력을 급속도로 깎아먹는 홀리쉴드는 사제들의 상위 기술에 속했다. 날아오는 거대한 마법들이 쉴드에 맞고 상쇄되었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거대한 벌커들의 떼가 고함을 치며 달려오고 있었다.
“바바리안들과 크루세이더들은 공격준비를 위해 성문으로 내려가도록 한다!”
“네!”
그들의 주위로 크루세이더들과 바바리안들이 줄을 맞춰 1층 로비로 달려갔다. 거친 성격을 가지고 있는 바바리안들은 자신들의 옆에서 멍하니 구경중인 엘렌을 바라보며 게슴츠레한눈으로 ‘우우우~’하는 경박스런 소리를 냈다. 그들 옆에있는 성기사들도 엘렌을 바라보았지만, 신을 모시는 이들이라 그런지, 바바리안과 같은 경박한행동을 하진 않았다. 그래서 바바리안과 성기사들의 팀워크는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다. 바바리안들의 눈길을 알아챈 엘렌은 별꼴이라는 듯이 그들을 째려보며 한발짝 뒤로 물러났다. 크루세이더들과 바바리안들의 긴 행렬 끝에서 지휘관이 성큼성큼 걸어왔다.
“필리스들이 여긴 무슨일이지? 설마 우리의힘으로 해결하지 못할 거라생각한건가? ”
그는 쌀쌀맞게 테드와 엘렌을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는 그런말 한마디도 안했는데요 ?”
엘렌이 지휘관을 향해서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테드가 보기엔 둘의 눈사이로 스파크가 튀고 있는것 같았다. 잠시동안 살벌한 분위기가 흘렀고, 지휘관이 픽 하고 먼저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곤 엘렌의 어꺠위를 손으로 툭툭 치면서 말했다.
“너같은 꼬맹이가 필리스라고 해서 너흴 특별 보호해줄 성인군자는 없어..! 여기서 오줌이나 싸지 말라고! 크크”
기분나쁜 웃음 소리를 흘리며지휘관이 멀어져 가자 엘렌이 주먹을 꽉쥐며 이를 악물었다. 엘렌의 불같은 성격을 잘 알고 있는 테드는 엘렌을 질질 끌어서 성벽의 전방으로 향했다. 그곳에선 벌커떼와 크루세이더, 바바리안들이 대치 직전인 상황에 있었다. 테드와 엘렌의 뒤에있는 사제들은 그들에게 축복을 내리고 있었다.
사제들의 축복이 내려지자마자, 바바리안 들이 미친듯이 소리를 지르며 뛰쳐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타고난 싸움꾼인 바바리안들은 흡사 버서커를 연상케했다. 그들은 싸우면 싸울수록 붉게 눈을 빛내며 광란의 싸움을 펼쳤다. 그에 반해 크루세이더들은 방어력이 극도로 낮은 바바리안들을 호위하며 그들 특유의 방패술을 펼치며 싸웠다. 한창 싸움이 지속될 무렵 크루세이더들이 조금씩 뒤로 밀려나고 있는걸 바바리안들은 눈치를 챌수있었다. 크루세이더들이 밀려날수록 바바리안들이 마음놓고 싸울수 있는 영역도 제한되기 시작했다. 평소대로라면 이정도 규모의 기사들이라면 충분히 저지할수있는 벌커들이었지만, 이 벌커떼들은 뭔가 이상했다. 원래는 지능 따위가 없는 생물체들이지만, 미약하게나마 전형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움직이며 싸우고 있는 것이었다. 이어 성벽위에 있던 또다른 지휘관은 궁수들에게 다시한번 사격명령을 내렸다.
“궁수준비하라! ”
수백명의 궁수들이 다시한번 활시위를 팽팽히 당겼다. 궁수들의 준비가 끝나자 성벽위의 지휘관은 바바리안들과 크루세이더들에게 열심히 명령을 내리던 지휘관에서 팔을 십자가 모양으로 만들어 보였다. 알아들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크루세이더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크루세이더들은 바바리안을 감싸고 방어진영을 펼쳐라!”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크루세이더들은 자신의 주위에있던 바바리안들을 감싸고 등에 있는 방패를 땅에 박아 넣었다.
“홀리 쉴드”
크루세이더들을 중심으로 거대한 방어벽이 그들주위로 펼쳐졌다. 말그대로 절대로 깨지지 않는 크루세이더들의 방패였다.
“발사”
방어벽이 펼쳐진걸 확인한 지휘관은 궁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다시한번 화살의 비가 쏟아져내렸다. 한창 바바리안들과 싸우던 벌커들은 방패를 치켜세울 사이도 없이 화살에 의해 벌집이 되고 말았다. 마법사들조차도 쏟아지는 화살비앞에 맥을 추지 못하고 쓰러져내렸다. 허무하게 끝나버린 싸움앞에 엘렌은 아쉬운듯이 땅을 내리쳤다. 요즘 아무런 임무조차 없어서 항상 심심해하던 엘렌이었다. 신전밖에서는 크루세이더들과 바바리안들에 승리의 외침이 들려왔다.
‘와아아아아아아!!!’
그들의 함성소리에 보답하듯이 지휘관이 신관위를 바라보며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웠다. 그러자 궁수들도 그에맞춰 승리의함성을 내질렀다. 한창 병사들이 들떠있을때쯤 그들 주위에 있던 지휘관의 손목에 있던 무전기가 지직 거렸다.
‘지지직! 더 이상.. 버틸..지직.. 수가 없다..지지직! 대비..치지지지지지지!’
그때였다. 신전밖에 있던 병사들의 함성소리가 승리가 아닌 공포의 소리로 바뀌어있었다. 땅에서 엄청난 지진이 일어났던 것이다. 그리고 엘렌이 뒤이어 본것은 바바리안들을 한입에 가득 넣고서는 미쳐날뛰고있는 샌드 드래곤이었다.
지하로 내려갔던 벤과 헤이슨은 엉망이 되있는 연구실을 볼수 있었다. 엄청난 양의 서류들이 그들 주위를 팔랑거리고 있었고, 여기저기에 수많은 구멍이 뚫려있었다. 그리고 그들 주위에 비장한 표정을 하고 느티나무로 이루어진 지팡이를 짚고 있는 수많은 마법사들이 있었다. 솔리더들이었다. 마법사중에서도 특히 땅의 속성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마법사들이었다. 아마도 땅속을 자유자재로 돌아다니는 두더지와같은 생물인 도도리안들을막기 위해서 신관에서 특별 파견을 한것 같았다.
“아.. 필리스 분들이시군요.. 이쪽은 도도리안들을 거의다 처리한 상태입니다.”
솔리더들 중에서도 제일 막강한 힘을 가진 마법사가 지팡이로 구석지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곳에는 수많은 도도리안들이 혀를 빼놓은채 기절해 있었다. 솔리더들의 수장이 다른 마법사들에게 소리쳤다.
“다시한번 뒤집는다. ”
그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솔리더들이 주문을 중얼거렸다. 그들이 땅을지팡이로 후려치자 땅이 무섭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바닷가에 있는 물이 파도치듯이 땅이심하게 흔들거리더니 도도리안들이 구멍 밖으로 떨어져 내리기시작했다. 떨어진 도도리안들은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 거렸다. 도도리안의 앞발과 뒷발은 바위도 부술만한 힘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마법사들은 그들의 손발을 날카로운 바위로 찍어버렸다. 더 이상 손발을 사용할 수가 없게된 도도리안들은 훌쩍거리는 듯한 울음소리를 내더니 이내 잠잠해졌다.
솔리더의 수장은 손에 차고 있는 시계와 비슷한 무전기를 들어올리며 말했다.
“여기는 지하 4층 광물연구소. 모든 도도리안들을 제압했다. 복구작업반을 요청한드드드드드드드다..?”
갑자기 땅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진동하기 시작했다. 벤은 또다른 솔리더가 한 행동인가 싶어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다른 솔리더들조차도 무슨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그때 솔리더의 수장은 설마 설마 하는 표정을 하며 다른 솔리더들에게 명령을 내리기 시작했다.
“모든 솔리더들은 들어라! 지금 우리 솔리더들이 갖고 있는 모든 힘을 다 펼쳐서 땅을 굳히도록 한다. 절대로 절대로 어떤 것이든지 이위로 뚫고 올라가게 해선 안된다!”
솔리더의 수장의 다급한 목소리에 다른 솔리더들도 바짝 긴장을 했다. 그리곤 솔리더들이 일제히 지팡이를 치켜들면서 주문을 중얼거리곤 땅을 후려쳤다.
“하드 그라운드”
그들의 주문이 땅에 작렬하자 땅이 마치 강철이라도 된것마냥 굉장히 딱딱해지는걸 모든이들이 느낄수 있었다. 그때 땅속에서 거대한 무언가가 충돌하는 듯한 굉음이 들려왔다.
‘쾅!!’
‘쾅!!’
‘쾅!!’
세 번에 걸친 굉음이 들려왔고 솔리더들은 그들의 수장의 명령에 따라서 최선을 다해서 정체모를 생명체의 침입을 막고 있었다.
“뭐..뭐야이거..?”
헤이슨이 무서운 듯이 소리쳤다. 그러나 솔리더의 수장은 이미 알고 있었다. 땅속에서 이정도의 파워를 낼수 있는 생물은 샌드 드래곤 하나 뿐이라는 것을.
‘쾅!!’
‘쾅!!’
두 번의 굉음이 더울려퍼지자 하나둘씩 체력의 고갈로 떨어져 나가는 솔리더들이 생겨났다. 하드그라운드 마법은 솔리더들의 고위기술로서 땅을 순식간에 딱딱하게 굳혀 상대방을 묶어놓거나, 굳힌 땅으로 상대방을 관통시킬수있는 위력이 높은 마법이었다. 그러나 단점은 너무나 많은 체력을 갉아먹는다는 것이었다. 그와중에서 샌드 드래곤의 엄청난 힘이 부딪히니 그들의 체력은 더욱더 빨리 고갈되어갔다. 솔리더의 수장은 이를 악물며 마법을 시전하고 있었다. 그리고는 무전기를 지상으로 돌렸다.
“더이상 버틸수가 없다.. 모두 대비하도록 해라.. 이녀석은......... 드래곤이다!”
무전을 마친 솔리더의 수장은 그대로 지팡이에 몸을 의지한채 풀썩 무릎을 꿇었다. 그리곤 필리스들을 향해 마치 피하라고 하는듯이 손목을 움직였다. 벤과 헤이슨은 다음에 무슨 일이 닥칠지 몰라 그저 멍하니 그를 바라보기만 했다. 그때 엄청난 속도의 무언가가 마법이 풀려버린 땅에서 솟구쳐올라왔다. 그 생물체는 그 자리에 있던 마법사들을 짓이겨 버리고는 땅위로 순식간에 올라가버렸다. 헤이슨은 너무나 놀라서 땅위에 털석 주저 앉아 버렸다. 그리고는 벌벌 떨기만 했다. 그에 반해 벤은 비장한 표정으로 헤이슨의 손목을 잡고서미친 듯이 그를 끌고 계단 위로 올라갔다.
지상위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크루세이더들이 방패술은 샌드드래곤의 공격에 무차별하게 깨져버렸다. 그상황에 바바리안들은 크루세이더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죽음을 무릅써가며 버서커 화에 빠져들었다.
‘크아아아아아아아’
바바리안의 최고상위기술 버서커화! 잠시동안 자신의 피를 사용하여 엄청나게 강력해지는 기술이었다. 말그대로 공격력면에선 최상의 기술! 하지만 그기술을 사용하면 후유증이 엄청 나고 정신을 통제할 수가 없기 때문에 힘을 추구하는 바바리안들도 왠만해선 사용하지 않는 기술이다. 말그대로 죽음을 무릅써가며 사용하는 기술인 것이었다.
바바리안들은 샌드드래곤을 향해서 미친듯이 돌진했다. 그때 샌드드래곤이 뒤로잠깐 물러나서는 크게 숨을 들이켰다. 그것은 모든 드래곤들의 공포를 알게 해주는 드래곤 브레스였다.
허나 이미 제정신을 놓친 바바리안들은 눈앞에 있는 사냥감만을 보고 돌진하고 있었다. 지휘관은 그들에게 돌아오라고 명령을 내렸으나 바바리안들은 듣지 않았다.
‘콰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
엄청난양의 돌덩이와 모래가 샌드드래곤의 입에서 터져나왔다. 수많은 바바리안들은 브레스에 쓸려 그대로 흔적조차 없이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크루세이더들이 바바리안들을 바라보며 울부짖었다. 평소 그들을 다소 업신여기던 크루세이더들도 그들에게 약간의 동료애를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들도 자신의 희생을 무릅쓰고 방패를 내던지고 검을 들어 샌드드래곤에게 달려가고 있었다. 이미 지휘관의 말은 들리지 않은지 오래였다. 드래곤은 다시한번 숨을 들이쉬더니 브레스를 쏠 준비를 하였다.
‘후우웁’
드래곤이 브레스를 쏘기위하여 입을 벌리려는 순간 엘렌이 샌드드래곤의 머리위로 순식간에 나타났다.
“어딜.”
그녀가 허공에 나타난 거대하지만 희미한 망치의 손잡이부분을 붙잡고선 그대로 내리쳤다.
‘쩌컹’
거대한 굉음이 이어지고 브레스를 쏘려던 드래곤의 주둥이가 강제로 다물어졌다.
‘쾅’
드래곤의 브레스는 입안에서 그대로 터져버리고 말았다.
‘끼이이이익’
드래곤이 고통스러운 듯이 온몸을 뒤틀어댔다. 드래곤의 비늘은 왠만한 공격이나 마법에는 저항이 있는 강력한 고대의마법이 걸려있기 때문에 드래곤에게 피해를 입히기란 하늘에 별따기 만큼이나 어렵다. 하지만 드래곤의 내부까지 그런 단단한 비늘이 덮고 있진 않았던 것이다.
“우히히히히히히. 벌써 망가지면 안되지!!”
엘렌이 재밌다는 듯이 깔깔거렸다.
그때 신전 앞에 있던 커다란 호수가 일렁거렸다. 일렁거리던 물은 거대한 덩어리가 되어 호수위에 잠깐 머물렀다. 그리곤 튕기듯이 하늘을 향해 ‘텅’소리를 내며 퉁겨올라갔다. 호수가 있던 자리에 테드가 물에 흠뻑 젖은 채로 물을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하늘높이 튕겨져 올라간 물덩이를 향해서 입김을 불었다. 그리곤 손가락 열 개를 마치 창호지의 종이를 찢어내듯이 허공에 북 그어내렸다. 그리곤 그의 모든 손가락을 샌드드래곤을 향해가리켰다. 드래곤은 여전히 고통에 몸부림 치고 있었다. 그때 하늘의 높은 곳에서 무언가가 반짝였다. 반짝이던 물체는 순식간에 샌드드래곤을 향해서 엄청난 속도로 떨어지고 있었다. 그것은 수많은 얼음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창이었다. 말 그대로 수많은 창이 하늘에서 떨어지고 있었다. 거대한 창은 드래곤을 무차별적으로 집중공격했다. 처음의 공격은 대부분 드래곤의 비늘에 맞고 튕겨나갔으나, 수많은 창들이 비늘을 깎아내림으로써 조금씩 드래곤의 몸에 창이 박혀가고 있었다. 드래곤은 고통스러운 듯이 온몸을 뒤틀며, 포효를 해댔다. 땅의속성을 가지고 있던 샌드드래곤으로서 수속성의 공격은 굉장한 타격이되었을 것이었다. 샌드드래곤은 크게포효를 하고선 급하게 땅속으로 쑤셔들어갔다. 그때 한 크루세이더가 엘렌을 향해 소리쳤다.
“샌드드래곤이 땅속으로 들어가게 해서는 안됩니다. 샌드드래곤의 힘의원천은 흙 그자체에 있습니다. 그는 흙에서 힘을 얻기 때문에, 흙만 있다면 얼마든지 체력을 회복할수 있습니다.”
그랬다. 샌드드래곤은 드래곤중에서도 가장 하급 드래곤에 속했다. 그러나 역시 드래곤족이기에 그리 만만하진 않았다. 샌드드래곤은 땅위에선 가히 무적이라 불릴만한 드래곤이었던 것이다. 그사실을 까맣게 모르고있었던 테드와 엘렌은 황급히 샌드드래곤을 따라가려고 하였으나, 이미 드래곤은 땅속 깊이 파고들어간 상태였다. 둘이 어쩔줄 몰라하고 있을때였다 다시한번 땅이 크게 요동치더니, 뒤이어 두 마리의 샌드드래곤이 땅위로 튀어올라왔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하나는 샌드드래곤이었으나 다른 한 마리는 검은색 샌드드래곤이었다.
한 마리도 벅찬데 두 마리의 샌드드래곤이 튀어나왔으니 모두들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두 마리의 드래곤은 서로 뒤엉켜 있었다. 잠깐 동안 테드는 민망한 듯한 표정으로 헛기침을 해댔다.
“큼..큼.. 아니 얘네가 대낮에지금..”
엘렌은 테드를 바라보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어보이더니 샌드드래곤들이 튀어나왔던 구멍을 가리켰다. 그 구멍속에선 벤이 헤이슨을 질질 끌고서 나오고 있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벤은 땀을 뻘뻘흘리며 그림자를 조작하고 있었다. 그둘의 드래곤은 짝짓기가아닌, 싸우고 있었던 것이다. 벤이 엘렌을 쳐다보며 소리쳤다.
“이봐! 이렇게 큰건 몇 초 밖에 못조종한다고! 그전에 끝내!”
아닌게 아니라 벤은 얼굴이 창백해지고 있었다. 땅속으로 도망치는 샌드드래곤의 그림자를 조종해서 밖으로 빼내는 대에 성공한 것이었다. 두 마리의 드래곤은 서로를 죽일듯이 물어뜯고 있었다. 사실 샌드드래곤의 실체는 그의 그림자에 상처하나 낼수 없었다. 그건 어디까지나 그림자였으므로..
헤이슨은 눈앞에 있는 샌드드래곤을 보고 머리를 땅속에 쳐박아넣었다. 아마 이렇게 하면 샌드드래곤이 안보이니 샌드드래곤도 자신이 안보일것이라 생각한것 같았다. 벤은 그런 헤이슨을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빨리!”
엘렌은 큰소리로 웃으며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그녀의 특기이자,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내는 비행기술이었다. 그리고는 샌드드래곤의 위로 뛰어올라 기합을 내지르고는 손을 밑으로 눌러내렸다. 그러자 샌드드래곤이 머리위에 몇백톤의 무게가 올라간것처럼 드래곤의 머리가 땅으로 곤두박질쳐내려갔다.
‘콰광’
드래곤은 옴짝달싹 할수없는 상태가 되었다. 드래곤 주위의 공기의압력이 굉장히 내려가 드래곤을 묶어두는것 같았다.
“테디!! 마무리!!”
그녀가 공중에서 소리쳤다. 테드는 다시한번 물을 끌어모았다. 그리고는 거대한 물의 형상을한 용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테드는 샌드드래곤을 향해 손짓했다.
“아이스 버스터”
날아가고있는 물의 형상을한 용에게 입김을 한번 불자 용은 그대로 얼어붙어 빙룡의 형상이 되어있었다. 빙룡은 커다란 포효를 하며 샌드드래곤을 향해 밀어 닥쳤다.
그때 검은 용의그림자가 다시한번 만들어지더니 샌드드래곤의 입을 쫙 벌려 놓았다. 압력 때문에 옴짝달싹 못하는 샌드드래곤의 입속으로 테드의 기술이 정확히 꽂혔고, 샌드드래곤은 그 자리에서 부셔져버렸다.
엄청난 싸움을 숨죽이며 지켜보고있던 신관병들은 엄청난 환호소리와 더불어 필리스들을 소리높여 불러댔다.
하늘로 내려온 엘렌은 수많은 크루세이더들의 보호를 받고 있는 지휘관을 향해 다가갔다. 지휘관은 샌드드래곤의 기에 눌려 제대로 일어서지도 못한채 자리에 주저앉아 있었다. 엘렌은 그에게 다가가 큰소리로 말했다.
“아저씨, 여기서 오줌 싸시면 안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