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덕궁 후원)
창덕궁 후원은 왕을 비롯한 왕족만 사용 가능했고, 신하들도 특별한 날이 아니면 감히 출입할 수 없었던 공간이었다.
세조 때 현재의 규모로 확장된 이래 인조, 숙종, 정조, 순조 등 여러 왕들의 재위 기간에 걸쳐 필요에 따라 조금씩 조성되었다.
그중 창덕궁 후원을 유난히 사랑한 왕이 있었는데, 바로 조선의 제22대 국왕이자 대한제국 추존황제인 정조다.
그는 세손 시절부터 창덕궁 후원을 특별히 사랑해서 이곳에서 경치가 뛰어난 10곳을 선정해 ‘상림(上林) 10경’이라 불렀다.
(창덕궁 후원)
또한 규장각 신하들과 시 짓기를 하고 놀며 제때 시를 짓지 못하는 신하는 부용지 한가운데에 위치한 작은 섬으로 유배를 보내며 놀았다는 웃긴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번 7월, 비가 오면 더욱 운치 있어지는 국내 여행지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왕족에게 사랑받은 후원과 더불어 연꽃이 만개한 꽃단지, 고즈넉한 사찰까지 알찬 일정으로 후회 없는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창덕궁 후원
서울 종로구 율곡로 99에 위치한 ‘창덕궁 후원’은 조선왕궁의 놀이와 잔치 장소로 활용된 대표적인 조원(造園) 유적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되었다.
(창덕궁 후원)
궁궐의 뒤편에 있어서 ‘후원'(後苑), 궁궐 북쪽에 있어서 ‘북원'(北苑), 임금의 허락 없이 아무나 들어갈 수 없다 하여 ‘금원'(禁苑)이라 불렸다.
자연의 지세에 따라 누정과 연못이 배치되었으며 정자나 건물 주위의 단을 지어 만든 공간에 괴석을 배치하여 매우 아름답고 조화로운 풍경을 자랑한다.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기를 좋아했던 왕들의 이야기가 전해지는데, 연산군은 이 후원에서 여희(女姬)들과 잔치를 벌이고 새나 짐승을 놓아기르며 사냥을 즐기는 방탕한 생활을 했다고 한다.
한편, 정조는 가을이 깊어지는 후원의 경치를 혼자 보기 아까웠는지, 자신이 각별히 아끼는 신하들을 데리고 창덕궁 후원 유람을 즐기기도 했다는 것이 기록에 남겨져 내려온다.
(창덕궁 후원)
특히 어수문 앞 ‘부용지’는 정조가 신하들과 술자리를 자주 베풀었던 곳으로, 배를 띄우고 즐겼던 낭만적인 풍경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비가 올 때 방문하면 빗방울이 떨어지는 정자와 연못의 운치 있는 풍경을 즐길 수 있다.
서오지리 연꽃단지
강원 화천군 건넌들길 97에 위치한 ‘서오지리 연꽃단지’는 춘천시와 화천군이 갈라지는 즈음에 있어 인근 주민들만 아는 숨은 명소다.
(서오지리 연꽃단지)
보통의 연꽃은 ‘이제염오'(離諸染汚 : 진흙탕에서 자라지만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의 순수성을 뜻함)라고 하여 진흙의 늪에서 고결하게 피는 아름다움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서오지리의 연꽃은 북한강의 청정수에서 자란다.
현재 이곳에서는 탐스럽게 만개한 흰색, 분홍색, 진분홍색의 왜개연꽃, 어리연꽃, 가시연, 백련과 홍련, 수련과 함께 인근에 식재된 자귀나무 등을 볼 수 있다.
또한 15만㎡의 규모에 방죽, 징검다리, 관찰 데크, 벤치 등이 마련되어 있어 연꽃과 습지의 수생식물을 관찰하며 힐링하기에 좋다.
특히 비 오는 날에 방문하며 빗물에 젖어 청초한 아름다움을 자아내는 연꽃을 만날 수 있다. 부슬비가 내리는 날을 골라 방문해 볼 것을 추천한다.
화천군 (서오지리 연꽃단지)
5km 인근에는 화천에서 난 목재로 직접 만들고 체험하는 ‘화천목재문화체험장’이 있어 함께 들르기에 좋다. 녹림 속에서 즐기는 이색체험으로 잊지 못할 추억을 쌓을 수 있다.
제천 정방사
충북 제천시 수산면 옥순봉로 12길 165에 위치한 ‘정방사’는 빗소리에 세상사의 모든 고뇌를 씻겨낼 수 있는 사찰이다.
(제천 정방사)
대한불교조계종 제5교구 본사인 법주사(法住寺)의 말사로, 662년에 창건된 정방사는 절벽 아래 위치해 앞마당에서 바라보는 월악산과 청풍호의 풍광이 압도적이다.
특히 이른 새벽부터 아침즈음에 월악산 골짜기와 청풍호에서 피어오르는 물안개가 어우러지는 풍경이 절경이다.
법당 마루에 앉아 처마에서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면 스트레스와 근심이 비에 씻기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조선후기 승려 벽암 각성이 중건한 사찰건물인 ‘원통보전’ 안에는 1689년(숙종 15)에 만들어진 목조관음보살좌상을 비롯하여 후불탱화, 신중탱화, 칠성탱화, 산신탱화, 독성탱화 등이 봉안되어 있다.
(제천 정방사)
이 외에도 인근에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저수지인 ‘의림지’와 제천을 대표하는 청풍호가 있어 함께 방문하기에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