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아이디 평생 안 바꿀 줄 알았습니다. 뭐 그만큼 참
신한 아이디어도 없고 그냥 남이 붙여 준 필명이 마음에 들
어서 그걸로 밀어붙일까 했지만 한 번 기분 전환도 한다는
마음으로 머리띠 하나 두르는 셈으로 아이디 바꿨음다.
제 아이디랑 글 제목이랑 제 평소 성향을 아시는 분들을 이
미 눈치채시고 계시겠지요. 제 글은 앞으로 약 한 달 남은
새터에서 분명히 거행될 사발식과 FM에 대한 약간은 노골적
이면서 최대한 논리적이고자 한다는 말도 안 되는 딴지가
이어질 것입니다.
현재 저는 서울에 있지 않습니다. 서울에서는 오늘도 추운
날씨에 히터도 조또 안 들어오는 방에서 새터 회의할 몇몇
99 00 동무들의 노고에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래서 저
로서는 따땃한 부산에서 인터넷이라는 편리한 매체에 몸을
숨긴 채 이렇게 비겁하게 딴지나 걸 수밖에 없다는 것에 대
해 저도 씁쓸한 마음입니다.
하지만 이제 한 달입니다. 솔직히 한 달 동안 제가 100년간
물론 명목상이지만 100년간 이어져 온 웃기는 개뿔 전통을
뒤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아마도 늘 그렇듯
이 학교 생활에 적응 못하면서 말만 많은 아웃사이더 하나
가 뒤에서 궁시렁거린다고 곱게 보지 않으실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그렇게 뒤에서 궁시렁거리는 것이 아니라! 정면에서 두들겨
맞을 각오하면서 딴지를 걸어 보겠습니다. 제 성향은 아마
도 아시겠지요. 영식군과 수희 누님과 비슷하다면 비슷하다
고 볼 수 있겠지만. 솔직히 말합니다. 그들보다 더 극단적
이라고 말입니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하겠지요. 그렇게 딴지 걸어서 얻는 것
이 뭐냐? 어차피 당신도 사발식 FM은 거행될 것이라고 인정
하지 않았나? 그러면서 뭐가 그리 잘났다고 딴지나 걸면서
서울에서 새터 준비한다고 대가리 터지는 학우들에게 도움
은 못 될 망정 분란만 조장하는가? 도대체 당신의 주장은
무엇이고 속셈은 무엇인가?
이 자리에서 밝힙니다. 제 목적은.
하나.사발식을 완.전.폐.지.한다
두울.FM의 의의에 동의하지 않는다.
너무 극렬적인가요? 하지만 반대를 위한 반대 딴지를 위한
딴지는 하고 싶지 않습니다. 물론 앞에서도 밝혔듯이 저같
이 미친 넘 혼자서 지랄해도 바뀌지는 않을 것입니다. 물
론 언젠가는 바뀔 것이지만 그게 제 행동의 결과라고 말할
수는 없겠죠.
하지만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만약 내가 사발식과 FM을
없애지 못한다면. 최대한 전통과 놀이라는 미명 하에 간과
하거나 애써 무시하는 부정적인 측면들을 까발려서. 아예
눈을 돌리려 하는 이들이 현실을 직시하게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 글을 쓰는 저는 영식이의 이너클럽이라는 말에
깊이 동의합니다. 사실 우리가 이렇게 지지고 볶고 해 봐
야 근본적인 변화가 없는 이유는. 그나마 이런 얘기를 하
는 이들은 모두 학교 생활에 적응한 이들이라는 것입니다.
우리의 논쟁 자리에 아웃사이더들은 다 어디에 있습니까?
실제로 저 역시 99년 3-4월 동안은 제 인생 최대의 암흑기
중의 하나였다고 보입니다. 전 솔직히 아웃사이더가 될 줄
몰랐습니다. 그리고 아웃사이더로서 살아갈 만큼 용기있고
적어도 독립적인 인물도 아닙니다. 하지만 이런 평범한 이
가 과와 학교에 늦게나마 뛰어드는 데에 있어서 사발식과
FM이라는 넘은 너무나 큰 장애물이 되었습니다. 그럭저럭
끝에서 마지막 순서로 학교 생활에 적응하기는 했습니다만
저로서는 정말 끔찍한 기억이었지요.
그렇기에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학기 초반에 학교 생활
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는 이들의 성격과 심리에 나름대로
공감한다고. 그렇기에 이 심리학과/인문6반에서 활동한다
는 소수의 인원에 다시 쪼개어 다음 카페에서 글 깨나 쓴다
는 극소수의 인원으로 구성된 이들의 말싸움이란, 결국 그
들만의 리그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서문이지만 너무 길어져 버렸군요. 한 가지만 덧붙이죠. 제
가 사발식을 증오하고 FM을 싫어하는 이유는 단 한 가지입
니다. 싫어하는 이에게 억지로 강요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
다는 것입니다. 전통 좋고 놀이 좋습니다. 고대에서 고대인
만이 느낄 수 있다고요? 거 좋죠. 하지만 당신은 그 잘나
빠진 고대인이 되는 첫 관문에 서서, 냉면 그릇 가득 담긴
무시무시한 사발 앞에서 눈꼽만큼의 두려움과 혐오감도 느
끼지 않았습니까?
마지막으로 한 가지. 제가 한 달 동안 여러 인물들과 논쟁
을 벌일지도 모르고 많은 반박과 꾸사리를 당할 지도 모릅
니다. 하지만 제 성격상 그럴 수밖에 없겠지요. 애초에 저
는 개인주의자이고 아웃사이더니까요. 권위 의식과 전통의
압박, 집단주의는 그야말로 혐오합니다. 앞으로 사회에서
큰 결점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이상입니다. 서문이니까 너무 지나치게 반박하시진 말아 주
시고 짱돌 던지시려거든 가능한 살살 던져 주시면 고맙죠.
그리고 앞으로 저는 남의 주장에 리플은 달지 않겠습니다.
아무래도 리플은 저 뿐만 아니라 당하는 이의 감정까지 상
하게 하여 논쟁을 감정 싸움으로 몰고 가는 경향이 있으니
까요. 제 의견은 새글적기로 적도록 하겠습니다.