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가게마다 응원 함성… “태극전사가 자영업자에도 희망줬다”
[WORLD CUP Qatar2022]
광화문광장엔 3만5000명 모여… 영하 3도 눈발 속에도 “대∼한민국”
전국 번화가-대학가 상점 손님 북적… 경기뒤에도 “졌지만 후회없다” 격려
한국과 브라질의 월드컵 16강전이 열린 6일 새벽 영하의 날씨에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시민 3만5000여 명(경찰 추산)이 모여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장승윤 기자
“결과와 상관없이 우리 대표팀 너무 잘했습니다. 국민들에게 기쁨을 안겨줘 정말 고맙습니다.”
브라질을 상대로 한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의 카타르 월드컵 16강전이 패배로 끝난 6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응원하던 직장인 윤금선 씨(68)는 “졌지만 잘 싸웠다”며 경기의 감동을 전했다. 옆에서 응원했던 대학생 정석훈 씨(22)도 흥분이 가시지 않은 얼굴로 “최근 이태원 핼러윈 참사를 비롯해 안타까운 일이 많았는데, 오랜만에 국민들을 행복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이날 새벽 광화문광장에는 영하 3도의 추위가 무색하게 이번 월드컵 경기 중 가장 많은 3만5000명(경찰 추산)의 응원객이 모여들었다. 전반에만 4골을 내줬지만 시민들은 경기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키며 목이 터져라 “대∼한민국!”을 외쳤다.
○ 눈발도 응원 열기 못 막아
눈이 내리는 가운데 시민들은 응원단 ‘붉은악마’를 상징하는 뿔 모양 머리띠와 함께 두꺼운 잠바를 입고 핫팩과 담요 등을 챙겨 거리 응원에 나섰다. 경기 시작 1시간 전인 오전 3시경부터 광장이 발 디딜 틈 없이 붐비자 경찰과 붉은악마 측은 세종대로까지 응원공간을 넓혔다. 오전 4시경에는 세종대로 양방향 7개 차로 중 2개 차로를 제외한 전 차로에 시민들이 돗자리를 깔았다.
경기가 시작되자 시민들은 추위를 잊은 듯 태극기를 흔들며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 고등학생 전민규 군(16)은 “다음 주에 기말고사가 있고, 경기가 끝나면 오전 8시까지 등교해야 하지만 16강전이 열린다는데 안 올 도리가 없었다”고 밝혔다. 대학생 안태영 씨(20)는 “1%의 가능성이라도 있으면 응원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거리에 나오게 됐다”고 했다.
브라질에 연이어 골을 내줬지만 시민들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축제 분위기 속에서 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했다. 장승윤 기자
브라질 선수들의 골이 잇달아 터지자 곳곳에선 아쉬운 탄성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이내 시민들은 “할 수 있다!” “끝까지 지켜보자!”며 응원을 이어갔다. 직장 동료 11명과 함께 거리 응원을 한 모준수 씨(28)는 “지더라도 대표팀 선수들이 다치지 않고 무사히 경기를 끝나길 빌었다”고 했다.
○ 졌지만 다 함께 “대∼한민국!”
후반 2분 손흥민 선수의 돌파에 이은 슛이 브라질 골키퍼의 선방에 막히자 곳곳에서 탄식이 새어나왔다. 후반 31분 백승호 선수의 중거리 슛이 골로 이어지자 시민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함성을 지르고 응원가 ‘승리의 함성’을 합창했다.
경기 후에도 서로 위로하기보다 “잘 싸웠다”는 칭찬을 교환했다. 대학생 이시원 씨(24)는 “처음에 실점을 많이 해서 안타까웠지만 12년 만에 16강에 진출한 만큼 선수들이 자긍심을 가졌으면 한다”고 했다.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의 한 호프집에 모인 손님들이 붉은악마 티셔츠를 입은 채 경기를 보고 있다. 독자 제공
전국 번화가와 대학가 주점은 실내 응원에 나선 축구팬들로 밤새 북적였다. 이날 오전 3시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의 한 호프집은 빨간색 티셔츠를 입은 손님 60명이 가게를 가득 메운 상태였다. 백 선수가 극적인 골을 터뜨리자 손님들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다함께 “백승호”와 “대한민국”을 연호했다. 가게 주인 공현준 씨(40)는 “손님들이 새벽까지 가게를 가득 채운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며 “태극전사들이 자영업자들에게도 희망을 줬다”고 했다.
이기욱 기자, 이승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