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지일보에서 퍼온 글 마지막입니다. 참고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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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뎌 마지막 회다. 그동안 성원을 보내준 독자여러분께 먼저 감솨의 똥침 보낸다. 지금껏 뭔 얘기를 떠들어댔는지 궁금한 독자는 요기를 콕 눌러주시고 이젠 결론을 향해 치닫겠다. 먼저 이미도씨의 만행부터 디비겠다. 자, 기대감 만빵으로 충전하고 따라오시라.
이미도씨... 유명하다. 극장에서 가끔 영화 보는 넘들은 모두 알 것이며 모르는 독자는 그냥 유명한 영상번역가라고 알아두면 되겠다.
이런 아저씨를 본인이 마지막 회에서 언급하는 데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자타가 인정하는 정상급에 있으면서 만행을 저지르기 때문이요, 또 하나는 영상번역휠드에 '한 명만' 유명해선 안 되기 때문이다. 요 얘긴 뒷부분에서 하고... 만행 디벼보자.
먼저 <쭉빵 삼총사(Charlie's Angels)>다.
만행사례 NO 1
Natalie가 열쇠를 몰래 빼내고 복제하는 데 성공하면서 하는 말이다.
Natalie: Got the car key!
번역: 차 열쇠 카피
카피... 영어로 copy... 일단 우리나라에서도 열쇠를 복제할 땐 '카피'라는 말을 안 쓴다. 그리고 영어권에서도 열쇠를 복제할 땐 'duplicate'라는 단어를 쓰지 'copy'라는 단어는 사용하지 않는다. 즉, 이 번역에서의 '카피'는 아무도 안 쓰는, 국적불명의 언어라고 할 수 있겠다. 감히 언어를 지 조때로 골라 쓰는... 안하무인격 만행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번엔 <공허한 넘(Hollow Man)>이다.
만행사례 NO 2
영화 초반부. 투명화 된 고릴라가 난폭해지자 Matt와 Sebastian이 누가 먼저 마취총으로 맞추느냐를 내기하는 부분이다. 맞춘 Sebastian이 못 맞춘 Matt에게 하는 말이다.
Sebastian: You missed
번역: 넌 또 불발였어
'불발'은 총알이 발사되지 않았거나 발사된 폭탄 등이 터지지 않았을 때 사용하는 말이다. 영화에선 Matt가 총을 쐈는데 실력미달로 못 맞춘 거다. 불발이란 단어의 뜻을 몰랐다면 자격미달 만행이라고 할 수 있으며 알고도 이렇게 썼다면 <쭉빵 삼총사>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안하무인격 만행이라고 할 수 있겠다.
모범답안: 넌 또 놓쳤어
<할로우 맨>의 두 번째 만행이다. 이번 경우는 철자법 만행인데... 뭐, 짜증나게 철자법까지 디비고 자빠졌냐고? 나도 한두 개 틀린 건 귀엽게 봐준다. 버뜨, 이미도씨... 한두 번 틀리지도 않으며 틀리는 것들이 절대 실수로 틀렸다고 봐줄 수 없는 것들이다. 즉, 누구나 헛갈릴 걸 틀렸다는 얘기다.(영화적 분위기 때문에 쓰인 속어나 사투리는 포함하지 않았다)
철자법 얘기가 나온 김에 잡소리 쪼매만 더 하자. 인터넷 사용하는 독자라면 자주 들락날락 거리는 게시판 몇 개 있을 것이다. 동호회 게시판이라든지 동창회 게시판이라든지 등등...
본 우원 역시 마찬가지인데, 요즘 이런저런 게시판에 있는 글들을 읽다보면 맞춤법만 봤을 때 받아쓰기 30점 받은 초딩이 쓴 건지 초딩 무사히 졸업한 넘이 쓴 건지 분간이 안 된다. 독자 중에도 몇몇은 요런 거 느끼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철자법... 요건 기본이다.(여기서 말하는 철자법 역시 일부러 틀리게 쓰는 건 제외다) 글로 먹고사는 넘이든 안 그런 넘이든... 한 마디로 나이 먹고 철자법 틀리면 쪽팔린 일이란 말이다.
그런데 요게 잊혀지는 것 같다. 분명히 문제가 있는 거다. 더군다나 번역하는 넘이 철자법을 틀리는 건... 이건 씨바 자격미달 만행도 안 된다. 부디 번역에 채팅용어나 이모티콘이 등장하는 날까지 오진 않길 바랄뿐이다. 대학교 리포트에는 이미 등장하고 있으니까...
이미도씨의 철자법 만행 컨티뉴하겠다.
만행사례 NO 3
<공허한 넘>의 후반부. 동료 2명을 죽인 Sebastian이 복도에 갇힌 Matt에게 하는 말이다.
Sebastian: Hey, I think now would be a good time to pay up that tab.
번역: 더 늦기 전에 빛 갚지 그러나?
노 코멘트 되겠다.
다음으로 <로드 트립(Road Trip)>에 나온 이미도씨의 철자법 만행이다.
만행사례 NO 4
중반부 지나서 Kyle이라는 넘이 술에 취해 무대 위로 올라가 춤을 추자 Ronda라는 흑인뇬과 Kyle의 친구 E.L과 하는 말이다.
Ronda: Isn't he just a cuttiest little thing?
번역: 정말 귀엽지?
E.L: Oh, yeah. Kyle is the man
번역: 그럼, 끝내주는 숫컷이야
숫컷이 아니라 수컷이다.
다음 작품은 지난 기사에서도 언급했던 <뇬들이 원하는 것(What Women Want)>이다. 이미 말했듯이 딸뇬이 아빠에게 반말하는 걸로 처리한 것 자체가 메가톤급 만행이었다. 우선 철자법 만행부터 보자면,
만행사례 NO 4
중반부. 딸뇬이 남자친구 Alex와 빠굴 준비운동을 하던 중 아빠가 들어오자 하는 말이다.
딸뇬: Dad, what are you doing home so early?
번역: 왠 일로 일찍 왔어?
'왠'이라는 넘은 '왜 그런지'의 준말인 '왠지'라는 단어 속에서만 쓰일 수 있다. 여기선 '웬'이 쓰여야 했다. 자세히 알고 싶으면 국어사전 디비시고... 요 표현... 많은 넘들이 틀리게 사용하지만 그렇다고 그냥 넘어갈 수 없음이다. 이미도씨는 짬내서 국어공부도 좀 하기 바란다.
철자법 만행 실태 졸라 심각스럽다. 함 볼래? 누질러 봐라.
김빠지는 철자법 얘긴 그만 하고 다시 <뇬들이 원하는 것>으로 돌아가자.
만행사례 NO 5
영화 초반부. 진급이 된 줄 알고 상사의 사무실에 갔다가 안 된 걸 알고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오는 부분이다. 돌아오는 Nick에게 시다발이 두 명이 진급이 된 줄 알고 샴페인을 터뜨리자 Nick이 하는 말이다.
Nick: Not so fast girls. Put it on ice. We'll break it out soon.
번역: 보기보다 동작이 굼뜨지? 얼음통에 넣어둬. 이따가 마실거니까.
'not so fast'는 상대방이 앞서나가려고 할 때 자제시키는 표현이다. 굳이 직역을 하자면 '아직은 일러'정도되겠다.
이 표현, 법정영화를 보면 재판 중에 변호사나 검사가 지 조때로 이의를 제기할 때 판사가 자주 쓰는 표현이다. 이 영화에서 역시 시다발이들이 샴페인부터 터뜨리니까 Nick이 김칫국 나중에 먹으라고 하는 말이다. 즉, 어떻게 봐도 의역이 나올 수 없는 표현이다. 아마도 Nick이 샴페인 마개를 잡아내면서 이 말을 하자 이렇게 처리한 것 같은데... 좋은 시도다. 영상번역에선 더 자연스러운 번역을 위해서 영상과 말을 조합해서 의역을 해야 할 때도 있다.
하지만 이 경우, 지 혼자 오버한 만행이라고 할 수 있겠다. 직역으로 충분히 뜻이 통한다면 의역을 해줄 필요 조또 없음이다. 아울러, 마지막 문장 역시 같은 만행이다. 이따가 마신다는 얘기가 아니라 조만간에 진급에 성공해서 마실 날이 올 거라는 얘기다.
지난 기사에서 보여준 3류 번역을 하는 넘들이 요렇게 했다면 뭐... 정상참작해주겠다만, 이미도씨가 이런 기본적인 흐름도 타지 못하는 번역을 하는 건 용서할 수 없음이다. 이름값이 있잖아...
모범답안: 더 기다려야 겠는걸? 얼음통에 넣어둬. 마실 날이 곧 올테니까
만행사례 NO 6
영화의 중반부. Nick과 Darcy가 Nike광고권을 따내는 것에 대해 얘기하는 부분이다. Nick이 '2주만 주면 문제없어요'(You get them here in two weeks, I'll be ready)라고 하자 Darcy가 하는 생각이다.
Darcy: Huh, this guy is kind of exciting
번역: 상당히 들떠있군!
설마 'excited'와 'exciting'의 차이를 몰랐을 리는 없을 거라는 가정 하에... 요것 역시 직역해줘도 될 걸 쓸데없이 의역을 한 지 혼자 오번한 만행이라고 할 수 있다.(차이를 몰랐을 것 같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지만)
이 부분은 Nick이 이러저리 열변을 토하자 Nick에 대해 선입견을 갖고 있던 Darcy가 Nick에게 호감을 느끼기 시작하는 부분이다. 고로 그대로 직역해 주면되는 말이다. 'exciting'과 'excited'의 차이점... 이거 중학교 때 배우는 걸로 알고 있다.
모범답안: '이 남자 재밌는데?'
다음은 요 영화의 가장 큰 만행인 무성의 만행되겠다.
만행사례 NO 7
Nike광고의 카피를 생각해내려고 Darcy가 '뇬이 조깅하고 있는 사진'을 보며 하는 말이다.
Darcy: No one's judging her. No boss to worry about. No guys to worry about. No games to figure.
번역: 비판하고 지적할 윗사람도 없으며 게임을 분석할 필요도...
'No guys to worry about'는 글자수 때문에 생략할 수 있으니 넘어가고... 문제는 '게임을 분석할 필요도...'되겠다. 갑자기 뭔 게임을 분석한다는 말이여?
여기서 말하는 'game'은 우리가 말하는 '게임'이 아니라 '우리가 일상에서 겪어야 할 이런저런 갈등들'을 가리키는 거다. '게임'에서 이기려고 머리 쥐어짜는 것처럼 '이런저런 갈등들'도 모두 머리 계산에 계산을 해줘야 하는 것들이잖아.(보통 코쟁이넘들은 '사랑의 줄다리기'를 'game'에 많이 비유하는데, 보충 설명을 원하면 요기를 콕 찍어줘라)
우리말 '게임'에도 이런 뜻이 숨어있다면 뭐, 상관없겠지만 안 그렇잖아? 바로 이럴 때 의역을 해줘야쥐...
모범답안: '머리를 아프게 할 일도...'or '이것저것 계산할 일도...'
이 부분에서 계속 'game'이란 단어를 놓고 카피를 정하는 과정이 나오는데 당근빠따 의역해줘야 했음이다. 이렇게 한 단어 때문에 대화일부를 모조리 의역해줘야 하는 경우가 있다. 이 작업... 졸라 머리 아프다.
버뜨, 비록 그처럼 골이 두 쪽 나더라도 그렇게 해야만 하고, 이런 상황에서 번역을 '창작에 임하는 자세'로 하는 넘과 그렇지 않은 넘의 차이가 나는 거다. 그런데 이렇게 의역을 해줘야 할 곳은 내비두고 중학교 영어수준의 대화나 의역을 하고 있으니... 이미도씨는 깊이 반성해야할지어다.
이 부분 대화를 모두 디비진 않고 마지막에 Darcy가 정한 Nike광고의 카피에 대한 번역만 디비고 넘어가겠다.
만행사례 NO 8
원문에서 이들이 만든 카피는 'Nike: NO GAMES, JUST SPORTS'이다. 그리고 이미도씨, 역시나 '나이키: 게임이 아니라 스포츠일뿐'이라고 번역해놓았다. 위에서 말했듯이 우리말로는 뭔 말인지 알 수 없음이다.
여기서 말하는 'GAME'은 위에서 설명한 'game'과는 달리 그 순수한 의미에서의 'Game'이다. 그렇다면 그 순수한 의미의 'Game'이라면 우리말 '게임'이랑 똑같은데 뭔 상관이냐... 하겠지만 이 카피에서의 'GAME'은 순수한 의미의 'SPORTS'와 의미상 결정적 차이가 있는 단어로서의 'GAME'이다. 뭔 말인지 모르겠다고? 그러니까 두 단어의 사전적인 의미가 뭣이냐 하믄...
GAME: 상대를 앞질러야하는 놀이. 목표는 승리다. 예를 들어 부루마블, 도박, 장기...
SPORTS: 그냥 운동. 목표는 엔조이다. 예는 느그들이 딸딸이필로 하는 운동 전부 다...
즉, 두 단어의 결정적 차이는 '승부에 대한 집착여부' 되겠다. 이런 의미상의 차이가 우리말 '게임'과 '스포츠'사이에도 있다면 뭐, 상관없겠지만 안 그렇잖아?
카피 번역하는 거... 카피 하나 새로 만드는 것만큼 어렵다. 버뜨, 그렇다고 뭔 말인지도 모르게 직역해놓으면 너무 무책임한거 아녀? 카피의 뜻을 파악했다면 그 함축적인 의미를 모두 전달하진 못하더라도 이 정도는 나와야 할 거 아녀...
내 조때로 답안: '나이키: 오직 자신을 위한 땀' or '나이키: 승부에는 집착하지 않는다'
그래... 원문의 느낌엔 못 미친다. 버뜨, '게임이 아니라 스포츠일뿐'이라고 해서 암호 해독하는 기분 들게 하는 것보다 요렇게라도 해서 의미의 50%라도 전달해야 한다. 100% 전달해주면 더 좋구.
이 외에도 이 영화 후반부에 우리말 용법상 틀린 만행을 저지르나 지면상 생략하고 결론으로 들어가겠다.(궁금하면 특별써비스 신청하시라)
그럼 어떻게 해야 이런 만행들이 사라질까... 본인, 지난 기사에서 예고했듯 3박4일 동안 동원훈련 받으면서 졸라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하다보니 동원훈련이랑 영상번역휠드랑 졸라 비슷한 공통점이 보이더라. 뭐냐고?
동원훈련 3박4일... 한 마디로 초절정 울트라 캡숑으로 에너지 낭비하는 기간이다. 소집된 넘들의 입장에선 총 몇 방 쏘고 이리저리 퍼질러져 있는 게 전부이니 젊은 에너지원의 낭비라고 할 수 있으며 훈련을 시행하는 부대의 입장에선 짬밥 낭비요, 총알 낭비요, 게다가 간부들도 몇 명 훈련 아닌 훈련에 투입시켜야 하니까 인력낭비라고 할 수 있겠다.
국가 방위에 아무 보탬 없이 낭비되는 이 에너지들... 요 상황이 번역의 질 향상에 아무 상관없이 에너지만 낭비되고 있는 영상번역휠드와 비슷했다 이거다. 지난 시간에 얘기했지? 삐리리한 번역가들이 영상번역휠드에 잔류하는 건 에너지 낭비라고 말야.
왜 에너지 낭비냐 하면...
먼저 프리랜서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이 실력이 있건 없건 조빠지게 작업을 해도 들어오는 돈은 용돈수준이니 할 짓거리가 아니다. 하청업체 입장에선 프리랜서가 번역을 개판으로 해와도 번역료를 줘야하니 쌩돈 날아가는 거다. 그리고 개판으로 해온 번역은 검수요원이 죄다 고쳐야하니 검수요원은 지가 하는 게 '검수'인지 '번역'인지 헛갈리는 상황에 직면한다.(이건 본인이 검수요원으로 있으면서 겪은 경험이다)
검수요원은 실력이 있더라도 제 능력을 발휘할 수도 없고... 지난 기사 읽었으면 얼추 그림이 그려질 거라고 믿는다. 거기다가 한 술 더 뜨는 건 90분짜리 로맨틱코메디와 2시간이 넘는 액숀대서사로망이 번역료가 비슷하다는 거다. 번역의 난도가 장르별로 차이가 있는 건 아니지만 이거... 우끼고 자빠진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영상번역휠드 시스템이 무슨 공산주의냔 말이야... 이렇게 하나 저렇게 하나, 이걸 하나 저걸 하나 대가가 똑같으니 말이야. 씨바...
초벌번역하는 삐리리한 번역가들과 그거 검수하는 하청업체가 존재하는 한 이런 비효율적인 굴레는 사라질 수 없다. 고로 사태의 해결방안은 삐리리한 번역가와 하청업체가 사라지는 것 되겠다.
어떻게 해야 사라지냐고? 뭐가 그리 간단하냐고? 간단하다. 번역사와 프로그램 제작업체가 일대일 컨택트만 하면 된다.
그렇게 하면 지금처럼 만행을 일삼는 번역가에게 나가는 초벌번역료, 하청업체에서 챙기는 검수료 및 업체유지비가 모두 한 번역사에게 가게 된다. 이거 다 합치면... 번역, 할만하다. 극장영화와 티비프로그램을(케이블티비말고) 번역하는 넘들이 제대로 된 대가를 받는 이유도 하청업체를 거치지 않고 자신이 초벌부터 검수까지 다 맡아서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대가가 보장되어 있기 때문에 이 동네 시장문이 닫혀있는 거다.
첫 기사에서 얘기했지? 여기 있는 넘들이 특출해서 닫혀있는 게 아니라고. 시장문이 닫혀있다는 거... 이거 상당히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다. 왜냐, 경쟁이 없기 때문이다. 경쟁이 없으니... 중간 설명 생략하고, 극장영화에서도 요상한 번역들이 종종 튀어나오는 거다. 극장영화번역시장이랑 티비번역시장... 열려야 한다. 이거에 대해선 의문의 여지 없음이다.
정리해보자. 먼저 에너지 낭비를 없애려면 실력 있는 번역사와 제작업체가 일대일 컨택트를 해야한다. 그리고 번역의 질을 유지하려면 번역사들 끼리 '자유로운 밥그릇 경쟁'을 해야한다. 경쟁은 또 어떻게 하냐고? 역시 간단하다. 번역사는 지가 번역한 프로그램에 지 이름 올리면 된다. 자신의 이름을 올리면 번역을 잘 해서 박수를 받아도 지 이름으로 받고 만행을 저질러서 비난을 받아도 지 이름으로 받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책임의식을 만빵으로 느끼게 된다.
한마디로 자신의 이름을 올리는 번역사와 안 올리는 번역사의 번역에 임하는 태도는 천지차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프로그램 제작업체에선 그 이름을 보고 잘하는 넘에게 번역을 맡기면 되는 거다. 실력있는 넘들이 이 '자유밥그릇경쟁시장'에 들어오면 삐리리한 넘들은 스무쓰하게 사라지게 되어있다. 굳이 시장에 잔류하겠다면 <유주얼 서스펙트2>같은 울나라에만 있는 속편영화나 <터보레이터>같이 뭔 말을 하는지 몰라도 줄거리 이해하는 데에 전혀 지장이 없는 영화들 번역해주면 되겠다.
최근 본인이 말한 시도가 쬐끔 보이던데... 지난 겨울에 <패밀리 맨(Family Man)>을 극장에서 봤을 때 처음 보는 이름이 번역자로 올라왔었다. 그리고 며칠 전 왜넘 영화 <사국(死國)>을 비됴로 봤을 때도 새로운 이름이 나왔었다. 난 왜넘말은 몰라서 <사국>의 번역이 잘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패밀리 맨>의 극장판 같은 경우엔 좀 삐리리한 번역이었다. 버뜨, 시도는 좋았다. 자꾸 여러넘들이 자신의 이름을 올려서 평가를 받아야 한다. 그래서 잘 하는 넘들은 시장에 투입되어 제대로 평가받아야 한다.
오늘 이미도씨의 번역을 디빈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이 아저씨, 경쟁자가 없으니까 위에서 지적한 만행을 저지르며 영화수입사에선 당연히 이미도씨보다 잘 하는 사람이 없을 걸로 알고 이미도씨에게 맡기는 거다.
하지만, 지난 시간에 추천한 비됴들... <노팅 힐>, <미션임파시블2>, <엑스맨>, <인사이더>, <쓰리킹스>... 요거 번역한 넘들, 이름만 없을 뿐 내공 강한 넘들이다. 이런 넘들이 각자 이름을 걸고 번역한다면 만행은 많이 사라지겠지? 본인이 자세한 조사를 한 건 아니지만 이렇게 되면 영상번역휠드 통틀어서 최소한 30명 이상은 자신의 이름을 걸고 메인휠드에서 활동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뭐, 몇 명이 되든... 지금보다는 나아진다.
얼추 거의 떠들어댄 것 같다. 마무리하겠다.
첫 시간에 번역은 영어로 하는 게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이 말의 저변엔 영어실력은 기본이라는 게 깔려있다. 오역만행들이 나오는 이유... 다 원문이 뭔 뜻인지 몰라서 나오는 거다. 원문에 대한 정확한 이해력이 바탕에 깔려야 직역이든 의역이든 뭐든 나오는 거다. 고로 본인의 기사 읽고 '어, 영상번역 조또 아니네... 대충 상황에 맞는 말만 넣어주면 되잖아'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은 분덜은 본인의 생각을 재검토하기 바란다.
그리고 영상번역에 뛰어들고 싶어하는 젊은 뇬넘들은 제대로 하고 싶다면, 그리고 제대로 할 수 있다면 뛰어들길 바란다. 뛰어들어서 삐리리한 하청업체들 사이에서 기웃거리지 말고 제작업체와 일대일 컨택트해라. 하청업체에 있는 한 '집에서 일하는 저임금 노동자'일 뿐 절대 '프리랜서'가 될 수 없다. 그 이름도 아름다운 진정한 '프리랜서'가 되고 싶다면, 니 실력을 쌓고 다른 아무것도 아닌 니 실력으로만 인정받으려고 해라. 명랑영상번역문화 창출, 이미 활동하고 있는 넘이든 활동하고 싶어하는 넘이든 간에... 느그들에게 달렸다. 건투를 빈다.
번역은, 바다건너말을 우리말로 '대체'하는 게 아니다. 바다건너문화코드를 우리문화코드로 '바꾸는'거라는 사실을 명심 또 명심하면서 말이다.
그럼 그동안 본 우원 쫓아오느라 졸라 고생했다. 담에 보자.
덧붙여서
그동안 오역사례를 설명하면서 왜 오역인지 자세한 설명은 안 하고 넘어갔다. 이유는 그것까지 설명하다보면 기사가 하염없이 길어질 것 같았고 또한 기사의 목적이 영어공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것 때문에 몇몇 독자들이 본인의 기사에 대해 공감을 일으키지 못했다면 미안하다.
덧붙여서 II <특별써비스>
자료수집 중 오역, 틀린 철자법, 우리말 용법에 안 맞는 표현이 잡힌 영화로 <굿 윌 헌팅(Good Will Hunting)>, <뉴욕의 가을(Autumn in New York)>, <에린 브로코비치(Erin Brockovich)>, <라이드 위드 데블(Ride with the Devil)>, <딥 임팩트(Deep Impact)>, <쇼생크 탈출(The Shawshank Redemption)>, <트래픽(Traffic)>, <무서운 영화(Scary Movie)>, <에네미 오브 더 스테이트(Enemy of the State)>, <페밀리 맨(Family Man)>, <슬리피 할로우(Sleep Hollow)>, <그린 마일(Green Mile)> 되겠다.
(이 중 <슬리피 할로우>의 번역은 초대형 참사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영화들의 오역사례에 대해 궁금한 독자들은 멜 쌔려주기 바란다. 손수 뚜들겨서 한글 첨부파일로 보내주겠다.
기타 더 많은 비됴를 디볐으나 번역이 말끔하게 처리된 비됴로는 지난 기사에서 추천한 5편 외에 <아메리칸 파이(American Pie)>뿐이었다. 왜 그런지 대본 다운받아서 직접 확인해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