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출처: 서울경제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코로나19의 충격으로 기준금리를 0.5%포인트나 낮춘 후 한국은행을 향한 금리 인하 압박이 거세지고 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한은의 고민이 클 것"이라고 밝힌 데 이어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5일 "통화당국의 적절한 판단을 기대한다"며 정면으로 인하론을 꺼냈다. 일부에서는 한은이 지난달 인하를 보류한 것과 관련해 실기론을 얘기하며 이달 임시 금융 통화위원회를 열어 행동에 나설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해 "정책여건의 변화를 적절히 감안할 필요가 있겠다"면서 인하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에 시장은 0.25%포인트 인하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한은이 금리를 낮추는 것이 절대 명제인지는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당장 인하에 따른 부양 효과를 장담하기 힘들다. 이미 시중 부동자금은 1,000조 원을 넘는다. 화폐유통 속도와 통화공급에 따른 신용창출 규모를 나타내는 통화승수는 사상 최저 수준이다. 돈은 넘쳐나도 현금을 움켜쥐고 소비와 투자는 꺼린다는 얘기다. 대신 부동산시장의 풍선효과는 계속되고 있다. 금리 인하가 부양 효과 없이 유동성 함정만 키울 수 있다. 무엇보다 코로나19의 경로는 불확실함으로 가득하다. 그만큼 세계 경기도 불투명하며 2008년 글로벌 금유위기에 버금가는 위기 상황이 올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온다. 당장 금리를 낮춰다가 상황이 더 악화하면 한은은 카드를 쓸래야 쓸 수 없게 된다. 총알을 아낀 뒤 최적의 타이밍에 빅스텝을 밟는 것이 훨씬 나은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셈이다. 물론 한은으로서는 금리 인하를 또다시 연기했다가 경제상황이 나빠졌을 때 정책적 책임론에 휘말릴 수 있다. 그러나 금리 인하 보류의 이유와 위기 상황에서 확실한 처방을 사용하겠다는 통화당국의 결기를 국민에게 보여준다면 시장은 도리어 한은을 믿고 박수를 보낼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효과도 제대로 장담할 수 없는 금리 인하가 아니라 기업의 활력을 일으킬 과감한 정책전환과 규제 혁파다.
자료출처: 파이낸셜뉴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3일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했다. 폭도 0.5%포인트로 컸다. 전통적인 베이비 스텝 원칙을 깼다. 그만큼 연준이 코로나19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이로써 미국 기준금리는 1.0~1.25% 수준으로 내려왓다. 금리 상단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와 같다. 앞서 주요 7개국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은 긴급 전화회의를 통해 '코로나19 사태에 맞서 모든 수단을 동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 직후 제롬 파월 의장이 이끄는 연준이 총대를 멨다. 생각할수록 아쉽다. 지난달 27일 한국은행은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만약 이때 금통위가 금리를 내렸다면 국제공조를 선도할 수 있었다. 더구나 한국은 코로나 요주의 국가로 꼽힐 만큼 사태가 급박하다. 그에 비하면 미국은 우리보다 훨씬 형편이 나은 편이다 그런데도 연준은 시장이 깜짝 놀랄 '빅 컷' 결정을 내렸다. 상대적으로 한은의 판단은 지나치게 안이하게 보인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내린다고 경기가 단박에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단기적으론 정부가 재정을 투입하는 게 더 효과적이다. 그래서 정부는 11조7000억원 규모의 슈퍼추가경정예산안을 짰다. 위기 때 가장 효율적인 대응책은 정책 조합이다. 재정과 통화 정책이 갑이갈 때 시너지 효과가 나온다. 타이밍도 중요하다. 늑장대응보다는 차라리 선제적 과잉대응이 낫다. 이는 금융위기 당시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이 편 제로금리와 양적완화 정책을 통해 국제사회가 얻은 교훈이다. 한은은 4일 이주열 총재 주재로 긴급 간부회의를 열고 "향후 통화정책을 운영할 때 정책 여건의 변화를 적절히 감안하겠다"고 말했다. 여전히 미지근하다. 한은은 이미 실기했다. 더 이상 꾸물거리지 말고 한은이 국제 금리인하 대열에 동참하길 바란다. 다음 금통위는 4월 9일에 열린다. 그새 코로나 바이러스가 한국 경제에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한국은행법에서 정한 대로 임시 금통위를 소집하면 신속하게 금리를 내릴 수 있다. 파월 의장은 "연준은 리스크를 보고 행동에 나섰다"고 말했다. 금융위기 이후 연준은 행동하는 중앙은행의 전형을 보여준다. 그에 비하면 한은은 여전히 신중함을 중시하는 전통적인 중앙은행의 모습이다. 비상한 ㅅ국에 신중함은 종종 우유부단함과 동의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