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의 여왕'''' ''''맨발의 디바''''라는 수식어를 늘 달고 다니는 가수 이은미씨가 "쇼를 보여주는 것이 아닌 노래를 할 수 있는 무대가 없다, 적다가 아니라 없다고 말하는 게 맞다"고 일갈하며 ''''대형공연장 중심주의''''를 비판하고 나서 화제가 되고 있다.
이은미씨는 남성잡지 지큐(GQ) 1월호에 ''''콘서트, 시대유감''''이라는 기고 글을 통해 대중가요 전문공연장 건립을 둘러싸고 그간 가졌던 자신의 생각을 문화관광부 정책담당자들에게 전한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이씨는 이 글에서 "물리고 물려서 어디서부터 그 악력의 고리를 끊어야할지조차 모르게 뒤엉켜진 현재의 가요시장에서 그 해법은 콘서트"라로 전제한 뒤, 하지만 "열 손가락에 꼽힐 가수 정도나 동원 가능한 5천석 규모의 대규모 공연장을 짓는다는 것은 제대로 된 공연문화를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당시 올림픽공원 내에는 150억을 들여 4천석이 넘는 규모의 올림픽홀이 완공단계에 있었다. 이에 대해 이씨는 "아이돌스타나 이문세, 신승훈, 이승환, 윤도현 정도나 소화 가능한 규모"라며 "무대가 필요한 가수들의 10분의 1도 안되는 가수들을 위해 세원을 털어 만들 필요가 뭐가 있냐"고 반문했다.
여기에 이씨가 내놓은 대안은 소박하다. 문화예술회관 활용론. 110개나 되는 문화예술회관은 "시골의 누구라도 어렵지 않게 들를 수 있는 지정학적, 문화적 위치에 자리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활용가치가 높다고 말한다.
이은미씨는 최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못다한 말을 추가로 전했다. 이씨는 우선 문화관광부에 ''''불려가'''' 공연문화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전달했던 경위에 대해 "공연장 문제를 언론에 피력한 적이 있는데 그걸 보고 문광부 담당직원이 조언을 듣고 싶다고 부른 것"이라며 "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려는 그 자체가 일단 놀라웠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씨는 담당관에게 "큰 돈 들여 대형공연장을 짓느니 지방의 수많은 문화예술회관을 보다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고 한다. 여기에 돌아온 답변은 "중앙정부가 지자체의 공연장 대관문제까지 왈가왈부할 수는 없다"며 "다만 지원금 규모를 조절해 ''''간접적인 강제''''는 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수준에 불과했다고.
지역 출신 음악인의 귀국 독주회가 독점하는 문화예술회관, 왜 ''''딴따라''''는 안되나?
여가수 중 최다 라이브 공연기록을 가지고 있는 이은미씨는 지난 2002년 제500회 기념공연을 가졌다. 이씨의 연간 공연 횟수는 50회. 거의 매주 1회씩은 공연을 가진 셈이다. 그는 데뷔시절 13명 관객으로 시작해 지금은 6, 7천명을 동원할 정도로 ''''노래로만'''' 승부 걸어 성공한 대표적인 가수로 꼽힌다. 그런 그에게 최근 가장 인상 깊었던 공연은 작년 충남 태안에서 있었던 ''''작은'''' 공연이었다.
"전국투어공연은 보통 5개 대도시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중소도시는 여기에서 제외되는데, 700석 규모의 태안 문화예술회관에서 나는 상상치도 못할 감동을 경험했다. 통로에도 사람들이 꽉 찼다. 공무원 홈페이지에는 시민들의 칭찬들이 이어져 ''''일할 맛 났다''''고 하더라."
이씨가 50%의 금전적인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공연을 추진한 까닭은 시골에서도 공연이 열려야 노래를 라이브로 들었을 때의 느낌이 어떤지 지방 사람들도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절반의 개런티로 공연하는 자신의 밴드에겐 "그런 관객들이 생겨나야 우리 같은 사람들이 평생 먹고 살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설득했다.
"태안읍 공무원에게 ''''다음 공연도 부탁한다''''며 고맙다는 전화가 왔길래 전국에 이런 공연장이 몇 개나 되냐고 자료를 좀 달라고 했다. 굉장히 많았다. 군소 도시의 군민회관까지 치면 200개나 된다. 그런데 그런 장소를 우리는 쓸 수가 없다."
이씨의 표현대로라면 ''''작고 예쁜'''' 문화예술회관의 대관기준은 ''''마음대로'''' 기준이다. 이어 대중가수를 ''''딴따라'''', ''''장돌뱅이''''라고 보는 인식이 그 원인이라고 말한다. 그 때문에 "각 시도의 문화예술회관에서는 그 어떤 콩쿨의 입상 흔적조차 알 수 없는, 지역 출신의 유학파 바이얼리니스트의 독주회는 한 주가 멀다하고 열리지만 대중가수들에게 문턱은 높기만 하다"고 이씨는 하소연한다.
"문화공연을 주민들을 위한 공연이 아닌 외부에 보여주기용이나 체면치레로 생각하는 것 같다. 국민들의 혈세로 만들어진 곳을 그렇게 사용해도 되나. 공연장 섭외를 하다보면 한심할 때가 많다. 결국 음향시설이 안 좋은 체육관이나 비싼 돈을 주고 호텔에서 하게 된다."
그 비용은 결국 관객에게 돌아간다. 대관료가 비싸기 때문에 입장료도 따라 올라간다는 것. 이은미씨의 얘기는 ''''뮤직비디오는 기본''''인 음반 홍보관행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졌다.
"음반 하나 제작하는데 20억원이 든다고 한다. 그 돈을 뽑으려면 100만장이 팔려야 하는데 그 때문에 잘못된 거래관행이 얼마나 많나. 얼마전 피알비 파문으로 한 PD가 구속됐지만 쉽게 고쳐지지 않는 관행이다. 뮤직비디오 한번 틀어주는데 얼마라는 공식은 이미 매니저 사이에서 공공연한 얘기다."
이씨는 "쇼가 아닌 노래 실력만을 위한 프로그램은 대한민국 모든 방송국을 통털어 3개밖에 없다"며 "특히 연예정보 프로그램은 쓰레기"라고 일갈한다. "가수의 ''''입씸''''과 ''''개인기''''를 자랑하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나 기획사의 세를 가늠하는 순위프로그램, 엄청난 자금력이 필요한 뮤직비디오가 음반 홍보의 전부"라고 이씨는 말한다.
그 결과 가수에 대한 예의나 존경은 사라지고 10대 팬들에겐 스타에 대한 환상만 심어주었다. 이씨는 가끔 뒤통수를 때리는 팬들의 ''''쌍욕''''을 경험한다. 사인을 해주다가 자리를 뜨기라도 하면 바로 "싸가지 없는 ××"로 반응이 돌아온다는 것.
음반 녹음을 위해 목이 쉬는 가수, 지문이 없어질 정도로 연습하는 기타리스트, 어깨가 망가질 정도의 키보디스트를 경험하지 못한, 한마디로 가수의 헤어스타일과 의상컨셉을 논하는 연예프로그램을 통해 가수를 경험한 관객들의 수준이다.
프로가 살기 힘든 세상… 원류를 지킬 때 거장도 나오는 것
"돈이 없거나 거대 기획사를 끼고 있지 않은, 그야말로 노래를 하는 가수에게도 홍보의 기회는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나는 그 대안으로 콘서트를 말하는 것이다. 이효리 같은 가수도 있을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다른 가수도 존재한다는 것을 관객도 알아야 하지 않나."
방송 출연료라고 해봤자 하루 주차료 밖에 안되는 수준. ''''노래하는'''' 가수들에게 방송출연은 손해일 수밖에 없다. 그래도 음반 홍보를 해야 하니까 손해를 감수하고 출현에 응하게 된다는 것. 하지만 방송의 시설, 장비가 또 문제다. 라이브공연을 위한 만족스러운 사운드시스템이 아니다.
여기에 이은미씨가 내놓은 대안은 좀 더 구체적이다. 5천석 규모의 공연장을 짓는데 돈을 들일 게 아니라 500석, 800석 규모의 소공연장이 여러 개 있는 전문공연장을 하나 지어서 임대료나 장비대여를 저렴하게 하자는 것이다. 물론 기왕에 존재하는 문화예술회관의 활용을 높이는 문제와 함께 말이다.
"내 경우처럼 밴드인원이 많으면 비용이 그만큼 많이 든다. 그래서 공연 외에도 백화점, 기업 행사 등을 뛰면서 비용을 메꾼다. 그래도 힘들다. 내가 힘들다고 할 정도면 내 밑은 얼마나 어렵겠나."
마지막으로 이은미씨는 일본 애니메니션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의 말을 인용했다.
"그 감독이 ''''프로가 살기 너무 힘든 세상''''이라고 말한 걸 들었다. 가슴에 와 닿았다. 느리지만 완벽하게 준비하는 사람이 도태되는 세상, 일찍 스타가 되고 일찍 몰락하는 인스턴트 세상에서는 거장이 나올 수 없다. 원류를 지키지 않는 문화가 어떤 생명력이 있겠나."
첫댓글 동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