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우린 춤을 추었다
김 난 석
레반 아킨 감독의 <그리고 우린 춤을 추었다>는 전통무용을 고수하는
조지아 국립무용단의 발레리나 메라비의 무용연습과 감정의 변화를 표현하고 있다.
여성파트너 메리와 함께 앙상블을 이뤄나가지만 남성무용수의 동작이 남성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게 되자
다른 남성무용수 이라클리가 합세하게 되고,
주인공자리를 놓고 경쟁하게 된다.
하지만 메라비는 경쟁보다 세련된 이라클리에 마음이 끌려 그와 동성애에 이르게 된다.
이라클리가 떠나자 허탈해 하면서도 홀로 연습에 매진하지만
단장으로부터 또다시 조지아의 전통인 남성성이 표현되지 않는다고 지적받으면서도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관능적 표정까지 지으며 연습하는데,
파트너인 메리는 이를 유쾌한 듯 바라보며 환호를 보내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무용영화에 왜 동성애를 끌어들였는지 궁금했다.
조지아는 구 소련에 속해있던 동구권의 작은 나라이다.
그루지아로 더 잘 알려져 있지만 전통을 고수하는 문화권이라 한다.
그래서 앙시앙 레짐에서 벗어나려는 메타포로서 동성애를 끌어들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렇다면 연전에 상영되었던 이안 감독의 영화 <블록백 마운틴>은 왜 동성애를 끌어들였을까?
영화 블록백 마운틴
이안 감독의 영화 <블록백 마운틴>,
오래 전에 상영되었던 영화가 대학로에서 재상영되고 있다.
두 청년이 짧은 시간 간격으로 블록백 마운틴 기슭에 있는 양떼목장 사무실에 찾아든다.
일을 찾아 나선 청바지에 카우보이 모자의 건장한 젊은이들이다.
목장은 광활한 산록에 있다.
산 아래론 강물이 감돌아 흐르는데
두 젊은이가 피크닉 왔다면 천국일 것 같은 풍광이다.
간간 불어대는 하모니카 소리도 낭만적이다.
그러나 목장에서 하는 일은 녹록치 않다.
산에서 스스로 식사를 해결해야 하고
추운 밤에도 산에서 지내야 하며
코요테의 습격을 막으려면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다.
짐을 나르거나 양떼를 몰려면 말 타고 산등성을 자주 오르고 내려야 하며
곰의 습격도 감내해야 한다.
둘은 하루하루 지내면서 친숙해지기 시작한다.
돈을 벌어 애인과 결혼하고 작은 목장도 차리리라는 에니스,
돈이 없어 그만둔 로데오를 다시 시작해 자립하리라는 잭.
두 사람은 밤샘도 서로 자청하며 우정을 나누는데...
어느날 천둥 번개 치며 폭우가 내리기 시작한 저녁,
에니스와 잭은 서둘러 좁은 텐트 안으로 피신하게 된다.
피부가 접촉하자 서로 이성으로 느껴졌던지
젊은 혈기를 주체할 수 없어 그랬는지
포옹하며 애무하기 시작하지만
비가 그치고 날이 밝아오면서 둘은 가벼운 기분으로 일어나
양떼몰이 일상에 나선다.
근로계약기간이 끝나자 둘은 서로 다른 생활로 들어가게 되고
에니스는 결혼 해 자녀를 낳고, 잭도 결혼해 로데오를 다시 시작한다.
하지만 둘은 블록백 마운틴의 생활을 잊지 못한다.
하여 낚시를 핑게로 블록백 마운틴에서 만나 동성애를 즐기지만
결국 부인에게 탄로 나고 말아 둘 모두 이혼당하고 만다.
한참 세월이 흐른 뒤에 에니스에게 잭으로부터 한 통의 편지가 배달된다.
보고 싶다는 것이다.
에니스가 길을 물어물어 잭을 찾아갔을 땐
잭은 이미 자동차 사고로 사망했다는 것이었다.
허탈한 마음에 잭의 방을 둘러보려니 피 묻은 잭의 청바지가 벽에 걸려있어 그걸 싸가지고 돌아온다.
그 피는 블랙백 마운틴에 있을 때 젊은 혈기를 겨루다가 흘린 것이었다.
이 때 에니스의 독백은 이렇다.
"I Swear Jack"
이 말은 욕일까? 맹세한다는 뜻일까? 맹세한다면 무얼 맹세한다는 말일까?
한 때 에니스는 잭에게 "이제 이 짓 그만 하자"고 선언했다.
이에 화가 난 잭으로부터 핀잔을 듣고 둘은 소원해지기도 했던 것이다.
들려오는 말에 의하면 잭은 다른 곳에서 동성애를 즐기다 발각되어 집단폭행을 당했다 하고
그런 와중에 성기가 파쇄되기도 했다 한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1960년대요, 장소적 배경은 와이오밍주이다.
당시에 와이오밍주는 동성애를 죄악시 했던 모양이다.
텐트 안에서 잭이 먼저 수작을 건 것을 보면
에니스는 우정을 따랐던 게 아닐까?
일정 시간 흐른 뒤에 에니스가 잭에게 이 짓 그만 하자고 선언한 걸 보더라도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
동성애도 사랑일까?
사랑이라면 우정과 어떻게 다를까?
동성애는 죄악일까?
그건 말하고 싶지 않다.
고대 그리스의 지도자들은 젊은 사내들을 좋아했다 한다.
그들이 깨끗한 영혼의 소유자라 믿었던 때문이라 한다.
나도 한 때 아도니스 같은 젊은이를 좋아했다.
그래서 지금도 간간 생각이 난다.
이와 결이 다른 이야기지만
유대인의 신화엔 남녀 평등이다.
신이 똑같은 매질로 아담과 릴리스를 창조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아담이 우위를 주장하자 릴리스는 아담 곁을 떠나
악마 루시퍼의 품에 안기게 된다.
이런 신화의 바탕에서 기독교의 구약성경이 태어났으리라.
구약성서에 의하면 신이 창조한 최초의 남성은 아담이요
그 아담의 갈비뼈로 창조된 게 이브다.
동양의 윤리 夫唱婦隨에서 앞의 부는 남성이요
뒤의 부는 여성임을 추정하게도 된다.
그렇다면 원초적으로 남녀평등은 불가능한가?
있다. 사람 인(人)자에 해답이 있다.
서로 기대고 기대이는 가운데 평등을 누릴 수밖에 없다.
한쪽이 우위를 주장하면 사람은 사람으로서 존립할 수가 없는 이치다.
그럼에도 성의 차이에 불행의 씨가 깃들어 있다.
남성은 때를 가림 없이 성적 접촉을 요구하는 반면
여성은 출산을 끝내면 성적 접촉을 기피한다니 말이다.
반드시 그런 건 아니겠지만 그런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성의 기피증을 피해 남성끼리 성을 찾는 것,
남성의 과격성을 피해 여성끼리 성을 찾는 것,
그런 데에서 동성애가 생기는 건 아닐까?
우문우답이겠지만 여러 생각을 보태보고 싶다.
2020. 12. 13.
첫댓글 위는 대한극장 상영중
아래는 대학로에서 상영 완료
게이 & 레즈비언..그들의 관계..
열정과 냉정 사이가 아닐지요?
늘 정복력 넘치는 남자들과
센스티브한 여자의 차이니 말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린 남자를 옆에 두었던 제왕들과
시녀를 침대로 끌어들였던 여왕들..
이성과의 관계를 기피한 경우였죠.
동성애를 죄악이라 할 수는 없지만,
음양의 이치를 따르는 것이 자연의 순리이니,
이성 간의 사랑이 훨씬 아름답다고 봅니다..^^
음양의 이치를 따라야 한다는 말씀 동의합니다.
그걸 알면서도 시녀나 시동을 들여 즐기고 그걸 보이지 않으려고 눈알을 빼기도 했다지요.
그런데 영화의 주목적이 흥행일텐데 관객의 어떤 갈구를 읽고 동성애를 부제로 끌어들였는지 여전히 궁금하네요.
우리나라 최초로 칸, 빈, 베르린영화제 3왕관을 쓴 김기덕 감독이 성추행으로 동구권에서 맴돌다 사망했다는데 성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네요.
@석촌 아하~~<그리고 우린 춤을 추었다>에서는 '앙시앙 레짐'에서 벗어나려는 의도였다면,
<블록백 마운틴>에 동성애를 끌어들인 이안 감독의 의도는 무엇인지를 여쭤보신거였군요.
제가 그 영화를 본 적은 없어 단정적으로 말씀드리긴 뭐하지만, <브로크백 마운틴>은
동성애와 '포비아', 폭력에 대한 계몽적 인식을 기반으로 제작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네요.
@니캉내캉 네에, 진지하게 생각을 보태주시니 고맙네요.
그런데 포비아라면 천둥번개 치던 날 텐트로 들어와 서로 감싸던 것까지는 연결이 되지만
그건 주인공들과 같은 건장한 청년들에겐 잘 어울리지 않기도 하지요.
그걸 빗대어 동성애로 진입하는 걸 보여주는 거라 해도 잘 어울리지 않고요.
여하튼 대중의 호기심이 그쪽에 있기에 동성애를 끌어들이는 것이라고 본다면
그애 대한 생각을 더 해보는데요, 남성이나 여성이나 마찬가지겠지요.
영어로 "I swear Jack" 이란 말에 다의적 의미가 숨어 있는 것 같기도 한데
미국영어를 쓰는 분이 거들어보면 좋으련만요...
모든 인류가 보편적으로 지닌 생물학적인 성질서,
남성과 여성의 성결합으로 이루어지는 것에 대한
역리현상이라 봅니다.
동성애는 창조의 질서를 거스르는 것이지요.
결혼을 안하는 것은 선택이라고 볼 수 있지만,
동성애는 하나의 성적 유희가 아닐까요.
블록백 마운틴에서
광활한 자연과 함께 일하며 서로를 의지하며
외로움을 달래는우정이, 갑자기 스킨쉽으로
변질된 성적 대리만족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석촌님의 글을 보고서 적어 보았습니다.
영화도 보지 않고서...ㅎ
네에 영화를 보지 않고도 이해는 다 하시네요.
서로 의지하는 가운데 외로움과 우정이 스킨쉽으로 변질된 성적 대리만족으로...
그렇기도 하겠네요.
그런데 콩꽃님은 너무 반듯하셔서 장외 게임에 대해서는 말씀을 잘 안 하시는 줄 압니다만..
@석촌
ㅎㅎ 죄송합니다.
넓은 시야를 가지지 못해서요.
성 소수자 (레즈비언, 게이, 성전환자) 라는 존재는
보통 사람들이 아닌,
부딪히기 싫은, 혐오스러운 나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세상 사람들의 일이라 오랫동안 생각했습니다.
이곳에 살고 부터
(그들이 나에게 해를 끼치지도 않고
커뮤니티에도 해를 끼치지 않는데
왜 그들을 혐오하고 증오하며 싫어해야 하는가) 라는 견해에 동의는 하지만,
차이와 다름,
특히 성소수자의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이곳 캐나다는 동성결혼이 합법이라고 합니다
매년 세계최대 규모의 성 소수자 (레즈비언, 게이, 성전환자) 프레이드가 열린다고도 하지요.
두 영화가 외국영화이니 역시 외국에서 보는 시각이 생각에 더 보탬이 되는 것 같습니다.
세계의 지도자 중에서도 그런 분이 당당히 무대에 나서기도 하고요.
말씀하신대로 이해는 하면서도 그게 무언지 모르겠는데요
이런 생각도 해봅니다.
남녀가 성 접촉에 이르려면 일정한 통과의례를 거쳐야 하지요
탐색이랄까 예의랄까 전희랄까 그에 대한 보상을 걱정한달까...
그런데 그런 통과의례를 구차한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은 없는 것인지...
여하튼 외국의 상황을 전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작년 인지 재작년 인지
뉴질랜드 대통령이 청와대
방문 문재인 대통령
공식접견에 옆에 대동한 건장한 남자를 부인으로 소개 하였는데
뉴질랜드 대통령이 동성애자 였습니다
뉴질랜드는 동성애가
합법으로 정서적 아무런 꺼리낌이
없는 나라 인것 같습니다
네에 그런 나라가 더러 있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